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하수악취, 관광객 밀집지역부터 개선하자
맨홀 덮개 설치는 한계, 하수중계펌프장 확대 검토해야
하수관로·정화조 원인별 관리와 이송체계 개선 시급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이 도심 거리에서 마주하는 하수악취를 줄이려면 관광객 밀집지역부터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맨홀과 빗물받이에 악취차단장치를 설치하는 단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하수관로의 정체와 퇴적, 건물 정화조, 배수시설 등 악취 발생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하수악취 저감을 위해 맨홀과 빗물받이의 악취차단장치 설치, 하수관로 정비, 정화조 악취저감시설 확충 등을 추진해 왔다. 2024년 주요 업무계획에서도 지하철역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악취 민원지역의 현장조사와 정화조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악취 발생 원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악취가 반복되는 지역이라면 차단장치를 추가 설치하기에 앞서 하수관로와 정화조, 건물 배수시설 중 어디에서 냄새가 발생하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 관광객 밀집지역, 도시의 첫인상부터 바꾸자
명동과 종로, 인사동, 광화문 일대는 물론 강남 무역센터 주변과 주요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주요 공간이다. 이들 지역에서 반복되는 하수악취는 보행환경과 상업활동에 불편을 주고, 쾌적한 도시 이미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서울시의 「2023년 하수악취 저감 추진계획」은 합류식 하수관로의 구조적 특성, 정화조에서 발생하는 악취, 관로 연결부의 단차와 낙차, 경사가 부족한 노후관로의 퇴적과 부패 등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관광객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악취 민원이 잦은 시간대와 지점을 조사하고, 맨홀과 빗물받이뿐 아니라 주변 건물의 정화조와 배수시설까지 함께 점검하는 방식으로 관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 서울의 하수 이송체계, 구조적 취약 구간부터 살펴야
서울의 하수도는 중랑·난지·탄천·서남 등 4개 물재생센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광역 처리체계다. 광범위한 하수관로를 통해 하수를 모아 처리하는 구조인 만큼, 일부 구간에서는 유량과 관로 경사에 따라 유속이 낮아지거나 퇴적물이 쌓일 가능성이 있다.
하수관로 내부에 유기물이 축적되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혐기성 분해가 진행되면서 황화수소 등 악취 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저유속 구간과 관로의 단차·낙차, 하수의 장시간 체류는 악취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악취 원인을 물재생센터의 수나 하수관로의 길이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관로별 유하거리와 체류시간, 유량, 경사, 퇴적 상태, 펌프장 운영, 정화조와 건물 배수시설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일본 도쿄도의 하수도 운영 사례를 참고할 때도 단순히 처리시설 수를 비교하기보다 처리구역별 이송거리와 관로 유속, 시설 배치 및 유지관리 방식의 차이를 살펴야 한다. 도쿄도 23개 특별구에는 13개 물재생센터가 있으며, 10개 하수처리구역으로 관리된다. 하수관로 총연장은 약 1만6,221km, 하루 하수 처리량은 약 462만㎥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도쿄도 전체가 아닌 23개 특별구 기준이다.
■ 하수중계펌프장 등 근본적인 대책 검토해야
하수관로의 경사가 부족하거나 장거리 이송 과정에서 정체와 퇴적이 반복되는 구간은 정기적인 준설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관로 구조 개선과 함께 하수중계펌프장 설치 등 이송체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하수중계펌프장은 하수를 단계적으로 이송해 특정 구간의 흐름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펌프장 설치만으로 악취가 자동으로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펌프 운전 주기와 하수 체류시간, 황화수소 발생 가능성, 밀폐 및 탈취시설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도심 공원이나 공공부지의 지하공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관로 연결 조건과 지형, 공사비, 유지관리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
하수 월류수(CSOs) 저류시설의 용량도 수질관리 측면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는 CSOs 저류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시설별 용량과 유역 특성에 따라 강우 시 오염물질 저감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 모델링 사례를 토대로 한 기술적 견해 중에는 누적강우량 10mm에 해당하는 유출수를 저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유역면적이 100ha라면 강우량 10mm에 해당하는 물의 양은 약 1만㎥다.
다만 이는 해당 강우량을 전량 저류한다고 가정한 단순 계산이며, 실제 필요한 저류조 규모는 유역의 불투수율과 유출계수, 강우 양상, 기존 시설의 처리능력 및 목표 수질 등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서울시 저류시설의 용량이 적정한지는 시설별 설계자료와 수질개선 효과를 토대로 검증해야 한다.
「정화조 청소와 분뇨수집·운반업 백서」를 출간한 심화식 저자는 하수중계펌프장을 활용한 이송체계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심 저자는 “난지물재생센터의 경우 강변북로변 월드컵공원 옆에 하수중계펌프장을 설치해 유입펌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악취를 줄이려면 유기물 퇴적과 하수의 장시간 체류를 방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취가 극심한 하수관로의 병목구간이나 정체구간에 소규모 중계펌프장을 설치해 유속과 이송 조건을 개선하는 다단식 펌핑 이송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 도심에 산재한 소공원 등 공공부지의 지하공간도 활용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저자는 악취 예방을 위해 유속을 0.8~1.0m/s 이상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다만 적정 유속은 관경과 유량, 관로 경사 및 운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실제 적용 시에는 구간별 수리 검토와 설계기준에 따른 검증이 필요하다.
■ 덮개 설치 실적보다 악취 저감 효과로 평가해야
악취차단장치는 맨홀이나 빗물받이를 통해 냄새가 지상으로 확산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악취 발생원 자체가 제거되지 않으면 다른 지점에서 냄새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빗물받이의 배수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서울시는 관광객 밀집지역과 반복 민원지역을 우선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다음과 같은 단계별 대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악취 발생 지점과 시간대, 악취 물질을 조사해 원인을 특정한다.
둘째, 하수관로의 유속과 퇴적 상태, 정화조 및 건물 배수시설을 함께 점검한다.
셋째, 원인에 따라 준설과 관로 정비, 정화조 개선, 악취차단장치 설치, 중계펌프장 등 적절한 대책을 적용한다.
넷째, 시설 설치 전후의 악취 농도와 민원 재발률을 비교해 실제 개선 효과를 검증한다.
서울시의 악취저감 사업도 시설 설치 대수나 사업비 집행률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주민과 관광객이 체감하는 악취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중심으로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 관광객이 많이 걷는 거리부터 쾌적하게
하수악취는 도시 전체의 하수도 체계와 연결된 문제지만, 모든 지역을 한꺼번에 개선하기는 어렵다. 우선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고 악취 민원이 반복되는 지역부터 집중적으로 조사·정비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하수도·환경·청소 담당 부서가 공동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반복 민원지역의 발생 원인과 개선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서울의 하수악취 대책은 덮개를 얼마나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악취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어떤 조치로 얼마나 줄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관광객이 많이 걷는 거리부터 발생원 중심의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드는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서울시, 「2023년 하수악취 저감 추진계획」 「2024년 주요 업무계획」 「2026년 업무자료」
심화식, 「정화조 청소와 분뇨수집·운반업 백서」
김준형, 「서울시 하수관로 정비 및 관리」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이현동 전문기자, 상하수도기술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