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22) - 정직하고 자족하는 삶
4월 14일(토),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할아버지 후손들이 고향의 선영에 모여 2018년 성묘행사를 치렀다. 이른 아침, 서울에서는 전세버스로 광주와 청주 등지에서는 승용차로 출발하였다. 선영에 도착하니 보슬비가 내린다. 묘소마다 새로 마련한 꽃을 갈아 꽂으니 우중에도 묘역 전체가 화사한 분위기로 바뀐다. 성묘 때 찾는 묘소는 세 군데, 동학운동의 발상지인 고창군 공음면 구수리의 가족묘역과 고향마을 뒤편의 증조묘역, 이웃면으로 출가하였으나 후손이 없어 쓸쓸한 고모의 묘지다. 가족묘지에는 작년에 우리 곁을 떠난 동생도 있다. 그 묘역에 이르니 지난 달 하순에 새로 심은 주목 세 그루가 반듯한 모습으로 일행을 반긴다. 할아버지를 따르던 종손자가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고는 ‘왜 대답이 없으세요?’라고 되뇌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우중이라 서울의 버스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여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오후 1시 경에 가족 묘소에서 추모예배를 드렸다. 예배에서 전한 메시지의 제목은 정직하고 자족하는 삶, 한촌의 선비로 올곧은 삶의 본을 실천하신 할아버지의 후덕한 인품을 거울삼아 어수선한 세태의 귀감으로 삼고자 택한 주제다. 우리 모두 정직하고 분수에 맞는 삶이기를 바라면서.
예배 후 20여분 거리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점심메뉴는 바지락비빔밥, 싱싱한 해조류와 채소를 곁들인 상차림이 깔끔하다. 모두들 맛있게 점심을 들고 오후 3시 반, 서둘러 귀가 길에 올랐다. 비는 멎었지만 날씨가 쌀쌀하여 선운사 등의 관광을 즐기기에는 부적절한 상황,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늦은 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장조카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올렸다. ‘오늘 성묘행사, 우중에 전국 각지에서 참석하여 무사히 마치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신 분들 오랜 시간 버스탑승이 힘드셨죠. 감사드립니다. 광주 식구들 미리 화사한 꽃 준비하여 묘소가 더욱 밝게 장식되어 좋았어요. 청주 식구들도 먼 길 수고하셨어요. 모두 피곤할 텐데 푹 쉬셔요.’
가족 카페에 올린 추모행사기의 마무리글, ‘모두들 수고하였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가족도 마음은 하나, 늘 건강하고 보람된 날들로 이어지기 바랍니다. 100수를 눈앞에 둔 어머니로부터 한두 살의 어린 후예에 이르기까지 240여 할아버지 후손 일동 파이팅!’
* 성묘예배에서 전한 메시지를 덧붙인다.
정직하고 자족하는 삶
‘자기의 재물을 의지하는 자는 패망하려니와 의인은 푸른 잎사귀 같아서 번성하리라(잠언 11장 28절)
해마다 가분의 성묘행사를 거르지 않고 지속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바라기는 더 많은 가족들이 참여하여 화목과 우애를 돋우고 푸른 잎사귀처럼 번성하는 가문의 특장을 잘 살려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좌우명으로 여기는 성경말씀은‘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나의 죽기 전에 주시옵소서 곧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내게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적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 함이니이다.(잠언 30장 7~9절)’는 구절이다.
최근 직전의 두 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죄목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 기소되는 것을 지켜보며 앞의 성경구절들이 성묘예배의 메시지로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주인 된 백성을 기만하였으며 불의의 재물로 패망의 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사회각계의 일탈과 비위가 끊이지 않는 세태를 돌아보며 올바른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된다.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제주일주 올레길 한국, 일본, 러시아 WALK에 다녀왔다. 올레길 걷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다. 10년 전 가족들과 2박 3일 동안 차량으로 들렀던 여러 곳을 걸으면서 다시 살피는 것도 뜻 깊었다. 그 중 제주시에 있는 관덕정(조선시대 무술훈련장소)에 이르렀을 때 그 뜻을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할 때 유의해야 할 관점은 관광(경치를 살핌), 관음(귀로 해득, 영월 청령포의 단종유배지 관음송에서), 관서(읽어서 깨침, 안동도산서원 입구에 새긴 주희의 글에서), 관덕(덕으로 배품, 10년 전 관덕정을 찾았을 때)의 4요소라 여긴다. 삶의 지혜도 이를 따르면 좋으리라.
우리 가문은 2010년의 회상의 피란길 문집(통일과 번영을 염원하며), 2013년 아버지 30주기추모문집(화목하고 우애하라), 2014년 숙모 10주기 추모문집(어머니의 향기), 일 년 전 우리 곁을 떠난 행진 동생의 사후 문집(성실하고 행복한 삶) 등을 통하여 그때그때 가문의 화목과 우애를 확인하고 품격을 드높이는 좋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내실을 갖춘 열매들이 아닌가. 금년은 할아버지 돌아가신지 70년째, ‘덕으로 합쳐진 성대한 가문에서 출생한 공은 어릴 적부터 어질고 후덕함을 귀하게 여기고 고향의 동네에서 말과 행동이 구차하지 아니하고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여 번거로운 것을 제어하고 가난하고 불쌍한 친지를 도우는 데 더욱 힘썼다.(첨부한 효행명孝行銘 참조)’를 새기며 우리 모두 정직하고 자족하는 삶으로 나아가자.
첫댓글 아굴의 기도문에 걸맞는 주제네요. 정직하고 자족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