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입학 시기에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아마도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1학년 친구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이음 교육의 일환으로 입학 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연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터라 학부모님들도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우리 아이가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지, 유치원과 달리 교과서로 시간표에 따라 의자에 잘 앉아 있을 수 있을지 등등 많은 염려와 걱정을 하곤 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둔 학부모님들은 간접적으로 새로 입학하는 초등학교에 대해 경험할 수 있도록 틈틈이 자녀와 함께 관련 책을 같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1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여러 일들을 만나는 책의 주인공들을 만나면 마치 현장에 내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 주인공도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의 1학년 친구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눈높이에서 내 자녀가 미리 초등학교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아이를 곁에 두고 읽어주며 대화를 나누면 참 좋겠습니다.
동화 작가 박선영 선생님이 쓰신 『가비와 달랑달랑 달랑구』를 추천합니다. 이름 때문에 친구에게 놀림을 받는 가비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 또한 또래 관계에서 스스로 이겨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지켜보는 것도 부모의 역할인 듯합니다. 가비는 가상의 친구이긴 하지만 토끼 인형 달랑구를 통해 나와 다른 친구들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을 스스로 인식하게 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친구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아마도 담임 선생님일 것입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1학년 친구들에게는 세상의 전부로 다가올 시기이죠. 그런데 가비는 담임 선생님이 자신만 야단친다고 오해를 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입습니다. 얼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학교 가기 싫어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속이 탈까요? 그럼에도 가비의 엄마는 지켜만 볼 뿐 속칭 '민원'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앞으로 넓은 세상을 살아가야 할 자신의 딸 가비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틈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렇게 마음 아픈 시기를 거치고 벚꽃이 피는 완연한 봄이 될 때 가비는 어느덧 마음이 성장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 한마디도 상처로 담지 않습니다. 친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게 성장합니다. 어른의 역할은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입니다.
저도 동화 작가 박선영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현장에서 27년째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약간 아쉬운 점은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고 조급한 행동을 드러내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교와 담임 선생님을 신뢰하지 않고 성급하게 개입하려는 모습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비와 달랑달랑 달랑구』를 통해 아이들이 온전히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어른들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구 소멸의 시대에 점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친구들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한 명 한 명이 참 소중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도 이 점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가비도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스스로 성장해 갔으니까요. 가비 곁에서 함께 말동무가 되어줄 '달랑구'가 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친구들과 학부모님을 위해 좋은 동화를 써 주신 박선영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