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와 연구기관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반대로 전기자동차 관련 회사들은 요즘 투자가들로 붐비고 있다. 주택, 주가 하락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전기자동차 관련 회사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나도 최근 투자은행에서 이전과 다른 대접(?)을 받는 것도 모두 이러한 상황 변화 때문이다. 이러한 좋은 분위기에도 전기차 업계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외적으로 홍보된 것과 달리 자체 기술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전기자동차 업체가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전기스포츠카 업체인 테슬라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슬라는 최근 회사 인력 및 사무실을 대폭 축소하고 양산을 앞두고 있던 전기차 생산을 다시 연기하는 시련을 겪고 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전문가들이 테슬라의 기술부족을 이유로 예상해왔다.
대표적 문제는 테슬러가 선택한 배터리에 있다. 셀당 암페어 수가 낮은 저가형 배터리를 수천개 연결해 사용했기에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은 아예 적용조차 하기 힘든 대책 없는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경과되면서 각 배터리 내부의 밸런스가 깨지게 된다. 결국 일부 배터리에 과부하가 걸리고 발열로 인해 모든 전지가 서서히 죽어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 제품화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테슬라의 모터나 컨트롤러도 오래전부터 사용된 3상 AC모터를 적용했고 기술적으로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데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차체 또한 영국 로터스사가 개발한 것이어서 전문가들은 내부적으로 테슬라의 독자기술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테슬러의 가장 큰 실수는 예약주문을 받은 것이다. 결국 전기차량이 양산되지 못하고 시일이 무기한으로 연기되면서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게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고가 스포츠카기에 유명인사들이 주문예약을 했고 이것을 투자유치에 활용해 왔으나 결국은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일부 외국 전기차 회사의 실수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한국의 전기차 회사들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용 레오모터스 대표 jyl200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