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조선남성 심사는 이상 하외다. 자기는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처에게나 일반여성에겐 정조를 요구하고 또 남의 정조를 빼앗으려 합니다. 서양이나 동경사람쯤 되더라도 내가 정조관념이 없으면 남의 정조관념 없는 것도 이해하고 존경합니다. 남에게 정조를 유린하는 이상 그 정조를 고수(愛好)하도록 애호해 주는 것도 보통 인정이 아닌가, 자기가 직접 쾌락을 맛보면서 간접으로 말살시키고 저작 시키는 일이 불 소하외다, 이 어이한 미개명의 부도덕이요.
조선남성들 보시오. 조선의 남성이란 인간들은 참으로 이상하오. 잘나건 못나건 간에 그네들은 적실, 후실에 몇 집 살림을 하면서도 여성에게는 정조를 요구하고 있구려, 하지만 여자도 사람이외다! 한순간 분출하는 감정에 흩뜨려지기도 하고 실수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외다. 남편의 아내가 되기 전에, 내 자식의 어미이기이전에 첫째로 나는 사람인 것이오. 내가 만일 당신네 같은 남성 이였다면 오히려 호탕한 성품으로 여겨졌을 거외다.
조선의 남성들아, 그대들은 인형을 원하는가, 늙지도 않고 화내지도 않고 당신들이 원할 때 만 안아주어도 항상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인형 말이오! 나는 그대들의 노리개를 거부하오, 내 몸이 불꽃으로 타올라 한줌재가 될지언정 언젠가 먼 훗날 나의 피와 외침이 이 땅에뿌려져 우리후손 여성들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면서 내이름을 기억할 것이리라, 그러니 소녀들이여 깨어나 내 뒤를 따라오라 일어나 힘을 발하라.
-나혜석 <이혼고백서>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무것도 아니오 오직 취미다. 조선 남성은 정조관념이 없으면서 여자에게 정조를 요구합니다.
탐험하는 자가 없으면 그 길은 영원히 못 갈 것이오. 우리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면 우리가 비난을 받지 아니하면 우리의 역사를 무엇으로 꾸미잔 말이오. 다행히 우리 조선 여자 중에 누구라도 가치 있는 욕을 먹는 자 있다 하면 우리는 안심이오.
나혜석 - 파리풍경
내가 그림을 잘 그리든지 사생여행을 하든지 하면 다 나를 칭찬해 주지 안코 남편이 얼마나 관대해서 그러냐고 하니 안그럿소.
사랑을 표어로 결혼해서 자식나코 버러 먹이너라고 남편의 비위 맛치기에 애써 얽매여 살다가 죽는 것 아니요. 이거시 소위 평범이지요.
남자는 넘우 자긔 일신밧게 모르는 극도의 리긔적이엿고 녀자는 넘우 다른 사람만 위하야 사는 극도의 희생적이엿다.
욕 말이오? 그 계집이 활발하다, 그 녀자 말도 만타, 건방지기도 하다, 남자와 교제가 만타…… 이 욕 말이오? 칭찬 말이오? 그 색시 안존하다, 얌전하다, 말이 업다,공손하다, 남자를 보면 잘 피한다…… 이 칭찬 말이오?
하여간 남성 중심으로 된 사회제도를 저주 아니 할 수 업서.
나혜석 - 수원 서호
남편의 밥보다 자긔 밥을 먹으면 더 맏있지
남자들의 변명이 이는 녀자의 과실이라 할는지 모른다. 그러타. 이는 꼭 녀자 자신이 자긔를 잇고 살아온 까닭이오 그 녀자들이 또 여전히 딸은 천히 기르고 아들은 귀이 길너 저만 잘난 줄 알게 교양해 온 까닭입니다.
근래 조선 사회에서 사람을 비평하는, 더구나 녀자 즉 녀학생을 비평하는 표준이 극히 단순하고 극히 애매하고 극히 유치합니다. 그의 학식 성품 사업을 불문하고 의복으로 그의 인격 전부를 정해 버립니다.
사남매 아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 자이엿더니라. 후일 외교관이 되여 파리 오거든 네 에미에 묘를 차자 꼿 한송이 꼬저다오.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나혜석 - 경희
나혜석 - 스페인 항구
인형의 가(歌) 나혜석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 기뻐하듯 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 남편의 아내 인형으로 그들을 기쁘게 하는 위안물 되도다
노라를 놓아라 최후로 순수하게 엄밀이 막아논 장벽에서 경고히 닫혔던 문을 열고 노라를 놓아주게
남편과 자식들에게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랑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