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相思花) / 박얼서
불쑥 호숫가에서 만난 님
COVID-19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신 님
팬데믹을 뚫고
달려오신 님
바다 건너 머나먼 길
한달음에
달려오신 님
불타오르는 그리움, 님의 눈빛
바닥난 그리움, 나의 세월.
도솔산 장사송(長沙松) / 박얼서
순식간에 운해에 갇혀버린 천마봉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은 용문굴
숨 가쁜 일출부터 석양녘 아쉬움까지
세월지기로 서서 지켜보는 낙조대
장사송(長沙松)이야말로 눈앞의 명상이로다
청청한 단심으로 하늘과 늘 소통하며
육백년이라는 큰 세월로 우뚝 선 거목
돌올한 위풍이요, 청빈한 의관이다
누군가 내게 말하려는 것들
눈꺼풀 내려놓고 면벽에 심안을 활짝 열어도
예리한 촉수로 어둠을 더듬어도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소리 뿐
숲속이라도 사막 같은
내가 나에게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하는
침묵만이 발길과 동행하는
길도 없는 길을 걷는다
제아무리 위대한 설법을 앞세워도
하찮은 곤충의 날갯짓 하나
풀잎 사이로 나부끼는 침묵 한 점
이를 막아서지 못함은
매일매일 해가 뜨고 저무는 진리, 그것은
말씀이 아닌 묵언이었다
천태만상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다들 그냥 내버려둘 일이다
아슬아슬한 천년바위, 허리가 굽어 생불이 된
저 늙은 노거수의 불편함도
저대로 그냥 내버려둘 일이다
그럴듯한 이유나 논리 같은
세상살이에 맞춤된 소음들 쯤이야
어차피 존재의 메아리다
청설모가 보내는 경계심의 침묵
마른 잎 바스락거리는 발길의 침묵도
가만히 그냥 내버려둘 일이다
종일토록 도솔산과 눈과 귀를 마주했어도
장사송(長沙松)과 나눈 눈빛의 대화
쟁쟁한 침묵만 남은 하루였다.
추억이란 / 박얼서
그건 곧 생채기였다
기억의 상처였다.
카페 게시글
사진예술
선운사 꽃무릇과 도솔산에서 - 2022년 9월 19일(월)
한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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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11
22.09.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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