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식사후 해변가를 거닐던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지금 아내가 나한테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내가 젊었을 때 아내에게 했던 행동들-즉 내가 부지중에 아내에게 뿌려댄 씨앗들이 발아하고 성장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내와는 노회장목사의 중매로 서로를 전혀 알지못하는 상태에서 급작스런 결혼을 하다보니 예상치못했던 불협화음의 연속이었다. 더군다나 나로서는 몇년간 사귀고 결혼을 약속했던 자매와의 갑작스런 결별과 상황에 떠밀려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뤄진 결혼이었다. 그러한 만큼 치뤄야할 댓가도 가혹했고 내 입장에서는 아내에 대한 실망이 컷고 그 실망이 때로는 아내에 대한 분노가 되기도 했었다. 적어도 10여년 동안은 그러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기도중에 네 아내는 불쌍한 사람이다라는 성령의 인도함을 받은 후 아내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어떻든 사탄은 나로하여금 아내에 대한 감정을 묘하게 활용하여 나의 목회를 방해하고 훼방했었다는 사실을 아주 뒤늦게야 깨달았으니 그야말로 만시지탄이다. 어떻든 모든 것은 나의 부덕함으로 발생된 상황이니 끝까지 참으며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를 원한다.
예정에 없이 갑작스런 아내의 시니어일자리 폭염대피로 만들어진 휴식시간에 수요일부터 시작된 6박7일 피서의 마지막날이다. 아내는 바다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만 살다보니 바다 물놀이를 해본 경험이 전무한데 지난 7월 마지막주 5박6일과 이번의 6박7일 밧개해수욕장 피서로 원없이 물놀이를 즐길수 있었다고 기뻐한다. 나의 경우는 인천을 중심으로 큰댁과 외가가 위치하다보니 언제나 바다를 끼고 살았다. 중고등학교를 보낸 부산역시 유명한 바닷가지역이다. 그래서 바다와는 뗄래야 뗄수없는 생활을 했던 셈이다.
10여년 이상을 보낸 칭다오 역시 해양도시이지만 거기서는 별로 바닷물을 가까이한 경험이 없다. 이번에 야영지로 선택한 장소가 시원한 소나무그늘과 언덕배기에 위치해 매우 좋아보이는 장소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팬션에서 숙박하는 피서객들의 해수욕장 통행로 입구이다보니 아침 저녁으로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