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지겨울 만큼 약을 많이 먹었고, 또한 몇 가지 약들을 평생 먹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인생 내리막 길이라고 해야 좀 더 솔직합니다.
11월 21일.
지난 밤, 피아노 레슨 선생님께, 개인적인 사정이라 이야기 하고
피아노 레슨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삶의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늦은 저녁, 고단한 밥벌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쪽 발 마저 꽤 많이 아파서, 걸음 조차 불편한 어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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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여자사람친구가 권합니다. "괜찮아, 다시 산책이라도 하면서 몸을 움직여 보자."
또한 가까운 카페 지인 분이 연락이 옵니다. "형, 나 요즘 출퇴근 길에 또 로봇대전 하잖아."
이 또한, 모두 아주 최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처칠 수상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돈도, 명예도, 심지어 건강을 잃어도, 용기만큼은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옥 같은 환경에 있을 때, 무슨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냥 계속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진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4K LG모니터에 플스5, 스위치. 왼쪽으로 돌면 디지털피아노, 오른쪽 서랍장엔 넘치는 게임소프트.
약 10여년 전이지만, 뭐... 슈퍼로봇대전 거대 동호회 공동대표도 했으니까, 이룰 건 부족함 없이 다 해봤습니다.
다음에서는 특별히 애정을 많이 받아서, 공식게임카페에, 블로그는 방문자 500만+...
제 또래의 인기스타였던 임요환, 홍진호, 기욤 정도는 아니지만, 전 이 업계에선, 정말 많이 사랑받았습니다.
아버지나 동생의 고급직업 덕분에, 여전히 풍족했고, 어머니는 단지 병약하다는 이유로 저를 참 화초처럼 아껴 키워주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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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카카오톡 개인대화는 뭔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시북형, 나 형을 중학교 시절부터 치면, 벌써 20년 넘게 봐 온 거 같은데, 형은 왜 게임을 (열심히) 안 해?"
스스로가 아주 냉정히 봐도, 온 힘을 다해서 매달려 봤던 일은 참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하지현 의사 선생님의 코멘트에서 희미한 답을 찾습니다.
"사람은 15살 ~ 25살 때의 음악을 특별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시절의 감성이 특별하다랄까."
전, 10대 후반을 정말 매우 성실하게 게임하면서 놀았던 사람입니다. (18살 때까지 놀다가, 19살 때 검정고시를 봤습니다!)
제3차, 제4차, 슈로대F, 파이어엠블렘 몇 개, 택틱스오우거, 바하무트라군 등 SRPG를 비롯해, 파판, 드퀘 등등...
아마 제 게임 에너지는 그 시절에 다 써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슈퍼패미컴 패드가 닳도록 했었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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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돌아오면서 다시 꿈이 생겼습니다.
이왕 내리막 길이라면, 즐겁게 살면 더 좋지 않을까.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저에게는 참 놀라운 이야기지만,
어릴 때, 놀았던 그 추억을, 어쩌면 그러한, 올드한 느낌으로도, 행복하게 삶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니까, 정말 마음 한 편이 포근하고 따뜻해 지더라고요.
이건 무슨 돌아온 로켓단 포켓몬 빵도 아니고...
돌아온 시북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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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카페는 새로운 슈퍼로봇대전 일기장이 되어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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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향해서, 성장을 향해서, 높은 곳을 향해서,
치열하게 젊음을, 열정과 열혈을 걸었던 그 마음 대신에....
훨씬 잔잔하게, 어쩌면 여백이랄까, 힘조절이랄까,
그렇게 "(정말로) 게임이 취미인 나" 그런 솔직한 나를 만나가는,
앞으로의 시간을 만들어 가려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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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제부터는 실컷 놀아도 돼"
이 짧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하며, 눈물을 다시 닦습니다.
조만간 또 뵐께요!
- 2024. 11. 22. 잠 못 이루는 밤, 이제 다시 카페를 열며!
O. P. E. N.
어서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