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사우디아라비아
자, 오늘은 조정래 님의 <한강> 9권 차례구나.
독서 편지가 엄청 밀려서
바로 시작하고 되도록 요점만 이야기하고 마쳐야겠구나.
문태복은 베트남에서 도박으로 돈을 다 잃고 귀국한 이후,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일하러 가게 되었어.
당시 1970년대 중반에 많은 사람들이 사우디 건설 현장에 갔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일하기 정말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그곳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건설업과 도로 공사 등의 일을 했단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도 국가로
술, 여자는 절대 안 된다고 관리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단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사람들의 성실함과 작업 속도에 인정을 받아
좋은 이미지로 방송에 보도되기도 했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온통 사막천지인데,
그런 곳에서 고속도로 작업은 쉽지 않은데
이 책에는 그 방법을 상세하게 다 적어주었단다.
작가 조정래 님께서 취재한 내용을 적어주신 것 같은데,
그렇게 도로 작업 방법을 자세히 읽어보니
당시 노동자들의 고생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단다.
사우디아라비아 노동자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단다.
1년 동안 고생하고 귀국을 앞둔 사람들 중에
너무 기뻐서 며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돌연사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대
1. 유신시대를 사는 사람들
강기수 국회의원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지역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
탐욕은 끝이 없구나.
지역구에서 활동을 할 때 아들을 꼭 데리고 갔어.
1970년대 중반은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이라서,
시골 곳곳에서도 초가집을 없애고, 시멘트 길을 닦는 일들을 했단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초가집을 없애고 슬레이트 지붕집을 만드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어.
초가집이 생각보다 장점이 많기 때문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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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지붕 갈면 참새고 구렝이고 굼벵이고 노래기 웂어지는 것만 알았제 그놈으 스레튼지 신식 양철인지 허는 지붕이 삼동에는 사람 고드름 맹글게 외풍이 일어 춥고, 삼복에는 사람 숨맥히고 찜쪄죽이게 후꾼후꾼 더운 것 워째 몰르시오. 고것이 보기만 뺀드르르혔제 사람 잡는단 말이오. 사람이 삼동에는 뜨뜻허니, 삼복에는 시언허게 살아야 몸도 풀리고 일도 지대로 되고 허는 법인데, 공연시 그 존 초가지붕 걷어내고 쌩돈 딜여감시 그 못쓸 스레트로 바꾸라고 물이 못 나게 잡져대니 요것이 무신 얄랑궂인 일인다요? 글고, 저 생생헌 탱자나무 울타리가 우리 실림을 가난허게 맹그는 것도 아니겄고, 무신 손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디 워째 싹 쳐내뿔고 그 멋대가리 웂는 쎄멘트 담으로 바꾸라고 욱대기고 그래 싼다요. 저것도 다 살아 있는 목심인디. 워디 그뿐이당게라? 철 따라 잎 피고 꽃피고 탱자 익어가는 운치가 꽃밭이 따로 웂고, 잘 익은 탱자는 아그덜 입맛 돌게도 허고 한약방에 약재로 폴기도 안 허요. 근디 쎄멘트 담은 주는 것이 머시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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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기자인 원병균과 이상재는 출판사 일을 하려고 했어.
유일표의 아내 서경혜가 출판사 일을 하기 때문에
출판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등 사업수완에 대해서는 배울 수 있었으나
그들의 신원조회가 문제가 되어 출판사를 차리기가 어려웠어.
이상재는 허미경에게 부탁하여
출판사 명의는 허미경으로 해서 개업할 수 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재도 정부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단다.
...
이규백 검사의 동생 이규동은 유신 반대 주동자로 감옥에 수감되고 말았어.
이규백은 동생을 빼내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방법을 찾아내서
동생을 찾아갔는데,
이규동은 동지들을 배신하지 못한다며, 형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10년형을 받았단다.
이규백은 사실 동생을 위해 방법을 찾았던 것이 아니고,
자신에게까지 해가 미칠까 봐 방법을 찾았던 거야.
이규백은 동생일 때문에 몇 달 뒤 강릉으로 발령을 받았단다.
...
유일표는 어느날 이상재를 찾아와 고민거리를 이야기했어.
재건대 출신 아이들이 회사에 취직을 내서
노조 결성을 준비하다가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거야.
그런데 그것을 주도한 이가 다름아닌 친구 허진이었어.
허진 기억나지?
고등학교 때 낮에는 일하고 야학을 공부하고,
그를 유일표가 앞장서서 도와주고 그랬잖아.
그런 허진이 회사에 입사한 이후로는 성공이라는 목표 하나로 밤낮으로 일했는데,
그런 허진이 노조를 만들려 하는 노동자를 해고시키다니...
친구 유일표로는 배신감마저 들었던 거야.
이상재도 그 이야기를 듣고 허진을 만나러 갔어.
유일표가 찾아왔던 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는데,
허진은 사장의 꼬붕 자본주의자가 된 것 같았어.
허진은 노조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어.
유일표는 허진과 거리감을 느끼고 이후 연락도 거의 안 했단다.
둘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렸어.
유일표 자신도 노동 운동을 계속 하지만, 아버지 이력 때문에 불안했어.
집을 나간 유선희로부터 편지가 왔어.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편지였어.
유일민과 유일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스님이 될 수밖에 없는 동생의 형편에 가슴 아파했단다.
유일민은 플라스틱 공장이 잘되어 돈도 많이 벌었어.
시장 조사를 하고, 기계를 사기 위해 일본 출장을 가려고 했지만,
동생 유일표가 말렸단다.
일본에 가면 재일교포와 접촉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고,
그러면 다시 갇혀 들어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일민도 일표의 의견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본 출장 계획은 철회했단다.
....
쌀가게에서 잘린 천두만은 돈이 떨어져서
서울을 떠나 성남으로 이사를 갔단다.
다행히 첫아들 천칠성이 고등학교 졸업 후 취직을 했어.
천두만은 이제 젊은이들에게 밀려 일자리 찾기 어려운 나이가 되었어.
결국 서해안 간척지로 농사지내러 가기로 했단다.
...
2. 배신과 불신
최혜경에게 배신당한 한정임.
그 보석밀수사건으로 남편 양용식도 강제 예편 당하고
2년째 백수로 있었어.
한정임은 최혜경 대신 자신이 죄를 뒤집어썼기 때문에
계속 전화했지만 연락이 안되었어.
남편은 포기하라고 한 마디 했어.
...
김명숙도 보석밀수사건에 연루되어 있었잖아.
김명숙은 최혜경을 협박해서 돈을 받아내겠다며 오빠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김선오가 보기에 이렇게 해도 돈을 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자신까지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김선오는 자신의 돈으로 김명숙이 원한 500만원을 건네주었단다.
자신이 최혜경으로부터 받아온 돈이라면서...
김명숙은 이 돈으로 명동에서 양장점에 차렸단다.
....
임채옥의 남편은 결국 간암 말기 시한부를 선언 받았단다.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일 걱정만 했어.
임채옥은 남편의 수술비와 병원비가 없어 결국 집까지 내놓았지만
그래도 돈은 부족했어.
임채옥은 유일민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유일민은 당연히 흔쾌히 거금을 주었단다.
...
유신 반대 대학생 시위가 격해졌어.
유일표도 광화문에 나갔다가 그 시위를 보고 동참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아버지 때문에 꾹 참았단다.
우연히 이규백을 만났는데, 변호사 개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강릉 발령에 따르지 않고 검사 사표를 썼나 보구나.
...
<한강> 9권의 이야기는 대충 여기까지 하면 될 것 같구나.
이제 한 권 남았구나.
그것도 조만간 이야기를 해줄게.
오늘은 이렇게 간단히 마칠게.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문태복은 또 설핏 들었던 풋잠을 깼다.
책의 끝 문장: 그러다가 허둥지둥 돌아서 투위 회원들의 연락처를 펼쳤다.
책제목 : 한강 9 (제3부 불신시대)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해냄
페이지 : 325 page
책무게 : 455 g
펴낸날 : 2002년 02월 15일
책정가 : 8,000원
읽은날 : 2025.03.01~2025.03.02
글쓴날 : 2025.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