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3 – 10. 18 갤러리아리수 (T.02-723-1661, 인사동)
오후의 서정
이다래 개인전
글 : 김소영(미술작가)
오후를 방이라고 한다면 그곳에는 어떤 공기가 흐를까. 오전에 부산했던 움직임이 차츰 잦아들면 약간의 나른함이 동반된 차분한 공기가 오후에 스며든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다음이라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어떤 일에 한참 열중해 있다면 열기와 활력이, 누군가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면 기대와 설렘이, 방의 공기를 은은하게 덥힐 것이다.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벽마다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가득 찬 공간에서 이다래 작가는 대부분의 오후를 보낸다. 매일 집과 작업실을 오가는 그녀의 일상이 단색조라면 그녀가 그림 안에 만들어나가는 오후는 매번 다양한 색으로 채워진다. 따뜻한 조명이 있는 실내에서, 풀내음과 바람이 느껴지는 숲속에서, 또는 어딘지 모를 초현실적인 공간에서 그녀는 오후 내내 머물며 다채로운 공기를 불어 넣는다.
이다래 작가의 개인전 <오후의 서정>에서는 ‘오후’라는 시간이 품은 다양한 공기와 표정들을 쪼개진 색면의 유희를 통해 보여준다. 공간을 분할하는 색면들은 리듬을 형성하여 각각의 공기를 고이게 하거나 흐르게 한다. 이러한 공기의 살폿한 움직임으로 인해 안개처럼 서정이 형성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오후라는 공간 안에 모자이크로 배치된 사물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다양한 빛으로 인해 공간과 사물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는지 색의 리듬이 어떻게 생성되고 배치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른한 오후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같은 이다래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또 한 번, 색색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이다래 작가는 현재 장애인미술회 및 디스에이블드소속작가, 아르뷔리코리아 소속작가, 한국장애인전업작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 살 때 자폐 진단을 받았다. 지난 이십여 년간 언어보다는 그림으로 세상과 교류해 왔으며, 지금까지 6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100회가 넘는 수많은 전시회에 초대되었다. 2014년에는 그림 속 얼룩말이 돌연 작업실에 등장한 장면을 정밀히 묘사해 장애인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2014년 ‘서울의 미’ 대상, 2019년 장애인미술대전 특별상, 세계평화미술대전 특선, 2021년 스타벅스 텀블러 이미지 공모전 은상 등을 수상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