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벌써 10권
드디어, 아니 벌써 <한강> 마지막 10권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구나.
일주일에 주말마다 한 권씩 읽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10권은 9권에 연이어 읽어버렸다.
<한강>을 다 읽을 때 쯤이면 탄핵 인용도 마무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두어 주 지나 밀린 독서 편지를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탄핵 인용이 되지 않고 있구나.
도대체 헌재는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온 국민이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구나.
나라 꼴이 말이 아니로구나.
여기저기 산불이 나서 걱정인데,
아직 내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불과 1, 2년 사이에 이렇게 나라가 후퇴할 수도 있다니,
우리나라 시스템이 많이 불안정한 것 같구나.
조정래 님의 <한강> 속 우리나라보다
살기 좋아지고 경제도 발전하고 그랬지만,
어째 정치판 이야기를 할 때면 크게 변한 것이 없는지…
…
그럼 <한강> 10권의 이야기를 바로 해줄게.
…
10권의 이야기는 안경자의 산부인과 병원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단다.
한 여성 노동자가 중절 수술을 하러 왔어.
안경자는 속으로 분별없이 사랑을 나누어 임신을 하고서,
중절 수술하러 오는 그를 탓했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막힌 사연이 있었단다.
그 여자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관리들에게 잡힌 다음 강간을 당했다는 거야.
하지만 그 관리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없고,
그 여성 노동자는 임신을 하게 되어 중절 수술을 받으러 왔다는구나.
안경자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냐고 이야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는구나.
안경자는 돈이 없어 친구들이 십시일반 병원비를 마련해 주는 그 여자에게
무료로 치료와 수술을 해주었단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
….
또 다시 국회의원 선거철이 왔어.
탐욕주의자 강기수는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라고 생각했어.
다음에는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어.
다들 여당을 욕하면서 여론이 야당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어.
하지만 강기수는 여전히 안심하면서
언제나 그렇듯 돈을 쓰면 될 것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딸 강숙자가 알아본 밑바닥 민심은 최악이었어.
그제서야 딸의 조언대로 돈을 몇 배로 쓰고,
남천장학사 출신 법조인들을 모두 불러들여 선거 운동을 했어.
그렇게 해서야 간신히 당선되었단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곤은 낙선하고 말았단다.
…
1. 독재 시대
임채옥의 남편은 결국 죽고 말았어.
그리고 1년이 흐르고…
유일민은 임채옥에게 청혼을 했단다.
그들의 결혼을 반대할 식구들은 모두 이민을 가버리고,
임채옥은 그 청혼을 계속 기다렸을 거야.
풋풋한 20대 초반의 그들의 뜨거운 사랑이
이제서야 결실을 맺게 되었구나.
유일민이 10권에 와서야 행복을 찾게 되어 정말 다행이구나.
유일표는 몰래 노동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결국 꼬리가 잡혀 피신하기로 했단다.
동생 유선희가 소개해준 절간에 숨어 지내기로 했어.
유일표의 아내 서경혜는 다행히 큰 고초 당하지 않고 조사를 마쳤어.
임신한 여자를 심하게 다루지는 못하겠지.
유일표가 피신하고 임신한 서경혜가 혼자 지난다는 소식을 들은 이상재는
자신의 돈도 보내주고,
친구 허진에게 찾아가 유일표가 피신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어.
그 동안 자신이 섭섭하게 한 일이 있어서인지,
허진은 큰 돈을 보내주었단다.
유일표와 이상재의 또다른 친구 최주한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고 있었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르다 보니,
낯선 병들이 생기곤 해서 사우디 병이라고 불렀단다.
그 중에 가장 많이 걸리는 것이 요로 결석증이래.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 병이 걸리나 보다.
그런데 문태복이 그만 이 병에 걸리고 말았어.
이 병에 걸리면 치료를 위해서 한국에 와야 해서 강제 귀국 조치를 당했단다.
결국 문태복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와서도
목표로 했던 돈을 제대로 모이지 못하고 귀국하고 말았단다.
이것의 시작은 모두 베트남에서 벌인 도박 때문이었지.
박준서의 회사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을 했는데,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차별대우를 받는다는 이유로 폭동을 일으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출장을 가게 되었어.
친구이자 매제인 원병균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진보 성향의 해직 기자 출신인 원병균은 노동자의 편이었기 그곳에 가는 것을 여러 번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가게 되었단다.
원병균은 박준서에게 노동자들에 처벌을 최소화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단다.
….
천두만과 서동철의 도움으로
가게를 차릴 수 있었던 나복남..
가게는 안정적인 수입도 내고 있고, 결혼도 하게 되었단다.
손가락이 없는 것을 빼면 이제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어.
동생 나윤자도 뒤늦게 결혼을 했어.
그런데 유산을 네 번이나 하고 다시 임신을 했단다.
이번에는 정말 조심을 해서 출산을 앞두고 있었어.
예전에 같이 봉제공장에서 일하던 묘숙 언니의 소식을 듣게 되었어.
봉제공장에서 먼지 속에서 일한 후유증으로 폐암에 걸렸다는 거야.
나윤자는 묘숙 언니 병문안을 갔다 왔단다.
그런데 묘숙 언니만 봉제공장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것이 아니야.
나윤자도 체력이 급격하게 줄어줄었고,
출산하다가 그만 죽고 말았단다.
…
배상집은 독일에서 경험했던 내용을 신문에 연재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정부기관에서 그를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잡아가 고문을 했단다.
그가 신문에 쓴 글들이 문제가 된 거야.
독일 경험을 쓰면서 우리나라와 비교를 해서 쓴 것이지.
그들은 배상집에게 친정부 관련된 글들을 쓰면 풀어주겠다고 협박을 했단다.
두려움에 배상집을 그렇게 하겠다며 풀려났단다.
당시 독재 정권은 점점 악랄해지는 그런 시기였단다.
2. 독재가 가고 또 독재가 오고
국회의원에서 떨어진 한인곤은
오랜만에 집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친일문학론>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단다.
<친일문학론>은 친일파 문학인들을 비판하는 책이었단다.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그는 지은이 임종국을 찾아갔단다.
검색을 해보니 임종국이라는 분은 실존 인물이더구나.
그는 친일을 하더라도 깊게 반성하는 채만식의 경우는 좋게 보았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은 이광수 같은 경우는 매섭게 비판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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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그야 뭐 다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저런 잇속으로 서로가 다 얽혀 있는 관계니까요. 아 참, 딱 한 사람이 반성을 했군요. 소설가 채만식이라고, 제 책 때문에 해방이 되자마자 그 사람은 민족 앞에 죄지은 붓을 더 놀려 글을 쓰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했습니다. 그 사람의 친일은 이광수에 비해 몇백 분의 1도 안 되는데, 친일의 글을 쓴 것은 민족을 위해서였다고 파렴치하기 이를 데 없는 괴변을 늘어놓으며 끝끝내 반성을 하지 않았던 이광수하고는 좋은 대조가 되지요. 다른 문인들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고 온갖 비양심적이고 해괴망측한 변명들을 해대며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데는 이광수가 반성하지 않은 것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지요. 왜냐하면 이광수는 친일의 거두일 뿐만 아니라 문단의 최고 원로였으니까요. 이광수가 민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더라면 그 뒤에 선후배들이 어찌 감히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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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국으로부터 조언을 들은 한인곤도
자신의 회고록을 써보기로 했단다.
광복군 시절부터 해방 후 경험했던 일들을 회고하는 글이었어.
출판사는 임종국의 소개로 이상재가 운영하는 물결출판사에서 내리고 했단다.
…
유일표는 절에서 운영 스님이라는 분과 함께 생활했어.
위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님처럼 머리도 밀었단다.
그런데 그곳에서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어.
박정희가 죽었다는 거야.
그것도 총에 맞아서…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았던 독재 정권이 무너진 거야.
유일표는 그 소식을 듣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단다.
…
박통이 죽고 나서도 계엄 상황은 계속 이어졌단다.
그러다가 너희들도 들어봤을 12.12사태, 그러니까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단다.
박통이 죽고 민주국가 될 것을 많은 사람들이 희망하고 있었는데,
12.12 군사 쿠데타는 그 희망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어.
나라에서는 점점 심한 검열을 하기 시작했고,
대학생들 중심으로 한 데모는 점점 격렬해졌단다.
해가 바뀌고 봄이 다 지나가도록 사정이 좋아지지는 않았어.
5월에 들어서가 대학생들의 데모는 더욱 격렬해졌어.
그리고 뒤늦게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광주에서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어.
하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단다.
계엄하에 언론을 믿지 않는 것은 학습된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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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너 그 따위 소리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애저녁에 정치 때려치워라. 박통은 뭐 군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겠다는 혁명공약을 국민 앞에 내걸지 않아서 18년 동안이나 해먹다가 그렇게 비명횡사했냐? 정치란 거짓말을 참말처럼 하는 것 빼놓고는 뭐가 있냐? 그리고, 너 지금 이 나라 정치가 누구 손에서 놀아나고, 권력이 누구 손에 틀어잡혀 있는지 몰라서 그 따위 소리하는 게냐? 그리고 권력이라는 건 뭐냐? 애비가 아들도 죽이고, 아들이 애비도 죽이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걸 순순히 내봐? 어림 반품어치도 없는 소리하지도 말아라. 정치인들은 즈네들이 다시 권력 잡을 욕심으로 그 말을 믿고 싶고, 게엄이 빨리 해제되어 군인들의 꼴을 안 보기 바라겠지. 허나, 그건 십중팔구 잘못 짚은 몽상이야.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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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무서운 소문도 전해졌어.
원병균과 이상재는 그곳 소식이 궁금했지만 광주에는 들어갈 수 없었단다.
나라에서 막았어…
원병균과 이상재, 그리고 유일표는 광주 진입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광주로 향했단다.
소설은 그렇게 끝이 났단다.
….
조정래 대하소설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강>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약 20여 년간 격동의 시절을 소설로 그린 걸작이라고
짧은 평을 내리고 싶구나.
20년 동안 글을 쓰시다니 그 집념과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조정래 선생님은 요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책을 출간하신단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쓰고 싶은 글을 다 쓰셨으면 좋겠구나.
…
자, 그럼 오늘로 <한강> 전 10권의 이야기를 마칠게.
나중에 너희들도 커서 공부와 숙제로부터 좀 여유로워지면
조정래 님의 대하소설 3부작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럼, 이만.
PS,
책의 첫 문장: “환자가 아닌 사람은 밖에 나가 기다리세요.”
책의 끝 문장: 한강은 영겁의 세월을 담고 긴긴 흐름을 짓고 있었다.
책제목 : 한강 10 (제3부 불신시대)
지은이 : 조정래
펴낸곳 : 해냄
페이지 : 328 page
책무게 : 459 g
펴낸날 : 2002년 02월 15일
책정가 : 8,000원
읽은날 : 2025.03.02~2025.03.03
글쓴날 : 2025.03.2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