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10분. 길게 늘어선 억새능선에 다다르며 오른편 언덕에는
KBS 송신탑이 높다랗게 서있다. <한국억새명산7선>에 무등산이 빠져
있는 것이 잘못된 것 같다. 500여m나 되는 너덜지대가 긴 능선을 타고
이어져 중머리재(중봉)에 이르고 억새 보호를 위하여 하얀 밧줄로 출입
금지 경계를 삼은 것은 백번 좋은 일이나 등산객을 위한 계단의 흙은 다
쓸려 내려가 빈 사과궤짝 같이 텅빈 계단을 오르는 것이 여간 위험하지가
않다. 결국 밧줄을 넘어 억새능선을 타고 오르게 되었으니 전남도와 광주
시가 서로의 책임을 미룬 듯, 도립공원의 관리는 제로점이다.
10시 20분. 드디어 우리는 해발 900m의 중봉 정상에 선다. 북동쪽
서석대 방향을 오르는 산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두손을 입에
대고 야호! 하고 불러보나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 올 뿐 회답의 소리가
없다. 광주시가 운해사이 발밑으로 멀리 내려다 보이고, 먼 남쪽 운해를
비집고 월출산의 주봉이 저 혼자 솟구쳐 있다. 任회장과 全총장 두대의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포즈를 취하며 중봉 억새 숲에서 사진촬영이
한창이다.
후에 들은 이야기로 田대장의 선발조도 2대로 나뉘어 일부는 입석대
에서 잔류하고 일부는 서석대까지 나누어 올랐다고 한다. 무등산 도립
공원의 넓이가 30.23km*라고 하니 그만큼 무등산은 넓기도 하다.
오전 10시 30분.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일행은 편안한 발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2시간이 경과 되었다. 평탄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중간쯤 내려오니 많은 등산객이 무리지어 올라오기 시작한다. 휴일
무등산 산행을 즐기는 광주 시민들이다. 도심 한편에 1천m 높이에
좋은 산을 가진 광주시민들이 부럽기만 하다. 대구의 팔공산 1.192.3m
부산의 금정산 801.5m임에 반하여 인천의 문학산은 213m에 불과하니
한편 부끄러움이 앞서나 그래도 우리 화요 산우들은 즐겨 찾는다.
그래서 월 1회는 수도권 주변의 높은 산을 찾게 된다.
오전 11시 50분. 주차장 인근 출발점에 도착한다. 산행에 소요된
시간은 3시간 20분. 무등산 <동원산장>에 둘러앉아 도토리묵과 동
동주로 산행에 피로를 풀고 뒷풀이 여담을 나누는 사이 선발조들도
하산한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들이 꽉 메우고 있다.
커다란 병풍이 둘려처 있는 장엄한 선들바위의 서석대와 우뚝솟은
석주들이 3-4개가 얺쳐저 아슬아슬하면서도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갖춘 입석대 그리고 중봉에서 장불재 사이에 걸친 억새 능선에서의
무등산 산행을 모두 마치고 일행은 두암동 고속도로 진입로를 비껴
다시 도청 인근 먹자골목을 찾는다.
114를 통해 찾은 유명 한정식은 3-4만5천원. 점심으로 때우기에
너무나 호사스럽다. 정식 백반집을 찾았으나 오늘이 마침 휴일인
관계로 찾지를 못해 중도포기하고 <예가>의 추어탕으로 오찬을 대신
하고 귀경을 서두른다. 시간은 오후 2시 20분. 이렇게 해서 남도의
강천산과 무등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산우들은 호남고속도로에 올라
차창 등받이에 피곤한 몸을 누이고 평안한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좋은 글이 있어 올려 드리며 산행기를 마치려 한다.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에
나이가 들어간다.
뒤 돌아 보면 아쉬움만 남고
앞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인생을 알만하고
인생을 느낄만 하고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만 하니
이마에 주름이 깊게 새겨저 있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자이크한 듯한 삶
어떻게 맞추나 걱정하다 세월만 보내고
완성 되어가는 맛 느낄만 하니
세월은 너무도 빠르게 흐른다
일찍 철이 들었더라면
일찍 깨달았더라면
좀더 성숙한 삶을 살았을 터인데
아쉽고 안타깝지만
남은 세월이 있기에
아직은 맞추어야 할 삶이란 모자이크를
마지막 까지 멋지게 완성시켜야겠다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이지만
살아 있슴으로 얼마나 행복한가를
더욱 더 가슴 깊이 느끼며 살아야 하겠다"
자 그러면 친구들! 다음 만날 때까지 모두 모두 안녕히......
첫댓글 지산의 인생을 보는 마음이 이러하니 그러한 글이 나오는가싶다.억새능선에서의 추억을 간직하시고,더욱활기찬 발걸음으로 산하를 누비시기를 바랍니다.
즐기며 오른 등산 (여행) 귀경후 잊어버렸으나 지산의 기행문으로 영원히 간직 하겠읍니다.
다시가고싶은 강천산.무등산 그리고 싸우나탕에서 개운한맛과 시원한 맥주맛---
기원형! 먼 이국에서 정성스럽게 올려준 답글 감사합니다. 기원형이 있기에 산행기를 쓰는 지산의 마음은 기쁘기만 합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만날때 까지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