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초반 햄치즈 입니다.
요새 괴담얘기도 자주 나오고 또 취미질로 바느질을 다시 시작하다보니 생각난 이야기가 있어서 풀어보아요.
지금은 11년도 더 넘게 지난 일인데 그 당시 저는 서울에 개봉동이라는 동네에서
엄마, 아빠 언니와 함께 살고있었어요.
언니는 연년생이지만 당시에는 똑부러진 성격으로 수학경시대회같은곳에 나가서 은상까지 받아올 정도로 똑똑하고 의젓했고,
엄마는 당시 대형병원 간호사였다가 여자가 남자보다 돈 많이벌면 재수없다던 친할머니의 고집으로 대형병원을 관두고 개봉동에서 압구정까지 개인병원으로 출퇴근하며거의 저희를 혼자키우다시피 하셨어요.
아빠는 솔직히 돼먹지 못한 인간이었다는 기억밖엔 없어요.
제 인생의 첫번째 기억은 3살때 아빠가 장난으로 바닷가에서 저의 튜브를 일부러 빼놓고 제가 빠져 허우적거리던걸 보며 웃는모습이었거든요.
나중에 엄마한테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는구나 하고 씁쓸하고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어쨌든, 술취할때마다 몇십년도 전에 군대에서 개를 때려서 기강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놀이공원 데려다준다며 당일되니 귀찮다 안간다하고
맨날 집에서 게임만하다가 바람까지 피는 폐기물이었어요.
물론 어린 저는 다 크고나서야 엄마아빠가 대판싸우고 이혼한 이유가 아빠의 바람끼 때문이었구나 라는것을 알았지만
바람끼 말고도 아빠와 이혼할 이유가 어린 언니와 저에게도 많이 보였기 때문에 저희는 이혼할 당시 어렸지만 쉽게 납득했어요.
그래도 엄마아빠가 밤늦게 싸울때엔 불안하고 아빠가 엄청나게 원망스러웠어요.
그러던 어느날 일이 터집니다.
주말에 온가족이 있을 때 아빠가 낮잠을 자려는데 아빠의 배게에서 10센치짜리 구부러진 대바늘이 나온거에요.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히 저에게 왔습니다.
당시 제가 바늘로 이불이나 배게를 뚫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씩 엄마의 감시 하에 갖고 놀기도 했고
그당시엔 몰랐지만 제가 선천적으로 ADHD를 가지고 있어서 엄청나게 사고를 쳤던 전적이 있거든요.
(물론 성인이 된 지금은 잘 치료하고 조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억울했습니다. 바늘을 갖고 놀긴 했어도 이걸로 잘못 뚫리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엄마의 말이 무서워서
매일 꺼내서 갖고 놀 때엔 바늘 하나 꺼내고 놀다가 꼭 집어넣는 식으로 했거든요.
인형 옷 만들어준다고 바느질하다가 잃어버려서 내가 가족 중 누군가를 죽일 까봐 덜덜 떨며 1시간 동안 바늘을 찾아 정리한 기억도 있습니다.
근데 온가족이 사고뭉치였던 저를 범인으로 몰아가며 억울함에 눈물을 쏙 뽑았지만 아무도 안 믿어줬기에 그냥 혼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방에 들어가 울면서 언니한테
그건 진짜 내가 한거 아니었어. 라고 했는데
알았으니까 다음엔 그러지 마 라고 했던게 기억에 선명해요 ㅋㅋ
그 후 많은 헤프닝이 있었지만 생략하고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며 언니랑 저는 엄마와 인천으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아빠는 언니한테는 연락이 안닿고, 저한테는 연락이 닿다가
제가 명절에 친가쪽 친척들 앞에서 당당하게 대학 안갔다고 말했더니 그 뒤로 연락이 끊겼어요.
졸렬하고 하찮죠 ㅎ
어쨌든, 얼마전에 취미로 고양이 배게를 만들어주다가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엄마와 언니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언니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고 엄마는 얼마나 억울했으면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냐 라고 하더라구요.
순간 두사람중 누가 넣어두고 내탓으로 돌린거 아니야?
싶었지만... 언니는 당시에도 지금도 저보다도 바늘이나 식칼같은것을 만지기 무서워하는 사람이고
엄마도 아무리 아빠가 밉지만 죽여서 깜빵가기보단 이혼하고 평생 안보겠다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집
밤에 잘때면 천장에서 뭔가 통, 통 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었고
옆에 빈집에서 벽을 쓸는? 긁는? 것같은 소리도 들렸었고
집에 혼자 있을 때엔 전기세 아끼라는 엄마의 말에 온집안 불 다끄고 욕실만 켜둔채 샤워하러들어갔다가 나오니
제가 들어가지 않았던 안방이나 우리방, 할머니방에 다락방까지 불이 켜져있던 적도 있어요.
엄마는 집이 오래돼서 이것저것 망가져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불도 지멋대로 켜지는거다 했는데
어리고 상상력히 풍부한 저는 귀신이 같이사나봐~ 하면서 집 옥상에 100원짜리 200원짜리 불량식품을 올려놓기도 했거든요.
귀신친구랑 같이먹는다고ㅎㅎ 아주 명랑하죠.
물론 바퀴벌레랑 개미가 꼬여서 혼나갖고 관뒀지만....ㅎ
저는 진짜진짜 아니어서 아직도 기억하고있고 억울한데
설마 그집에 사는 도깨비나 귀신이 아빠때문에 온가족이 고생하는걸 보고 해치워주려던게 아닐까요?
10센치정도 되는 대바늘이 당시에는 아빠의 두피쪽에 얇게 찔려서 괜찮았지만
목이나 귀 뒤에 동맥 지나가는곳에 찔리면 정말정말 큰일나잖아요.
글쓰면서 정리해보니 100원짜리 200원짜리 싼거준다고 저를 범인으로 몰아가도록 수작을 부린건가 싶고 ㅋ
아님 정말 과자값으로 청부업자가 돼준건가 싶고 ㅎ
어찌됐든 얼마전에 카톡 프사 바뀐걸 보니 아빠는 아직 살아있더라구요.
물론 정이 있어서 카톡에 남겨둔건 아니고, 돈모아서 변호사 선임해갖고 성씨바꾸고 못받은 저랑 언니의 양육비 소송 하기 위해 남겨둔 것입니다.
일하기 싫은김에 주저리주저리 쓰다가 이렇게 길게 써버렸네요 어쩐지 무섭다기보단 조금 훈훈한 느낌
그럼 마저 일하러 가기 위해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어쩐지 쓰고나니 그닥 흥미는 없었지만 끝까지 읽어준 햄치즈나 지경이 있다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