읊조리듯, 속삭이듯. 아스라이 퍼지는 낭독에 재즈의 블루지한 느낌을 담는 그녀. 열일곱, 수행에 정진하던 비구니 소녀가 재즈 보컬리스트의 길을 걸은 지 14년! 일본의 재즈 마니아들에게 ‘웅사마’로 불리는 한국 여성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자신을 지탱해 준 소중한 글귀들을 안고 낭독 무대에 오른다.
# 늘 변화무쌍한 음악, 재즈. 그녀, 재즈의 매력을 읽.어.주.다. “록커였던 대학 시절, 친구가 준 테이프에서 흘러나왔던 빌리 헐리데이. 내 재즈 인생의 시작”
수묵담채화풍의 아스라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중저음 목소리로 가득 채워지는 첫 낭독 무대. 슬픈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 단박에 써 내려간 곡 <파란새벽>이 낭독과 노래로 얽히며 전해진다. 대학시절, 록커였던 그녀의 가슴을 멈추게 한 재즈뮤지션 빌리 헐리데이 음악과의 만남 후 ‘재즈’를 위한 시간들로만 하루를 가득 채웠던 웅산. 재즈 1세대 신관웅, 류복성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보컬리스트 길에 들어섰던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웅산의 눈이 열정적으로 빛난다.
# 출가 후 얻은 깨달음, 음악. 초심에서 벗어나, 흔들리며 괴로워할 때 만난 책. 법정스님의『무소유』 “나는 이때 온몸으로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 법정스님『무소유』중에서
이어지는 무대에서 들려준 법정스님의『무소유』. 초심에서 벗어난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던 때 일갈을 내려준 책이라고. 열일곱, 우연히 마주친 윤락업소 거리를 통해 삶의 무상함을 느끼고, 속세를 떠났던 소녀 시절 이야기가 이어진다. ‘웅산’이란 이름은 그때 받은 법명. ‘음악’으로 따뜻함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수행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백하는 웅산이 특별한 손님을 초대한다.
# 재즈와 해금, 동서고금을 넘어 슬픔을 위로하다. 해금연주자 꽃별 “비 오는 날 웅산 음반을 듣고 공연장에 찾아갔지요.”
재즈와 해금으로 일본을 사로잡은 두 사람. 웅산과 꽃별이 낭독무대에서 만난다. 웅산의 곡 <사랑이 널 놓아준다>의 슬픈 멜로디가 정점을 향하는 순간, 해금의 애잔한 선율이 울린다. 여중생 시절, 연습실 앞을 지나다 여인이 말을 건 듯한 음색에 발길을 멈췄다는 꽃별. 해금과의 첫 만남을 그려내던 꽃별은 웅산과의 첫 만남도 수줍게 웃으며 말한다. “제가 팬이었지요.” 이에 웅산은 “꽃별은 무대 몰입도가 굉장한 뮤지션!”이라 답한다. 일본을 열광시킨 열정적인 두 여자! 낭독무대에서 꽃별의 전통 산조 가락 위에 웅산의 자유로운 스캣이 실린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 화려한 모습 뒤 감춰진 여린 눈물... 내 삶의 영원한 치어리더, 어머니 어머니의 암 판정... 그 눈물 속에서 뼈아프게 읽어낸 詩.... “이 세상 모든 자식들에게 이 시를 읽게 하고 싶어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詩「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관객을 열광시키는 몸짓.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여린 감성이 세 번째 낭독을 통해 오롯이 전해진다. 심순덕 詩「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읽는 웅산.금세 목소리엔 그득 물기가 어린다. 올해 초 암 판정을 받으신 어머니... 행여 음악 하는 딸이 소음으로 미움 살까, 음식을 차려 이웃들에게 인사를 다니신 어머니를 입원시켜드리고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오랜 타국생활, 외로움과 씨름했던 꽃별도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을 떠올리며 함께 눈물을 나눈다.
# 국악계의 한류, 꽃별의 낭독! 히라노 게이치로『달』 웅산&꽃별, 함께 노래하는「거꾸로 가는 생의 즐거움」(김선우 詩) “정열은, 뜨겁게 녹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한 덩이 유리이다.” -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달』
일본에서 ‘웅사마’로 불리며 500회가 넘는 공연을 일궈낸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그녀의 ‘최고의 무대’는 일본의 작은 마을, 이장님 댁 마당에서 온 동네 사람들과 음악으로 하나 되었던 잔치 마당이다. 언어도 국경도 허물 수 있는 ‘음악의 힘’을 힘주어 말하는 웅산과 꽃별! 일본에 국악 한류를 일으킨 꽃별이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달』에 담긴 정열을 읽어주고, 뜨거운 열정으로 음악의 길을 함께 걷는 두 사람이 詩 「거꾸로 가는 생의 즐거움」을 들려주며 낭독무대 피날레를 장식한다.
진실함과 뜨거움으로! 감성을 충전시켜주는 재즈보컬리스트 웅산, 해금연주자 꽃별 편 <낭독의 발견>은 10월 13일(화) 밤 11시 30분 KBS1TV를 통해 방송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