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콘스가 지난해 정규리그 6위에 그친 뒤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 해 해외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현장은 포르투갈 트로이아.리스본 남쪽의 유럽 최대의 다리인 18㎞의 바스코다가마 대교를 건너 버스로 30분을 가면 해안도 시 세투발이 나오고 항구에서 다시 대서양과 만나는 폭 10㎞의 사두강을 20 분 가량 카페리를 타고 남쪽으로 건너가면 지난달 26일 차린 부산 캠프(15일 귀국)에 닿는다.
트로이아는 곶(岬)이지만 24명의 부산선수들에겐 ‘절해의 고도(孤島)’와 다름없다.인근엔 번화가도 없고,유흥시설도 없다.3개 훈련구장의 파란 잔디 위에서 쏟아내는 굵은 땀방울을 대서양의 푸른 파도, 사두강의 도도한 물결 과 시원한 바람이 씻어주는 것이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연습경기하러 다니는 게 관광
지난달 26일 챔프를 차린 뒤 2주 만에 지난 9일 딱 한 번 리스본으로 관광 을 다녀왔다.연습경기를 하러 남쪽으로는 파루,북쪽으로는 마프라로 이동하 면서 포르투갈의 풍광을 만끽.파루 인근에서 노르웨이팀과 연습경기를 치른 뒤엔 포르투갈 축구영웅 피구의 별장이 옆에 있는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들며 분위기를 전환.카페리를 타고 사두강을 건너갈 때 선장실쪽으 로 올라가 심호흡을 하며 고함쳐보는 것도 스트레스해소책.
■비와 숨바꼭질
전훈 중반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비와 해가 숨바꼭질하듯 변덕스러운 기후 라 훈련에 애를 먹기도.연습경기는 수중전이 많았다.그러나 그라운드의 배수 가 워낙 잘 돼 전진패스도 태클도 큰 무리는 없다.김호곤 감독은 “부산에선 지금 연습구장조차 구할 수 없는데 비오는 게 문제냐.훈련할 때는 악조건이 오히려 낫지 않으냐”고 자위.지난 9일 리스본으로 관광을 다녀온 뒤부터 거짓말처럼 비가 그쳐 초봄의 훈풍 속에 막바지 훈련을 기분좋게 정리.
■최고메뉴는 포르투갈 삼계탕?
입맛관리의 원칙은 ‘각자 알아서’.포르투갈에선 생선이나 야채 조리법이 한국과 비슷하기 때문.특히 점심·저녁식사에 뷔페식 수프로 나오는 닭죽은 삼계탕과 맛이 비슷해 몇 그릇씩 비우는 선수도 많다.김 감독은 처음 1주간 부산서 가지고온 김치를 내놓지 말도록 했다.현지에 빨리 적응토록 하기 위 해서다.나중엔 김치, 고추장,그리고 컵라면도 지급.지난 9일 배를 타고 세투 발로 건너가 중국식당에서 새우볶음밥에 오리고기로 외식한 뒤로는 입맛을 잃은 선수는 찾아볼 수 없다.
■신바람이 난 용병
스페인어밖에 못하는 콜롬비아용병 하리는 포르투갈말이 약간 통하는지 신 바람이 났다.그래서 동료들은 방에 키를 두고 나오면 늘 하리에게 키 배달을 시킨다.중간에 합류한 브라질의 새 용병 헤나토는 아예 통역을 자처하지만 한국말을 모르니 혼자만 신이 났다.유고용병 우르모브는 휴대폰을 빌려 이 기회에 고향에 ‘싼값’으로 안부전화하는 데 열중.하지만 올해부터 재계약 조건상 항의성 경고에 2000달러씩 물게 되는 마니치는 연습경기마다 ‘심판 과의 싸움’에 자제력을 시험하는 모습.
■밸런스축구 담금질
포르투갈에 전지훈련을 온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1부클럽과 포르투갈 1∼3 부팀과 실전경험을 통해 3-5-2포맷을 기본으로 밸런스축구를 완성한다는 게 김 감독의 포르투갈 구상.공수라인의 폭과 균형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상대 가 강하거나 약할 때에 따라 압박 수위를 유기적으로 조절하는 데 선수들에 게 집중력과 판단력을 요구한다.리베로 장대일의 공격지원능력을 믿고 심재 원 이민성이 복귀하는 6월에는 4-4-2전형으로 변화를 꾀할 요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