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폭선 휘감고 타이머 그거 이미 무기 아냐? 북한 '오물풍선' 구조 알아본다 [독자] / 10/10(목) / 조선일보 일본어판
북한이 올해 5월부터 남한을 향해 날리기 시작한 오물풍선은 쓰레기를 채운 비닐봉지에 도폭선을 감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머 장치에서 나오는 불꽃에 의해 테이프 모양으로 만든 도폭선을 폭발시켜 비닐봉지 속의 쓰레기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 봉투를 묶은 풍선에는 수소 가스가 채워져 있는 것도 밝혀졌다. 이런 장치가 있다면 단순한 쓰레기봉투 풍선이 아니라 특정 의도를 갖고 제작한 무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입수한 '북한 오물풍선 구조도'에 따르면 오물풍선 구조는 지름 3~4m의 고무풍선에 쓰레기와 비료 등을 채운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형태로 돼 있다.
풍선과 비닐봉지 사이에는 건전지로 작동하는 발열 타이머가 달려 있다. 비닐봉지에는 화약이 달린 테이프가 띠처럼 감겨 전선에 의해 발열 타이머와 연결돼 있다. 발열 타이머는 풍선이 날기 시작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선에 전기를 흘려 불꽃을 튀기는 장치가 되어 있다. 이후 비닐봉지에 감긴 도폭선이 폭발하면서 비닐봉지 하단부가 찢어져 안의 쓰레기가 흩뿌려진다. 채 의원은 "과거 운동회 등에서 행해졌던 박터트리기와 같은 구조로 보인다"며 "지금까지는 발열 타이머와 연결된 열선이 비닐봉지를 녹여 쓰레기를 퍼뜨린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화약에 의해 비닐봉지가 찢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어떤 종류의 화약을 어떻게 테이프와 같은 상태로 만들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도폭선의 존재가 확인됨으로써 오물풍선이 낙하한 장소 일부에서 왜 화재가 발생했는가 하는 수수께끼도 풀렸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타이머로 설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풍선이 떨어지면 지상에서 화약이 폭발해 쓰레기봉투에 불이 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무풍선에는 수소가스가 채워져 있는 것도 밝혀졌다. 군 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구를 띄울 때는 가볍고 안전한 헬륨가스를 사용하지만 수소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수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소의 가격은 헬륨의 10분의 1 정도로 상당히 저렴하지만 불이 붙으면 폭발하는 성질이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만들 수 있고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도 얻을 수 있다. 다만 두 방법 모두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무게 10kg 안팎의 오물을 남한까지 날리려면 상당한 양의 수소가 필요한데 심각한 전력 부족에 허덕이는 북한이 그 수소를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무풍선 고무는 천연고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채 의원이 한국 행정안전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5월 28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22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총 5530개 날려왔다. 창고나 공장에 불이 붙거나 차량 유리창이나 건물 지붕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도 78건 발생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는 항공기 이착륙 중단이 20여 차례 있었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군이 수거한 오물풍선 대부분에 타이머와 도폭선 등의 장치가 부착된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주민들을 동원해 오물풍선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오물풍선을 하나 만드는 데 10만원가량이 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530개가 날아들었기 때문에 오물풍선에 약 5억 5300만원(약 6100만엔)를 쓰는 셈이다.
북한은 오물풍선을 날리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군 전문가들은 오물풍선은 당장 무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 등 한국의 육지에 떨어지는 명중률도 높아지고 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해상에 떨어지는 풍선도 많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한국 육지에 떨어지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두 번째로 날아왔을 때는 오물풍선이 한국 땅에 떨어진 비율이 약 12.5%였지만 10번째가 된 7월에는 그 비율이 96%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달 만에 명중률이 8배나 높아진 셈이다. 실제로 오물풍선이 노린 듯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과 국회도서관, 국방부 청사에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수천 개의 오물풍선을 퍼뜨리는 가운데 풍향과 풍속, 타이머 작동시간, 풍선에 넣는 수소가스 양 등에 대한 노하우와 데이터가 축적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목표물을 상당히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구체적인 명중률 파악은 어렵지만 오물풍선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오물풍선에 쓰레기가 아닌 생화학물질을 채워 서울 등 도시로 날려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오물풍선에서 생화학물질이 검출된 적은 없지만 콜레라균이나 독극물 등을 퍼뜨려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