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미국 드라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비벌리힐스, 90210)로 낯익은 미국 배우 섀넌 도허티가 13일(현지시간) 스러졌다. 53세 한창 일할 나이에 세상을 떴다.
AP통신과 CNN 방송, 일간 뉴욕 타임스(NYT),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홍보 담당자 레슬리 슬론은 성명을 내 "무거운 마음으로 여배우 셰넌 도허티의 죽음을 확인한다"며 "헌신적인 딸이며 누이, 이모이며 친구는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반려견 보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도허티는 2015년에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고 2년 뒤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20년 암이 재발해 전이됐으며 4기 판정을 받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암이 뇌로 전이돼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암 투병기를 공유해 왔으며, 최근 에피소드는 이달 8일 방송됐다. 그는 암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래의 계획을 얘기하면서 "앞으로 2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어서 은행에 저축하고 투자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암 환자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내 평생의 리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도허티는 “(나처럼) 4기 암을 진단받은 사람도 아주 생동감 넘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다”며 “나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는 (암도) 내 삶의 일부”라고 했다.
지난 1월엔 팟캐스트를 통해 “하루하루가 선물이라서 희망은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지난해 11월 피플 인터뷰를 통해선 “살아가기, 사랑하기를 아직 끝내지 않았다”며 “여전히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다.
죽음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느꼈는지 지난 4월 죽음 이후의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도허티는 자신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겨질 어머니를 생각해 짐 정리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내가 떠난 뒤) 어머니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현재 저의 최우선 순위는 어머니”라며 “어머니를 위해 지으려고 했던 집의 크기도 줄이고, 사용하던 가구 규모도 줄이려고 한다”고 했다.
1971년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태어난 도허티는 어린 시절 가족을 따라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한 뒤 10세 때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 Voyagers', 'Our House', 'Father Murphy' 등 드라마에 아역 배우로 얼굴을 알려 열한 살 때 '초원의 집'에 제니 와일더 역할로 첫 주연을 따냈다. 3년 뒤인 1985년 첫 메이저 영화 'Girls Just Want to Have Fun'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 헬렌 허트와 공동 주연을 맡았다. 1988년 틴에이지 영화의 아이콘 '헤더스'에 헤더 듀크 역으로도 출연했다.
1990년대 LA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브렌다 월시를 연기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위노나 라이더, 크리스천 슬레이터 등과 함께 이 드라마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였다.
이 드라마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개 시즌에 걸쳐 방영돼 미국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도 초기 시즌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다만 도허티는 이 드라마 촬영장에서 일부 출연진과 갈등을 빚었고 자주 지각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1994년 '시즌 4'가 끝날 무렵 하차했다. 그랬다가 2008년 리부트 시리즈에 출연, 연극 배우로 성장한 브렌다를 연기했다.
이후 '올모스트 데드'(1994)와 '몰래츠'(1995) 등 영화에 출연했으며, 1998년에는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을 만든 유명 제작자 애런 스펠링과 재회해 마녀였던 세 자매 얘기를 다룬 그의 또다른 인기 드라마 시리즈 '참드'(Charmed)에 출연했다.
그는 10대 때부터 큰 인기를 누리면서 연예매체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고, 여러 사생활 문제가 타블로이드지를 장식하면서 자주 입길에 올랐다. 1997년에는 한 남성과 말다툼 중 자동차 앞유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부순 혐의로 법정에 섰고, 2001년에는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인기 절정이었던 1993년에는 배우 애슐리 해밀턴과 결혼했다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했으며, 2003년 포커 플레이어 릭 살로몬과도 짧은 결혼 생활을 했다. 2011년 사진작가 커트 이스와리엔코와 결혼해 12년간 함께 했으나 지난해 이혼을 신청했다.
도허티는 1998년 인터뷰를 통해 과거에 저지른 실수들을 후회하면서 "나는 그저 성장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돌아봤다. 또 자신의 인성이 언론에 의해 "기괴하게 오해됐다"고 불평했다.
드라마 '베벌리힐스의 아이들'에서 도허티와 남매 사이 '브랜든' 역을 연기한 배우 제이슨 프리스틀리는 도허티의 부고에 "깊은 슬픔에 빠졌다"며 "그녀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드라마에서 도허티의 상대역 '딜런'을 연기한 배우 루크 페리는 2019년 3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열정적인 동물권 운동가였으며 2010년 출간된 반쯤 자서전 격인 책 '악당'(Badass)을 통해 젊은 여성들에게 올바른 태도와 확신을 갖고 삶을 살아가라고 격려했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