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주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제 청주터미널에서 두 시 차를 타고 춘천으로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남아 잠시 게임방에 들렸습니다. 저는 게임에는 소질이 영 없는지라, 요즘 대세인, '한 번 빠지면 여친도 생각안난다는' 롤(리그 오브 레전드)도 아예 안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온라인 게임도 재밌기는 재밌어 보이지만 저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농구를 직접 혹은 중계로 보면서 응원하며 농구에 대해 배워가는 것이 몇 천배 재미있답니다^^
오늘 춘천으로 바로 가는 까닭은 춘천호반체육관에서 우리은행 대 KDB 생명 전을 직관하기 위해서입니다.(이미 다들 아셨겠지만...) 직관하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두서없더라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많은 지적과 편달 부탁드립니다^^
KDB 생명 - 티나 탐슨을 잘 '활용'하라!!
역사적으로, 전쟁에서 많이 이긴 명장들을 보면 그 사람들은 '용병술'에 크게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이사르, 나폴레옹, 이순신 장군 등 유명한 분들을 보면 뛰어난 용병술을 바탕으로 열세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적에게 승리를 거두는데 KDB 생명의 안세환 감독님도 이런 용병술을 염두에 두고 게임 운영을 하셨음 좋겠습니다.
농구에서의 '용병술'의 범주에 드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들어본다면 첫째, 코트 위에서 경기를 뛰는 다섯 명의 선수들이 '누군지' 정하는 것이고 둘째, 코트 위의 이 다섯 명의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현장에서 작전지시를 하는 것입니다.
KDB 생명에서 우리은행 전에 임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위에서 말씀드린 용병술의 종류 중 두 번째, 즉 코트 위의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입니다.
KDB 생명의 지난 신한은행전을 살펴보면, 4쿼터 티나 탐슨 선수(이하 티나 선수로 줄이겠습니다.)에 대한 활용에 있어 다소 미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4쿼터에 분명 코트 위에는 티나 선수가 있어야 했고, 있었습니다. 어느 감독님, 어느 팀이라도 이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처에서는 기량이 좋고 노련한 승부사가 필요한데, 티나 선수는 특히 이 승부사 역할에 강한 선수입니다.
간혹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을 줄 압니다. '그렇다고 승부처에서 티나 선수에게만 의존하면 선수들의 의존 심리만 키워주어 장기적으로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느냐.', 하지만, 여러 사람이 득점으로 승부를 내는 구기 종목에서 중요한 시기에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특출(特出)한 에이스 선수의 존재는 꼭 필요합니다. 중요한 시기에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과 평소 때와는 더욱 거칠고 타이트한 상대의 수비를 극복하고 득점을 하여 팀을 승리로 이끄는 에이스 말이죠.
신한은행전에서 4쿼터에 티나 선수가 외곽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기억을 합니다. 왜일까요? 3점을 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는 이럴 경우 어김없이 티나 선수에게 공이 갔고, 티나 선수는 이를 열에 여서일곱 정도는 성공시켜 우리은행의 다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KDB 생명의 지난 경기를 보면 이경은 선수는 인사이드의 신정자 선수에게 볼을 집중시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신정자 선수의 패싱 능력으로 티나 선수에게 더욱 좋은 킥 오프(KICK-OFF)를 할 것을 기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티나 선수에게 공이 갔어야 할 타이밍에 안 간 것은 사실입니다.
안세환 감독님의 결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작전타임 시간에 티나 선수에게 통역을 통하여 믿음을 주고, 다른 선수들에게 '"티나 봐줘."라는 지시를 해야 했었죠. 이번 경기 때는 안 감독님 지난번과 같이 티나 선수를 가만히 서 있는 역할을 맡기지 말길 바랍니다.
안 감독님, 티나 선수를 왜 바랬나요? 경기 때 코트 위에서 승부처에 어떤 역할을 맡기려고 티나 선수를 그렇게도 바라고 지명했나요? 승부처에서 티나 선수에 대한 올바른 '활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경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고, 경기 중에 이를 염두에 항상 두고 게임 운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은행 - 또치에게의 '특명', 파울관리!!
또치? 무슨 '아기공룡 둘리'인가? 여기서 의아해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것으로 압니다. 위성우 감독님이 작전 타임 시간에 애타게 찾는 또치 박혜진 선수 말이죠.^^
요즘 박혜진 선수의 모습을 사자성어로(무식한데 감히 문자를 씁니다;;) 일취월장(日就月將)입니다. 특히, 이번에 대표팀에 다녀온 뒤 공격에서의 안정감이 크게 늘어 임영희 선수와 더불어 우리은행의 '원-투 펀치'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3점슛 성공 최상위 랭크라는 단순한 기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헌데, 호반체육관에서 박혜진 선수의 플레이를 보는 위성우 감독님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이 분이 원래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카리스마적인 모습을 많이 보이시는 분입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위성우 감독님은 박혜진 선수에게 이제 '노련미'를 기대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되니까 표정이 어두워지시는 것입니다.
지난 하나외환 전에서 박혜진 선수는 경기 중반에 파울트러블에 걸립니다. 쓸데없는 파울을 두 개나 하였지요. 이를 본 위성우 감독님의 표정은 붉으락푸르락 그 자체였죠, 아마도 이렇게 소리치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야, 또치~!! 거기서 파울을 하면 어떠카나! 야 임마!"(위성우 감독님이 부산 분이셔서 사투리 억양이 짙으시죠.)
이는 무엇을 방증할까요? 박혜진 선수는 장시간, 아니 풀타임 동안(가비지 타임이 없다는 걸 전제로 해서) 코트에 꼭 있어야 하는 우리은행의 주요 공격수이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우리은행의 코트 위에서의 용병술을 보면, 1번(포인트가드)은 이승아 선수나 이번에 급성장한 이은혜 선수가 봅니다. 박혜진 선수가 1번을 보는 경우는 전술 상 드물죠. 디펜딩챔피언 팀에서 붙박이 주전 2번(슈팅가드)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혜진 선수 그만큼 득점력이 급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기에 그런 것입니다.
문제는 파울관리에 있어서의 노련미 부족입니다. 물론, 박혜진 선수 아직 어린 선수이고 이 선수에게 이미선 - 최윤아 선수만큼의 파울관리에서의 노련미를 기대하기는 사실 힘듭니다만, 박혜진 선수의 현재 급성장 그래프 선상에서 파울관리 능력도 이에 포함되어야 이 선수가 더욱 정상급 가드로 성장하는데 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연승의 주원인은 '강력접착제보다 더 끈적한 수비'입니다. 이에 박혜진 선수는 잘 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비 전술에 더욱 완성도를 기하기 위해서는 박혜진 선수의 파울관리가 더해져야 합니다. 왜? 박혜진 선수가 코트에 오래 있을수록 수비 전술에 있어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박혜진 선수, 투지도 좋지만 오늘은 파울관리에 신경을 써서 플레이 하기 바랄게요.
마치면서
KDB 생명은 2라운드 들어 안세환 감독님이 경기장에서 정상적인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는 KDB 생명에 있어 굉장히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 제 자리로 돌아왔으니, 그만큼 팀 사기도 많이 올랐을 것입니다.
이 기세를 몰아 현재 8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우리은행에 승리를 거둔다면, 이는 최소한 3연승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어느 운동 종목이든, 멘탈적인 부분, 즉 팀 전체의 정신적인 부분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승리하면 9연승입니다. 제가 요즘 걱정을 하는 부분이, 연승가도에 따르는 선수들의 부담감입니다. 하지만, 지난 경기까지 봤을 때 우리은행은 그런 것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이러한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면 우리은행은 주말 경기를 맞아 호반체육관을 가득 메울 춘천팬들을 더욱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