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휴게소에서
글 / 서문곤
형!
빗방울 간간이 떨어지는 치악산 고개 넘어 휴게소에서 먹구름 사이로 햇빛을 보니
문뜩 형 생각이 납니다.
인천을 떠나 인연 한 점 없는 곳
팔봉산을 병풍 삼아 하얀 집 지어 놓고 홍천강 바라보며 사는 곳이 여기서 멀지 않은데
한 걸음에 달려가지 못하고 구름만 바라봅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가 토종닭 삶아 놓고 시원한 밤 평상에서
쌓인 회포 풀다가 밤늦어지면 홍천강에서 전등 켜들고 고기를 잡던 때가 어제 같은 데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형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오늘 같이 가까이 있으면서 지나가는 길이라 찾아뵙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구름에 실어
팔봉산 자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형!
아직도 무공해로 농작을 하는지요?
지난 번 초보 농사꾼 작품으로 병들어 빨갛게 마르고 비틀어진 고추를 따서 먹다가 한바탕 웃었던 기억
들깻잎 심은 곳에서 풀밭에 숨은 깻잎 따느라 풀독 올라 고생 했던 기억
모두가 무공해로 작물을 키우고 싶었던 초보 농사꾼 낭만적인 생각이 주었던 기억이지요.
작년 이맘때 농사 지어 보내주신 옥수수 한 자루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형 농사 솜씨를 절대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강원도 땅과 기후에 잘 자라는 옥수수는 농약을 뿌리지 않아도 병들지 않고 자라는지
형 솜씨로도 잘 키우는 것을 보면 나도 충분히 해 낼 것 같습니다.
아닌가요?
아직도 무공해로 작물을 키운다면
대충 여물어진 모양으로도 만족하고 맛있게 먹겠지만
알 품다가 담장을 날아 넘나들던 순수 토종 닭 삶은 맛은 잊을 수 없습니다.
형!
바쁜 것 없어도 올 여름 휴가를 아직 못 다녀왔습니다.
지금 일 대충 마무리 되면 기별 먼저 드리고 친구들과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
보고 싶은 형과 함께
빗물이 씻어 놓은 홍천강 자갈마당에서 밤이슬에 불 지펴 놓고
내 삶에서 잊어버려도, 찢어버려도 좋을 응어리를 한 점 한 점 얹어 술 취하고 싶습니다.
치악산 휴게소 주차장 비탈엔 모처럼 물기 맞은 꽃들이
치악산 정상에 걸터앉은 구름 낀 하늘 보면서 곧 떠날 사람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형처럼.....
이번 주말 지방 나들이 한 번 더 하면 목표로 하던 일 무난히 성사될 것 입니다.
마무리되면 찾아뵙겠습니다.
옛 기분으로 형과 휴가를 즐기고 싶어서......
형!
형!
첫댓글 시골에서 키운 옥수수가 먹고 싶네요,,,형님과의 사이가 넘 좋아보이십니다,,,^^^
형님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잔잔하게 글전체를 휘감아 영상으로 다가옵니다 ~ 고으신 마음에 축복이 있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