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블랙이글스팀의 에어쇼 중에 김소령이 산화하셨읍니다.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으신 님의
희생정신은 남은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자 `화두'입니다.
저는 길을 걸을 때 항공기가 지나가면
하늘을 올려다 보는 묘한 버릇이 있읍니다. 때론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쳐다보기도 합니다. `그 참 신기하다 어떻게 저리 날아가는지 쇳덩어리가..괜찮을까?..'
아이러니칼하게도 저는 공군 출신입니다 (제트기체정비병) 쫄병 35개월10일 중 기초
및 후반 교육기간을 뺀 기간동안
행가(정비와 격납장소)내 이층사무실에서에서 지겹도록,이명이 울리도록 보고
들은 항공기인데도 말입니다.
김소령이 조종한 항공기는 제가 일병 때 월남전에서 베트콩 총알맞아 기체에
구멍이 숭숭 뚫린채 분해되어 실려와서 대구에서 세계최고 기술의(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현역 및 군무원 정비사들의 노력으로 날게된 기종입니다.
T-37B 는 중등훈련기로 먼저 운용이 되어있었고 그보다 엔진추력이 더 크고
기체도 조금 더 큰 A-37B 기는 근접공격기로 월남전에서 활약이 컸었읍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거의 폐차 수준을 미국으로 부터 양도받은거지요.
딱 30년 되었군요. 조종석이 옆으로 복좌식이라 조종훈련시 교관과 나란히
앉게되는데 조종학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기종입니다.(T,A-37 시리즈)
왜냐하면 잘못하면 옆 교관의 체벌이 바로 전해지기 때문이죠.
뉴스화면에서 오열하는 가족과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스라한 기억속의,
현역시 기지강당에서 엄수된 몇 건의 비행사고 영결식이 떠올라 눈시울이
젖었읍니다. 비행사고는 너무나 참혹하여 시신조차 수습못하는 예가 허다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스트레스 많이받는 직업이 군용기든 민항기든 조종사일 것입니다.
늘 죽음과 이웃하는 조종사는 교통수단 중에서 `항공기 사고율이 가장 낮다'
라는 통계수치에 묻혀서 홀로 매일아침 가족도 모르게 죽음을 맞고 자리에 누우며 홀로
죽음을 잠시 보내는 고독한 직업입니다. 물론 저는 조종사 출신은 아닙니다.
3년 동안 그분들과 가장 가까이서, 또 시험비행조종사를 직접 모셨기 때문입니다.쫄병때는 비행화에 광을 내기도했고 고참때는 그 분의(중령) 13평 초라한
아파트 관사에 무시로 잡혀가(?) 밥과 술을 대접받으며 조종사의 애환을 직접
듣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조종사파업이 있었지요. 딴사람들이 뭐라하든 저는 그분들을 이해합니다.
엄청난 무게의 항공기는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읍니다.첨단과학도 해결못할
영원한 숙제가 있읍니다.바로, 떠있는것이 공기보다 무거운 무생물체이기때문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그분은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주셨읍니다. 눈치둔한 저는 말년에사 회식자리에서
실장님의 말씀을 들었읍니다. "김병장 자네 보면 내동생 생각이 나 그놈한테 늘
미안한마음가지고 살고 있지.너랑 기수가 같애" 아~ 그랬었구나 신병훈련때
한소대에 있었던 그친구가 실장님과 꼭 닮았더니... "그놈 공사에 합격한걸
보내지 않았어 얘기안해도 자네들이 우리생활을 알잖아.음~" 그자리의 십 수명의
장교와 부사관, 병들이 숙연해졌읍니다. "한집에 과부 둘 생기면 안되지. 그래서.."
1978.9.10 전역신고시 실장님은 제손을 굳게 잡으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씀하셨읍니다.
"김병장 잘살아 열심히 그러나 학처럼 살아야 해"
그분은 꼭 별이되실줄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무슨 이유인지 별을 달지 못하시고
1986년에 전역하셔서 대한항공 점보기기장이 되셨읍니다.
가장 우수한 조종사 중에서도 최고기량의 테스트파일럿(시험비행조종사-결함또는
고장수리 후 처음으로 비행하며 성능테스트를하므로 무척 위험한 비행을하는 조종사)
을 수행하여(이번 사고기종인 A-37B 도 포함) 공이 다대한데도 진급이 안되신걸 보면
그시절,지역차별의 희생자가 된 것 같습니다.
아~ 어느날 뉴스를 보다가 까무라칠뻔 했읍니다. 대한항공 화물점보기가 영국 스탠스테드
공항 이륙 직후 추락하였고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4명)의 가족들의 사고현장을 가기
위한 출국장면에서 모자를 썼지만 실장님의 동생이 분명한 그친구와 아~ 그렇게
자상하시던 사모님의 비통한 얼굴이 비치는게 아닙니까...1999년도 입니다.
호탕하시고 술잘드시고 육두문자도 곧잘 쓰시면서도 쫄병들한테는 맏형같이
잘해주시면서도 고독해보이던 그 분의 모습..
저더러 학처럼 살으라 하시던 그분이셨는데 동생의 공사 진학을 차단해서 늘
미안해하시던 그분이셨는데 말입니다.
쫄병 때 비행기유리(캐노피)로 전투기를 깍아서 그분께 선물할려다 접착부주의로
무위에 그치고 말은적이 있지요.
언젠가 아주 좋은 나무로 鶴을 깍을려고 합니다.그분의 무덤에 올리며 짐승처럼
울고 싶습니다. "굿모닝써 실장님 저는 학처럼 살지 못하고 참새처럼 살고 있읍니다
죄송합니다. 실장님은 학이 되셨을겁니다. 더 높이 더 멀리 평안히 훨~훨 나르소서"
-삼가 이 글을 고 박득규 기장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사족) ; 보도에 의하면 판사와 일반직원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도 아름다운
코-오퍼레이션관계는 항공기조종사와 정비사와의 관계일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모든 갈등관계의 사람들은 한번쯤은 자신의 아집으로
상대방을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할 수도 있음을 상기하게되면
그럴 수 없을 것입니다.평택이 시끄럽습니다. 이유야 어쨌던
서로가 상대방을 죽이고 있읍니다. 대기업이 시끄럽습니다.
탐욕에 젖은 늙은 총수들이 아주 단순한 명제를 망각하고
있기때문입니다. 그사람들께 `죽음'을 생각해 보시길 권장합니다.
군대갈 자녀가 있으신 분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기간이 다소 길고 자주 기나온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공군 입대를 권해 봅니다. 취업해서 바로 적용되는
조직과 기구의 마인드를 배울 수 있읍니다. 30년 전이었지만
전역과 졸업 후 취업했던 H그룹의 조직과 기구의 비효율성은
공군의 그것과 비교가 되었읍니다. 공군의 편제는 미국의
그것과 다름아니지만 그들이 최강국이 된 이유를 공군 복무를
통해 느낄 수 있읍니다.
이러는 저도 중 제머리 못깍는다고 큰넘한테 명령했는데도
해병대에 지원하여 가버렸읍니다. 팰 수도 없고...
첫댓글 따뜻한 추모의 글과 귀감이 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_^
목동이님도 안전작업하세요
뜻이 깊은글 잘봤습니다~~안전위기에 노출된 조정사분들께~경의를 표합니다^^
가슴뭉클한 글입니다......늘 조심해야겠지요.....물론 나 혼자 조심해서두 요즘은 안되지만....암튼 안전이 젤입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다보니 항공기 관련 사고 소식을 들으면 늘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여러분들 모두 늘 안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