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 – 10. 30 갤러리안토니오 (T.010-3414-7629, 의왕)
Antonio Squicciarini
안토니오 스퀴치아리니展
글 : 홍금남(갤러리안토니오 관장)
가족! 그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하고 따듯해지는가!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토니오는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안토니오는 핫한 관광지였던 리미니(Rimini)의 해안가를 돌며 초상화를 그려 팔았다. 친구들은 아직 엄마 품에서 앙탈을 부리며 젤라또를 찾을 때 안토니오는 뜨거운 모래 위에서 홀로 세상을 읽어나갔던 것이다. 땀은 적잖은 보상으로 돌아왔고 보람과 자부심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용기는 절박한 순간에 행운으로 변신한다.
안토니오는 형이상학파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대표 예술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를 만나고 싶었다.
때론 인내보다 배짱이 먹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 애송이인 열일곱 안토니오는 겁도 없이 자신의 템페라 그림을 들고 날마다 키리코의 빌라에 찾아갔다.
명성이 자라날수록 질투의 가시는 더욱 강하게 돋치는 법이다. 그러므로 성공한 많은 이들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고 거리두기를 한다. 그러나 문은 열릴 때까지 두드리는 것이다. 결국 젊은 청년을 안타깝게 여긴 집사의 도움으로 안토니오는 카페 그레코의 밀실에서 조르조 데 키리코를 만나게 된다.
여든일곱이 된 고령의 예술가는 오랜 파시스트적 고단함을 덧입은 과묵한 얼굴로 안토니오의 20여 점의 그림을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찬찬히 살폈다. 그리고는 아직 갈길이 먼 젊은 예술가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확실히 재능이 있네, 내가 칭찬했다고 만족하지 말고 계속 끊임없는 작업을 해야 하네. 이것이 비결이네”
스페인 계단 옆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은 미술관에는 2017년 8월까지도 그의 집사가 묵묵히 출입문을 지키고 있었으며, 46년이나 지난 젊은 청년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