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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의 스토리펀딩 「100사연 100책」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이북』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사연에 적절한 상담과 그에 맞는 인생책을 소개해 주는 온라인 크리에이티브 서비스를 처음
접하고 새벽 공기가 맨살에 와 닿는 것 같은 신선함을 느껴었지요.
올 2월 쯤인 것으로 기억되네요.
온라인 창업이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되었고요.
온라인 음원 서비스도 적극적인 소비자외에 덜 자발적인 소비자를 위해 음원을 팩키지(일정한 갯수의
곡으로 묶어)로 제공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책을 소개하여 선택해 주는 서비스는 무척 창의적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누가 좋은 책을 권해 주었으면 하는.....
요즘 사람들은 일정 부분 누구나 선택장애를 겪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리워드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신청을 해 9월 까지 모두 8권의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플라이북』모바일앱이 있어 앱상의 내용을 소개 합니다.
자신의 요즘 관심사를 앱상에 올리면 그에 맞는 책들을 소개받기도 받아볼수도 있어 편합니다.
저를 위한 맞춤 책들을 앱상에서 언제나 확인이 가능하고요.
주제별로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책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어 편하더라구요.
매월 말일 무렵 택배로 보내져 오는데 포장 상태가 예뻐 매달 선물 받는 느낌에 은근 기다려집니다.
가끔씩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써보면 좋은 아이템들(형광펜이나 북마크용 포스트잇, 차나 커피 티백)이
동봉 되어 오기도 한담니다.
또 이 책과 연관되는 음악, 영화, 드라마, 여행지를 소개하는 엽서도 같이 받아볼 수 있고요.
7월 말에 받은 책인데...
사진을 찍어놓고 포스팅 하려면 책을 최소 두 번은 읽어야 될 것 같아 늦어졌네요.
6월 말에 받은
"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 이 책은 지난 달에 받은 "비긴어게인 여행" 책속에서 언급 되었던
인물에 관한 책을 보내주었더라고요~~
5월 말에 받은 책...
자~ 이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할까 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여행, 저자는 무엇인가 다시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간다네요.
그래서 '인생 리셋을 위한 12가지 여행법'이라는 부제를 붙었는가 봅니다.
여행작가로 20년은 살고 싶다고 생각하신다네요.
책 속 자신을 소개한 글을 보니 자녀가 없으신 분이더군요. 좀 짜~아 했습니다.
참고로 책 리뷰를 하면 이미지(사진)이 부족한게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공개된 이미지를 제법 모을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여행에 관한 책인지라 책 속에서도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서요.
"프롤로그
세상엔 여러 종류의 여행이 있다.
여행이라 하면 흔히, 놀고 먹고 쇼핑하며 즐겁기만 한 것들을 떠올리지만
여행이라는 말 속에는, 기꺼이 힘든 산을 오르고,
스스로를 사람들로부터 떼어놓아 고독에 젖게 하고,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맞지 않으며 심지어 잠자리마저 불편한 오지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은,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책도,
든든한 선배의 조언도, 사랑하는 친구의 위로도,
그 무엇도 해답이 되어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 내게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과 지혜를 준 것은 여행이었다.
맞다. 놀고 먹고 쇼핑 하는 여행은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자신의 취향...
유명한 관광지도 좋지만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도 포함 되어야지 않을까...
거기서 자신만의 위안과 희망을 안고 돌아올 수 있는 여행.
그게 진짜 여행이다...
우린 본 것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생각한 것 이상을 보지 못한다 했던가.
오직 여행만이 알려주는 지혜가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힘들어하는 것은
삶의 확정성 때문이라고들 한다.
삶의 방향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져버렸고
로또와 같은 반전이 터져주지 않는 한,
내 인생은 지금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채
그저 그렇게 흘러갈 거라는 체념과 절망 말이다.
삶의 확정성... 끔직한 말이다.
한 가지에 매진해서 성공하는게 사회 생활인데...
이게 체념과 절망으로 가는 길이라니...
내 것이 아닌 것들, 껍데기의 것들, 본질이 아닌 것들,
교육과 사회에 속아온 것들을 제거하고 온전한 내가 되는 것.
그래서 잊어버렸던 나의 언어를 되찾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이다.
여행도 도전이지 않을까?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자신의 가능성에의 도전, 자신의 취미에 대한 도전,
자신의 뭐든 추구하는 것에 대한 도전이.....
용기 있는 자가 미남, 미녀만을 얻는 건 아닌 것 같다.
용기 있는 자가 먼저 도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속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를 알아야 할 텐데, 우린 얼마나 자신을 알고 있는 걸까?
지금의 우리에겐 그런 시간이 너무 없는 건 아닐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고독과 고통의 시간 대신
사람들과 어울려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을 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럴 때 내게 필요한 것은 여행이었다.
80여 개국을 여행하는 동안 내게 인상 깊었던 나라들은
좀 더 나를 잘 들여다보게 하고, 내가 알고 있던 삶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부수어 주던 곳들이었다.
저만치 간격을 두고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더듬어보고 자신을 찾아가며 알아가는 여행.
그게 여행의 본질이지 않을까.
그럼 자신을 알기 위한 여행지는?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난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볼 수 있는 것들을 보려고 이렇게 멀리 오지 않았어.
난 이곳이 아니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장면들, 사건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돈과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온 거란 말이야.
그러니 세상이여, 내게 다른 것을 보여줘"라고......
이 분 고수의 향기를 풍기시는군요.
많은 곳을 다녀서가 아니라 언제나 새로운 여행에 도전하는 것이...
저도 잘 닦인 탐방로의 국립공원 보다는 섬진강 따라 가는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곤 하죠. 개고생이기는 하지만...
진짜 여행도 등산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 됩니다.
Never try, Never know.
살면서 느끼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전혀 별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못 하는 것 또한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여행의 이유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른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게 부추겼던 말은
이 말이었던 것 같다. 해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다는 것.
어쩌면 늘 그렇듯 진짜 여행은
우리가 지금껏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작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가장 힘들었던 여행이 가장 힘을 주는 여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누구도 그 상황에 닥쳐 보기 전에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낯선 곳에 던져놓고 시험하며 자신을 알아가는게 여행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여행은 나를 찾기 위함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면서 네팔 포카라을 소개하고 있네요.
벅찬 대사와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한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주
인공 그레고리우스는 출근길에 우연히 한 소녀의 자살을 막게 되고, 그 소녀
의 소지품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리스본행을 감행한다. 그 우연하
고도 충동적인 여행에서 그레고리우스는 마침내 사는 내내 궁금했던 삶의
비밀과 마주하고 생기를 되찾는다.
이 영화처럼 어느 장소에 간다는 건 곧 자기 자신에게 간다는 것이다. 어
떤 이는 한 사람이 무엇을 먹는가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 하고, 어떤 이는
무엇을 입는가를 보면 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
디로 여행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첫 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렇다. 어디를 간다는 건 그 곳에 자신을 투영시킨 곳이기 때문일것이다.
영혼이 이끄는 곳, 그곳이 바로 이곳이다 하는곳... 포카라...
살면서 열정이 다한 것 같고,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나야 할 것 같고, 뭔가
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계속될 때, 그만두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
없이 원망스럽고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참고 또 참는다. 폭
발하지 않기 위해, 자제력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누르고 또 누르는 것이
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표를 던져버리지는 않는다. 잘못된 선택이
남기는 후회의 무게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답답함을 일시적으로 누르기 위해, 혹은 한발 떨어져 생각해보기 위
해, 인생에서 가장 고약한 적인 자기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일년 정도 쉬어도 될 정도의 돈이 모이기 까지만 참자고 스스로 위로하며,
처자식 얼굴을 떠올리며 꾹꾹 누르고, 그러면 포기한 만큼의 여유가 자리잡아
자신에게 순응하며 살게 되지 않을까요.
무엇이든 최종 선택을 하기 전에 여행(산행)을 떠나 자신을 비운 상태에서
새로운 결정을 내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여행에는 계획이란 게 없다. 3년 전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벗어
나 시간이 자유로워진 이후로 내게 여행은 충동 그 자체이다. 첫 번째 여행 이
후 언젠가 다시 가고 싶었던 그곳, 드라마 <나인>에서 주인공 선우가 거니는
포카라 거리를 보며 당장 표를 끊을 뻔했던 곳. 그렇게 네팔로의 두 번째 여행
이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필이면 왜 이런 우기에 가느냐고들 했지만,
당시 나를 강렬하게 밀어붙인 가슴속의 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해야 한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뭐든 마음 먹기 나름이라고'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열망과 열정을 가지고 실행하지 않는가.
어떤 조건이나 여건에서 건...
저자는 포카라를 이렇게 소개한다.
한 번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여러 번 가게 되는 곳들이 있다. 많은 이
들이 여러 번 찾고 매년 휴가로 가기도 하는 곳, 바로 네팔 포카라Pokhara다.
...............
페와Phewa 호수 속에 히말라야를 담은 도시 포카라...
인터넷에서 여행 중독자의 특징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다. 방에 커다
란 세계지도가 있는 사람, 여행에서 돌아와 짐을 풀기도 전에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 비행기 티켓 받기를 간절히 원
하는 사람, 다양한 나라의 지폐와 동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 모든 항
목에 내가 해당된다는 걸 때닫고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를 더 추가하고 싶다. 여행의 목적지뿐만 아니라 가는 길 자체가 즐거운 사람.
저는 방에 백두대간 산경도가 걸려 있고, 배낭을 풀지 않고 다음 산행 준비물을 챙기고,
새로운 산행 구상하기를 좋아하고, 다녀온 산행지에 대한 산행기를 웹상에 올려 댓글 주고
받기를 즐겨하니 등산 중독자인 것 같네요. ~ㅎㅎ
'여행의 목적지뿐만 아니라 가는 길 자체가 즐거운 사람.' 이런 분이 여행 고수이지 않을까...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 목적지에서의 감흥과 여행 준비 과정의 설렘이 반반이지 않을까요?
여행을 가면 늘 조금은 조증 상태가 와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된
다. 차분히 앉아서 사색을 한다든가, 온종일 책을 읽는다든가, 한가롭게 산
책을 한다든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어딘가를 부지런히
찾아다니고, 이동하고, 보는 것의 반복이 되기 쉽다. 가능하면 더 많이 보고,
더 빨리빨리 돌아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 패턴이다. 그런 내게 연일 비가
내리는 날씨는 어쩌면 평소 꿈꾸던 시간을 제대로 가질 기회인지도 모르겠
다. 늦잠을 자고 온종일 할 일이 없어 가져온 책을 꺼내 독파하는 일 말이다.
어느 정도 비가 갠 날은 페와 호숫가를 거닐기도 하고, 새로 생긴 노천카페
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호수 쪽으로 펼쳐놓은 일광욕 의
자에 누워 맥주나 칵테일을 홀짝이기도 했다. 여행자들은 제각기 다른 일을
하면서도 잠깐이라도 날이 개어 히말라야가 얼굴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듯,
시선은 늘 호수 저편을 향해 있었다.
이러기가 쉽지 않죠. 서서히 여행 경험이 쌓여야만이 가능해지니까요.
경험이 쌓여야 여유가 생기고, 이 여유가 여행을 여백으로도 채울 수 있게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여유가 있어야 여행을 간다고 하지만 정작 여유를
즐기고 오지를 못하거든요. 국내여행일지라도...
나는 외로워지기 위해 여행을 한다.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고 나 자신
말고는 대화 상대가 없는 곳으로의 여행. 현대 문명을 살다 보니 어쩔 수 없
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인 소셜 사회 속에 묻혀 살지만, 가끔 그조차 거
리를 두고 싶을 때 선택하는 것이 여행이다. 억지로라도 자신을 유배시키지
않는 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힘든 사회니까.
저자는 배낭여행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아는 사람을 찾아서
그곳에 머무르는 타입과, 아는 사람을 피해 다니는(?) 타입. 자신은 후자에 가깝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현지인에게 의지하며 머물다 보면 숙식비가 절약되니 경비를 아낄
수 있고, 숨은 명소를 찾을 기회가 많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내도
요구된단다. 내 스케줄과 취향이 아니라, 그들의 스케줄과 취향에 따라 돌아다니기
쉬우니 말이다. 하루 이틀 정도면 몰라도 이렇게 수동적인 여정이 계속되면 '내가 여기
서 뭐 하는 건가' 싶어진단다.
맞는 말이다.
자신의 취향을 고수하지 않으면 멀리까지 가서 자신이
원하던 여행이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면 자신과 마주하기는 더욱 요원해질것이므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이야말로 오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한
일 같다. 행복한 노후에는 돈과 친구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여행도 그렇다. 정말 마음이 잘 맞는 배우자나
친구가 함께한다면 좋겠지만, 여건히 허락되지 않는다면 혼자 가는 여행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가장 나쁜 것은 혼자 무언가를 할 자신이 없어 어설프
게 아는 사람과 엮이는 것이다. 이런 여행은 자칫 재앙이 되기 쉽다. 서로를
더 잘 알겠다고 시작한 여행은 기대와 달리 서로의 차이만 확인하며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만물에는 이면이 있고,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이면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느냐, 서로의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참아줄 수 있
느냐가 여행 파트너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안이하게 살고자 하는가? 그럼 항상 군중 속에 머물러 있어라.
군중 속에 섞여 너 자신을 잃어버려라.
_ 니체
어설프게 누구와 같이 가기 보다는 저도 혼자 떠나는 여행(산행)을 즐겨합니다.
<논어>에서 '벗 붕(朋)'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즉 동지(同志)를 말한다
네요.
제가 남자들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가끔 합니다.
' 마음과 뜻이 통하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세상을 훔칠 수
있다고, 하다 못해 은행이라도 털 수 있다고...'
그런 사람이 없어 교도소에 있지 않은 내 자신을 감사해야 하는지...? ~ㅎㅎ
서로 통하지 않는 사람 보다는 혼자가 낫다는 말에 100% 공감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을 눈 감게 하지요.
단체 여행의 경제성과 편리함, 혼자 떠날 자신 없음에...
누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골프를 치려고 해도 4명이 필요한데, 노년에는 점점 사람 모으기가
힘들어진다고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인 사진을 배우고 있다고...'
사진이 아니더라도 제 경험상 젊어서 부터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시도해 보는게 확률상 후회가 적었습니다.
노년에도 여러 모임에 참석하고 일을 떠맡으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은 누구나 점점 더 늘어나겠지요.
허전함 때문일까? 이런 이에게 자유는 영원히 미지의 섬일 것이다.
동감.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는 안정된 직장과 편안한 자
리가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 못
견디는 것들로 인해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니체는 사람들이 "자신의 '왜'라는 의문에 명백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면 이후의 모든 것은 매우 간단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내가 무엇을 사랑
하는지, 내가 왜 그걸 하려는지에 대해 대답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흉내
내면서 허송 세월을 하는 일은 적어질 것이다.
누구나 제 멋에 살아가는 것이지 않을까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간직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 이 멋지지 않나요~
2 삶에 지친 당신에게 잠깐의 쉼표를 선물하라
완벽한 휴식이 가능한 곳, 베트남
"여행이란 어른들에게는 인생이라는
악랄한 강대국과 맺은 휴전,
전반적인 긴장과 투쟁 중에 취하는
잠시 동안의 휴식이다.
_보들레르
간혹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그 짧은
시간에 굳이 외국에 갈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맞는 말이다. 여행이 단순한
꽃구경이라면 분명 외국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왜 없을까. 그러나 내게
여행의 의미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단절이고 되돌아옴이다. 다른 말을
쓰고. 다른 글자를 쓰고. 다른 것을 먹고 마시는 사람들. 이전에도 이후에도
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사람들과의 섞임. 그것은 매몰되어 있던 일상과
가장 손쉽게. 가장 빠르게 단절되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3박 4일
간의 베트남 여행이 짧지만 충분한 이유다.
자. 이제 가벼워질 시간이다. 날기 위해선 먼저 가벼워져야 하지 않겠는가.
시간과 공간과 사람으로 부터의 단절을 위해 굳이 우리가 멀리 떠나는 이유일것이다.
요즘은 자동차로 6시간 걸리나 비행기로 5시간 걸리나 떠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얼마간의 시간 여유를 갖고 떠날수 있느냐가 문제다.
충분히 비울수 있는 시간.
언제나 이게 문제이지 않을까.
여행에서의 하루는
1년 치 행복을 준다
쿠바 여행 때도 그랬지만 사회주의 국가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
이 으레 물어오는 질문 중 하나가 안전하냐는 것이다. 내 경험에 한해 말한
다면 사회주의권 나라가 훨씬 안전하다. 이런 나라에서는 범죄를, 그것도 자
국을 방문한 외국 여행자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중형을 받는 심각한 죄
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더 안전한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더해 다낭은 관광지로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단계라 사람
들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하며 미소엔 수줍음이 넘친다. 여행자에게 범죄율
이 낮다는 것만큼 좋은 조건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의 모습도
한가하고 여유롭다. 여행자의 신분을 잊고,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 이것이
다낭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우리는 경험해 보지 않은걸 생각하게 되면 먼저 선입견이 작용한다.
이걸 깨기 위해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지도 모른다.
가보지 않고는 알수 없기에... 또한 이 깨짐이 있기에 크고 높은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여행을 많이 해서 좋은 점은 무작정 많이 보려고 허덕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이라면 어디를 가든 닮은 곳을 찾아내고 비교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축물들과 중국식 유적이 어우러져 낭만의 풍
경을 선사하는 호이안은 남인도의 코친과 중국 리장을 합쳐놓은 인상을 준
다. 오랜 전통을 그대로 살리면서 개성 있게 변화한 골목들, 그 속에서 살아
가고 있는 순박하고 착한 서민들의 얼굴을 마주하노라면 호이안이야말로 가
장 베트남스러운 곳이란 느낌이 든다.
무작정 많이 보는게 좋을 수는 없겠죠.
사진만 남고 기억에는 안남는 경우가 생기게 되니까요.
또 닮은 곳만 찾다보면 그 곳의 개성과 매력을 못알아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사람들이 그토록 외적인 고요를 못 참는 이유는 뭘
까. 그건 아마도 밖이 조용해지면 상대적으로 시끄럽게 들고일어나는 내면
의 소리들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설지만
조금만 참고 있어보면 고요는 나와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들려준다. 허허당
스님은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대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만 못하다"라고 말씀하셨던가.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가능하면 하루 1~2
시간 정도 고요히 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 안의 아름다움을 더 잘
찾아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스스로 자신의 고요속에 들어가기도 한담니다.
스스로로 부터 깨어나기 위해서...
낯선 다른 나와 마주하기 위해서...
바쁘게만 몰아붙이는 사회에서 휴식은 종종 잃어버린 시간으로 여겨지
기 일쑤다. 일중독 사회에서 여행은 한가하고 돈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놀
이이고 사치이거나, 사회 부적응자들이 하는 쓸데없는 방황으로 여겨지기
도 한다.
.......................................
만약 살면서 '지금의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나'였는지에 대한 질문을 거
의 하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일지도 모
른다. 엉뚱한 방향으로 혼신을 다해 달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지 않은 건 우리나라 같은 과도기적인 사회의
문제점이지 않을까.
지금 보다 잘 살면 해결되는 문제일까? 아니면
잘 살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까?
바쁘게 사는게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해 봅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을 위해서...
3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 미얀마
"믿음을 가진 1명은
흥미만 가지고 있는 99명과 맞먹는다."
_존 스튜어트 밀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면 신도 늘 내편은 아닌 것
같고, 사람들은 결국은 환멸만 안겨주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아무 데도 마음 붙일 곳이 없어져서 마음은
한없이 안으로 안으로만 기어 들어가곤 했다. 이럴 땐 떠나야
한다. 나를 이해해줄 도시로, 슬프도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과 함께 하면 자신을 정화시킬 수 있겠지요.
물질적 욕심이 팽배한 세상에서 종교적 신앙심이 가득한 세상으로...
전혀 다른 낯선 세상이지만 자신을 치유해 주는 곳으로...
예전엔 우리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것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오랜 군부 독재, 아웅산 묘지 폭파 사건, 게릴라 부대......
미얀마 하면 험한 단어들이 먼저 떠올랐다. 단체 관광을 가면 그 돈이 전
부 군부 독재를 배 불리는 것에 들어가니 꼭 배낭여행으로 가라는 권고도 들
렸다. 동남아시아 중에서 최근까지 육로로 들어가기가 불가능했던 나라. 그
때문에 태국, 베트남, 라오스, 중국, 티베트,인도, 네팔로 이어지는 장기 배낭
여행의 루트에서도 빠져 있는 미얀마라는 나라는 웬만한 곳을 다 여행해본
고수에게도 발붙이기 쉽지 않은 미지의 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직접 가본
미얀마는 세상 어느 것보다 평화로운 나라. 선한 미소의 나라. 불심 가득한
정직의 나라였다.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가난한 살림에도 매일 아침 부처님
앞에 꽃을 올리는 일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 미얀마
는 지구 어느 곳보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함이 남아 있는 보석 같은 곳이다.
저자는 미얀마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분명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회복시켜줄 것이다.
충만한 신앙심으로 빚어진 천불천탑과 우베인 목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런거라 생각한다. 너무 많이 광고를 보고, 너무 많이 사람들을 만나
다 보면 없던 욕심이 새록새록 생겨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과 맞추려 드는
것이다. 내 스타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래서 난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싫
어한다. 몰려다닌다는 건 어떤 걸 강요당한다는 것이다. 그들과 같아질 것이
아니라면 거기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과 섞여 다니며 끝없이 군
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공허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어디에 소속되어도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패거리 속의 근거 없는 우쭐함 보다는 의미 있는 당당한 혼자가 내가 되고 싶은
나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가이드는 그 나라와 참 많이 닮아 있다. 워싱턴에선 정
장 차림의 댄디한 가이드가 나와서 정치인 이미지를 풍겼고, 스페인에선 빵
모자를 쓴 화가 같은 아저씨가 미술에 관해 풍부한 해설을 해주었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가이드 또한 그 나라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 나라를 안
내하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희망한다. 우리나라를 좋아할 수 있는 일을...
한국의 미와 풍습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며 맘껏 자랑할 수 있는 가이드라는 직업을
노년에는 해볼 수 있기를... 상상해 본다.
<조그만 정자 한 채는 물론 큰 누대나 주택에 이르기까지 뒷산의 높이와 앞뒷벌의 넓이,
그리고 거기에 알맞는 지붕의 높이와 크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인들의 형안은 상쾌하다고
할 만큼 자동적으로 이것을 잘 가늠하는 재질을 지니고 있다고... 또 한국의 건축은 먼 곳
에서 바라볼 때 한층 눈맛이 나는 특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점지의 묘'를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요사이도 가끔 종로3가에서 돈화문 쪽을 바라보며 차를 달리노
라면 서울의 진산인 북한산의 연봉들이 바로 돈화문 마루 위 일직선상에서 차츰 다가서는
희한한 눈맛을 즐기게 된다고...> 이렇게 설명해 주는 것을.
최순우의『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발췌
한국의 미는 먼 곳에서 바라보는 '점지의 묘'가 있는데 나는
이것을 풍수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이것이 내가 산행을 하며 풍수를 헤아리며 사진을 찍는 이유이다.
어쩌면 내 삶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순간부터 자
신이 원하는 삶과는 멀어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 사이의 벌어
진 틈을 적당히 메워가며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그 간격이 너무 멀어지게 될
때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른바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니코스 카잔차스키는 자기 내부에서 보상을 찾
지 못하는 자는 노예라고 했다. 그러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주인공인
삶을 더 늦기 전에 살아보고 싶어졌다.
케이트 윈슬렛이 나오는 영화<로맨틱 홀리데이>에 나오는 말이 생각난다.
시나리오 작가 아서 애봇이 아이리스에게 '왜 여주인공이 조연배우 같이
행동하냐고...' 아이리스가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선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저자는 여행에서 만난 '그 곳 사람들을 마음속 깊이 사랑하고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가진 가이드'에게서 얻은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소개한다.
진정 거룩한 종교는 조복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바간Bagan의 불
탑들은 장엄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소박하고 아기자기해서, 화려하고 거대한
사원을 연상하고 왔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박하고 작
은 사원들이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장엄하고 화려한 사원보다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정화해주는 건 왜일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것은 이 사원들이
어떤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 지어진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발적
인 믿음에 의해 '한 땀 한 땀 정성과 진심으로 지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인
도의 타지마할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도 장엄하고 멋지긴 했지만 내 마
음을 정화해주진 못했다.
사람이야말로 종교 이전의 종교이며 종교 이상이라는 걸 바간의 사원들
이 말해주고 있었다. 인간의 좌절과 역경을 돌보고 희망을 주는 종교라는 것
도 사실은 사원이나 돌탑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원과 돌탑을 짓게 한 인
간의 마음속에 있다. 어떤 어려움에도 꺼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강인
한 믿음과 사랑만이 이토록 거대한 장관을 있게 한 주춧돌이자 디딤돌인 것
이다. 이런 종교라면 무신론자인 나조차 감동시킬 수 있겠다.
정말 이런 곳은 직접 가서 보고 싶고 손으로 쓰다듬고 싶어진다.
저자는 이곳에서의 일몰을 보기 전에는 일몰을 논하지 말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자신이 가진 부질 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비우게 할 것이며,
이렇게 가벼워지면 자신의 목표와 희망을 위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라오스나 미얀마 같은 나라 사람들의 삶의 주축이 되어주는 건 어
린 시절 받은 수련의 힘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라오스에서 만났던 한 분은
지금은 여행사를 하면서 가정도 이루셨는데. 힘들고 각박한 비즈니스에 시
달릴 때마다 예전의 승려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배운
걸 생각하며 이겨낸다고. 우리는 무엇으로 버텨내고 이겨내는 걸까. 군대에
서 받은 훈련의 기억으로? 아니면 순수했던 대학생 때의 기억으로?
우리에겐 저마다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육체의 근육을 단련하듯 마음
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체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종교든, 꽃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부처님께 받칠 꽃을 의식주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이곳은 아이들을 방학이
되면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간의 단기출가를 하는데 삭발을 하고 승복도
입으니 제대로 된 출가인 셈이다. 작은 마을의 경우 동네 아이들을 한꺼번에
출가시키곤 하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이날만은 모든 일을 제쳐놓고 사원에
모여 맛있는 것도 함께 해 먹고 노래를 하고 춤도 추며 잔치를 벌인단다.
저자는 묻는다.
'성인이 되기 전 혹은 사회에 나오기 전 군대에 가는 것과 스님
이 되어 보는 것은 그 후의 삶에 어떤 차이를 낳게 될까?'라고...
사원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 나라에서 단 한 명의 관광
객도 신발을 도둑맞은 일이 없다는 사실은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정직한
가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신발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다니다가 발을 다치는
이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말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세 가지 독을 버리라고
가르친다. 탐(貪), 진(嗔), 치(痴).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탐하는 것, 쓸데없
이 화내는 것, 어리석은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을 몸으로 배워온 이
들은 누가 보든 안 보든 마음에 걸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21세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믿어지지가 않는다.
저자의 불심 가득한 정직의 나라, 순수함이 남아 있는 보석 같은 곳이라는
소개가 이해가 되어진다.
그 기차 안에서 이제 막 단기 출가에 들어가기
위해 길을 나서는 예쁜 동자승을 만날 수 있었다. 영롱하게 빛나던 잊을 수
없는 눈빛도...... 어쩌면 이렇게 예쁜 눈이 있을 수 있을까. 미얀마 말을 한
마디도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완전히 반해버린 내 마음을 한 마
디라도 꼭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쁘다'를 미얀마 말로 뭐라고 하는
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라레!"라고 누군가 알려줬다.
"라레, 꼬마 스님."
스님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어준다. 어린 나이에 믿어지지 않을 만
큼 차분하고 의젓한 표정이다.
미얀마는 소승 불교국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불교가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라고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사원을
찾아 작명을 하고, 남자아이의 경우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 번 이상은
단기 출가를 하는 전통을 가기고 있으며, 신쀼Shinpyu라고 부르는 이
통과의례는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전통으로, 아무리
가난한 집안도 이 의식만큼은 빚을 내서라도 성대하게 치른단다.
여행은 어쩌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나 선입견을 바꾸는 과정
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이를 평판만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귀어
보고 만져도 보면서 진짜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발견하고 정의하는 것. 그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
그래서 직접 만나보지도 않고 섣불리 마음을 닫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미얀마 여행은 내게 알려주었다. 우리의 편견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미
국과 편하지 않은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매스컴은 왜곡된 시선을 보냈으며,
그 창으로 세상을 보는 우리는 딱 그만큼의 지식으로 미얀마를 보고 있었다.
이토록 신성한 땅을 그저 어둡고 불온한 땅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
런 의미에서 미얀마 여행은 오랜 편견을 깨는 여행이었다. 통신 기기의 발
달로 세계 어딜 가나 자동 로밍이 가능한 세상에서, 로밍은 커녕 전화와 인
터넷도 잘 안 되는 땅 미얀마는 세상에 귀 닫고 평화로움에 젖어들기엔 더
없이 좋은 땅이다.
'평화로움에 젖어들기에 더없이 좋은 땅"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여유를 주어
느긋함을 즐기는 여행을 연상되게 한다. 이런 멋진 곳을 그동안 편견(군부
독재 국가의 암울함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니...
놀라운 깨침을 공유 합니다.
4 낯선 도시에서 한 달쯤 살아보라
자유와 낭만이 넘치는 <첨밀밀>의 도시,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 마음을 두고 온 곳, 샌프란시스코
작은 케이블카가 별을 향해 오르는 곳
바람 일렁이는 푸른 바다가 있는 곳
내 사랑이 있는 곳, 샌프란시스코
_토니 베넷.
<I Left My Heart in San Fracisco> 중에서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고 싶다.
두 번 다시 못 볼 사람처럼
당신과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고
두 번 다시 못 먹어볼 음식처럼
귀하고 맛나게 음식을 먹고
두 번 다시 못 들을 음악처럼
순간순간을 아름다운 선율로 채우고 싶다.
샌프란시스코의 명성을 익히 많이 들었지만 가보지 않고는 쉽게
와 닿지가 않는다. 한 번 가보는 것만이 답인 곳이다.
이런저런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여행은 연애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어떤 나라는 남성미를 풍기는 반면, 어떤 나라는 여성미를 갖고 있다. 어
떤 도시는 세련미가 있으며. 또 어떤 도시는 투박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그러나 어떤 여행지든 처음 방문했을 땐 처음 이성을 만날 때처럼 설레
고, 알아가고, 결국은 어떤 종류의 느낌이든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모든 여행지는 어떤 인상이든 남게 되지요.
또 그 인상의 호불호를 거치면서 자신만의 취향이 자리잡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장소는 그 나름의 리듬을 갖고, 가사를 갖고, 그곳만이 지닌 노래를
들려준다. 오래된 클래식 같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그때그때 감성에 따라
유연하게 물결치는 재즈 같은 도시도 있다. 타임머신을 탄 듯 수백년 전으
로 이끌어주는 중세 같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첨단의 화려함으로 빛나는 도
시도 있다. 여행지로 가장 흥미로운 곳을 들라면 모로코의 마라케시나 사하
라 사막, 페스의 꼬불꼬불한 골목길과 대서양 변의 작은 포구 에사우이라를
들고 싶다. 그러나 흥미진진하다고 해서 살아보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한
여름 강렬한 태양처럼 온몸으로 햇볕을 쪼이는 것으로 족한 곳도 있으니까.
그러나 매일매일 자고 일어나면 새롭고, 자고 일어나면 가고 싶은 곳이
새롭게 나타나는 보물 창고 같은 도시가 있다. 도착한 바로 그날부터 오랫
동안 살았던 곳인 양 숨 쉬는 공기가 낯설지 않고 편안했던 곳. 샌프란시스
코는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던 그해 겨울, 자유와 낭만의 기운으로 나를 따
뜻하게 감싸주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의 가사처럼 샌프란시스코는 파리도, 로마도, 맨해튼
도 가지지 못한 그만의 아름다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파리의 아름다움이 슬
프게 빛나고, 로마의 영광이 과거의 것이 되었으며, 맨해튼의 차가움이 여행
자를 외롭게만 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바람 일렁이는 푸른 바다가 있는 곳
이다. 작은 케이블카가 별을 향해 오르는 곳이며, 빛나는 금빛 태양이 따스
하게 비춰주는 곳이다. 당신이 이곳에 와본다면 토니 베넷이 왜 이토록 절절
한 노래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이러면서 저자는 '낯선 도시에서 한 달쯤 살아보는 건 본격적인 관계가 갖는
부담은 줄이면서, 스쳐 지나가는 것보다 조금은 더 깊이 서로를 탐색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겨워지기 전에, 현실이 낭만을 덮치기 전까
지의 시간, 가장 아름다운 시간만을 살아보는 것과 같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
이렇게 해볼 도시로는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가 제격'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낡은 것이 늙은 것이 아닌 곳, 그것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만이 갖는 빈티지적 매력이다. 오래되었다고 해서 내팽개쳐지는 것이 아니
라 끝없이 재해석되고 끝없이 진보해서, 역사적 의미에 현대의 멋이 덧대어
져 반짝반짝 빛나는 곳, 그렇기에 누구도 쉽게 따라 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향기를 발하는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인 것이다.
이런 매력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보고 싶게 만드는 것일까?
오래되었지만 신선함이 넘치는 곳들이 많은 곳...
하루하루를 여행하듯 살아갈 수 있는 곳...
더 없이 좋은 날씨 탓일까. 샌프란시스코의 미술은 실내에만 갇혀 있지
못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듯 보인다. '벽화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도시 전체
를 덮고 있는 세련되고 수준 높은 그라피티는 도시 자체를 살아 있는 미술관
으로 바꿔놓았다. 구석구석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
이트가 왜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샌프란시시코 자체"
라고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근엄함을 벗어던진 도시, 그러나 난잡하기보다
는 모든 걸 열어놓아도 이토록 조화롭고 완벽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해주
는 도시, 자꾸만 사람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다. 자칫 삭
막해질 수 있는 도시의 콘크리트 벽은 재치 있는 그라피티로 옷을 차려입고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기에 여념이 없다. 건물들이 "나는 이런 사람이오, 샌
프란시스코는 이런 곳이오"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가 직접 그린 걸작과 26명의 공공근로
화가들이 '디에고 리베라 스타일'로 그린 벽화가 있어 벽화만 둘러보는 여행
상품이 생겨날 정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낯선 도시에 갔을 때 사람마다 하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어떤 이는 그 나라 술집에 가고, 어떤 이는 그 나라 여자와 자듯이 자
신은 마라톤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난 어떤 유의 사람인
거지? 난 카페에 가는 사람이다. 카페 피플인 것이다. 그 나라의 카페에서만
느껴지는 것을 통해 난 그곳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생각해본다.
나는 어떤 유의 사람이지.
나는 전통시장에 가는 사람이다.
시장에서 꼭 무언가를 사면서 그곳을 이해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또 '그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으로, 미래를 보려면 대학교로,
현재를 보려면 시장으로 가보라'고 제안한다.
오래전에 여명과 장만옥이 나오는 영화 <첨밀밀>을 보면서, 영화를 보
는 내내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영화 줄거리보다 그 배경이 된 도시의 아름다
움이었다. 화면 가득 쏟아지던 아름다운 햇살과 싱그러운 공기, 넘실대는 파
도와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골목들을 보면서 미국에도 저토록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마을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맞
은편 마을, 금문교 건너 북쪽에 있는 예술가들의 아지트 소살리토다. 샌프란
시스코가 안개에 싸이거나 비가 주룩주룩 내릴 때도, 강 건너 마을 소살리
토는 사계절 부드러운 햇살과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차로 가면 다운타운에서 30분 정도 걸리지만, 배를 타고도 갈 수 있으므로
이왕이면 배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왠지 그편이 더 낭만적일 것 같았기에.
소호나 그리니치 빌리지도 처음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 살면서
그들의 예술적 감각으로 동네를 변화시키면서 부자들이 들어와 살게 되어서
부촌이 형성 되었다는데 이곳도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5 평생에 딱 한번, 딴 세상 같은 풍경을 만나다
오로라 여행, 캐나다 옐로나이프
우리 모두는 시궁창에 있지.
하지만 누군가는 별들을 보고 있다네.
_오스카 와일드
나는 여행이 '이 세상에 살면서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방
법'이라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왕이면 평소 사는 곳과 다른 곳일수록, 새로
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일수록 내겐 더없이 완벽한 여행지가 되는 것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게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며,
익숙함으로 부터의 거부가 혁신과 창조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옐로나이프는 매년 황홀한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관측 장소로서, 나사NASA가 세계에서 가장 오로라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선정한 곳이다. 한 해에 240번 이상 오로라가 관측된다고
하니 명실상부한 '오로라의 수도'로 인정할 만하다.
그렇다면 오로라는 왜 생기는 걸까? 궁금해진다. 책을 펴고 오로라에 대
한 설명을 읽는다. "오로라는 북광Northern Light 혹은 극광이라고도 불리는 것으
로, 라틴어로는 '새벽'을 뜻하는 말이다. 어슴푸레 밝아지는 새벽처럼 극지
방의 밤을 밝히는 빛으로 오로라가 나타나는 것은 태양 때문이다.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자석 성질을 가진 지구의 극지방 주변을 둘러싸면
서 붉은색이나 녹색의 자기 에너지 띠로 나타나는 것이다. 입자가 극지 상공
의 대기를 이온화하여 일어나는 현상으로 빨강, 파랑, 노랑, 연두, 분홍......"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오로라에 대한 설명을 읽다 보니, 이러는 동안 오로라
가 내 입속으로 사라져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탐험가들이 이곳을 발견했을 때, 원주민들이 구리 성분이 많아 노란
색을 띠는 칼을 지니고 있어서 이들을 '옐로 나이프족'이라 부른 데서 지
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새벽에 주로 나타나서 이름을 '오로라'로 지었는가
보다. 입자에 빛이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 '그거 하나를 보려 그 추운 델?'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새로운 세계로의 경험인 것은 확실하다. 영하
50도 까지 내려가는 추위와 '신의 영혼' 처럼 느끼지는 오로라를 경험한
다면 자신의 삶의 영역은 그만큼 확장되어질 것이며, 세계인을 넘어 지구
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로라, 그것은 뭐랄까, 돌고래를 보는 것과도 같았다. 돌고래다, 라고
소리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별이 빛나는 하늘에 연기처럼 나
타나 꿈틀대면서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다가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고
마는 '하늘의 돌고래'......
그만큼 행운과 축복의 존재로서 의미를 부여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만의 의미일지라도... 설렘 가득한 추억과 함께...
세상엔 두 종류의사람이 있다. '혹독한 어둠과 두려움을 뚫고 오로라를
직접 보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달려오는 사람'과, '사진으로 보면 될걸 뭐
하러 고생스럽게 그런 곳까지 가느냐고 묻는 사람'.
.........................................
뭘 사진으로 보면 될 걸 거기까지 가느냐고?
그건 말이지, 사진엔 소리가 안 나기 때문이지.
콩닥콩닥~ 콩다닥 콩딱~ 가슴이 뛰는 이 소리 말이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광고가 생각난다.
"당신이 더 알고 싶어 한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것입니다.
Live curious!★"
궁금함이 살아 있다는 것은 그 궁금함이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어 그걸
확인하게끔 한다는 것일 것이다.
이 저자처럼...
모든 여행은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 했지만 오로라 여행에서 돌아온 다
음 날 아침, 난 진정 꿈을 꾼 듯했다. 지구별이 아닌 다른 행성으로 다녀온 꿈
말이다. 핑크색과 녹색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오로라를 보
면서, 단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멈추지 않는 오로라처럼 나도 늘 살아 꿈
틀대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멈추지 않고 늘 살아 꿈틀대는 삶...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만이 자신을 꿈틀대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6 어릴 적 꿈과 조우하라
어린 왕자를 찾아 떠난 바오바브나무의 고향, 마다가스카르
높게 날려는 자는 깊게 뿌리 내려야 하고,
별을 동경하는 자는 가슴에
혼란을 간직할 수밖에 없다.
_니체
왜 여행하느냐에 대해서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정의와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그중 하나는 일상의 삶 속에서 탕진해버린 꿈과 환상을 충전하기 위
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보곤 한다. 마흔쯤 되면 어쩔 수 없이 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후회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하고, 이럴 땐 다시 한 번 꿈을 충전하
기 위해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
내게는 여행이야말로 진정 젊음을 충전하는 가장 효
과적인 방법이다. 여행은 열정이다. 열정Passion이라는 단어는 '기꺼이 고통받
다Passin'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여행은 일상에서 누리지 못하
는 호화로움을 누려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기꺼이 고통받으러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집에서 나와 먼 여행을 나서는 길, 여행이 늘 설레는 것은 아니다. 그보
단 오히려 복잡 미묘한 마음이 될 때도 많다. 마음 한 구석에서 난 또 왜 이
험한 길을 나서나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후회를 방전시키고 꿈과 젊음을 충전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열정으로 시작하여 기쁨과 고통을 반반 경험하게 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 전 복잡 미묘한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인도 사이 인도양에 떠 있는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와 뉴
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이 섬을 실제로 가본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이름은 의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은『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와 보아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월트 디즈니 애니메
이션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의 소개로 별로 알려진게 없는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과의 거리가 2만마일이며, '말라가시Malagacy' 태풍 이름은 아니고
마다가스카르의 옛 이름이란다.
아, 이것 하나만 보고 간다 해도 마다가스카르 여행은 충분할 것 같다.
바오바브나무는 세계적으로 8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마다가스카르
와 아프리카에 7종이 흩어져 있고, 나머지 1종은 호주에 있다고 한다. 돌이
켜 생각해보니 나미비아 어느 캠핑장 옆에서 땅딸한 바오바브나무를 본 것
도 같다. 언젠가 사진에서 본 호주의 바오바브나무도 비슷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바브나무는 속이 뻥 뚫
릴 만큼 하늘을 향해 길쭉길쭉 늘씬늘씬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이들은 내게
나무처럼 살라고 말하는 듯했다. 현실이라는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서도,
끝없이 천상을 향해 뻗어나가라고......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소혹성 B612를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무
서운 식물이 있다"라며 바오바브나무를 안 좋게(?) 묘사하고 있지만, 저자는
신의 안장을 충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싹을 틔우는 데에만 10년이 걸리고 1년에 3밀리씩 자란다는 이 거대한 나무의
군락지가 마다가스카르 여행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마다가스카르에 온 지 며칠 안 되었지만 그래도 묘사할 게 몇 개 있었다.
예를 들면 온종일 먹어도 좋을 것 같은 끝내주는 바게트 맛이라든지, 타나 재
래시장의 생동하는 모습들 말이다. 그런데 모론다바에 와서 바오바브나무를
보고 나니 다 부질없어진다.
세상엔 이처럼 모든 걸 부질없게 하는 장면이 있나보다. 살면서 감탄사가
터지는 순간을 많이 만나는 일, 그게 행복해지는 일이다.
저자는 이 부질없어짐을 '1,000년의 지혜가 들려주는 말들'이라고 말한다.
또 이렇게 덧붙인다.
오지로의 여행은 다른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한 컷의 장면을 통해 나를
겸손하게 해주고는 했다. 그랬던 것 같다. 바로 그 점이 내가 오지 여행을 좋
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1,000년 된 바오바브나무와 대조되는 작은 인간의 모
습은 문명국가에서 온 우리가 좀 산다고 오만해봤자 '고작 요만한 것'일 뿐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자는 거대한 바오바브나무에 붙어 서 있는 어느 꼬마를 보고 받은 메세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1,000년도 못 살면서 뭘 그리 아옹다옹하냐고......
초저녁에 잠이 든 탓에 눈을 뜨니 새벽 2시다. 어젯밤에 본 별들이 뭐 하
고 있나 창을 열고 나가보고는 그만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24시간 영업하는
빌딩 숲 사이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별'이라는 존재가 내게 달려들었다. 쏟
아지는 별들과, 그 사이에 우유를 쏟은 듯 흩뿌려진 은하수.
어느 천문학자가 "별은 엄격한 천문학적 정의로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아
깝고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마다가스카르 섬 위에 뜬 별엔
정말이지 어린 왕자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내일은 얼
마나 멋질까 꿈을 꾸어본다.
오지에서의 '별이 가득한 하늘'인지라 더 멋졌을 것이다.
나도 어릴 적 소풍 전날 고대하던 밤 하늘의 별들을 떠 올려본다.
짧은 여행에서 어떤 곳을 두 번 간다는 건 행운이다. 모든 두 번째는 첫
번째가 줄 수 없는 여유로움을 준다. 이미 웬만큼 사진도 찍었겠다. 더 찍을
욕심을 부리지 않고, 노을 속의 바오바브 애비뉴를 하염없이 걸어볼 수 있는
것이다. 거리 끝자락 호숫가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 겸 바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바오바브나무를 감상해본다. 이 순간을 위해 먼 길을 날아온 것
이 하나도 후회스럽지 않다. 여행의 행복은 이런 방식으로 경험되곤 했다. 이
마법 같은 순간을 위해 고생스러운 시간들도 기꺼이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런 순간의 행복을
즐길줄 알아야 다음 여행을 떠날 추진력을 얻게 된다.
저자는 '더 늦기 전에 마다가스카르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과 함께 이렇게 여행의 끝을 맺는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_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중에서
7 와인이 주는 위안에 취해 보라
풍요로운 삶이 있는 곳, 조지아
술과 장미의 나날은 웃으면서 달려가 버린다.
놀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목초지를 지나
닫혀 있는 문을 향해서
쓸쓸한 밤은 술과 장미와
아름다웠던 삶의 기억을 미풍 속에 풀어놓는다.
나를 현혹시키는 웃는 얼굴. 술과 장미.
그리고 당신과 함께한 나날들.
_앤디 윌리엄스, <술과 장미의 나날>
와인 문화의 탄생지,
조지아
"좋은 술이 없는 곳에 좋은 삶이란 없다"고 했던가. 조지아로의 여행은 그
동안 세속적 경쟁 속에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잠시 동안만이라도 모든 걸 내
려놓고 술과 놀이가 주는 느긋함에 빠져보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특히 와인 마니아에겐 천국과 다름없을 여행지, 그곳이 바로 조지아다.
저자의 소개 중 '느긋함에 빠져보라는' 말에 이끌린다.
세상에서 느긋함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조지아의 매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이곳의 첫 번
째 매력으로 꼽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토록 험난하고 고된 역사 속에서도
이 나라 사람들의 타고난 친절함은 세계 최고인 듯했다. 그 반전 매력이 너무
나 의아스러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이들은 세상이 아무리 혹독하게 자신들
을 괴롭힌다 해도 삶에 대한 느긋하고 풍요로운 마음만은 결코 빼앗을 수 없
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인들 같았다. 그것이 와인 때문인지 타고난 본성 때문
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특히 조지아에서 처음 들른 도시 텔라비Telavi의 할아버
지들이 보여준 푸근한 미소와 정은 그곳을 방문한 여행자의 가슴을 영원히 따
스하게 데워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두 번째 매력은 와인과 맥주를 포함해 맛있고 다양한 전통 음식들이다.
..............................................
세 번째는 종교다. 조지아 국민의 83.9%가 믿는 조지아(그루지야) 정교
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교 교단 중 하나다. AD 330년경 니노라는
이름의 성녀가 전파한 이래 러시아 정교회와 교리상의 차이를 유지하며 강
한 전통을 고수해오고 있는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에트 통치 시절 민족적 저
항 세력의 구심점이 된 것도 바로 이 정교회였다고 한다. 세상의 많은 교회를
봤지만 이곳처럼 아름다운 수도원과 교회,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성스러
운 곳을 보지 못했다.
미국의 조지아와 혼동할 수 있어서 여행자들은 러시아 명칭인 '그루지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어째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공식 명칭은
'조지아'란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하고 터키와 흑해, 코카서스 산맥을
접하고 있으며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중 하나다.
세상은 정말 넓은 것 같다. 우리가 잃어버린 정서들을 이름도 잘 알지 못하던
나라에서 마주한다는건 분명 놀라운 경험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인정과 친절
함이 우리 민족만의 정서가 아닌 인류 보편의 정서임을 확인하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낮부터 밤까지 온갖 와인과 맛있는 음식에 취하다 보니 텔라비
에선 마냥 느긋해지고 싶어졌다. 술과 장미의 나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
는 것이다. 살짝 풀린 동공에 마냥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되어 코카서스 산자
락에 몸을 뉘어본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아~ 이래서 조지아를 여행자의 천
국이라고 하는 건가 보다......
저자는 점심 식사하는 식당에서 주문하지 않았는데 주인이 자기 집에서 직접
담근 와인을 페트병째 들고 나와서는 마구 부어주며 옆에 붙어 서서 얼른 마시
라고 재촉 하시니 첫 날부터 낮술을 펑펑 마셨단다. 또 점심을 너무 배불리 먹은
까닭에 저녁은 안 먹어야지 하면서 물이나 사려고 숙소 레스토랑에 들어갔다가
혼자 와인을 마시고 있던 주인이 자신을 보고 자리를 권하니 배는 불렀지만 주인
장 앞에 놓인 '호박 색깔의 와인'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슬쩍 자리에 앉았다가
설명할 수 없는 독창적인 맛에 반해 실껏 마시고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되었단다.
그러면서 이곳 텔라비에서 와인은 우리네 김치처럼 누구나 집에서 담그고, 자기
것이 가장 맛있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그런 것이란다.
정말 느긋함을 즐기기에 더할나위 없는 곳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자는 또 그런 와인에 대한 팁Tip을 제시 한다.
우린 흔히 화이트 와인은 생선 요리와 어울리고 레드 와인은 육류 요리와 어울린다고
배웠다. 앞으로 누가 그런 낡은 원칙을 고수한다면 티 안 나게 사알짝 비웃어줘도 좋다.
와인 문화의 탄생지 조지아엔 그런 규칙 따윈 없었다.
다만 "심플한 와인은 복잡한 음식과, 복잡한 와인은 심플한 음식과!"라는 말만 있었다.
(Simple wines with complex foods, complex wines with simple foods.)
ㅎㅎ~ 와인과 음식을 어느 정도 알아야 가능한 방법 같네요.
그냥 초보자는 화이트데이에는 화이트 와인을 발렌타인데이에는 레드 와인을
마시면 되지 않을까요? 저도 한가지 방법을 알고 있네요.
" 왁자지껄한 자리엔 가벼운 와인을 점잖은 자리엔 진중한 와인을 "
그랬다. 여행할 땐 늘 속도, 속도가 문제였다. 내가 살던 나라의 빠른 속도
를 맞춰줄 나라는 세상에 없다는 것도 여행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러
나 습성이란 게 그렇듯 우린 어딜 가든 속도에 대한 강박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어딜 가든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하나도 바쁠 것
없는 여행지에서조차도 말이다. 그 꼬마의 걸음걸이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
닫는다. 여행은 내 삶의 속도에 그 나라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속도
에 나를 맞추는 것임을......
저자가 아침을 먹고 제일 먼저 간 곳은 이칼토 수도원이었는데, 아침 9시가 넘
었지만 수도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어서 기다릴까 돌아갈까 망설이고 있는데,
공사장에서 일하시던 아저씨들이 조금만 기다리면 문 열어줄 사람이 올 거라
고 해서 조급증이 났지만 30분만 기다려보기로 했더니 조금 있으니 초등학생 쯤
으로 보이는 꼬마가 열쇠를 들고 우리를 보고서도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한 걸음
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고 삶의 속도가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행을 와서도...
수도원 기행을 끝내고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안에
들어서니 커다란 테이블에 중년의 아저씨들이 모여 흥겁게 식사를 하고 계신
다. 자세히 보니 주 메뉴는 와인이고, 식사라기보다는 안주를 곁들인 술판이
다. 식당을 들어서는 내게 맘씨 좋게 생기신 아저씨가 다짜고짜로 유리잔에 든
와인을 내미신다. 그러고는 건배를 청하고 마시라고 재촉하신다. 당황환 기색
을 감추며 한 잔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니 또 가득 부어주신다. 그러고는 또
마시라고 열심히 손을 아래위로 휘저으신다. 이것 참~ 수도원 순례 중간에 생
각지 않은 와인 파티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랬다. 또 낮술이다. 그렇게 이곳에
서의 하루하루는 술과 장미의 나날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행을 가서 대낮 부터 낮술을 마시고 취해 볼 수 있는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
? 그것도 현지인들과 어울려 마시고 편히 취해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조지아
말고는 불가능할 것 같다. 편하고 느긋한 여행지. 이곳이 부러워진다.
조지아의 식탁엔 '수프라Supra'라는 전통 풍습이 있다. 그 방식은 대체로 이
렇다. 주인 격인 '타마다Tamada'를 정하고, 그의 주도 아래 참석한 모든 사람이
돌아가며 덕담을 나누고, 한 사람이 덕담을 할 때마다 다 같이 술을 마시는 것
이다. 서로에게 덕담하며 마시는 술이 어찌 달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지
혜로운 풍습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좋은 술이 있는 곳엔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이 존재 한다.
다른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홈메이드 와인들을
매일 맛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풍요로운 사회는 세속적 성공 여부
와 관계없이, 행복을 꿈꾸는 사람에게 좋은 삶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
는 사회라고 했던가. 조지아 텔라비에 온다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
이다. 한껏 행복해진 내 입에선 어느새 시 한편이 지어져 나왔다.
"살랑이는 바람 속에 포도 알갱이가 익어가고,
아름다운 교회의 촛불 앞엔 앳된 소녀의 기도가 세상을 밝히네.
천사 같은 미소와 풍요의 노래가 있는 곳.
이웃 나라처럼 돈 냄새 나는 오일 따윈 필요치 않다네.
소박한 생을 찬미하기엔 이미 가진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나니
더한 영광, 더한 번영, 나에겐 필요치 않으니.
친구여, 어서 오게나.
친구여, 잔을 들게나.
이토록 고단한 지상의 삶도
우리의 만남으로 아름다워졌음을 축복하세.
가우마리조스(조지아 말로 '건배')"
저자는 이곳에서 좋은 삶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엿봤을 것이다.
만남으로 아름다워졌음으로...
8 디지털을 벗어나 아날로그와 만나라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여행자의 파라다이스, 아제르바이잔
단순해지는 것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다.
가슴으로 살아라. 더 많이 느끼고, 덜 생각하고,
더 예민하고, 덜 논리적인 인간이 되어라.
가슴으로 살아갈 때, 그대의 삶은 그 자체로 기쁨이 될 것이다.
_오쇼 라즈니쉬
아제르바이잔의 두 도시 라힉Lahic과 세키Sheki는 바로 아날로그 감성을 가
진 여행자에게 최고의 여행지다. 이곳엔 자연과 이웃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
진 교회와 우물이 있고, 사람들을 이어주는 낮은 담과 길이 있다. 골목길을 걷
다가 친구를 만나면 걸터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의자들이 있고, 지구 반대
편에서 온 이방인을 마치 시집 갔다 수십 년 만에 고향에 온 딸을 대하듯 따스
하게 안아주는 어르신들이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우리의 지친 마음이 숨어
들기 좋은 곳.' 그곳이 아제르바이잔이었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나를 감싸주므로 그래서 조용히 숨기 좋은 곳이라고...
시끄러운 세상으로 부터 숨어 살고 싶은 곳... 아제르바이잔...
여행자의 감성과 시선이 머무는 곳은 역사학자나 비즈니스맨과는 다르
다. 라힉을 가이드북에서는 '구리 세공업자들의 마을'이라고 소개하고 있지
만, 구리 세공만 보려고 힘들게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제르바이
잔 사람들에게 라힉은 여름 동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적의 피서지이며, 아
직까지도 말이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고, 구리로 세공한 말편자
가 풍요로움의 상징으로 통하는 곳이다. 여행자들에겐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듯 마을 전체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며, 세상에 둘도 없이 순
박하고 정감 넘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촌
스럽다거나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면 디지털 감성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이름도 생소한 오지로의 여행을 떠날 때마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거기 엄청 못살잖아", "그 고생스러운 델 왜 가?"였다. 글쎄...... 이런 여행지
는 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서, 쾌적하고 안락한 선진국의 첨단 도시들을 몽땅
재미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린 걸까?
아침 산책길에서 눈이 마주친 할머니는 처음 보는 이방인을 시집간 지 수
십 년 만에 친정에 찾아온 딸이라도 대하듯 얼싸안더니 얼굴에 뽀뽀를 마구
해댔다. 왜 라힉인지 한마디로 대답하라고 한다면 난 바로 이 때문이라고 답
해야 할 것 같다. 세상 어디서도 만나본 적 없었던 정겨운 미소 말이다. 오늘날
의 세계에서 천연기념물이 되어버린 이 아름다운 미소를 만나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 낯설고 낯선 곳으로 파고드는 것이라고.
낯선 여행지를 찾은 여행객에게는 이런 '정겨운 미소'가 그곳을 감성적 시선
으로 바라보게 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정이 갈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엔 독특한 음식도 많지만 이 나라에서 먹은 것 하면 제일 먼
저 떠오르는 건 뭐니뭐니 해도 '차이(茶, tea)'다. 도시든 시골이든 한 집 건너
하나꼴이라 말해도 좋을 만큼 수없이 많은 차이하나(찻집)가 있다. 차를 물처
럼 마신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곳 남자들은 눈
만 마주치면 "차 한잔하고 가라"며 손을 흔든다. 내게 아제르바이잔을 상징하
는 가장 독특한 문화를 한 개만 대라고 한다면 "차이하나라는 찻집"이라고 대
답할 것이다.
...............................
뭔가 우리네 옛날 사
랑방 같은 느낌이 강하게 풍겼다. 그래서 이질적이기보다는 정감 있는 풍경.
근데 더더욱 재밌는 것은, 아제르바이잔 여성은 절대로 못 들어가는데 여행 온
여자들은 너무도 환영받는다는 점이다. 기웃기웃 이곳이 뭐 하는 곳인가 들여
다보다가 주인이나 손님 중 한 사람과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그들은 어김없
이 들어오라고 팔을 휘저으며 열심히 손짓을 한다. 그렇게 열렬히 원하니 한
번쯤 들어가 주겠노라고 큰소리쳐도 좋을 그런 손짓이다.
마지못한 듯 찻집 안으로 들어서면 맘씨 좋게 생긴 남자는 빈 의자를 가
리키며 앉으라고 권한다. 그러고는 주인장에게 잔을 하나 더 가져올 것을 주
문한다. 뭐 굳이 주문하지 않아도 으레 주인은 한 사람이 추가될 때마다 귀찮
은 기색 하나 없이 찻잔을 내온다. 그것도 늘 있는 일인 양 자연스럽기 짝이
없다. 한 주전자에 0.4마나트(600원)인 차는 두 번도 좋고 세 번도 좋고 거의
무한 리필되다시피 해서, 한 주전자만 시켜도 대여섯 명은 실컷 마시고 남을
정도니 이 정도 인심이야 누구든 쓸 만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인심은 돈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남정네들이 외국인 여성을 찻집으로 불러들였다고
해서 약간의 유혹 비슷한 거라도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
들은 단지 너무나 인정 많고 호기심 많은 젠틀한 신사들일뿐이다. 소박한 행
색의 진정한 신사들.
그래서 아제르바이잔이 더 좋아졌다. 남녀노소 불문한 온화함과 젠틀
함. 인정스러움. 살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그래주었으면 하는 모든 소양
들을 이곳 사람들은 천성인 듯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름조차 낯선 아제
르바이잔이라는 나라의, 발음조차 어려운 도시 이름들이 쏙쏙 가슴에 와
박힌 것이다. 그들의 눈은 세상 귀퉁이 중의 귀퉁이인 자기네 마을을 찾아
온 이에 대한 호기심과 고마움으로 가득하다. 통신도 발달하지 않은 이곳
에 세상의 소식을 전해줄 유일한 전령사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
다. 이곳에서 '소통'이란 오직 서로 눈과 눈을 마주 보며 귀를 있는 대로 열
어 세상의 소식을 듣고 표정을 읽고 웃음을 나누는 그런 것이었다. 얘기하다
말고 핸드폰을 들여다볼 일도, 전화를 받을 일도 없는 곳. 그저 아날로그 스
타일의 소통만이 있을 뿐인 이곳이 한없이 정다운 이유였다.
그럴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로 부터 환영 받고
환대 받는다는 것은 들뜨는 즐거움으로 가슴에 와 닿았을 것이다.
따스하게 감싸주는 그런 소양들을 천성인듯 가지고 살아가는 곳...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아련한 정을 불러내어 주는 곳...
그렇게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놀았다. 세수도 안 한 채
숙소를 나서서 마을 한 바퀴만 돈다는 것이 몇 시간째 실컷 놀며 푸짐한 아침
까지 먹고 나오는데도 이들의 표정엔 아쉬움과 섭섭함이 역력했다. 노부인은
내 손을 잡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내일 또 오라고. 그리고 자기네 집은 바쿠지
만 해마다 여름을 이곳에서 나니 내년 여름에도, 내후년 여름에도 언제든지 오
라고 말이다. 대체 이건 뭘까? 이런 이유 없고 근거도 없는 친절함은 대체 어디
서 나오는 걸까? 고맙다 못해 미안한 마음까지 드는 아침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의 따스한 정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배고프면 언제라도 말하라고, 오고 싶으면 언제라도 오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가 그리워집니다.
그렇게 제법 근사한 저녁을 먹고 카라반사라이로 돌아와 역사가 서린 계
단에 앉아 책을 읽었다. 역사적인 장소에 고요히 있으면 뭔가 울림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새로 지은 건물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어떤 울림이다. 사람들
과 떠들며 지나가면 놓쳐버릴 그런 울림이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동안 그
곳에 묵었던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조곤조곤 들리는 것 같은 그럼 오묘한 감
상에 젖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유럽 같은 곳에서 휘황찬란한 별 다섯 개 특
급 호텔보다 역사적인 성채를 개조한 불편한 호텔이 훨씬 더 비싼 이유도 거
기에 있을 것이다.
여행 중 어느 곳을 가게 되면 그 곳의 의미가 가지는 느낌을
꼭 헤아려 보아야 한다. "시이불견 청이불문 (視而不見 聽而不聞)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은 새겨 보고 듣는 것이라고..."
유홍준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여행 가서 눈으로 흘려 보기 보다는 마음으로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여행은 의미로 기억 되기 보다 느낌으로 추억되어진다지 않는가.
저자는 그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이 묻던 숙소 카라반사라이에서의
감회를 적고 있다.
한적한 키쉬 마을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다보니, 정말 낯선 곳인데도 무섭
다는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자갈로 포장된 울퉁불퉁하고 구불거리는 골
목길을 걸어가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래되어 세월의 생채기가 가득한
외벽과 둥근 탑, 화사한 오렌지 빛깔의 알바니아 사원이다. 문을 빼꼼 열고 밖
을 내다보다가 이방인과 눈을 마주치고는 수줍어 냅다 도망가 버리거나 멀리
서 손을 흔드는 꼬마들의 수줍은 표정에서, 가슴 저 밑바닥부터 뭉근하게 솟
아오르는 따스함이 전해졌다.
이곳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을이 주는 위안, 공동체가 주는 안전감 같
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서로 돕고 돌보는 생활 공간, 신뢰하는 준거
집단이 있는 곳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에 대해서도, 그것은 파편화된
조각으로 불안하게 서성이는 사람들, 거대한 고도 관리 체제에 포획된 사람들
에게 꼭 있어야 할 그 무엇임에 틀림없었다. 힘든 노동에서 돌아왔을 때 진정
한 정서적, 육체적 휴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웃과 가족이 주는 위
안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곳에선 군중 속에서 고독에 몸부림치며 극
단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 때는 이러지 않았던가?
이웃간의 정이 담장 너머로 오고가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겨둘 수 있는 이웃
이 있었던 그 때의 아날로그적 정감은 어디로 간 것일까.
오직 추억 속으로만 옮겨 간 것일까.
아직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희망해 본다.
나를 지치게 하는 것도, 나에게 환멸을 안기는 것도 언제나 사람이었다.
아무리 거대한 자연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신들에게서도 참된 위안은 늘 2%
부족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산골 마을 라힉과 세키, 키쉬에서 만난 한없이 순수하고
따스했던 미소들. 새벽 산책에서 만난 이방인을 딸처럼 대해줬던 어르신들. 낯
선 이방인을 허물없이 집 안에 들이고 먹을 것을 끝없이 내오시던 분들. 그러
고도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다시오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던 사람들. 눈만 마
주쳐도 "살람"이라 인사하고, 작은 일에도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진심에서 우
러나는 "사울Thank you"을 연발하던 사람들. 그것만이 내게 아직도 이 세상은 살
아볼 만하다고 위안을 주는 것 같았다. 그러므로 아무리 배신을 당하고 상처
를 입었다 하더라도, 그래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종국엔 그래도 사람밖에 없다
는 것 아제르바이잔 여행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디지털은 잊기 위함이고, 아날로그는 간직하기 위함이다"라고 사진가 로
버트 폴리도리는 말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고 싶은 분들께 이
곳으로의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꼭 필요한 것만 남은
여행자의 파라다이스, 아제르바이잔으로의 여행을......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를 생각해 본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만이 우리를 위로해 줄 것이다.
그리고 이것만을 간직하고 살아가라고 우리에게 애기하는것 같다.
8 아내만의 여행을 허하라
진정한 나를 만나는 곳, 인도네시아
사랑의 시작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온전히
그들 자신이 되도록 놓아주는 것이고,
그들을 우리 자신의 이미지에 맞게 바꾸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그들 자신 안에서 찾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일 뿐이다.
_토머스 머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라는 노래 가사가 있던가. 행복
한 삶을 위해, 자신을 명징히 들어다보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책도 있고, 영화도 있고, 전시도 있지만, 그 모든 것 중에서 여행만큼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남편이건 아내건 혼자 감내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고 상대에게 해결
해 줄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럴땐 상대방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자신을 다시 들어다보고 자신을 자신답게 가다듬을 수 있도록 말이다.
저자는 혼자 가는 여행을 제안 한다.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면서 어떤 이
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번듯한 직업과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 저 여
잔 뭐가 부족해서 저러는 걸까 하고. 굳이 나이로 따지자면 대체로 마흔 무렵인
것 같다. 이런 자각이 왔다는 것은 이젠 다른 사람의 평가나 외적인 삶보다 내
면의 삶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만약 또 한 번 이 신호를
외면한 채 살아오던 대로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점점 커지는 공허함을 견디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변화를 위한 여행을 원하는 이에게 영화 속 줄리아 로버
츠가 떠난 세 나라 중 마지막 여행지였던 곳, 인도네시아를 추천한다.
인생에서 마흔이 넘어서면 살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적어진다.
이제까지 삶을 준비하기 위해 살았다면 마흔 부터는 삶을 즐기며 행복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오랫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서서히 시작해
보아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너무나도 쉽게 우릴 목적지로 데려다주지만,
그곳엔 아무런 이야기도, 추억도 없어."
_<잉여들의 히치하이킹>중에서
저자는 족자카르타부터 발리까지는 육로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동하며 적당한 현지 식당에 들어가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중간에 시장
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과일을 사기도 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하며, 지겨워지
면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다가, 옆에 있는 누구라도 붙잡고 말이
통하든 안 통하든 수다를 떨게도 된다고 그러면 그렇게 긴 섬을 가로지르는
동안 나만의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장단점이 있겠지만 고생스러울수록 그 곳을 좀더
가깝게 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대부분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 가는 가파르고 위
험한 분화구의 능선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담력 있는 트레커들이 있었다. 내
옆에 있던 네덜란드에서 온 남녀 한 쌍도 능선 트레킹을 하려는 듯 가방을
고쳐 메고 있었다. 나는 '오우, 정말 갈 거니?'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
고 있었는데, 그때 여자가 나를 보며 무섭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나 또
한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 후 그들은 얘기를 나누
더니 결국 남자만 올라가기로 했는지, 남자는 능선을 향해 출발하고 여자는
혼자 남아 남자 친구의 늠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렇다. 꼭 둘
이 함께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내가 무서워 가기 싫으니 너도 가지 말라
고 방해할 필요는 없는 거다. 좀 힘들어도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 남자는 여
행에서 얻고자 했던 성취감을 안고 돌아갈 것이며, 여자는 그럼 남자를 든
든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문득 칼릴 지브란의 시가 떠올랐다. 이건 내가 혼자 여행을 떠날 때마다
남편에게 읊조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적인 커플이란 사이프러스나무처럼
간격을 두고 서로 그늘을 만들지 않으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말한
그 시를 난 마치 방패처럼 안고 다녔던 것이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그대들은 영원히 함께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버릴 때까지
그대들은 함께하리라.
영원히, 그대들은 함께하리라,
비록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그러나 그대들 함께함에는 공간을 두라,
그리하여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구속되지 마라.
오히려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일렁이는 바다를 두라.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되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가 자기의 빵을 주되 같은 조각만을 먹지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 각자가 따로 있게 하라,
비록 그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기타 줄이 따로 있듯이.
그대들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가 지니지는 마라.
오로지 '생명'의 손만이 그대들 마음을 지닐 수 있나니.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하지 마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나니,
참나무, 사이프러스도 서로의 그늘에선 자라지 못하니라.
_<예언자>중에서
저자는 분화구에 꽃을 던지면 소원이 이뤄어진다는 브로모 화산을 올라가서
본 남녀간 따로 또 같이의 이상적인 예를 소개하고 있다.
콜라병인 나보다 사이다병인 너에게 꽃이 꽂혀져 있는게 더 예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삶에는 아무리 알려고 해도 어떤 세월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는 절대 깨
달을 수 없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자유의 언덕에서>
에는 주인공인 일본 남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 대신 훌륭한 사람'이라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삶면서 수많은 만
남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과 다 사랑을 하게 되는것도, 그들이 다 훌륭한 것
도 아니다. 만남에는 때가 있고 운명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만남이 스치고
지나가도 오랜 역사를 함께한 사랑은 그 모든 '스침의 합'보다 더 크고 기저
에 있는 감정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누군가 사랑은 상실로서 각인된다고 했
던가. 어쩌면 떨어져 있는 동안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하느냐가 사랑의 바로
미터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확고해야 우리가 확고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확고해지려면 수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처 내고,
연고를 바르고, 덮는 내면의 전쟁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딱지 위에
새살이 돋아야 새롭게 사랑도 피어나는 것이다.
속칭 '너도 내 나이가 돼 봐라' '지금 알았던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이런 생각이 들게 된다면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자신에게 훌륭한 사람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세월의 힘으로 자신이 확고해진 만큼...
남자 친구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내가 분화구에 꽃을 던지는 모습을 카
메라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꽃을 분화구에 있는 힘껏 던지며 기도
했다. 내가 아는 모든 이가 저마다의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누리기를......
세상엔 나라 수만큼, 어쩌면 사람 수만큼 다양한 종류의 기도법이 있고,
그러한 기도법을 알고 해보는 것도 여행에서 얻는 기쁨 중의 하나다. 다행히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어서 세계 어디를 가든 그 나라만의 방식으로 온갖 기
도를 다 했으니, 그 기도의 힘으로 지금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
를 일이다. 일출을 보고 분화구에 꽃을 던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삶은 소원하는 사람에게 더 큰 힘을 주어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 주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이 소원한 만큼만...
"관광지로서 최적화되어 있지만, 곳곳에 신비스러운 파편을 숨기고 있는
곳." 유명한 일본의 여행가 후지와라 신야는 발리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늘
리조트만 왔다가는 사람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가 흔히 말하는 발리는 섬의 남쪽 끝에 집중된 리조트 지역을 말한다. 나도 회
사원이던 시절, 일주일 받은 여름휴가 때 리조트를 찾곤 했다. 짧은 시간
에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최대의 이국이었으며,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누
워서 온종일 선탠을 하거나 수영을 하다가 마사지를 받는 것이 최고인 상황이
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돌아가기 전날 뭔가 허전해지면 근처에 있는 해안 절
벽에 있는 원숭이 사원과, 서핑으로 유명하다는 비치를 잠깐 다녀왔던 기억이
어설프게 남아 있다. 만사 피곤해서 돌아다닐 에너지조차 없던 때의 불가피
한 선택이었던 리조트 여행은, 이젠 세계 어딜 가나 똑 같다는 결론에서 안 다
닌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런 리조트에 대한 편견을 깨준 곳이 있었으니 바
로 멘장안Menjangan에 있는 밈피 리조트였다. 어디나 그렇듯 진짜 천국은 조금
은 덜 개발된 외진 지역에 있기 마련이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밈피 리조트는 자체가 국립공원인 듯 온통 초록
이다. 텔레비전도 없고 와이파이도 잘 안터지는 이곳은 자동적으로 사람을
번잡한 삶에서 유배시켜준다. 그래도 심심할 틈은 없다. 곳곳에 아담한 수
영장이 있어 개인 수영장인 듯 혼자만의 평화를 누릴 수 있으며, 향신료 나
무를 재배하는 정원과 고급 스파도 있다 리조트 내에서 가장 맘에 든 곳은
유황 온천이었는데, 맹그로브나무로 둘러쳐져 바다를 향해 있는 노천온천
에 나 홀로 몸을 담그는 순간 모든 상념과 피로가 일시에 날아가 버리는 마
법 같은 체험을 할 수 있엇다. 지금 번잡한 속세를 떠나 단 며칠 동안이라도
자연 속에서 침잠하고 싶은 분에게 발리 같지 않은 발리, 페무테란과 멘장
안을 권하고 싶다.
리조트 여행은 개개인의 호불호가 극명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활동적인 여행자는 싫어할 것이고, 한 곳에 머물러
침잠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는 선호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머물러 본 바로는 체력적인 충전과 휴식을 위한
여행에 맞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발리는 꽃이다. 이곳에서는 눈길이 닿는 곳마다 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을 '짜낭'이라고 한다. 신에게 바치기 위한 꽃 장식으로, 이슬람 국가에서
하루 다섯 번 아잔을 올리는 것처럼, 이곳 발리에선 하루 다섯 번 신에게 꽃
을 바치는 의식을 한다. '머반텐Mebanten'이라 부르는 이 의식은 이곳 사람들에
겐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거서럼 삶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 자연스럽다. 하루에
다섯 번 꽃을 바치기 위해 온종일 꽃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 이들의 삶이 어
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가게의 현관과 바닥에도 짜낭이 있으니, 밟지 않
도록 주의해야 한다.
2억 5,000만 인도네시아인 중 90%가 이슬람교도지만 발리 섬만은 주민
의 90%가 힌두교도라는 사실은 재미있다. 집집마다 문 앞엔 작은 힌두 템플
이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향기로운 꽃 캄보자(Kamboja, 발리어로는 '자뿐'이
라고도 함)를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곳에서의 기도는 '경건
하다'라는 말보다 그저 '아름답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런 기도
다. 우붓 새벽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짜낭용 꽃 시장이다.
현실의 고단함에 좌절하거나 낙담하기보다는, 선업을 쌓아 다음 생에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여유와 평화로움이 여행자의 마음까
지 편안하게 해주었다.
최근 발리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곳인 우붓Ubud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
단다. 자바 본토의 이슬람 세력에게 밀려나 쫓겨 온 힌두 세력이 정착한 발리는
자연이 지닌 천혜의 아름다움에 힌두교라는 독특한 종교적 색체가 어우러져
있는 휴양지란다. 아름다운 기도를 드리는...
'잘란잘란'은 발리 말로 '길'을 뜻하는 잘란Jalan을 두 번 연속한 것으로 '산
책하다'라는 뜻이다. 예술과 미각적 즐거움이 함께하는 우붓을 최고로 여행하
는 방법은 그저 '잘란잘란하는 것'이다.
저자는 서양인들에겐 논농사를 짓는 풍경과 계단식 논이 에메랄드빛 바다 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일 수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고, 갤러리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고,
토속품부터 유명 브랜드까지 다양한 상품을 쇼핑할 수 있어 누군가는 이를 빗대어
"신들의 섬 발리엔 지름신도 있다"고 말한단다. 그래서 이곳 우붓에서의 최고의
여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잘란잘란하라고...
10 남편만의 여행을 허하라
칭기즈칸의 기백을 찾아줄, 우즈베키스탄
나그네여, 당신의 발자국이 바로 길,
본래 그것 말고는 없다네.
나그네여, 아무런 길이 없어도
길은 만들어진다네.
걷다보면, 걸으면서
당신은 길을 만든다네.
_안토니오 마차도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에 '김태희가 밭을 갈고 전지현이 소를 모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이 사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때문에 남편
혼자 여행지로 추천하는 건 아니다(^^).우즈베키스탄은 칭기즈칸의 후예
티무르 황제가 제국을 호령했던 호연지기의 나라이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개척자의 땅이기도 하다.
나는 세련된 첨단 도시도 좋아하지만 오지 여행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여행지에서 혼자 온 남자분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아내는 인프라가 아주 잘되어 있는 쾌적한 여행지나
리조트를 선호하는 데 반해, 자신은 다소 인프라가 떨어지더라도 어릴 적
꿈이었던 오지를 꼭 와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년간 설득해서 겨우 혼자 오는 걸 허락 받았다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여행에서 만난 어떤 분은 어릴 적 티무르 황제에 대해 배웠을 때부터
언젠가는 꼭 이 나라에 와보리라 결심했다고 했다. 소원이 이루어져 정말
기쁘다며, 티무르 왕궁에서 왕의 복장을 하고 사진을 찍을 땐 소년처럼
행복해했다.
저자는 부부가 똑같은 취향을 가졌다면 그건 천운과도 같은 일이지만,
부부도 사람인지라 취향이 다른 부분이 있기 마련이니 가끔은 혼자만의
취향을 누려볼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티무르제국의 영광이 남아 있는 곳
실크로드는 6세기에서 14세기에 이르기까지 중국 서안, 낙양 등 대도시에
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경유하여 고대 로마의 수도 콘스탄티
노플(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등 서방 세계를 잇는 장장 7,000킬로미터에 이르
는 육상 교통로를 말한다. 이 길은 15세기 들어 바닷길이 열리면서 점차 쇠퇴
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유적들만 남아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실크로드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천산북로와 남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오아시스 중
에서도 최고 중심에 해당하는 국가였다. 낙타에 비단과 금, 종이와 보석을 가
득 실은 대상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쌓인 피로를 풀기도 하고, 물물교환을 위
해 큰 시장을 형성하기도 했다.
티무르 제국은 몽골 제국의 계승 정권 중 하나이며, 중앙아시아에서 이란에
걸친 지역을 지배했던 이슬람 왕조로서, 티무르는 스스로 칭기즈칸의 후손이
라 칭하고 몽골 제국의 재건을 기도 했다네요.
이찬칼라는 매우 넓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두고 차도 마
시고, 밥도 먹으면서 천천히 둘러보는 게 좋다. 햇볕에 말린 황토색 벽돌로 견
고하게 쌓아 올린 성벽이 아름다운 유적들을 병풍처럼 감싸고, 황토빛 흙집들
이 빼곡히 들어선 사이로 좁은 길이 미로처럼 뻗어 있는 이찬칼라를 걷다 보
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든다.
이찬칼라는 적어도 세 번은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낮에 황토빛 성벽과
그 그늘이 드리우는 멋진 모습을 보고, 저녁을 먹은 후 조명이 켜진 아름다운
밤 풍경을 꼭 봐야 하며, 다음날 새벽 해가 뜰 무렵의 이찬칼라를 봐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조금은 봤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찬칼라의 규모와
아름다움은 이 세번으로도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히바Khiva에서 가장 유명한 이찬칼라Ichan-Qala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높이 8미터, 두께 6미터, 길이 2킬로미터에 이르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안에는 20개가 넘는 모스크와 신학교인 메드레세 20곳, 첨탑인 미나레
트 6개와 많은 아름다운 유적들이 있다네요.
시간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 성이라.. 이찬칼라.
상상력을 자극 하는 성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이들 유적들보다 더 좋았던 건 고풍스러움과 고즈넉함이 한껏 묻
어나는 좁은 골목들이었다.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면 돌아다니지 않고 한곳에
고요히 머무르고 싶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골목 하나하나 끝 간 데까지 한없
이 누비고 싶어지는 도시가 있다. 부하라는 이를테면 후자에 속하는 곳이었다.
여행에서 어떤 도시를 가장 잘 사귀는 방법은 관광 명소를 차를 타고 지
나가는 대신 이름 없는 골목길을 걸어 다녀보는 것이다. 여행을 연애에 비유
한다면, 차를 타고 휙 지나치면서 보고 그곳을 판단하는 건 외모만 보고 이성
을 판단하는 것과도 같다. 이에 반해 이름 모를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는 건 이
성의 내면을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다른 도시들과 달리 그
도시만이 지니고 있는 바람과 공기를 느끼고, 찬찬히 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큰 도시보다는 조그만 마을을 좋아한다. 두 발로 걸어서 어슬렁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 집과 집 사이, 골목과 골목 사이로 난 길
을 걸으며 그곳만이 풍기는 냄새와 향기를 맡는다. 울퉁불퉁한 돌길로 된 오
르막길을 걸을 때 와 닿는 손때 묻은 한적함. 그곳엔 불편하고 느리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삶을 지탱해온 소중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작으니 금방 익숙
해질 수 있고, 며칠만 보내다 보면 고향처럼 포근한 느낌이 든다.
도시 부하라Bukhara에서 저자는 유적들 보다 좁은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
보면서 바람과 공기를 느끼며, 찬찬히 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으로 요란한
화장과 치장을 하지 않아도 존재감을 발하는 사람처럼 은은한 기품이
이 도시에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저도 걷는 것을 좋아해서 낯선 외국의 도시를 다리가 아파 지치도록 걸어보고
싶네요. 사막이 보이는 곳이면 더 좋고요~
세상에 너무 잘 알려져 있는 여행지는 사진과 이미지로 많이 접해서인
지 실제로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정보가 별로 없어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갖고 여행하는 곳들에서 의외의 만족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
즈베키스탄은 정말이지 황홀할 만큼 많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
었다. 폐허만 남은 유적지들과 달리 이곳의 유적들은 예전의 화려함을 그대
로 간직하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으며,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은
예전 우리 민족을 보는 것 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남자들에게 이 곳은 『아라비안나이트』의 무대 중 하나이며, 실크로드의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 곳이라 생각한다. 보물과 미녀를 쫒는 와일드한 남자
들의 세상... 가보면 아닐지라도...
삶은 그런 거라 생각한다. 다 나름대로 힘들고 좋은 부분이 있는데 다른
사람의 삶이 더 멋져 보이는 것. 그곳이 우리가 흔히 삶에서 저지르는 어리
석음이 아닐까. 쓸데없이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비교하면서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자신이 언제 행복한 사람인지를 알고 그것에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하는 그녀들과 헤어져 숙소
로 돌아오는 길, 라퐁텐 우화가 생각났다.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여우
가 작은 호수를 지나다가, 물에 비친 다른 여우가 자기보다 더 큰 고깃덩이를
물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 고깃덩어리를 차지하려고 입을 벌렸다가, 자기가
물고 있던 고기마저 잃고 만다는 이야기. 물에 비친 여우가 바로 자기 자신인
지도 모르고, 라퐁텐 우화에 나오는 여우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자신이 언제 행복한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행복한 걸 하면서 죽는 걸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등산을 하다 죽는게 교통사고로 죽는 것 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꿈꾸기에...
11 가족과 멋진 송년 여행을 떠나라
휴식을 위한 모든 것이 있는 곳, 대만
인생의 유일한 의무는 그저 행복하라는 것뿐.
_헤르만 헤세
나이가 들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늙느냐
아니냐는 어쩌면 이러한 조화를 얼마나
잘 이루어가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생각.
나와 가족, 일과 놀이, 정신과 육체의 조화
말이다. 1년 내내 직장에 치여 가족을, 또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면 단 며칠만으로
균형을 조금은 회복시킬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대만으로의 표를 끊었다.
더 늦기 전에,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더
사랑하기 위해......
나이는 비누와 같아서, 처음엔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지만 반을 넘어서면
하루가 다르게 닳아버린다고... 그래서 저자는
더 늦기 전에,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더
사랑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떠나라고 한다.
중국 말을 하는
일본 같은 곳, 대만
우린 흔히 대만 하면 또 하나의 중국쯤으로 여기지만, 직접 가서 느끼는
대만의 매력은 의외로 많았다. 친절하고 질서 있는 사람들과 편리한 대중교통,
오래된 유적들과 편안히 쉴 수 있는 온천까지. 무엇보다 맛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먹을거리가 풍족한 곳이 바로 대만이다. 2시간 남짓만 가면 닿는 대만
은 송년 연휴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지다. 추위를 피해 잠시라도 따뜻함
을 즐길 수 있고, 맛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짧은 외국 여행이라 해도 국내 여행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준다.
나라가 다르는 것은 공기가 다르다는 것이고, 사람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
국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겨울에 여름 나라를 간다거나, 여름
에 겨울 나라를 간다면 새로움은 극대화된다. 그곳에 가려고 책을 뒤적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대만이 국가 경쟁력 6위의 국가라는 사실. 요즘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처럼 보이는 관광객 중 많은 사람은 대만인이다. 우린 중국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통째로 촌스러우니 시끄러우니 하고 몰아붙이지만, 그들 중엔
조용하고 예절 바른 대만인이 적지 않다. 내 눈에는 대만이, 중국과 자기네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나라처럼 보였다.
한국 식당도 많고 한국풍 성형을 내세운 성형외과도 눈에 띠며, TV를 켜면 한국의
사극과 트렌디 드라마가 방영중이었고, 카페에 가면 알바생이 한국말로 인사를 걸
어왔다고, "저 지금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어요"라면서. 백화점 내의 한국 식당에선
"어서 오세요"라고 일제히 한국말로 인사를 하기도 했으며, 영어로 된 『론리 플래닛』
대신 한국말로 된 가이드북을 당당히 들고 다니게 된다고 외국여행에서 처음 받아
보는 이런 대접, 어쨌든 기분이 좋고 뿌듯해졌다고 말하며, 대만을 여행하는 내내
한류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단다. 저자의 그 기분 십분 이해가 되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던가.
"이태리 국경만 넘으면 공기가 달라지고, 파스타 맛이 달라지더라고...
음식은 결국 '공기' 탓인가 보다라고."
이러니 짧더라도 다른 것을 느끼러 외국에 나가는가 보다.
그런데 음식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한다.
"전주 콩나물국밥의 맛은 '물'탓이라고..."
내가 다른 지역에 가서 먹어본 콩나물국밥 맛은 확연히 달랐다.
체인점인데도... 장담한다. 분명 '물'탓이다.
예전에 물맛으로 '하이트' 맥주를 히트시킨 지역이지 않나?
사람에겐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한다. 달콤한 초콜릿이 생겼을 때 바로
먹는 타입과, 나중에 먹기 위해 아껴놓는 타입. 나로 말하자면 당연히 바로 먹
는 타입이다. 미래에 대한 나의 철학을 말하라면, '내일이 먼저 올지 다음 생이
먼저 올지 알 수 없다'라는 말과,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새기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다. 이를테면 어떤 나라를 방문했을 째 꼭 가고 싶은 곳을 뒤로 미뤄두기보다
는 혹시 모르니까 맨 먼저 가고 보는 타입인 것이다. 동선이니 뭐니 상관없이
우선순위가 높은 곳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순으로 여행한다.
내 경험으로도 자신이 가장 원하는 곳을 먼저 갈 것을 권한다.
"사랑도 행복도 미루지 말라 !!!"
붉은 등이 골목골목을 밝히는 저녁 무렵의 지우펀은 황홀한 풍경을 자아
낸다. 골목골목이 모두 다 옛 정취에 흠뻑 젖기 충분했지만, 특히 수취루 홍등
가는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엽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 같아 이리저
리 사진 찍기에 몰입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정신없이 돌아다닌 탓에 다리
가 아파왔다. 창밖이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찻집에 앉아 고즈넉하게 차 한잔
기울여본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들 찻집에서는 다구를 세팅해주면서 차 마시
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간 곳이 지우펀Jioufen이란다.
오래전 아홉 가구만이 살았던 이 마을은 생필품을 구입해 아홉 개로 나누어
썼다고 해서 '지우펀九份'이라 불렀단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수많은
정령들이 모여드는 아름다운 풍경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며, 대만의 유명한
영화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곳인데 나중에야
안 사실이라고 말한다. 황홀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
즐거운 행복감에 흠뻑 젖었을 것이다.
여행하다 보면 '아~ 이게 이 나라 것이었어?' 하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는
데, 버블티는 바로 대만의 대표적 디저트인 전주나이차珍珠奶茶를 말하는 것이
었다. '전주'는 감자 전분으로 만든 타피오카 펄을 말하며, '나이차'는 밀크티
를 말한다. 이 버블티가 우리나라에 대만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다시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이다. 타피오카 펄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
트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우펀이나 스린 야시장에 가면 타피오카 펄만
따로 팔기도 한다. 서양 사람들이 커피를 손에 들고 출근하듯, 대만 사람들 손
엔 전주 나이차가 들려 있다. 타피오카 펄이 들어 있어, 액체만 마시는 것보다
는 속이 든든해진다.
망고 빙수도 마찬가지다. 열대 지방인 대만엔 망고가 풍부해서 빙수로 만
들어 먹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도 빙수의 다양화 바람을 타고 망고 빙수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발견 재미있다. 그렇게 패션도 먹을거리도 돌
고 돈다.
'공차(貢茶)' 브랜드나 '대패빙수'가 대만에서 들어온 것이더군요.
저도 박람회에서 '대패빙수' 빙삭기나 여러 색깔의 타피오카 펄을 본
기억이 나네요. 제가 타피오카 펄을 처음 본 것이 2002년 제1회 커피,차
페스티벌(현 카페쇼)인 것으로 기억되네요. 그 때는 삶으면 부스러지는
가짜 펄도 유통 되곤 했는데... 삶는 시간도 15분 이상 걸려었지요.
벌써 15년전 얘기네요.
12 고정관념을 깨줄 곳으로 떠나보라
오지가 주는 결핍의 행복, 에티오피아
시간을 달리 쓰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이 아니면
인간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은 가장 무의미한 행위다.
_오마에 겐이치, 『난문쾌답』(흐름출판) 중에서
위 세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여행이 근접할 것 같네요.
이민 가는 것 빼고는...
원시가 아닌
시원으로의 여행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야말로 삶을 살아가게 해주는 가장 큰 동기
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처음 타보는 국적기. 처음 보는 '그을린 피부'의 여승
무원. 영상과 인쇄 자료를 살피며 상상해보는 시뮬레이션의 시간들...... 에
티오피아까지 가는 15시간의 비행시간이 지겹긴커녕 설렘으로 가득했던 이
유다.
많은 이에게 이름조차 낯선 에티오피아는 수백만 년 전 유인원 루시Lucy
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나라이며, 모세가 신께 받았다는 십계명 돌판이 보관되
어 있는 나라다. 시바 여왕에서 시작된 고대 왕국의 찬란한 영화를 이어받은
나라이며, 어떤 나라보다 앞서 기독교를 받아들인 나라다. 아프리카에서 유
일하게 단 한번도 식민지였던 적이 없는 나라이며,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고유 문자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고대에는 동아프리카와 아라비아 일대에
서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곳, 시바 여왕과 솔로몬의 전설과 신화가 뒤엉킨 곳.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에티오피아 하면 평소 커피의 고향, 예가체프의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식민지였던 적이 없고 고유 문자를 가지고 있다니
깨침으로 새로운 생각이 생겨난다.
여행은 '존재가 아닌
부재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절호의 기회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이라 했던가. 여행에 관한 무
용담은 듣는 이에겐 부러움일지 모르지만 많은 부분은 사실 개고생(^^)이다.
특히 아프리카 오지로의 여행은 늘 불편함을 동반한다. 그러나 여행은 부족함
을 즐기는 것. 오지속의 낙원이 주는 깨달음은 세상엔 정말이지 다양한 삶이
있고, 우리 생각엔 극한의 가난이나 불편함으로 생각되는 삶의 상황들이나 단
하루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조건들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세상 누구보
다 평화로운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불편을 즐긴다면 어느 정도까지 즐길 것인가? 이런 갈등은 집을
떠나기 전 짐 싸기부터 시작된다. 이것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저것을 가져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불편해도 참을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데서부터 '나
만의 여행법'은 시작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패션쇼라도 할 것 처럼 잔뜩 멋을
부린 옷가지들로 가방을 채울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옷들, 한국에선
행여 손가락질받을까 못 입어본 옷들, 기온이 안 맞거나 문화적으로 맞지 않
아 입을 기회가 없었던 옷들을 입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여행인 것
이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옷들 중 가장 편하고 소박한 것들로 가
방을 채우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입고 난 후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빈 가방을 메고 돌아온다.
여행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난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을
몇 알고 있다. 그들은 당당히 말한다. 휴일에는 응접실 소파에 누워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는 왜 모
든게 갖추어진 편리한 집을 두고 사서 고생을 하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했다. 그렇다. 편리함으로 치자면 집보다 편한 곳이 있을까. 조금도 불편하지
않으려 한다면 집을 통째로 옮겨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것
들쯤 며칠 없어도 지장 없다고 생각하고,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니 필수품은
구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 짐은 훨씬 가벼워진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이......
등산이든 여행이든 나는 바리바리 싸가는 것을 싫어한다.
등산을 갈 때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먼저 챙긴다.
여행 갈 때는 여벌 옷만 있으면 된다. 세면 도구도 잘 안챙긴다.
그래서 여행가서는 내 사진을 잘 안찍는다. 인증 사진도.
정면 확대 사진은 더더구나 NO다.
그러면서 먹을 것은 잘 넣어 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므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추위와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내 자신이 경험으로 체득한 생각이다.
저자가 얘기한 평소 잘 입지 않는 옷을 가져가서 입어보는 것도 좋고
소박한 옷가지를 나누어주고 온다니 저자의 방법을 따라해 보고 싶어진다.
많이 비울수록 많이 채워 올 수 있지 않을까.
그을린
피부의 나라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지만, 에티오피아를 여행
지로 선택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에티오피아에 대한 인식은 미미해서
이름조차 못 들어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어,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면도
있다. 그러나 커피 애호가들이 급증하고 로스팅 카페나 유명 커피점들을 중심
으로 에티오피아산 시다모나 예가체프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이곳
은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고 있다.
도시 대부분이 해발 2,000미터가 넘는 고원지대에 위치하여 아프리카답
지 않게 연중 선선한 에티오피아는 기온 면에선 여행하기 좋은 나라지만, 고
산 증세 때문에 활발하게 거리를 누비기엔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
다. 그러나 뛰어다니지만 않는다면 누구나 충분히 멋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그을린 피부'라는 뜻의 에티오피아에 사는 사람들은 피부색도 매력적이
지만, 얼굴이 작고 몸매가 날렵해서 외모가 뛰어나다. 특히 남성들보다 여성
들이 정말 아름답다.
................................
이곳에선 심심찮게 밥 말리를 닮은 청년을 볼 수 있고, 밥 말리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자동차나, 그를 기념하는 티셔츠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많
이 만날 수 있다. 중미에 있는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가가 이곳 에티오피아에
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밥 말리 사상의 밑거름이 된 라스타파
리아니즘의 탄생지가 바로 에티오피아이기 대문이다. 그의 노래에서 "아프리
카로 돌아가자"라고 할 때의 아프리카가 바로 에티오피아다.
남북위 25도 이내로 커피 벨트를 형성하고 있어 더울 것으로 생각 하지만
고산지대에서 자라고 비교적 저지대에서 자라는 로부스터 종도 잎이 넓은
바나나나무에 가려 그늘에서 선선하게 자란단다.
언젠가 책에서 본 내용이다.
커피는 선선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귀한 열매인 것이다.
이런 곳에서 살기에 사람도 외모가 뛰어난가 보다.
라스타파리아니즘은 아프리카 근대화에 힘쓴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
시에(즉위 전 이름 자 라스타파리)를 구세주로 섬기는 자메이카인들의 토속
신앙이며, 현재 에티오피아 국교인 정교회도 춤과 점성술 같은 토속 신앙의
색체가 진하게 배어 있다네요. 연기를 피우기도 하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는
미사 방식도 독특하고요.
자메이카에서 블루마운틴 커피가 생산되니 커피로도 연관 되어지네요.
공정무역이라고들 말하지만 최고 품질의 커피는 잘사는 유럽이나 아시
아로 모두 수출되고, 정작 이동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커피 한번 맛보기 힘
들며, 팔고 남은 최하 등급을 마신다는 애기를 들었을 땐 씁쓸했다. 그래도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어서 예가체프에 있는 서양식 카페에서는 현지 주
민들이 가족 단위로 친구들과 함께, 혹은 혼자서 상념에 잠긴 채로 서구식
커피를 즐기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산 수동식 에스프레소 머신
에서 뽑아져 나오는 커피는 어느 유명한 커피 체인점에서 마셨던 것보다 맛
있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본토에서 감격의 예가체프 분나 마프라트를 했
다. 정성껏 달인 커피를 기다려 한 모금 삼키니 고량주를 넘길 때처럼 목젖
까지 찌릿해온다. 왠지 다른 곳보다 몇 배 진한 느낌이 든다. 가격은 2비르
(120원)에 무한 리필이다.
어디든 농산물은 제 값을 못 받는가 봅니다.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으로 생존을 위한 귀한 식량
이었고,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는 신께 올리는 신성한 경배의 전통
의식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이 의식을 제대로 하려면 커피 한 잔 마시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린단다. 또한 '커피Coffee'라는 말부터가 에티오피아의 지명인
'카파Kaffa'에서 왔으며, 커피를 뜻하는 에티오피아 말 '분나Bunna'에서 원두
를 뜻하는 '빈Been'이 나왔다니, 이곳을 왜 커피의 기원이라 부르는지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단다.
커피 마프라트를 영어로는 커피 세레모니라고 불리는데, 박노해 시인의
'커피 마시는 법'이라는 시가 생각나네요.
에티오피아의 커피 농부 유누스가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커피 콩이라며
철판에 볶아 나무절구로 찧어 내린
첫 잔을 내밀며 수줍게 웃는다
나는 금이 간 커피잔을 들어
첫 모금을 마신 후 최고라고 말하려다가
실망어린 유누스의 표정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알아챘다
나는 다시, 향기를 맡고 한 모금을 마신 후
천천히 눈을 감고 음미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눈을 뜨고 미소지으니
그의 얼굴이 환한 유채꽃이다
그렇지요, 서른을 셀 때까지지요
첫 모금을 마신 뒤 서른을 셀 때까지
가만히 집중해야지요
목을 타고 입을 거쳐 코로 올라오는
커피향이 다섯 번은 변화하지요
에티오피아 커피는
다섯가지 꽃 향기가 연달아 피어나고
다섯가지 과일 맛이 연달아 감돌지요
우리는 커피를 마실때마다
이 커피콩이 자라난 30년의 시간과
계절의 햇살과 대지의 바람을 느끼지요
커피를 마실 땐
지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여운을 느끼는 거지요
그러면 어지러운 상념들이 가라않고
복잡한 것들이 단순하게 정리되지요
커피를 마시는 곳은 생각의 성소이고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의 성사지요
북부 유적지에서 남부 커피 농장까지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누가 잘살고
못살고를 비교하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방인에
게도 일말의 경계나 적의 없이 다가와 작은 기쁨에도 손을 잡고 키스를 하는
사람들, 여행자의 무례한 카메라에도 기꺼이 응해주고 별것 아닌일에도 까
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사는 순수의 나라였다. 전기조차 거의 들어
오지 않는 깜깜한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도 그 길에서 이웃을 만나면 어깨를
부딪치고 껴안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각박해진 우리네 삶을 돌아
보게 해주었다. 과연 우린 맨발의 저들보다 행복하게 산다고 말할 수 있는 걸
까.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이들이 에티오피아를 찾기를 바란다. 그
리고 이번 여행으로 나 또한 조금은 더 깊고 진한 커피 향을 지닌 사람이 되
었기를 소망해본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가난해지고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작아졌다.
(중략)
빨라진 고속철도,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많은 약들.
그리고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_밥 무어헤드,〈우리 시대의 역설〉중에서
나도 많이 가지지는 않았지만
커피를 많이 마시지도 않지만
조금은 더 깊고 진한 커피의 향과 맛을 알아가는
인생을 소망해 본다.
{ Travel Tip }
√ 찾아가기
에티오피아를 가장 빠르게 가려면 에티오피아 국
영 항공사인 에티오피아항공을 타면 된다. 인천
을 출발해 홍콩, 방콕 등을 거처 수도인 안타나나
리보로 연결된다. 여행 기간을 열흘 정도로 잡는
것이 보통이며, 에티오피아항공의 패키지 여행 프
로그램인 에티오피안 홀리데이즈를 이용하면 아
디스아바바에서 악슘, 곤다르, 랄리벨라까지 국
내선으로 이동하면서 여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추천 여행 루트: 아디스아바바-악슘-랄리벨라-
곤다르-아와사-예가체프-아디스아바바
√ 기본 여행 정보
나라 전체가 고산 지대여서 계절의 구분이 뚜렷
하지 않다. 아디스아바바를 기준으로 2~3월은
소우기, 4~5월은 온건기이고, 6~9월은 대우기
이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
지가 냉건기로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기간인
데, 커피 수확 과정을 보고자 한다면 11~1월에 가
는 것이 좋다.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도착 비자
를 받을 수 있고, 최장 9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수수료:20달러), 황열병 예방 접종이 필수이며,
화페 단위는 비르(Birr)로, 1비르=57원이다.
√ 추천 액티비티
-불펜이나 티셔츠 등을 가져가서 현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커피 문화인 분나마프라
트 체험하기
-커피 농장 방문하기
-정교회 미사 참여하기
√ 추천 숙소
-아디스아바바: 소람바 호텔(Soramba Hotel:
Tel.+251-111-565633)
-곤다르: 로지 뒤 샤토(Lodge Du Chateau:Tel.
+251-911-21025, www.lodgduchateau.com)
-악슘: 아프리카 호텔(Africa Hotel: Tel.+251-
347-753700, africaho@ethionet.et)
-랄리벨라: 톱 트웰브 호텔(Top Twelve Hotel:
Tel.+251-911-930217, www.toptwelvehotel.
com)
에티오피아를 여행 하시길 바라는 회원님들을 위해
저자가 밝힌 여행 정보를 옮겨 보았습니다.
편견을 깨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이들이 에티오피아를 찾기 바라는
저자처럼... 커피의 고향에 많이들 다녀 오시길 바랄께요.
애초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져 시간이 오래 걸려
나눠서 등록할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저도
여행만이 주는 깨달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2번의 정독과 1번의 통독으로 즐거움을 오래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나를 키운 건 8할이 여행이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이 한 권의 여행 서적이 여러분 삶의 여행에서도
서툰 여행자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과 지혜를 가져
다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따뜻한 산미와 산뜻한 향기의
예가체프 한 잔으로 맑고 투명한 가을 열어 가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와하.. 책속에 길이 있다.. 더니
소개해준 책만 보아도 갑자기 배부른 느낌.. 하하
좋은 일로만 사시는것 같은 산미예가님의 추천 감사합니다^^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한 구절을
우연히 책속에서 찾는 기쁨은 이루 말할수 없지요~ 늘 새로운 것에 민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뜻대로 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네요.
하나하나 구입해서 정독해야겠어요.
방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