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군부’ 피타, 태국총리 꿈 좌절… 의원 직무도 정지
친군부 반대로 2차투표 무산돼
의원직 박탈 가능성도 배제 못해
태국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2차 합동 투표가 열린 19일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가 의회에서 고심에 잠겨 있다. 방콕=AP 뉴시스
올 5월 총선에서 태국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하원 제1당 자리에 올랐던 전진당 피타 림짜른랏 대표(43)의 총리 등극이 무산됐다. 전진당의 징병제 폐지 공약 등에 줄곧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군부의 벽을 넘지 못한 데다 친(親)군부 인사가 대부분인 헌법재판소 또한 19일 피타 대표의 의원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린 탓이다.
태국 의회는 이날 총리 선출을 위한 상·하원 2차 합동 투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야권 8개 정당 연합이 피타 대표를 다시 후보로 내세우자 친군부 성향 일부 의원이 1차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를 다시 지명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결국 상·하원이 피타 대표의 총리 후보 재지명안을 투표에 부친 결과 총 749석 중 찬성 312표, 반대 395표로 2차 투표 자체가 무산됐다.
피타 대표는 전날 “2차 투표에서 찬성표가 의미 있게 증가하지 않으면 우리는 물러나고 프아타이당에 차기 정부를 이끌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프아타이당을 이끄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 패통탄은 부친과 가까운 부동산 재벌 스레타 타위신(60)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공개했다.
총리 등극에 관계없이 피타 대표를 향한 사법 위험 또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PBS방송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피타 대표의 미디어기업 주식 보유에 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기한 사건을 받아들인다.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그의 의원 직무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7명이 그의 직무 정지에 동의했다. 최종 판결까지는 3∼4개월이 걸리며 최악의 경우 그의 의원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12일 선거관리위원회는 “피타 대표가 미디어 기업 소유주 및 주주의 공직 출마를 금한 헌법을 알면서도 이를 어기고 총선에 출마했다. 그의 의원직을 박탈해야 한다”며 사건을 헌법재판소에 회부했다. 피타 대표는 현지 iTV방송의 주식 4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iTV는 2007년 방송을 중단해 미디어 업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기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