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월요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마르6,53-56)
-반영억 신부
은총을 담을 그릇을 준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특별히 육신의 치유를 받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옷자락 술이라도 만지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예수님께서 아무 말씀도, 행동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병을 고쳐 주시는 육신의 치유자로만 보지 않기를 바라신 것 같습니다. 당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시면서 분명 육신의 치유자 그 이상임을 드러내시기 위해 때로는 침묵하십니다.
그럼에도 그의 옷자락에 손을 댄 사람은 구원을 얻었습니다. 물론 손을 대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치유 사례를 보면, 나병환자를 치유하시고,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17,19). 하셨으며 백인대장의 하인을 치유할 때도 백인대장에게 “가거라. 네가 믿은 대로 될 것이다”(마태8,13). 하였고 바로 그 시간에 종이 나았습니다.
눈먼 두 사람을 치유할 때도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마태9,30) 말씀과 함께 눈이 열렸습니다. 가나안 여자의 딸을 치유할 때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15,28). 하셨고,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습니다.
하혈하는 여자에게도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루카8,49).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리코에 사는 눈먼 이에게도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18,42). 하고 이르시니 그가 즉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치유의 기적은 믿음의 갈망과 행동이 있는 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은총은 언제 어디서나 풍부해도 믿음의 그릇이 준비된 곳에서만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투신하지 않고, 헌신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은총이 스쳐 지나갈 뿐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열정이 솟아나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사도행전에 보면 치유의 능력을 지닌 베드로가 불구자를 고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자선을 청하는 환자를 고쳐 주었습니다.““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그러면서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그가 즉시 발과 발목이 튼튼해져서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사도3,6-8).
바오로가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앉은뱅이를 치료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는 앉은뱅이가 바오로의 설교를 듣고 있었는데 “그를 유심히 바라본 바오로가 그에게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알고, ‘두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하고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하였습니다(사도14,8-10).
예수님께서 베푸신 기적의 능력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며, 기적은 사도들에게도 또 우리 삶 안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내가 살아 있음이 기적이요, 하느님 안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면 이미 구원을 얻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언제나 풍요롭고 그 은총을 담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사실 지금 매 순간이 은총의 때입니다. ‘일기일회’입니다.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주심에 감사드리며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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