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1코린토 4,1-5 루카 5,33-39
나의 정체성은?
“형제 여러분, 누구든지 우리를 그리스도의 시종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자신을 비롯하여 그리스도 신자들을 그리스도의 시종으로
그리고 하느님이 신비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리스도도 신자들을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종이요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으로 여기게끔 처신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처신이 세상 사람과 똑같기에 말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인지
하느님 신비를 관리하는 사람인지 몰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정체성이자 신원 의식입니다.
자신들은 시시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스도의 종이지 죄의 종이 아니라는.
그리스도의 종이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그리스도의 종이지 누구의 하수인도 아니라는.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이지 세상사의 관리인이 아니라는.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이기에 세상의 어떤 시비에도 말려들지 않는다는.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이기에 세상으로부터 어떤 판단도 받지 않겠다는.
하느님 신비의 관리인이기에 하느님으로부터만 판단을 받겠다는.
이런 바오로 사도의 말은 즉시 프란치스코를 떠올립니다.
프란치스코가 복음 말씀대로 아버지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자
그의 아버지 베드로 베르나르도네는 프란치스코가 자기의 재산을
거덜낼 것을 염려하여 프란치스코의 소유권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세속 법정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니
그는 자기가 하느님의 사람이기에 세속 법정에서 판결받지 않고,
교회 법정에서 판결받겠다고 하여 주교님에게로 갑니다.
그리고 주교님과 사람들 앞에서 그 유명한 행동을 합니다.
바로 옷을 홀라당 벗어서 아버지에게 돌려주는 행동 말입니다.
육신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은, 다 돌려주겠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작 중요한 것은 옷을 홀라당 벗은 것도,
아버지 것을 아버지에게 다 돌려준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서 그가 한 선언입니다.
“이제부터 나는 베드로 베르나르도네를 나의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하늘의 아버지를 나의 아버지라고
자유롭게 부르게 되었습니다.”라는 선언입니다.
더 이상 육신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선언이고,
그래서 전기 작가인 첼라노는
프란치스코를 내내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칭하지요.
비참하게 죄의 종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고,
시시하게 세상에 속한 사람도 아닌 그리스도의 종이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그 정체성을
우리도 가지라고 가르침 받는 오늘 우리입니다.
작은 형제회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1코린토 4,1-5 루카 5,33-39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하는 신부님을 위한 송별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는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기쁜 마음으로 모임에 함께 했습니다.
교구 사제모임을 하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하기도 한 것이 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제가 나이가 많은 선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침실을
가장 좋은 침실로 정해 줍니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를 하려 해도 후배 신부님들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배려 해주는 후배 신부님들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예전에 선배들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선배는 말은 적게 하고, 지갑은 자주 열어야 한다.”
선배들의 말을 실천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미안함 마음은 늘 있습니다.
후배 신부님들과 대화하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아날로그 세대인 저는 디지털 세대인 후배들의 능력에 감탄 할 때가 많습니다.
마치 마술사와 같이 손가락 움직임 몇 번으로 필요한 것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만들어 내는 것을 봅니다. 5년간의 소임을 마치고 홀가분하게 돌아가는 신부님께
수고하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아 있는 사제들도 소임을 잘 마치고 건강하게 돌아 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부르클린 한인성당은 매주 미사 후에 친교를 하고 있습니다. 친교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친교를 위한 비용입니다. 생일, 기일, 백일, 졸업, 연도와 같이
애경사가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친교의 비용을 내어 놓습니다.
늘 2달 정도는 친교 신청이 밀려 있습니다. 저도 곧 어머니의 기일이기에 친교를 신청했습니다.
음식 준비입니다. 국수, 비빔밥, 떡, 빵, 김밥과 같이 다양한 음식을 마련합니다.
본당 성모회의 임원들이 매주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차림입니다.
친교실 창고에는 의자와 접이식 탁자가 있습니다. 일찍 오는 분들이 의자와 탁자를 꺼내 놓습니다.
저도 일찍 성당에 가면 의자와 탁자를 꺼내 놓곤 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저보다 일찍 오는
교우들이 먼저 의자와 탁자를 꺼내 놓곤 합니다. 의자와 탁자를 꺼내 놓은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성모회에서는 탁자에 식탁보를 깔고 그 위에 꽃병을 놓습니다.
그러면 친교실은 아름다운 연회장으로 모습이 바뀝니다.
각종 야채가 들어간 비빔밥, 시원한 오이냉국, 후식으로 빨간 수박이 준비된 나눔은
부러울 것 하나도 없는 친교의 시간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누구든지 우리를 그리스도의 시종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릇 관리인에게 요구되는 바는 그가 성실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미리 심판하지 마십시오. 그분께서 어둠 속에 숨겨진 것을 밝히시고
마음속 생각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그때에 저마다 하느님께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부대는 선배를 배려하는 후배들의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부대는 매주 친교를 위해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는 봉사들의 아름다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한 사람은 모두 새 부대를 준비한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새 포도주는 하느님 나라를 위한 우리들의 ‘성실함’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새 포도주는 항상 기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기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감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새 포도주는 무엇인지요?
서울대교구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강수원 베드로 신부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1코린토 4,1-5 루카 5,33-39
예수님 시대에 율법과 전통에 따라 모든 사람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금식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회개와 속죄의 의미로 단식하는 ‘속죄일’이나, 예루살렘과 성전이 바빌론에
파괴된 일을 애도하는 ‘성전 파괴 애도일’ 같은 몇몇 기념일 정도였습니다.
다만 바리사이들은 이 밖에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희생과 극기의 의미로 더
단식하였습니다(루카 18,12 ; 디다케 8,1 참조).
예수님께서 세리였던 레위를 제자로 부르시고 그의 집에서 세리들과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시는 모습이 영 불편하였던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루카 5,27-32 참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 하며 예수님을 비방합니다.
언젠가 예수님을 반대하던 자들이 그분마저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루카 7,34)라 조롱하였듯 말이지요.
그들은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함께 앉아 음식을 나누는 그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를 혼인에 비유하였듯
(이사야 예언서 62,4-5 ; 예레미야 예언서 2,2 ; 호세아 예언서 2,18.21-22 참조),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혼인 잔치에 자주 비유하셨습니다.
누군가와 음식을 함께 나눌 때 생명을 공유한다고 여겼던 그 시대에, 단죄받고 소외된 세리들과
죄인들이 생명의 주인이신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나누면서 가진 그 가슴 벅찬 구원의 확신을
바리사이들은 전혀 알아채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는 완고한 잣대와 사랑이 메마른 일상이라는 ‘헌 가죽 부대’에는,
주님과 이루는 친교와 구원이라는 ‘새 포도주’를 담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참된 단식은, 결핍 가운데 있는 형제를 향한 선행과 자선임을
기억합시다(이사야 예언서 58,5-7 참조).
대구대교구 강수원 베드로 신부
-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에서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