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수출 둔화·해외투자 확대, ESG·탄소중립이 수출 돌파구
환경기술 탄소감축·운영관리·실증사업으로 전환해야
해외시장 진출 국내 산업 성장으로 연결동맥 만들어야
세계 물산업에서는 하·폐수 처리 및 재이용, 누수 관리, 펌프·송풍기 에너지 효율화, 수질 원격감시,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AI) 기반 운영관리 기술 등이 유망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기술 동향은 2026년 미국에서 열린 WEFTEC 물산업전에서도 확인됐다.(사진-미국 WEFTEC 전시에 참여한 PPI아메리카와 전시회에 등장한 로봇)
한국 경제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해외투자 확대와 국내 생산성 저하 문제가 중장기 성장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산업 역시 이러한 경제구조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ESG 경영과 탄소중립 규제가 세계 시장의 새로운 무역질서로 자리 잡으면서 수처리·폐기물·대기오염 방지·에너지 효율·탄소감축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기술력만으로 해외시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2026년 1.8% 성장하고 수출 증가율은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는 1.6% 증가하고 건설투자는 전년의 큰 폭 감소에서 벗어나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의 관세 인상과 통상 불확실성은 수출기업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이는 2025년 11월 발표한 전망치로, KDI는 2026년 2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을 1.9%, 수출 증가율을 2.1%로 각각 조정했다.
반면 2026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도 7월 2026년 성장률 전망을 3.0%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반도체 수출 호조가 주요 배경이다.
이 같은 전망은 환경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전통적인 제조업 수출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경규제 대응, 탄소배출 저감, 자원순환, 물 재이용, 에너지 절감 등 세계 시장이 요구하는 문제 해결형 기술로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 ESG·탄소중립, 환경산업 수출의 새로운 시장질서
환경산업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오염방지 설비를 공급하는 데 머물 수 없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기관이 공급망의 환경성과와 탄소배출 정보를 요구하고, 각국의 환경규제가 제품 생산과 수출입 조건에 영향을 미치면서 환경기술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대표적인 사례다. EU는 2026년 1월부터 CBAM 확정기간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상 품목의 내재배출량 신고와 인증서 관련 의무를 시행하고 있다. 적용 대상에는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이 포함된다.
이는 국내 환경기업에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한다. 하나는 철강·시멘트 등 수출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공정 개선과 배출량 측정·관리 기술을 공급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설비의 성능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 감축량, 폐기물 저감 효과를 수치로 입증해 구매자의 투자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ESG도 단순한 기업 이미지 제고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작성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발주처가 환경성과와 공급망 정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정확하게 산출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납품과 사업 수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국내 환경기업은 제품의 성능 인증과 함께 전 과정 환경영향, 탄소배출량, 에너지 절감 효과 등을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물·폐기물·에너지 효율 기술, 해외 실증과 구매로 연결해야
국내 환경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물산업에서는 하·폐수 처리와 재이용, 누수 관리, 펌프·송풍기 에너지 효율화, 수질 원격감시, 디지털 트윈과 AI 기반 운영관리 기술이 유망하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과 홍수 위험이 커지고 산업단지와 반도체 생산시설의 안정적인 용수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수자원 관리와 물 재이용 기술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폐기물 분야에서는 재활용률을 높이는 선별 기술, 유기성 폐기물의 자원화, 폐플라스틱 재활용, 폐기물 처리 과정의 에너지 회수 기술이 주요 진출 분야다. 대기환경 분야에서는 고효율 집진·탈황·탈질 설비와 산업공정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오염물질 측정·분석 장비 등이 해외 산업시설의 환경규제 대응과 연결될 수 있다.
해외 발주처는 초기 설비 가격뿐 아니라 현지 운전조건에서의 성능, 유지관리 비용, 부품 공급, 기술지원 체계, 장기간 운영 실적을 함께 평가한다. 특히 공공 상하수도와 산업시설은 설비를 장기간 사용하는 만큼 현지 실증과 레퍼런스 확보가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의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도 부스 운영과 상담 실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지 유틸리티, 엔지니어링 기업, 설계사, 운영기관과의 사전 매칭을 확대하고, 시험 적용과 성능 검증을 거쳐 실제 구매와 후속 사업으로 연결하는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현지 대리점과 유지관리 파트너 확보, 국제 인증 및 규격 대응, 금융·보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 해외투자 확대, 국내 환경산업의 성장 기반 총점검 필요
해외투자 확대의 거시경제적 배경도 환경산업 정책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기업이 국내보다 높은 생산성과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로 자본을 이동시키면 개별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와 생산성 향상이 지체될 경우 경제 전체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할 수 있다.
환경산업도 해외시장 진출 자체를 국내 산업의 공동화로 볼 수는 없다. 현지 생산과 합작법인 설립은 수출 확대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다만 핵심 기술개발과 설계·제어 소프트웨어,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 전문인력 양성까지 해외로 이전되고 국내에는 저가 조립과 단순 공급만 남는다면 산업의 장기 경쟁력은 약화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국내에서 기술개발과 실증, 표준화, 사업화가 선순환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 환경기업이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실증시설을 활용하고, 검증된 기술이 공공조달과 민간투자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확보한 운영 데이터와 성능 검증 결과는 해외 발주처를 설득하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환경산업의 수출 지원은 기업별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하기보다 국내 고용과 기술 축적, 현지 사업 확대, 후속 계약, 온실가스 감축 및 환경 개선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 탄소중립 수출, 지원 규모보다 기술 경쟁력과 사업화가 관건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환은 국내 환경기업에 기회인 동시에 경쟁 심화라는 부담을 안기고 있다. 각국 기업이 탄소감축 설비와 자원순환 기술을 확보하려는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도 가격과 생산 규모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가격 경쟁력, 현지 실증, 금융 조달, 사후관리에서 뒤처지면 시장 선점이 어렵다.
정부의 정책도 전시회 참가와 홍보 중심에서 실증·인증·현지화·구매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에는 해외 규제와 발주 정보를 조기에 제공하고, 기술별로 목표 시장을 세분화해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 개선과 사업모델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공공기관과 환경 관련 전문기관은 현지 파트너 발굴, 공동 실증, 성능 검증 및 후속 계약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수출 실적의 양적 확대만을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실제 계약과 반복 구매, 현지 운영 실적, 국내 기술개발과 고용에 대한 기여를 함께 평가해야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환경산업의 해외 진출은 탄소중립과 ESG라는 국제적 흐름을 활용하는 동시에 국내 산업의 생산성과 기술 축적을 높이는 전략이어야 한다. 환경규제 강화가 단순한 비용 증가로 끝날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지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정부의 사업화 지원체계에 달려 있다.
수출 둔화와 해외투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국내 환경산업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환경설비를 파는 데서 나아가 탄소를 얼마나 줄이고, 에너지와 자원을 얼마나 절약하며, 운영 성과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를 판매하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ESG와 탄소중립 시대에 국내 환경산업의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국내 성장 기반도 지켜내는 길이다.
■ 환경산업 경쟁력 강화, 공공기관의 실증·현장 적용 역할 중요
환경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탄소정보와 환경성능 검증을 제품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탄소중립 설비는 환경규제 대응뿐 아니라 전력·연료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입증해야 하며, 해외 진출 성과도 전시 실적보다 실증·인증·현지 파트너십·실제 구매계약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환경산업은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대기오염 방지 등 공공 인프라 사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업의 신기술·혁신기술·우수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실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도입 전후의 처리 효율, 에너지 사용량, 운영비, 탄소감축량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검증된 기술의 현장 적용 실적을 축적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증과 현장 적용 실적은 국내 시장에서 기술의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발주처를 설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나아가 검증된 기술이 공공조달과 민간투자로 이어지고, 해외 실증과 구매계약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후속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환경산업의 경쟁력은 기술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장 검증과 사업화로 이어질 때 확보된다. 공공기관이 신기술의 실증 기반을 제공하고 현장 적용 실적을 축적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내 환경기업의 해외 진출과 산업 성장 기반을 함께 강화하는 출발점이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장계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