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금)*
▲11월에 진 마지막 잎새
◼다시 부르는 배호
◀마지막 잎새 ◾배호 ◾말로
◀누가 울어 ◾배호 ◾정동원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
◾정동하
◀황금의 눈 ◾배호 ◾김필
◀영시의 이별
◾임영웅
◉11월의 마지막
주말이 옵니다.
2022년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아침은 적당히 쌀쌀하고
낮은 적당히 포근한
늦가을입니다.
이달이 끝날 때까지
떠나는 가을을 아쉬워하며
겨울을 재촉하는 만추의 비가
몇 차례 다녀갈 모양입니다.
그렇게 이 가을이 끝나갑니다.
그리고 12월 초하루부터
매서운 겨울이 온다고 합니다.
◉잎들을 떨친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집 바로 맞은 편에 서 있는
자작나무의 노란 단풍잎들은
일주일 전부터 줄지어
떨어지더니 이제는 모든
나뭇잎을 다 떨쳐냈습니다.
나흘 전 13장 남았던 잎이
7장, 세 장으로 변하더니
어제 마지막 잎새마저
떨쳐버렸습니다.
◉앙상해진 가지가 황량해
보이기는 하지만
다가가서 살펴보면
별로 안쓰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내년에 다시 잎을 돋아나게 하고
꽃을 피울 잎눈과 꽃눈을
가지 곳곳에 포진시켜
이미 갈무리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달리
외롭지 않게 겨울을 보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래도 보는 사람은
떨어지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
마음이 짠해집니다.
동시에 만나보고 지나가야 할
노래와 가수가 생각납니다.
‘마지막 잎새’,
바로 11월에 떠나간 가수
배호입니다.
서른도 채우지 못하고
스물아홉 살에 ‘마지막 잎새’를
마지막 노래로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그렇게 일찍 떠나가면서
더 좋은 노래를 대중들에게
더 많이 들려주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그가 남긴 노래와
흔적이 꽃눈이 되고 잎눈이 돼
후배들이 새롭게 잎이 나게하고
꽃이 피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떠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지금까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신화적인 대중가수입니다.
◉1971년 배호가 떠나기
며칠 전에 부른
‘마지막 잎새’입니다.
박자 음정이 흐트러짐이 없이
정확합니다.
신장염에다 복막염까지 겹쳐서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인데도
이렇게 안정된 톤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입니다.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 가수라는 작곡가 박시춘의
말이 떠오릅니다.
배호의 생전 마지막 노래
‘마지막 잎새’입니다
https://youtu.be/cIV1pUBzJv8
◉배호와 함께한 음악인들은
배호가 떠난 뒤 훗날
비슷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가
포기했다고 합니다.
배호와 같은 음색과 실력과
기량을 갖춘 ‘히든싱어’는
없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숱한 후배가수들이
배호의 노래를 불렀지만
흉내 내기보다는
주로 자신의 스타일로
재창조해 부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재즈 가수 말로가 부르는
배호의 ‘마지막 잎새’입니다.
https://youtu.be/EUvF9rpxndA
◉배호는 60년 전인 1960년대
비교적 짧게 가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다 당시는 영상기술이
미흡해서 생방송으로 노래부르는
장면이 남아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 가운데 남아있는
귀한 영상입니다.
배호가 1966년에 발표한
‘누가 울어’입니다.
전우작사 나규호작곡의 이 노래는
배호를 당시에 인기가수로
만들어준 노래 가운데 하나입니다.
묵직한 저음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어우러진 노래를
1967년의 ‘국민위로 쇼’ 영상으로
만나봅니다.
K TV가 복원한 1분 남짓의
영상입니다.
https://youtu.be/ajAtcMPjUXo
◉나훈아, 백청강, 테이 등
많은 가수가 ‘누가 울어’를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했습니다.
여기서는 ‘미스터 트롯’에 출전했던
중학생 정동원의 노래로 듣습니다.
길러주던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마음을 담아 부릅니다.
https://youtu.be/nsu5o_hqvrM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은
배호의 삶을 상징하는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합니다.
역시 전우 작사 나규호 작곡의
1967년 작품입니다.
이 노래는 ‘불후의 명곡’의
최고 스타 정동하의 노래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Wl97n4hgNdM
◉1966 배호는 영화 주제가
‘황금의 눈’을 부릅니다.
부산에서 중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던 배호는
외삼촌 김광빈의 악단에서
드럼을 치면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김인배 악단에서
드럼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인연으로 배호는
김인배가 작곡한 영화 주제가
‘황금의 눈’을 부르게 됩니다.
‘막막한 이 한밤을
술에 타서 마시며
흘러간 세월 속에 헐벗고 간다’
인상적인 노랫말은 정성수가
썼습니다.
https://youtu.be/jM058zRPJqQ
◉김필의 외할아버지가
김인배입니다.
김인배는 나중에 KBS 관현악단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김필은 외할아버지가 작곡한
노래 ‘황금의 눈’를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습니다.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한
김필의 ‘황금의 눈’입니다.
https://youtu.be/ktOS_7p9lb8
◉10년도 채 안 되는 동안
가수로 활동하면서
배호는 20여개의 음반괴
2백여 곡의 노래를 남겼습니다.
트롯을 많이 부르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트롯 가수와 달랐습니다.
초기 외삼촌 아래서
음악을 시작할 때 스탠더드 팝과
재즈 등을 즐겨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스태더드 팝을 부르는
남자들의 중후한 저음에다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실어
배호표의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절정부에서 애절한 고음을
구사하는 방식은 다른 사람이
흉내 내기 어려운 창법입니다.
◉그렇게 배호 스타일로 부른
노래들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1981년 한 방송사 조사에서
배호는 좋아하는 가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떠난 지 30년이 넘는
2005년 조사에서도
열 명의 가수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삼각지와 경주 양주 인천 주문진
보령 정읍 등 여덟 곳에
배호의 노래비가 서 있습니다.
아마 가장 많은 노래비를 가진
가수로 생각 됩니다.
그래서 떠난 지 51년이 됐어도
여전히 대중 속에,
후배 가수들 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가 떠나던 1971년의 다른 노래
‘영시의 이별’을 마지막으로 듣습니다.
유명해지기 전 무명가수 시절의
임영웅의 커버 곡입니다.
https://youtu.be/56B6VgYsbp4
◉배호의 아버지는
대한 광복군 대위였습니다.
큰아버지 역시
대한 광복군 상사였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태어난 배호는
광복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외삼촌 덕분에 음악의 길을
갈 수 있어서 그의 천재적인
음악 재능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의 이른 타계(他界)가
애석하기는 하지만
세월이 가도 살아있는
그의 노래들을 보면서
여전히 살아있는 불세출의
그가 자랑스럽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성주 배씨
(星州 裵氏) 동성동본이라
더 그런지 모릅니다.
성주는 저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