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구조땐 구명조끼-로프 기본”… 안전수칙 어긴 해병대
[극한호우 피해]
수색 해병대원 급류 휩쓸려 사망
산림청 매뉴얼 “수심 무릎 이하로”
수색 경험 없는 장병 동원도 문제… 해병대측 “구명조끼 착용해야 했다”
경북 예천군 석관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1사단 소속 채수근 상병(20)의 순직을 두고 군 안팎에선 “해병대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 절차를 지키지 않아 자초한 일”이란 지적이 나온다. 해병대 측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게 맞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기본 안전수칙도 안 지켜
채 상병의 순직 전후 상황을 보면 해병대는 소방청이나 산림청 등 구조 당국에서 정한 안전 매뉴얼을 거의 지키지 않았다.
2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소방청의 수난사고 매뉴얼에 따르면 구조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은 사전에 반드시 장비 등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또 “잠수 등을 하기 전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대비하라”고 했다.
계곡 등 급류 지역에서 발생한 수난 사고 역시 안전 장비를 갖추고 구조에 나서는 게 기본이다. 산림청의 수난사고 구조 매뉴얼에 따르면 유속이 빠른 곳을 불가피하게 건널 때는 수심이 무릎 이하인 곳으로만 통과하도록 했다. 또 수심이 더 깊은 곳의 경우 안전을 위해 “줄(로프)을 몸에 묶고 구조에 임하라”고 했다.
반면 채 상병을 포함해 당시 현장에 투입된 해병대원 30여 명은 구명조끼도 없이 가슴 높이까지 일체형으로 제작된 멜빵장화를 입고 일렬로 선 채 강 바닥을 수색했다. 로프나 튜브처럼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모래 하천 바닥이 갑자기 무너졌고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내려간 채 상병은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구조대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구조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구조대의 제1 원칙”이라며 “수난 구조의 경우 구명조끼 착용은 당연하고 갑자기 물살이 세질 때를 대비해 안전로프까지 묶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 중이고, 안전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역 수색 시 안전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재난현장조치 매뉴얼이 있다. 내용 공개 여부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 수색 경험 없는 장병까지 ‘묻지 마 동원’
20일 오전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교 아래 해병대신속기동부대 숙영지에서 부사관들이 실종자 수색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2023.7.20./뉴스1
군 안팎에선 전문성과 경험 등을 고려하지 않고 군 장병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채 상병은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으로 해양 수색과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었다. 반면 경찰은 예천군 일대 실종자 수색을 할 때 사전에 구조와 수색 훈련을 마친 특공대원들만 선별해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하천 수색 시엔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경우 실종자 수색 등에 군을 투입할 순 있지만 구조에 특화되지 않은 ‘지원 인력’인 경우 강화된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은 구조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지만 대민 지원을 하는 군과 경찰은 그렇지 않다”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안전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도 경북 예천 등 44개 시군에 장병 1만200여 명과 장비 640여 대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 등을 지원했다. 다만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1사단은 제외됐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수색 및 구조활동 시 반드시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안전 장비를 착용하라는 등의 지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