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에 대한 정보와 비판적 성찰> 4805407 박주현
◆ 몇 년 전만해도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등의 국제영화제들이 내겐 엄청난 이슈가 되었지만, 요새 국내영화제들이 우후죽순 넘쳐나고 있어서 영화제란 말이 귀에 익숙하고 그 위상도 떨어진 것 같다. 국내엔 대종상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청룡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등 수많은 영화제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최근에 열린‘청룡영화제’에 대해 알아보고 그 문제점들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 청룡영화상 (The Blue Dragon Awards)
우리나라의 첫 공식적인 영화제는 1938년 11월 26일 개최된 조선 영화제였으며 본격적인 영화상으로 55년 10월 28일 금룡상이 제정 되었다.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려진 50∼60년대는 영화상이 적지 않았는데 62년 시작된 대종상을 필두로 청룡상(조선일보 제정), 부일상(부산일보 제정) 등이 권위있는 민간 영화제로 자리를 굳혔다. 1958년 창설된 부일상은 영화제작의 본고장인 서울과 격리된 부산에서 운영됨으로써 심사가 엄정한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그것이 곧 상의 권위에 이어지는 특색이 있었다.
부일상보다 늦게 출발한 청룡상은 한국영화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60년대와 70년대 초에 걸쳐 영화인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면서 좋은 영화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건강한 영화를 만들자'는 기치 아래 1963년 만들어진 청룡영화상은 한국 영화의 질적인 향상을 꾀하고 국내영화산업의 진흥 발전을 돕기 위해 제정된 영화상이다. 조선일보에 의해 창설 시행되어 10년을 이어왔던 청룡영화상은 73년 영화법 개정이후 외화쿼터를 주기 위한 방화 의무 편수 제작 등으로 인해 한국 영화계의 질적 저하와 그에 따른 침체가 초래되어 17년간 중단되었다.
1990년 12월 19일 스포츠조선의 창간기념사업으로 17년만에 부활되는 청룡영화상은 민간 단체가 주도하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옛날 한국영화전성기 시절에 있던 민간 영화제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대를 모으며 탄생한다. 주최측은 17년만에 이 영화제를 부활하면서 '과거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변화된 시대감각에 발맞춰 운영과 시상 방식의 제반 문제를 개선하여 한국 영화의 균형있는 발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한국영화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남녀조연상, 촬영상, 각본상, 기술상, 미술상, 음악상, 신인감독상, 신인남녀연기상, 인기스타상, 한국영화 최고 흥행상의 총 16개의 수상 부문을 갖고 있다.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개봉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네티즌 투표와 영화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후보작(자)을 선정한 뒤, 이를 청룡영화상 집행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해 최종수상작(자)을 가려낸다.
▶ 제 28회 ‘청룡영화상’의 시상식의 문제점
"영화상이 언젠가부터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자의 농담 따먹기식 진행, 시상자의 자기 영화 홍보…. '공로상' 하나 없는 청룡(영화상)에 '베스트 드레서상'은 웬말인가. 보고 있으니 눈살이 절로 찌뿌려진다. 다음해부터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지켜본 영화계 원로 감독의 말이다.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영화상에 참석했지만 청룡영화상이 '영화인을 위한 축제'가 아닌 일부 스타를 위한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된 모습에 쓴 소리를 날린 것이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진행된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국내 영화제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노출시키며 아쉽게 막을 내렸다. 국내 영화제의 대표적인 문제, 즉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줄어들었지만 이외의 부분에서는 영화제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시상식은 한 해를 빛낸 작품과, 작품을 빛낸 주역, 그리고 뒤에서 고생한 스태프의 노고를 치하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영화상이 영화제의 진정한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청룡상도 마찬가지다.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아우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 '단편상·공로상' 없다 vs '인기상' 있다
영화 관계자 마다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위기의 원인은 '스크린 쿼터 축소'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다. 하지만 이는 메이저 영화인들의 배부른 불만이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기본'을 외면한 결과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노(老) 감독은 영화산업이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영화의 근본은 독립영화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무도 키우도 꽃도 피울 수 있다"며 "진정으로 영화발전을 생각한다면 영화제가 토양에 거름을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아래로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무시하고, 위로는 '원로감독', '원로배우'를 외면한 영화상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이 될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실제로 이번 청룡 영화상에는 '단편영화상', '공로상'이 없었다. 대신 의미 없는 '베스트 드레서'상이 신설됐다. '인기상'은 4명에게나 주어졌다.
● '의상상' 없다 vs '베스트 드레서' 있다
청룡영화상에는 '의상상'이 없다. 영화의상을 만드는 스태프에 대한 노고는 없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산업의 토양을 생각한다면 스태프부터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아니냐"며 "옷 잘 입는 배우가 영화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비난했다. 의미도 없는 상으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 '스태프' 없다 vs '스타'는 있다
물론 스태프의 노고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청룡영화사 2부 오프닝을 장식했던 개그 콘서트팀의 '뮤지컬'은 영화라는 꿈을 먹고 사는 스태프의 애환을 다뤘다. 말로만 "스태프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외치는 모습과 달리 훈훈한 무대였다.
하지만 상을 수상하는 몇몇 배우들이 영광을 스태프에게 돌리기도 했을 뿐 더 이상은 없었다. 모든 영화상이 일부 감독과 배우에게 집중되는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한 시청자는 "마치 영화인들의 친목회 같았다. "진정한 스타는 스태프들이다. 그러나 시상식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며 씁쓸해 했다.
영화는 흥행산업이다. 그렇다고 영화제까지 흥행을 쫓을 필요는 없다. 올해 청룡은 '인기상'과 '베스트 드레서'상에 총 9명의 배우를 무대로 불러 올렸다. 볼거리에만 치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시상식이 진정한 영화인을 위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 뿐 아니라 스태프에게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 '축하'는 없다 vs '홍보'는 있다
축하 보다는 홍보가 앞섰다. 시상하러 나온 자리에서 개봉 예정작을 홍보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시상자로 나선 배우들 중 영화 속 커플들이 다수였다. 영화제가 노골적인 영화 홍보를 부추긴 '꼴'이다. 실제로 윤계상-김하늘, 이종혁-한예슬 커플은 수상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자신이 촬영 중인 영화를 알리고 기대해달라는 멘트까지 던졌다. 심지어 탁재훈과 신현준의 경우 친절하게 개봉일까지 언급하며 3분여 동안 자신의 영화를 홍보했다. 한해의 결실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새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 나의 의견
요번 청룡영화제를 TV로 보진 못했지만 관련기사들을 보고 어느 영화제나 문제점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수상내용과 수상자도 비슷해서 중복수상자도 너무 많고 진행방식이 비슷해서 영화제별로 차별성이 없다. 수상작도 최우수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이 제일 주목을 받고 스타들이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에 집중하기 바쁘다. 그리고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제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도 못한다. 이런 문제점들은 매번 반복되기만 하고 개선되지 못해서 우리 국내영화제들의 발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 같다. 올해 예산확보와 여러 가지 문제로 ‘고양어린이국제영화제’와 ‘제주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워낙 지역별로 많은 영화제가 있기 때문에 차별성을 두지 못한 탓이 제일 크다고 한다. 영화제의 관계자들은 색깔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언론의 비판들을 달게 수용하고 고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화제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영화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영화산업이 더욱 더 발전하고, 우리나라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작품성 있는 영화와 연기파 배우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불법 다운로드를 하지 말고 정당하게 우리영화를 보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상업영화들 뿐만 아니라 스타들이 없어도 더 작품성 있는 단편․독립영화들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