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놀라움, 영광... 작가들의 노력이 영감을 줬다」(1) / 10/11(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소설가 한강 씨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은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에 이어 두 번째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10일(현지 시간) 수상자로 한강 씨의 이름을 호명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생명의 연약함을 부각시키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라고 소개했다.
한강 씨는 유려한 글과 심오한 세계 인식으로 일찍부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그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은 작가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 근무하던 중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붉은 닻'(원제)이 입선해 소설가로서 첫발을 내디뎠고,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원제)을 출간했다.
2005년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사람은 2007년 발표한 『채식주의자』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한 주인공을 통해 우리 안의 폭력을 고발한 작품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이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씨와 함께 맨부커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4년 발표한 『소년이 온다』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한강 씨는 한 인터뷰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광주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의 모습을 엮은 사진집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은밀한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별을 고하지 않아』로 프랑스 메디시스상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부커상에 이은 또 한 번의 한국인 최초 타이틀이었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강 씨는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혀 왔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여성 작가가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중국 잔설들과 함께 주요 후보로 언급됐다. 노벨위원회는 10일 한강 씨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 인간 생명의 연약함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육체와 영혼, 산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해 독자적인 인식을 갖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인해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놀라움, 영광... 작가들의 노력이 영감을 줬다」(2) / 10/11(금) / 중앙일보 일본어판
◇ 한강씨 "매우 놀랍고 영광…작가들의 노력이 영감을 줬다"
노벨상 종신위원장인 매츠 말름 씨는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인간 생명의 연약함을 부각시킨 강렬한 시적 산문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강 씨는 말름 씨와의 전화통화에서 평소와 똑같이 지낸 뒤 마침 아들과 저녁식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는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작가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회 수여됐으며 수상자는 121명이다. 한강 씨는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 국적 작가가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억5725만엔)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학의학상물리학화학문학경제학 각 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한강 씨의 아버지는 소설 게체 파라게체 추사 등 소설로 널리 알려진 한국 문단의 거장 소설가 한승원(85) 씨. 한승원 씨와 한강 씨는 한국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이상문학상을 부녀 2대가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아버지 한승원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 한강은 전통사상에 바탕을 두고 최근 감각을 발산하고 있는 작가"라며 "어떤 때는 한강이 쓴 글을 보고 놀라고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승원 씨는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직후 지인들에게 (딸을) 꼭 껴안고 기쁨의 춤을 추고 싶다며 축복받은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 한동림 씨는 소설집 유령(원제) 등을 발표한 소설가이며 동생 한강인 씨도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을 쓰는 한편 만화도 그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강 씨는 1970년 11월 광주에 있는 선로 옆 셋집에서 태어났다.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 후 쓴 『문학적 자서전』에서 한강씨는 그녀를 잉태하던 어머니가 장티푸스에 걸려 약을 한 줌 먹으며 목숨을 걸고 낳았다며 "내게 생명이라고는 스스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한강 씨는 2016년 열린 한 문학회에서 자신에게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