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관광의 명소인 정동진 행 관광버스에 오른 건 2006년이 거의 저물어 가는 기로인 12월 31일 밤 아홉시 반이었습니다.
난생처음으로 해돋이 구경을 가게 된 건 인터넷의 모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실시한 해돋이 이벤트에 덜컥 당첨이 된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전에서 서울까지 열차를 타고 올라가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 태평로에서 아들과 함께 관광버스에 오르기까지만 하더라도 소풍을 떠나는 아이처럼 맘이 동동거렸고, 다른 해돋이 관광객들의 마음과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설렘과 기대감은 오래지 않아 깨지고 부서지는 것도 모자라 짜증으로 범벅되는 스트레스의 극치로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심야의 영동고속도로에 접어들어 2007년으로 해가 바뀌는 역사적인 카운트다운을 버스 내의 라디오로 들을 때까지도 말입니다.
이윽고 해가 바뀌어 저희 일행 40여 명을 태운 관광버스는 2007넌 1월 1일 새벽 세 시에 해돋이의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소재 정동진(正東津)에 도착했습니다.
밖은 여전히 깜깜했으므로 두 시간을 버스 안에서 대충 눈을 더 붙이고 밖으로 나온 건 여전한 새벽 다섯시였습니다. 미리 예약했다는 식당에서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한술 떴습니다.
이어 걸어서 정동진역으로 갔습니다. 아직도 여명이 도착하기엔 일렀지만 우리처럼 해돋이를 보러 온 사람들로 인해 정동진역과 정동진 해수욕장 일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다지 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해돋이를 보고자 세 시간 이상을 그곳에서 가만히 있자니 몸은 점차로 추워졌고, 그래서 아들과 저는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 했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고생과 해돋이 구경 여망을 시기하듯 동해의 태양은 결국 구름에 숨어 수줍은 새색시처럼 얼굴조차도 내밀지 않는 심술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모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오전 8시 반이 넘자 정동진을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썰물처럼 빠져나가려는 인파들로 말미암아 정동진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태우고 왔던 관광버스는 질서 문란하게 주차한 차량들로 말미암아 거의 두 시간 이상을 옴짝달싹 못했습니다. 또 설상가상으로 그 주차장 인근에 겨우 하나만 비치해 둔 간이 화장실은 그로 인해 그야말로 난리법석이 났습니다.
급한 용변을 보기 위해 무려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인파의 모습에서 저는 다시금 '내가 이 정동진을 뭣 하러 왔던가!'라는 후회막급의 강에 빠졌습니다.
정동진을 겨우 빠져나와 다음 코스인 양떼목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 또한 무위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해돋이 인파에 이어 인근 스키장을 찾았다가 돌아가는 사람을 태운 차량의 폭주로 인해 사람이 걷는 것보다도 느린 차들의 지체로 말미암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도 부족하여 다음 코스의 스케줄 역시도 줄줄이 취소되었음은 물론입니다. 어찌어찌 겨우 영동고속도로에 진입했지만 차들의 엉거주춤은 여전했습니다.
아침을 먹은 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다섯시가 돼서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겨우 밥을 한 그릇 사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또한 난리통이었음은 물론입니다.
겨우겨우 서울에 도착하였지만 미리 예매해 두었던 서울역 발 대전역 도착의 열차는 이미 떠난 뒤였기에 그 차표를 무르고 다음 열차에 올랐습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리 부자는 파김치가 되어 푹 쓰러졌습니다. 그처럼 기진맥진하였지만 배가 고팠기에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라면에 김치를 얹어 먹으며 우리 부자는 서로 이심전심의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아들아, 어제 오늘 정말 고생 많았다!" "아닙니다. 아빠가 더 고생하셨지요!"
우리 부자는 그러면서 하나의 공감대를 금세 형성해 냈습니다. 그건 바로 앞으론 두 번 다시 그 '징그러운' 해돋이는 보러 가지 않겠다는 굳은 약조였습니다.
고단한 몸을 뉘이며 저는 다시금 이를 갈았습니다. '내가 다시 해돋이 관광 가면 성을 간다. " |
첫댓글 매일 해는 뜨고 지건만, 인간 세상이 정한 일력에 따라 새해 해라고 무엇이 다를까 참말로 뭐가 뭔지 모르겠네 하여튼 고생 많이하셨습니다.
goldriver님이 해돋이 행사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지도.. 시흥동에서 언제 또 대전으로 가셨나 했지요.. ㅋㅋ
전 아들이 없잖아요. 괜히 그러시네
저도 금년초에 당진의 왜목마을로 해돋이 갔는데 해도 못보고 고생만 많이 하고 왔지요..
저도 매년 해맞이를 갔었는데, 올해는 송년 설악 산행으로 대신 했습니다. 비록 어제와 같은 해라고 해도, 새롭고 경건한 마름으로 맞이 한다면 어제의 해 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 오지 않겠습니까? 해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러 갑니다.
북한산 대동문 해돋이 보러 갔는데 한마디로 인산인해.발디딜 틈도 없었습니다. 하산해서 먹은 해장국만 생각납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날은 피하는게 상책인것 같아요. 1월 10일 쯤 해돋이 보러 가면 대접받고 새해 해도 보고요. 근데 해장국은 정말 속 풀어 주었을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