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이 순식간에 홀가분해졌다. 말의 힘을 깨달았다. 왜 더 빨리 대화를 못 나누었을까. 초등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친구를 사귀고 싶은 기분에 젖었다.
그때 장내 조명이 어두워졌다. 사회자의 들뜬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자, 여러분 드디어 신일본서커스가 자랑하는 공중그네 쇼를 시작합니다. 지상 높이 13미터, 기둥 간격은 10미터. 단련을 마친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숨 막히는 다양한 대연기를 흠뻑 즐겨주시 바랍니다!”
출연자들이 제각기 자기 자리로 흩어졌다. 고헤이는 이라부를 도와주러 점프대로 올라갔다. 우치다는 중앙 그네에 매달려 있다.
댄스 음악에 맞춰 젊은 단원들이 차례로 연기를 펼쳤다. 그때마다 객석에서 환성과 박수가 일었다. 스탠드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서커스 일이 좋다. 아이들은 서커스 본 날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선생님, 보기 좋죠.”
“저기 좀 봐. 야마시타 씨. 정면 맨 앞줄에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 팬티가 보일 듯 말 듯해.”
갑자기 다리가 휘청한다. 정신이 어디에 두고 있는 거람, 이 남자는. 그래서 긴장을 안 하나.
드디어 이라부 차례가 왔다. 사회자가 소개한다.
“이쯤에서 특별 게스트 비행을 보시겠습니다. 연기자는 이라부 종합 병원의 의사, 이라부 이치로 선생님이십니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공중그네 완전 초보. 일주일 훈련으로 여기까지 오르게 됐습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라부가 천진난만하게 손을 흔들었다. 고헤이의 심장이 뛰었다. 자못 보호자라도 된 심정이다.
“선생님, 괜찮아요?”
“오케이.”
“그럼 갑니다.” 당목을 건네주고 타이밍을 쟀다. “하나, 둘, 셋, 고우!” 등을 쳤다.
이라부가 점프대를 찼다. 커다란 몸체가 멋지게 포물선을 그리며 스윙한다.
“오오~”
술렁임이 일었다. 역시 뚱보는 그림이 된다. 보는 사람도 자랑스럽다.
한 번 왕복하고 나서 손을 놓았다.
아래에 있는 사람 전원이 숨을 죽였다.
다음 순간, 우치다가 두 손으로 이라부의 팔을 잡았다. 중앙 그네가 훅 한번 밑으로 떨어지다가 곧이어 커다란 포물선을 그렸다.
“성공이야!”
고헤이가 방방 뛰었다. 하루키를 끌어안고 좋아했다. 부조정실에 있던 니와는 일어나서 세레모니 포즈를 취했다.
객석에서는 오늘 공연 중 가장 커다란 박수가 터져나왔다.
다음은 리턴이다. 이 남자, 이것도 또 성공시키는 거 아냐? 고헤이는 완전히 흥분했다.
한 번 스윙한 뒤 이라부는 다시 공중으로 날아갔다.
몸은 그대로인데 고개만 돌아갔다.
장내는 폭소로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