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완전무장(2인용텐트등,혼자 산에서 먹고자고 할수있는)
과 더불어 소주 2병을 챙겼다.
이런 무게는 처음이다.
3일동안 비 맞을 각오를 하고 영등포역으로 향한다.
영등포역에서 출발(7월14일 오후2시)
오랜만에 기차여행이라 홀가분하다.
평택을 지나니 도회지를 벗어난 기분이다.
논산을 지나니 비가 오기 시작한다.
방울맺힌 차창너머로 짙푸를 녹음이
기차뒤로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 한적한 기차역.
우산을 쓰고 그의 기차를 보내는 정갈한 역무원의 모습에서
내가 지금 여행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익산으로 다가오니 먼 하늘이 훤하게 뚫리더니 비가 멎는다.
비온뒤의 익산역...
플래트홈과 역사가 더욱 청결하고 정겹에 보인다.
목적지인 구례구 역에 가까워오니...
옆으로 섬진강이 물이 불어,굵게 흐르고 있고,
그 뒤로 지리산들이,구름에 상반신을 감추고,
그렇게 웅대하게 버티고 있다.
구례구역에 도착(14일 오후7시)
역사 안으로 들어오면서 두 아주머니가 싸운는줄 알았다.
"으따야 말 들어야잉!참말로!환장허것네!
"으매 참말로 으찌 그랐쌌냐!"
차비를 주니,않받느니 인정 싸움에,팔까지 휘두르는다.
진짜 싸우는줄 알았다.
구례읍행 버스를 한대 놓쳤다.
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단골 승객들만 아는 곳에 정차하고는 그냥 가버린다.
열라 뛰어갔는데 그냥 휙 가버린다.
왜 그 아주머니가 그 썰렁한 다리위에 서 있었는디 그제서야 알았다.
그 다리 위에서 20분을 더 기다리니 버스가 온다.
5분도 채 않가서 구례읍에 도착했다.
그런데,
화엄사행 버스를 또 타야한다...700원을 더 내고...
또 20분 정도를 더 기다려서 버스를 타니,
또 5분 가서 화엄사란다.
같은 회사 버스같은데....주체측의 농간이다.
느들...그라문 안뎌....
화엄사 야영장 도착(7월14일 호후8시 30분)
앞으로 고생시킬 나의 위장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근처 식당을
찾았다.
식당인심은 이곳 인심의 완젼한 반전을 가져다 주었다.
으매 친절한 할매아줌시 겁나게 거맙쏘잉!....
할매아줌시의 인정넘치는 밥상을 뚝딱 해치우고...
사실 반그릇 더 주시길래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야영장으로 가는길은 무척 어둡다.
고생시작!
행복 끝!
어둠에 쌓인 야영장에 도착하니,있으라는 텐트들은 하나 없고,
저녁 피트닉 한팀이 철수하는 모습만 보인다.
몇일간 지리산에 비가 온다는 얘기가 결정적 원인이다.
불쌍하게 보였는지...
"밥은 자셨쏘잉?"
"모기향 갔다 쓰쇼잉"
아따...여그 아줌씨들 인심한번 겁나게 좋아 불구만...히히히...
결국 그곳에서 혼자 야영을 하게 ?다.
엎치락 뒤치락...
성삼재코스팀과의 전화...
칭구 고길동과의 전화...
잠깐 오는 비가 잠깐 긴장감을 주더니...
......................................
그러다 별두 나오고....
바로 옆에 흐르는 지리산 계곡의 물 소리가 심란하다.
소주를 마셔볼까?
아니지...아껴야지...참자.
지리산속에는 소주가 귀할틴디...히히히.
잠이 들만하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새벽3시반경)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물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여기는 별이 쨍쨍하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출발 예정시간인 새벽4시.
칠흙같은 어둠과...계곡의 울부짖음이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한다.
잠시 잠을 잔거 같다.
화엄사 야영장 출발(7월15일 새벽5시 10분)
날은 훤하게 밝았고...
비는 오지 않으나 하늘엔 언제 쏟아 부을지 모를 구름이 버티고 있다.
귀찮고,시간이 없어서,
비상용 옥수수통조림 한깡을 해치웠다.
비에 젖은 등산화를 3일동안 신고 다닐 각오를 하고...
무거운 베낭를 짊어졌다.
오늘의 목적지는 벽소령 산장.
그곳에서 여산회 님덜과,
반선(뱀사골)야영장에서 출발하는 칭구 고길동을 만나기로 되있다.
산행시간 12시간 예정.
지리산에서 3일동안 죽어라고 걸으면
뭐 생기는 일이 있을거다.
분명히.........
칭구야 기둘려라!~~~~~~~~~~
소주 2병 가지고 간다이!~~~~~~~~~
-코재고재에서-
운해가 드리워진 돌길은
하늘로 뻣어있다.
앞에 놓인 허연 기체들은
운해라는 것인가
내 입김인가
내 허파 깊숙한 곳에서 나온 운해가
바람을 타고 나뭇잎으로 스며든다.
두 다리를 놓고 돌아보니
운해의 늪속 바닦에서
내가 걷고있다.
높은 곳에서
나무 잎새들이 희뿌연 물결에 일렁이고 있다.
용트림을 하는 화엄사 계곡을 따라 등산하기를 한 시간쯤.
오르는이,내려오는이 한 명을 보지 못했다.
대신....
나무 위에서 떨어졌는지
엄지 손가락 굵기의 산 거머리들만 4~5마리 보았다.
길을 잃었다.
"등산로 아님"을 피해 "등산로"로 걷고 있는데,
길이 점점 희미해 지더니,거대한 바위들과 거센 물결의 계곡이
길을 먹어버린다.
혹........
계곡을 건너는 길이 있는데,물이 불어서?
지도를 보니 계곡을 건너는 등산로는 없는거 같다.
무조건 능선쪽으로...
수풀헤치고...
바위건너셔...
30여분의 헤매임 끝에 널찍한? 등산로 발견!
이때,우연인듯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
화엄사 코스로 종주를 밥먹듯 하시는듯한 50대 남성인데,
내가 헤맨길을 옛길이고,
등산로 이정표를 누가 장난으로 돌려 놓은 것이란다.
고맙다.
누군지 몰라도.
아드드득...(이 가는소리)
등산로 쪽에서 물이 흐른다.
그곳에 머리를 몇번이나 담궜을까
위로 올라갈수록 운해는 점점 짖게 드리워진다...
코재고개.
가파르기가 심해서 코가 땅에 닿는다는...
그 길이가 1km는 족히 넘는다.
숨이 턱까지 오르면...
쉬고...
조금가고....
쉬고.....
배두 고프다.
조그만 초코렛 2개는 간에 기별도 않간다.
이젠 배낭을 내려놓을 힘도,시간도 절약해야 한다.
서서 쉰다.
이렇게 가다가는 해가 지기전에 벽소령에 도착할지 의문이다.
해진뒤에 폭우속을 걷는다?
얼른 가자.....
배낭을 볼때마다 2병의 소주가 생각난다.
이걸 버리고 가면 훨 낳을텐데...
정말 가벼워 질텐데...
벽소령에서 이 술을 마시면 무쟈게 맛있을거야....흐흐흐...
정말이지 코가 땅에 닿을거 같다.
갑자기.......거짓말 처럼.....
흰색대리석으로 잘 닦여진 훤한 신작로가 나온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이란다.
이럴수가....
별천지에 온 기분으로 노고단을 향해
운해를 걷으며 빠르게 걸었다.
노고단 산장 도착(15일 오전 9시30분)
노고단의 운해는 20m앞을 볼수없게 덮혀있다.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 매점에서 행동식을 준비하고
시간 절약상 라면을 2개 끓일 물을 얹힌다.
손오공형에게 전화가 왔다.
무척 반가웠다.그리고 고맙다.
여산회 기상캐스터인 오공형에게 일기예보를 직접 전해 들으니
(국지성 호우가 있다는)영광이다.
다른 님들에게 전화를 하니 받는이 아무도 없다.
라면2개를 뚝딱 먹고나니,
피로의 버그가 몸으로 침투한다.
대충 생리적 불순물들을 밀어내고는...
또,운해를 헤치며 동쪽으로 향했다.
노고단 도착(15일 오전 10시40분)
노고단에 계신 삼신할머니께 제대로 인사도 못드리고
동쪽...동쪽으로 향한다.
-이름모를 무덤가에서-
화개재를 지날적에
수풀 무성한 무덤을 보았다.
빨간꽃,노란꽃,파란꽃
그 선명함이 의아하다.
어느 의인의 무덤인가
어느 민초의 무덤인가
무슨 한이 그리 많길래
이리도 높은 산꼭대기에 놓여 있을까
스산한 운해가 그위를
쓰다듬고 지나간다.
어두운 밤에는 또 얼마나 스산할까
빨간꽃,노란꽃,파란꽃
그 선명함이 의아하다.
어디인지...
급강하 계단이 끝이 않보인다.
나중에 알고보니 500계단이란다.
그리고 또 오르는 계단들...
화엄사계곡의 후유증이 몸으로 서서히 침투한다.
쉬는 횟수가 서서히 많아진다.
두번은 서서쉬고...
한번은 베낭을 풀고 쉰다.
소피를 보는데 다리가 후달린다.
우찌 된기고?...나 시방 떨구있냐?
포옹하고...
악수하고...
칭구 고길동과도 해우하고...
수호달마가 내 위장상태를 어떻게 알았는지
누릉밥이 가득한 코펠을 들이민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처마밑에 서서 그 누릉밥을 다 해치웠다.
수호달마...넌 정말 훌륭한 산꾼이다.
산을 좋아하는 처녀들이여~~~수호달마에게 시집가시오~~~
후회는 없을터!
가지고온 소주2병을 자랑하려
고길동에게 다가갔더니
두시간 전에 벌써 물속에 담가놓은 소주를 보여준다.
칭구야.....
거맙다.....
내 소주는 그냥 가방에 있게 했다.
그 연하천 산장은 그렇게 밤이 깊도록
가랑비가 내리고...
그 가랑비에 우리들의 마음은 젖어들었다....
그 뒤로
벽소령...
영신봉...
세석산장...
촛대봉...
장터목 산장...
천왕봉...을 올랐고...
중산리 길로 하산했다.
이번 지리산 종주의 특징은
운해속 좁은 등산로에서
내 체력의 한계를 테스트 했고...
가끔 열리는 지리산 전경에 환호했고...
다른 산과 확실히 다른 능선쪽의 산세...내지는 비경에
감탄했고...
습기찬 산장에서 벗들과의 교우는
잊지못할 추억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산장에서 편히 쉬게 해준 대장형과
다리의 불편함에도 끝까지 식구들을 챙겨주신 법향형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