[이 말이 궁금해요] 판공
박해 시대 직후부터 유래, 공들여 성탄 · 부활 준비 의미
판공(辦功 혹은 判功)[판공]
-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하는 일.
해마다 사순 시기와 대림 시기면 ‘판공성사표’를 받는다.
칠성사 중 ‘판공성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판공성사에서 성사는 바로 고해성사를 의미한다.
사제의 수가 극도로 적었던 박해 시기와 박해 직후, 공소의 신자들은 1년 중 단 2번만
사제를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봄과 가을에 사제들이 공소를 방문하는 ‘판공’때다.
이때 사제들은 신자들이 그동안 신앙생활을 잘 지켜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일종의 교리시험을 실시했다.
시험을 본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받고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판공은 ‘힘써 노력하여 공을 세운다’(辦功)와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判功)는 의미를
모두 사용한다.
신자들의 입장에서는 앞의 뜻으로, 성사를 집전하는 사목자 입장에서는 뒤의 뜻으로 쓴 것이다.
신자들이 해마다 이 날을 간절히 기다려 준비했기에 공소의 판공은 마치 축제와 같았다고 한다.
이런 판공의 전통은 시간이 흐르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는 제도로 자리 잡았다.
부활과 성탄을 거룩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된 것이다.
또 ‘판공’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파악하는 척도도 된다.
통계상 3년 이상 판공성사를 받지 않은 신자들을 ‘냉담 교우’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판공을 의무적 혹은 부담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주교회의는 2015년 가을 정기총회에서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가 성탄 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본당에서 정한 판공성사 기간에 성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때 큰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교회력 상 가장 큰 대축일인 부활을 앞두고 고해성사를 할 수 있다면
그처럼 좋은 준비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순 시기 아직 판공을 하기 전이라면 오늘이라도 고해소를 찾아보면 어떨까.
[가톨릭신문, 2019년 3월 24일, 이승훈 기자]
성사 보는 법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천주교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사제에게 자신의 부끄러움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떻게 죄를 고백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고해성사를 보아야 할까요?
(『가톨릭교회교리서』, 1450-1467항 참조)
①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은 죄를 뉘우치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하지요(이를 통회라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고해소에 들어갑니다.
② 고해소에 들어가서 무릎을 꿇고 “성부와 성자와….” 성호경을 바칩니다.
③ 그리고 고백한 지 얼마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때 ‘기억이 안 납니다’, ‘오래되었습니다’라고 말하지 말고,
잘 기억하여 한 달 이상이면 몇 달, 한 달 미만이면 몇 주라고 확실하게 이야기합니다.
④ 이제 죄를 고백합니다.
사제에게 하는 죄의 고백은 고해성사의 핵심 부분입니다.
고백할 때는 하느님께 하듯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그리고 구체적이고 간결하게 해야 합니다.
죄를 지은 이유를 설명하면 안 됩니다.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점점 변명이 되고 나중에는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합리화하게 되지요.
⑤ 고백이 끝나면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도 모두 용서하여 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
⑥ 그러면 사제는 고해자에게 권고의 말을 하고 보속을 줍니다.
보속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면 고해 사제에게 다시 말해 달라고 청합니다.
⑦ 이어서 사제는 사죄경을 외웁니다.
사죄경 중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부분이 나오면
말없이 십자 성호를 따라 긋고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라는 말이 나오면
“아멘.” 하고 고해소를 나옵니다.
사죄경은 반드시 듣고 나가야 합니다.
이 사죄경으로써 주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시는 고해성사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⑧ 고해소에 나와서 사제가 정해 준 보속을 합니다.
바로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편한 시간에 하면 됩니다.
고백과 사죄로 죄의 용서를 받았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한 방법으로 죄에 대해 보상하거나 속죄를 해야 합니다.
이를 보속이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십니다!
용서하시는데 싫증내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들이 용서를 청하는데 싫증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용서하시는데 결코 싫증 내지 않으십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강론 2015.1.23)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 |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 2019년 사순 제5주일 서울대교구 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