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 같지 않아” 오송참사 분향소 추모 발길
[극한호우 피해]
“정부-지자체 책임떠넘기기 화 나
참사원인 규명-책임자 처벌해야”
20일 충북도청 신관 1층 민원실 앞 로비에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는 20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오전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2023.7.20.뉴시스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 남 일 같지 않아 마음이 너무 무겁네요.”
20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로비에 만들어진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합동분향소’를 가장 먼저 찾은 김동수 씨(50)는 헌화를 마치고 나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조문을 마친 뒤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 씨(51)는 “정부나 지자체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 화가 난다”고 했다. 20대 남성과 여성은 차마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밖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묵념으로 추모했다.
분향소에 내걸린 ‘궁평 지하차도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는 문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문을 위해 로비를 찾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고’ ‘사망자’가 아닌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향소에는 유족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한 유족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조문록에 ‘여기는 걱정 말고 좋은 곳 가서 행복해, 함께 잘 버텨볼게’라는 글을 남겼다. 참사로 어머니를 잃은 딸 이모 씨(48)는 절을 한 후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조문을 마친 이 씨는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는 자리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모 공간을 스스로 만든 시민들도 있었다. 길한샘 씨(30)는 “참사 지역을 매일 다닌다. 안타까운 마음에 지인들과 함께 오송역에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이 사고가 잊혀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이정훈 기자, 이상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