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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촉
(2)
비 때문인지 날씨가 비교적 시원한 편이었다. 여관치고는 이불이
깨끗하고 쾌적했다. 그러나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김진영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대전을 배경으로 영화를 촬영하며 유성의 이 여관에 머문지 이틀
째였다. 말이 여관이지 웬만한 호텔보다 못할 것도 없었다. 침대도
쿠션이 좋았고 욕실에는 온천수까지 나왔다.
영화촬영이 끝난 것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맑던 하늘이
구름으로 덮이는 바람에 필요한 조명을 얻을 수가 없어서 촬영을
미룬 것이었다. 게다가 바로 비까지 내려 야간촬영도 취소되었다.
모처럼 시간이 나자, 어떤 사람들은 그사이 집에 다녀오겠다고 대
전을 떠났고 또 몇 명의 남자들은 술을 마시러 어디론가 몰려갔다.
김진영을 비롯한 몇 명의 여자들도 숙소를 빠져나가 자동차를 타고
과학공원과 연구단지를 휭하니 한바퀴 돌았었다. 꼭 소풍이라도 나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별로 가볼 만한 곳도 없었고 몸도
피곤해서 그들은 일찍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저녁 식사를 마친 여자들은 여관 뒤쪽에 위치한 카페 '무랑르즈'
에 가서 간단히 술을 마셨다. 그들은 술을 더 먹자는 패와 그만 먹
자는 패로 나뉘어, 더 먹자는 패는 나이트클럽으로 가고 나머지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 때가 아홉 시쯤이었다.
김진영의 방은 3층의 오른쪽 맨 끝이었다. 앞쪽으로는 남자 영화
배우들이 쓰는 방이었고 옆으로는 모두가 여자배우들이 쓰는 방이
었다. 좀 전까지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제는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하지만 앞쪽의 남자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
고 있었다. 비가 오면 어차피 내일 오전도 영화 촬영은 못할 것임
으로 모처럼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자는 심사일 터였다.
진영은 작게 세 번 두드리는 노크소리에 잠을 깼다. 자신도 모르
게 막 잠이 들었던 것 같았다.
"누구에요?"
"화연이에요."
방송 경력으로서는 선배지만 조연급의 배우 이화연이었다. 다른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잠깐 기다려요."
이 밤중에 그녀가 왜 찾아왔는지는 모르지만 진영은 막 잠들려는
참이었던지라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닌데 대놓
고 불만을 표시할 수는 없었다.
거의 알몸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진영은 일부러 천천히 옷가지를
주워 걸쳤다. 그리고 상대가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무척 피곤한 표
정을 지으며 문으로 다가가 잠금장치를 풀었다.
"문 열렸어요. 들어와요. 무슨 일로..."
그러나 방문객은 아무 기척이 없었다.
"들어와요."
이상하게 생각한 진영이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괴한이 달려들며 흰 수건으로 그녀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그녀는 순간 숨이 탁 막혔다. 그녀는 발버둥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눈앞에 들이댄 침입자의
권총 총구가 커다란 터널보다도 더 크게 보였던 것이다.
괴한은 진영을 끌어안은 채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숨을 쉬기 위
해 클로르포름을 들이마신 진영은 곧 몸이 축 쳐졌다. 괴한은 진영
을 바닥에 그대로 누이고 문을 걸어 잠갔다. 방으로 들어온 괴한은
진영이 누워 있던 이불을 걷어서 침대 밑 한쪽으로 치웠다. 괴한은
진영을 방으로 안고 들어와 아기를 누이듯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괴한은 메고 있던 가방을 풀어놓은 뒤,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팔 없는 파란색의 티와 청바지를 벗어서 방
한쪽에 있는 옷걸이에 걸었다. 괴한은 여자였다. 그녀는 팬츠와 브
래지어도 마저 벗어서 옷걸이에 걸었다. 그러나 얇은 가죽장갑만은
벗지 않았다.
알몸이 된 괴한은 진영이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가 잠자는 것 같
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그리고는 진영의 옷을 하
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가운과 잠옷을 벗기자 바로 알몸이 드러났
다. 20대 초반의 탄력 있는 몸매였다.
괴한은 드디어 장갑을 벗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진영의 목에서
부터 아랫배까지 한번 쓰윽 훑었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
껴지는지, 음미하는 동작 역시 매우 부드러웠다. 괴한은 침대로 올
라가 진영의 배를 살짝 타고 앉아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광기
와 슬픔이 섞인 눈빛이었다. 괴한은 몇 분 동안 그렇게 있다가 천
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
가져온 가방에서 괴한은 두 개의 고무줄과 하나의 링거주사용 줄
을 꺼냈다. 링거줄에는 양쪽으로 주사바늘이 달려 있었다.
진영의 왼팔 위쪽에 고무줄을 묶은 괴한은 관절의 안쪽을 손바닥
으로 때려 동맥을 튀어나오게 해 찾은 뒤 링거줄 한쪽에 있는 주사
바늘을 그곳에 꽂았다. 그리고 왼손과 이빨을 써서 자신의 오른팔
에도 고무줄을 묶은 뒤 그녀는 침대 밑에 드러누웠다. 그녀가 링거
줄 가운데에 달린 조리개를 열자 진영의 팔로부터 피가 관을 타고
내려와 주사기 끝에서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피가 낭
비되지 않도록 조리개를 닫고 한쪽 바늘을 자신의 팔 정맥에 찔렀
다. 그리고 다시 조리개를 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괴한이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더 이상 피가 움
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도와 혈관의 압력 차이에
도 불구하고 그녀와 진영의 혈압이 비슷해진 모양이었다.
괴한은 링거줄에 있는 조리개를 닫은 뒤 진영의 몸에서 주사바늘
을 빼냈다. 장갑을 끼고 화장실로 간 그녀는 변기에 앉은 채 링거
줄의 조리개를 풀어서 자신의 피를 바닥에 흘려 보냈다. 머리에서
현기증이 생기자 그녀는 다시 침대로 돌아와 진영의 팔에 주사바늘
을 꽂고 침대 밑에 누웠다.
괴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수혈장치를 제거했을 때는 진영의
몸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진영의 심장
은 약하게나마 끊임없이 뛰고 있었다.
많은 피가 빠져나가 창백한 진영의 몸은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였다. 괴한은 다시 장갑을 벗고 진영의 몸을 손으로 쓰윽 쓰다듬
었다. 목에서 아랫배로, 아랫배에서 허벅지를 타고 발끝으로...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내 방이 어디야?"
술 취한 한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문손잡이를 돌리는지 철컥거리
는 소리가 났다. 그러자 괴한은 모든 동작을 그대로 멈추고 문 쪽
을 주시했다.
"어이, 자네 방은 이쪽이야."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고 나서 여러 개의 발자국 소리는 차츰
괴한이 노려보고 있는 방문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방해꾼들이 사라지자 그녀는 장갑을 낀 뒤 화장대의 서랍에서 신
지 않은 진영의 스타킹을 꺼냈다. 그녀는 그것으로 진영의 두 발목
을 꼭 묶었다.
진영을 화장실로 안고 온 괴한은 그녀를 욕조 위의 환풍구 창살
에 거꾸로 매달았다. 그녀를 어렵지 않게 들어올린 것을 보면 괴한
은 생긴 것 같지 않게 꽤나 힘이 센 여자 같았다.
모든 것이 욕조를 향해 출 늘어진 진영의 풍만한 육체를 쳐다보
던 괴한은 잠시 세면장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미리 준비해 온 날카로운 가위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장갑을 벗어
서 좌변기의 물탱크 위에 놓고 욕조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어서 그녀는 진영의 단발 머리채를 오른손으로 잡은 뒤 왼손에
들고 있던 가위를 5cm쯤 벌려서 서슴없이 그녀의 목에 푹 찔러 넣
었다. 순간 진영이 꿈틀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 한번의 약한 움직
임일 뿐이었다. 괴한이 목에 찌른 가위를 오므리자 심장의 펌프질
에 따라, 잘려진 진영의 왼쪽 총경동맥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붉은 액체는 진영의 하얀 볼과 검
은 머리카락을 타고 힘없이 흘러 욕조에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
다. 괴한은 진영의 머리채 밑에 세수대야를 놓고 피를 받았다. 피
가 용기의 바닥에 흥건히 고이자 그녀는 그것을 두 손으로 조심스
럽게 떠서 자신의 얼굴과 몸에 칠해 나갔다. 광란의 축제가 시작되
고 있었다. 온몸이 피로 붉게 물들고도 그녀는 계속해서 피 칠을
멈추지 않았다. 피의 사육제였다.
시간이 지나자 진영의 목에서 흐르던 피도 멈추고 악마의 동작도
멈췄다. 피로 목욕을 한 악마는 욕조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녀
의 몸을 둘러쌓고 있던 피가 굳으며 마른 논바닥처럼 금이 가고 딱
딱하게 변해 뚝뚝 떨어져 나갔다.
괴한은 욕조에 앉은 채 싸늘하게 변해 가고 있는 진영의 몸을 손
으로 다시 구석구석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는 오른손으
로 쥐고 있던 진영의 왼쪽 유방에 입을 대더니 아이스크림을 빨듯
이 혀로 몇 번 핥고 나서 한 입 가득 물고 흔들어 댔다. 그것은 큰
상처를 입어 항거할 수 없게 된 어린 영양의 가슴을 배고픈 사자가
물고 늘어지는 것 같은 자세였다. 괴한의 움직임에 따라 진영의 모
든 신체부위가 크게 출렁거렸다.
진영의 온몸 여기저기에 수 없이 많은 이빨자국을 낸 괴한은 그
녀를 환풍구 창살로부터 조심스럽게 내려서 타일 바닥에 뉘였다.
그리고 그녀는 세수대야에 있던 아직 마르지 않은 피를 찍어서 왼
손으로 거울에 글씨를 썼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나의 완벽한 세상을 위해!
글씨를 쓰고 난 괴한은 욕조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 놓고 몸에
묻은 피를 깨끗이 닦아 냈다. 자신의 몸이 깨끗이 닦이자 그녀는
진영의 몸에도 물을 뿌리고 비누칠을 했다.
거울의 글씨 이외에 모든 핏자국을 깨끗이 닦아 낸 괴한은 수건
으로 자신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닦은 뒤 변기 물탱크 위에 놓인 장
갑을 꼈다. 그리고 그녀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 살폈
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는 자신의 몸이 전보다도 더 아름다운 곡선
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피부는 탱탱하게 탄력을 유지했고
또 반들반들 빛이 났다.
"됐어! 이제 너의 몸에는 깨끗하고 순수한 여자의 피가 흐르는
거야."
괴한은 화장실을 나가다 바닥에 누워 있는 진영을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몸은 처참하게 변했지만 아직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괴한
은 다시 진영에게 돌아와 왼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러다
그녀는 진영이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던 실반지가 눈에 띄자 그것을
빼서 자신의 손가락에 끼었다. 맞춘 것처럼 딱 맞았다.
방으로 돌아 온 괴한은 공기총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사용했던 모
든 장비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옷걸이에서 팬츠와
브래지어를 내려서 착용하려다 시선을 진영의 옷 쪽으로 돌렸다.
진영의 옷은 그녀의 옷과 같은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괴한은 진영
의 팬츠와 브래지어를 내려서 착용하고 또 옷걸이에 걸려 있는 외
출복까지 입었다. 진영의 겉옷은 검은색 미니스커트와 팔 없는 흰
색 티, 그리고 청재킷이었다. 역시, 맞춘 것 같이 잘 어울렸다.
외출 준비가 되자 괴한은 화장대 위에 있던 공기총을 스커트의
뒤쪽에 찔러 넣었다. 재킷 때문에 공기총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스
커트의 허리가 몹시 조였다. 행동에 불편을 느낀 그녀는 허리춤의
공기총을 빼서 가방에 집어넣었다.
방 한쪽에 놓여 있던 종이가방에 자신이 입고 온 옷가지를 담은
괴한은 화장대로 다가갔다. 화장대 위에는 진영의 핸드백이 놓여
있었다. 괴한이 핸드백을 열자 10만원 정도의 현금과 10만원권 수
표 서너 장, 신용카드가 몇 개 들어 있었다. 괴한은 그것들을 꺼내
서 자신의 옷가방에 찔러 넣었다.
출입문 쪽으로 나가던 괴한은 윷가락처럼 엎어지고 흩어진 진영
의 신발을 집어서 신어 봤다. 그러나 신발만은 조금 작아서 그녀의
발에 맞지가 않았다.
이 시간에 밖에 사람이 있을 리도 없었지만, 아무도 없음을 몇
번이나 확인한 뒤 복도로 나온 괴한은 발소리를 죽이고 1층의 계단
까지 내려갔다. 현관 옆에 위치한 주인의 방 조그만 창문에서 아직
도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접수를 맡아보던 아주머니
도 자는지 인기척은 없었다. 눈치를 보던 괴한은 조심스럽게 출입
문으로 다가가 문을 밀었다. 잠기지 않은 문은 소리도 없이 열렸
다. 그러나 그녀가 출입문을 나서고 나서 문이 닫힐 때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닫히면 그 반동으로 모빌이 흔들
리며 소리가 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모빌 소리에 주인이 선잠을 깨고 몸을 일으켜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는 사람은 물론 개미새끼조차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고
있었다. 다만, 밤새도록 상영하던 비디오의 테이프가 다 돌아가 텔
레비전에서 낮은 잡음만이 일고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는데도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거리로 나온 여
자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멀리 불빛만 희미하게 보이는 한적한 주
택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 빌려 타고 온 자기용이 주차되어 있
었고, 또 그 차속에 써 보지도 않은 우산이 있었다.
여자가 얼마쯤 걸어갔을 때 뒤에서 자동차가 다가오다 서는 소리
가 났다.
"어이, 쭈욱 빠졌는데!"
스포츠카 안에는 술 취한 두 명의 젊은 사내와 한 명의 젊은 여
자가 타고 있었다.
"아가씨, 얼마야?"
물건값을 물어 보듯, 운전석 옆에 앉아 있던 덩치 좋은 사내가
굵은 목소리를 내뱉으며 차에서 내려, 뒷걸음치고 있는 여자의 팔
을 차안으로 잡아끌었다.
"왜 이러는 거예요? 놔요!"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허리춤을 손으로 만졌다. 그러나
공기총은 그녀가 멘 가방 안에 있었다.
"비싸게 굴지마, 이년아!"
여자가 거세게 저항을 하자 사내는 그녀의 허리를 껴안으려고 했
다. 그때였다. 축구공을 차듯, 여자가 느닷없이 사내의 사타구니를
걷어찼다.
"으윽- 이 개 같은 년이..."
방어할 틈도 없이 사타구니를 차인 덩치는 여자의 손을 놓고 그대
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차안에서 깔깔거리는 사내와 여자
의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이 쌍년아, 한강에 배 지나간다고 표시가 나냐, 기차터널에 기
차가 한번 더 지나간다고 터널이 무너지냐?"
쓰러졌던 사내가 일어나 도망친 여자를 뒤쫓아가려고 했을 때는
이미 그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씹팔! 갈보년 한번 안아 보려다 재수에 옴 붙었네."
욕을 해대며 차를 타려던 사내는 그 때서야 도망 간 여자가 떨어
트리고 간 종이가방을 발견했다. 그는 그것을 집어서 안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그는 옷가지 속에서 현금과 수표, 신용카드를 발견했
다.
"어- 이것 봐라."
"뭔데?"
차안에서 지켜보던 여자가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년이 그냥 가기에 미안했는지 술값을 놓고 갔는데..."
사내는 한 건 했다는 듯 가방을 집어든 채 싱글거리며 자동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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