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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하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청혼하는 그녀에게 즉시 그러자고 대답한 그. 그녀에게 생명의 환한 광채가 느껴졌단다. 그럴 수 있겠지, 겨우 18세였으니~~~. 새 순이 울라오는 듯한 기운이 그녀 주변에 넘쳤겠지. 그들은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내지 않고 44년을 같이 살았다.
함께 스키를 탄다, 활강 보다는 크로스 컨추리. 그들의 삶도 크로스 컨추리 스타일이다.
함께 이야기 한다. 뭐든,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함께 산책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함께 식사를 한다. 매일 매일.
함께 책을 본다. 잠들기 전 남편은
남편은 교수였다. 젊고 아름다운 여학생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고 그 중에는 죽기까지 그를 사랑한 여학생도 있었다.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녀를 떠나지도 않았고 그녀를 버리지도 않았다.
불이 환하게 켜진 큰 저택의 수 많은 방에 불이 하나 하나 꺼져 가다 마침내 저택이 어둠 속에 잠겨 버리는 것과 같은 병이라고 한다. 최근 기억 부터 사라진단다.
후라이팬을 냉동실에 넣는다거나, 와인을 와인이라 부르지 못하거나,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야 하는 걸 모르고, 극장 안에 불이 났을 때 어디에 전화 해야 하는지 생각나지 않고, 스키를 타고 나갔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결심한다.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요양원으로 들어가기로.
알츠하이머 전문요양원의 규칙은 처음 한 달 간 면회금지다. 한 달은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는 최소의 기간이란다. 부부는 결혼 후 처음으로 떨어져 지낸다.
한 달 후, 그녀는 남편을 감쪽같이 잊어 버렸다. 그 곳에서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제는 모든 것을 그 남자와 함께 한다.
함께 카드 게임을 하고, 함께 산책을 하고, 함께 이야기한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녀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그녀를 포기 하지 않고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녀를 떠나는 건 사랑에 빠진 그 남자다. 남자가 요양원을 떠나자 그녀는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절망에 빠져 점 점 병이 깊어 가는 그녀~~~. 기분전환을 해 주려고 20년간 살았던 집으로 데려와도 집으로 데려다 달라는 그녀를 멀리 멀리 보내주기로!
그녀의 사랑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 남자의 집으로 찾아가 그 남자의 부인에게 사정한다. 자기 아내가 사랑하는 그녀의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힘든 것 모두를 한다.
아내가 사랑에 빠진 남자를 아내에게 선물로 데려 온 남편.
꺼져 버린 그녀의 방에 잠깐 불이 들어 온 것일까? 그녀는 남편을 알아 본다. 남편이 읽어 준 오딘의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를 기억해 내고 남편에게 '당신은 나를 버릴 수도 있었는 데, 버릴 수도 있었는 데.. 그러지 않았다고.하며, 꼭 안아 준다.
멀리 떠나기 전 그녀는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일까? 남편에게 마지막 선물을 한 것일까?
이런 남편이라면 44년 아니라 100년이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아니라 남편은 천사였다 .. 너무 쉽게 헤어지고 너무 쉽게 잊혀지고 너무 쉽게 사라지는 요즘 사랑에 비하면 .!
숭고한 사랑으로 남을 수 있겠지. 현실에는 없고 영화에서나 있는 남자일까?
"진실은 그게 아닐까? 비록 우리 이렇게 멀리 고역의 땅으로 흘러와 후회할지라도
"아이들은 항상 손을 잡는다. 겁에 질렸을 때도." "연인들은 떠날 지 머물 지 결정하지 못한다."
"예술가와 의사는 번번히 돌아온다." "미친 사람만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의사들은 떠나면서 계속 걱정한다." "자신의 기술이 고통받고 버림받을 것을" "거인들과 요정들을 오랫동안 보아온 연인들은 자신들의 몸집은 그대로인 지 의심한다."
그리고 예술가는 조용히 기도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순수한 걸 찾게 해 주소서." "독특한 것이어야만 합니다." "이를테면, 역사의 모습을 깨닫게 해 주소서." "저의 의심과 방황이사라지도록." "오늘과 어제가 한 몸처럼 같도록." 오딘의 <아이슬란드에서 온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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