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이 엄마가 2016년 11월 2일(현지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가 3주 뒤 온몸에 멍과 상처 투성이로 도로를 걷다가 구조된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의 이름은 쉐리 파피니. 그녀는 경찰 수사 과정에 히스패닉 여성 둘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다가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히스패닉 여성들의 인상착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통상 납치 피해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용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적극 협조하는데 파피니는 잡히지 않아도 그만이란 식으로 나오는 것을 경찰은 수상쩍어 했다. 그녀는 일년 뒤에야 두 여성의 인상착의가 떠올랐다며 몽타주 작성에 협력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어릴 적부터 불행한 척 거짓을 꾸며 남의 관심과 도움을 얻는 일을 상습적으로 해왔다. 2020년 미연방수사국(FBI)은 오랜 수사 끝에 불륜 사실을 감추기 위해 파피니가 납치 자작극을 꾸민 것이라고 결론내리고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녀는 형량 거래 끝에 징역 18개월형을 선고받고 2022년 11월부터 복역, 이미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런데 파피니 납치 자작극이 이제 실종된 지 26년이 돼 가는, 같은 고교 1년 선배 테라 스미스 실종 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폭스 뉴스가 13일 전했다. 파피니의 자작극과 잇단 거짓말은 훌루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완벽한 아내' 제작에 영감을 제공했다. 이 시리즈는 연초에 공개돼 미국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런데 정작 파피니의 고교 선배 테라 스미스가 2학년 재학 중 실종된 사건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해 왔다. 파피니는 2001년 이 고교를 졸업했는데 만약 테라가 학교를 계속 다녔으면 2000년 졸업했을 것이다.
테라의 가족은 그녀를 납치하고 살해한 남성이 20년 이상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른 이들을 해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낙담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테라의 어머니 매릴린 스미스는 파피니에 대해 "그녀가 했던 일의 심각성 때문에 정말 낙담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가지면 안 되는 돈을 조금 벌었다. 그게 그녀가 한 일"이라고 폭스 뉴스 디지털에 털어놓았다. "그리고 (당국은) 많은 돈과 많은 자원들을 정말 오랜 시간에 걸쳐 썼다. 그들은 그녀의 전력 때문에 아주 처음부터 사기극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얘기할 때까지 4~5년이 걸렸다."
스미스 가족은 파피니가 이른바 "발견돼" 구조된 뒤에 파피니와 그녀의 남편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격려하기까지 했다. 매릴린은 파피니가 트라우마를 지닌 채 살아남았다고 보이게 하려고 빤히 드러나는 쇼를 하더라고 기가 막혀 했다. 매릴린은 "우리는 정말로 딸을 잃어버렸는데 그녀가 다가와 큰 액션을 했다니 뺨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두 사건은 기묘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어 혹자는 커넥션이 있다고 부르기도 한다. 파피니가 휴대전화와 이어폰을 놓고 사라진 도로는 테라가 실종된 바로 그곳이었다.
스미스 가족은 파피니 사건에 대한 다큐멘터리 두 편이 딸의 영구 미제 실종 사건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하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매릴린은 "체포하는 일이 있었으면, 그리고 몇 년 뒤 재판이 열렸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25년을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1998년 8월 22일 열여섯 살의 테라는 자매에게 조깅하러 간다며 20분 뒤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그날 저녁부터 다음 며칠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녀가 달림 직한 모든 도로들을 찾았지만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테라는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모들은 딸 사건 증거들 가운데 어떤 것이 남아 있고, 어떤 것이 남아 있지 않은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여년 동안 가족들과 공유한 정보가 별로 얿었다. 하지만 부모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사실 부모들은 딸이 자신을 납치하고 살해한 것으로 믿어지는 남성을 잘 알고 신뢰하고 있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테라는 어릴 적부터 일기를 열심히 써서 간직하고 있는 영적인 10대였다. 그녀는 자신이 지구와 깊게 연결돼 있었다고 느꼈으며 사라지기 전 몇 달 동안 태권도 수업을 받고 있었다. 테라의 부모는 20대 말의 유부남 태권도 사범 트로이 징크가 딸을 그루밍하고 성폭행해 살해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믿는 것은 딸의 일기 목차와 몇 년 만에야 공개된 증거에 근거한 것이다.
"우리는 그가 연루됐음을 곧장 알아챘다." 매릴린의 말이다. 징크는 경찰과 스미스 가족에게 사라진 날 저녁 테라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원하는 돈을 줄 수 없다고 그가 말하자 화를 내더니 집에까지 태워달라고 해 트럭에 태웠는데 언쟁이 벌어져 테라가 내려달라고 해 오리건 트레일과 올드 알투라스 로드가 갈라지는 곳에서 내려줬다고 주장했다.
매릴린은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딸애가 임신 중이었느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테라가 가출했으며, 달아나길 원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딸이 몇몇 친구들에게 징크와 성관계를 가졌으며 그가 우리 가족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매릴린은 또 "그애는 열여섯, 그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법을 아는 그는 일이 잘못 되면 감옥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잃을 수 없었다. 그래서 딸애 입을 막을 동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징크는 따로 코멘트를 받을 수가 없었는데 테라가 사라졌을 때에도 자신은 산에 기도 드리러 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스미스 가족은 테라와 징크가 그날 저녁 한 트럭에 함께 타고 있는 것을 목격한 증인을 찾아냈다. 한 증인은 심지어 조수석에 앉은 테라와 눈이 마주쳤으며 입 모양을 볼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고 매릴린은 전했다.
매릴린은 이어 "경찰도 그가 그녀를 데리고 새크라멘토 강을 따라 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해서 케스윅 댐과 샤스타 댐 사이를 집중 수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제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징크도 경찰이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었지만 테라의 실종과 관련해 기소되지도 유죄 평결도 받지 않았다. 다만 자택 수색 때 소지하면 안되는 총기가 나와 징역 3년을 샤스타 카운티 교도소에서 살았을 뿐이다. 그는 이전에도 배우자 강간과 헤어지자는 고교 여자친구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매릴린은 당시의 경찰에 대해 "그들은 점들을 연결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 녀석은 일하고 있으며 마치 '너희 알잖아, 나 같지, 이 모든 일이, 정황 증거, 이 녀석을 체포해 사건을 만들 만큼 많아, 그리고 그들(경찰)은 시신 없는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는 시신이 없어도 손에 쥔 것처럼 다뤄야 할 때가 있다. 맞지?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체포하고 소를 제기할 만큼 충분한지 결정해야 한다면 지방검사(DA)에게 달린 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