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것은 우리의 눈으로 볼때는 이해가 안가는 광경이리라. 황금의 하늘이라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고, 어쩔때는 부담이 되기도 하는 그 황금빛이 그 풍경에 너무 평범하게 녹아들어가는 것도 이상했고, 바닥이 없이 그 빛으로 황금색에 물든 강이란 것도 이상했다. 대지가 깎여, 물이 흐르는 길이 만들어 져야 강이라고 부르는 것이었지만, 물은 - 이젠 물이라고 간단히 표현하는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 물론 대지마저 그 강의 주위에 없었다. '허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주위를 감싸는 것을 설명할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일정한 거대한 흐름을 가두는 '허공'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하며, 무언가 대책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한 것의 흐름이랄까, 그런 것이 , 마치 우리 세계의 강 같이 갈라지고 합쳐지면서도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던 것이다.
그 하늘의 위에는 황금빛의 하늘을 만들어 내는, 금빛의 태양이 오롯하게 떠 있었고, 그 금빛의 태양을 받으며 강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작은 구슬들을 비추고 있었다.
- 파도가 보이는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거대한 곳에 비하면, 티끌정도로 작은 구슬을 떠다니는 존재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였다. 빛나는 황금빛 아래에서 흐릿한 모습만이 보일 뿐인 존재는, 떠다니는 구슬중 하나의 위에 떠다니고 있었다. 지구상의 생물에 빗대자면, 새라던가와 비슷한, 흐릿한 모습이었다. 구슬보다는 훨씬 크지만 이 거대한 강에 비교하면 티끌만한 정도로 작은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슬을 보며 말하는 것 같았다.
- 어리석은 존재의 작은 발장구가 거대한 강에 파문을 일으켰구나....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 균형이 깨지고 있다. 성령원봉은 이 파도를 예측하고 그를 이 위험한 차원으로 보냈단 말인가? '그'와 만나게 해주기 위해서...? '그'와 그를 만나게 함으로서 그대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단 말인가..?
깊은 목소리를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것은,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잇기 시작했다.
- 이 나는 물론이거니와, 여제, 성황, 너희들도 저 차원에 간섭할수 없도다! 지금 우리같이 거대한 존재가 개입한다면, 불안한 이 작은 구슬은 산산조각난다!!! 명심해라!!! 우리는 관조자. 우리가 절대의 힘을 발휘할수 있는 건 이 '하늘' 밑에서일 뿐이라는 것을!
존재의 말에 노호의 음성으로 답한 것은, 구슬을 떠도는, 크기로 비교하면 거대한 수정에 붙은 먼지 같은 작은 빛이었다.
- 무책임한 말이다! 절망왕은 존재는 '과거의 우리'로서도 막을수 없었던 것이다. 차원사이의 스러짐에 끼어야 소멸될 수 있었던 강력한 존재이다. 그런 그를, '현재의 우리'이외에 누가 멈출수 있단 말인가!
- 우문이로다, 여제여. 잊었는가? 이 작은 구슬은 다른 구슬들의 조각, 그리고 조각을 타고 결집한 용기가 존재하는 차원이다. '위대한 분'의 의지를 거스른 차원의 수많은 일그러짐속에서 빛나는 기적의 집합체....그것이 다시 빛나는 것을 우리는 볼 뿐이다. 그것 뿐이다!
- .....결국 우리는 지켜볼수 밖에 없단 말입니까. 기적이 빛나지 않으면, 저 차원은 절망왕의 절망에 의해, 차원 째로 조각날 것입니다...
- 걱정하지 마라, 성황.....'그'가 그의 탄생을 지켜보고 있느니라. 힘을 잃은 '그'이나 고결한 정신은 살아있도다. '그'가 그를 빛나는 수많은 용기의 틈으로 인도할 것이니까....
스파클 브레이브즈 - 스파클의 힘을 가진 용자들 - 의 상당수가 다니는 '제 3 고등학교'는 도쿄 변곽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청소년 아이돌이라던가 부잣집 자제들, 혹은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곳이어서, 교풍은 아주 널널했고 최소 등교일을 지키지 않더라도 보충시험에서 낙제만 넘긴다면 진학할수 있는 고등학교였다. 그 보충시험을 쳐야만 하는 학생들 자체가 드물기도 했지만 말이다.
8월, 방학이 한창인 때에 그 흔하지 않은 보충시험을 막 끝낸 한 집단이 있었다. 물론, '스파클 브레이브즈의 인간형의 대다수'였다. 흰색의 상의에 검은색의 하의이라는 상당히 촌스러운 교복을 입은, 고등 2학년부에 편입된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끝났다....."
책상에 머리부터 떨어지며 엎드려버리는 주작의 표정은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 져 있었다. 홀가분한 표정이 아닌 잔뜩 절망해 있는 그 표정은, 뒤의 백호와 놀랄정도로 비슷해 있었다.
"......주작....너도 망쳤구나..."
"......백호...너도...."
생전 안 느끼던 동질감을 느끼는 둘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쉰 청룡이었으나, 그도 만만치 않게 망친건 마찬가지였다. 표정을 봐서는 썬더리온도 다를바 없었고, 유일하게 유유자적한 표정을 짓는건 유나 뿐이었다.
"호호호. 낙승이야, 낙승."
".....공부 하나 안하는 주제에.......불여우....."
"평소의 노력이야. 호.호.호."
딱딱 끊어 승리의 웃음을 날리는 그녀에게 패배의 신음을 낼수 밖에 없던 그들. 그 중 그나마 표정을 유지하던 - 사실 만만치 않게 망친건 분명했지만 - 카이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햇살이 너무 뜨겁다는 생각에 창문을 닫기 위해 창가로 걸어갔다.
그리고, 저 멀리에서 보이는, 보랏빛의 벽을 보았다.
"....뭐야, 저거?"
우연인지 필연이었는지 그때는 판단할 수 없었으나, 도쿄 타워는 그 보랏빛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도쿄의 어느 건물보다 높은 그 탑의 위에는 관광이나 견학을 온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많이 있었고, 지금 그들은 타워의 위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도쿄의 전경을 보며 엄청난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 패닉은, 도쿄의 전체에서 고동색의 기묘하고 징그러운 촉수들이 건물들과 차들을 잡으며 강제하기 시작하는 것과, 타워의 밑에서 그 촉수들이 사람들을 잡으며 타워로 기어오르는 것으로 극대화 되기 시작했다.
'...도쿄가...!'
아마미 마모루 - 카모메 제 1 소학교 3학년 생이자 GGG의 특별대원인 그 소년은, 겁에 질린 친구들의 사이에서 냉정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도쿄의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존다파워에 반응하는 마모루의 G파워는 그에게 아무런 경고를 주지 않고 있었으나, 마모루는 괜히 답답한 마음에 아까부터 작동하지 않고 있는 포켓벨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강력한 방해전파가 있는건지, 포켓벨은 이상한 문자만 출력하고 있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지..!'
그의 주위로 몰아치는 불안감에 휩쓸려가는것을 자각하며, 마모루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혼란의 그림자가 전역에 닥치는 것을, '그'는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 광경은 그에게는 익숙했다. 이 별이건 다른 차원이건, '그'는 그 장면을 몇번이나 반복해가면서 봤고, 앞/으/로/일/어/날/일도 전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포의 아우성만큼은 익숙해지지 못했다. 볼때마다, 그는 가슴 한구석이 아릿아릿 저려오는 것을 언제나 느껴왔다.
'............'
조용히, 보랏빛의 촉수에 휘감긴 도쿄를 내려다 보던 그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가/아/는 장면이 아니었다. 달랐다. 무언가가.
그 위화감의 정체는 금방 그의 앞에 드러났다. 도쿄의 구석, 역서 보랏빛 촉수에 묶인 어느 건물로, 뭔가 검은 거인 같은 것 들이 걷고 있던 것이었다. 네다리로 걷거나 두다리로 걷거나, 크거나 작거나 종류는 다양했지만, 검은 괴물의 몸에 일그러진 늑대의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어느것이나 같았다. 그는, 그것에서, 엘 카디온과 싸웠던 그 검은 늑대괴물을 떠올렸다.
그제서야, 그 이름도 떠올랐다.
'볼크슈겔?'
그것이 이 장면을 걷는것은, 그가 보아온 어/떠/한 장면에도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가 존재하는 이상 존재할 수 없을 '그'가 이곳에 온 것부터에서 뭔가가 잘못되고 있었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일이군.'
콰아앙!!!
하지만 그가 '판단'을 미처 내리기도 전에, 상황은 이미 급전개 되고 있었다. 그의 시점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던, 볼크슈겔들이 향하는 건물의 한쪽 벽에서 대폭발이 일어나고, 거기에서 무언가가 뛰쳐나왔기 때문이었다.
그에겐 낯설은 색체여서, 처음에는 못 알아 봤지만, 그것은 트레일러 - 데커드의 서포트 메카, 제이 닷샤였다.
'....과연. 상황판단이 빨라...'
"브레이브 업! 슈페리어 제이데커--!!!"
콰아아앙!!!!
하늘로 날아오른 트레일러, 제이닷샤의 차체 옆에 붙어있던 방열판이 네갈래로 펼쳐지며 운전석 쪽으로 옮겨지는 것과 동시에, 탑승석과 후부를 잇는 증가장갑과 부스터가 달린 트레일러 뒤쪽이 변형되어 완성된 다리로 이동했다.
트레일러의 장갑에 붙어있는 장갑이 위로 열리고, 운전석이 양쪽으로 벌려져 팔이, 그 팔에서 손이 튀어나왔다. 완연하게 형태를 드러낸 팔은 돌려져, 역시 형태를 드러낸 몸 옆으로 내려가고, 트레일러 밑에 부착되었던 부스터가 등으로 올려져 차체 옆에서 펼쳐졌던 4장의 방열판과 접합되어 6 방향으로 뻗은 형태의 날개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부스터를 가동시키며 공중으로 뛰어올라, 카모드로 변형해 그 가슴의 빈공간에 합체한 데커드. 본넷부분이 가슴에 접합되고, 브레이브 폴리스의 마크가 붙어있는, 트레일러 탑승석 앞에 붙어있는 장갑이 데커드의 본넷 위에 덮어지는 것 과 동시에, 데커드의 경찰등이 붙은 차체의 위에서 얼굴이 비어있는 헤드가 밀려 올라왔다. 그 비어있는 안으로 데커드의 머리가 들어가 페이스 가드가 닫힘과 동시에, 브레이브 폴리스의 용자,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완성되었다.
[슈페리어!! 제이데커!!!]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시온은 눈을 떴다. 순간에 회복된 눈에 보이는 것은 주변에 물들은 보라색 빛과, 자신의 몸이 허공에 날고 있다는 것이었다.
"꽉 잡아!!!"
그의 몸을 꽉 잡으며 소리치는 카온과, 각각 마이토와 세이지, 유우타를 잡고있는 현무와 카이, 비영, 그런 그들을 두 손으로 떠받들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자, 다간이 그의 눈에 들어오는 전부였다.
"카이져 머신이 오질 않아! 카온, 넌 어떠냐!"
"마찬가지야! 이 깡통 메인프레임이 아무것도 못들은 모양이다! 세이지!"
"젠장...다이렉터에 어스라이너와 어스파이터가 보이지 않아!! 합체 불능이다!"
통신이 전혀 안되는 것이리라. 시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의식이 한순간 날라가 버려 잘 이해는 안됐지만, 아무래도 저 '슈페리어 제이데커'같이 거대화 되는데 필요한 것을 부를수 없는것 같았다.
[다간, 일단 모두를 안전한 곳으로! 내가 저 녀석들을 견제하겠다!]
슈페리어 제이데커의 외침에 답한것은, 사람들을 손에 태우고 있어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것처럼 보이던 다간이 아닌, 미처 의식하지 않았던 엔진음에서 들려왔다.
[일단 맥스 캐논으로 합체하고 나서야!]
들어본 적 없는 그 외침에, 시온은 시선을 밑으로 떨어트렸다. 아까까지 그들이 있던 브레이브 폴리스 건물의 한쪽 벽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 아마 상황 파악을 빠르게 한 다음에, 이곳을 뛰쳐나온것 같았다고 추측했다 - 그 구멍에서, 아까 본 데커드와 비슷한 사이즈의 로봇이 바이크를 타고 뛰쳐 나오고 있었다. 시온은 그를 본적은 없었지만, 옆에서 유우타가 소리치는 것에 이름만은 짐작할수 있었다.
"건맥스!? 이제껏 어디 있었던 거야!?"
[.........뭐 그런 사소한것은 묻지 말고....]
[또 격납고에서 농땡이 부린거냐?]
[시끄럿, 제이데커!]
발악하는 건맥스의 옆으로 내려선 슈페리어 제이데커를 따라 시선을 옮기던 시온의 눈에, 슈페리어 제이데커의 전방에 서있던 여러개의 검은 인영이 들어왔다.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견제하고, 그런 그를 포위하듯 진형을 전개하는 그, 늑대의 머리를 가진 괴물들은...
"저것들...내가 어젯밤에 싸웠던 녀석들이잖아..."
카온이 중얼거리는 것이 시온의 뒤에 들어왔다.
"어떤 녀석들이야?"
"강한 녀석들인것 같지는 않았는데...."
카이의 물음에 카온이 답하는 것을 보던 시온은,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바로 슈페리어 제이데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의 건 맥스라는 용자와 바이크가 뭔가 총 같은 것으로 변형해, 슈페리어 제이데커의 오른쪽 허리에 부착되어 있었다. 직접 보지는 않아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홀드업!! 브레이브 폴리스다! 그 자리에서 멈춰라!]
슈페리어 제이데커는 위협하듯 총구를 늑대괴수들에게 돌리며 소리쳤지만, 괴수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에 더해, 아까까지의 그들의 동선의 끝은 브레이브 폴리스 건물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지금은 슈페리어 제이데커를 향해 뻗어 있었다.
캬아아아악!!!!!!!!!!
캬아아악!!!!
그런 그 괴수들이, 갑자기 슈페리어 제이데커를 향해 괴성을 질러대며, 발을 세게 구르며 달려오기 시작하자, 유우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외쳤다.
"제이데커, 공격해!"
[알았...윽!?]
대답하는 중 말을 끊고 황급히 공중으로 날아오른 슈페리어 제이데커의 발 밑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검은 색의 촉수같은 것이 뻗어올랐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서 있던 자리에 뻗어오른 그 촉수는, 하나하나가 뱀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그 뱀들이 갑자기 요동을 치기 시작하더니, 땅이 쩍쩍 갈라지며 무언가가 그 자리에서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뭣...!?]
검은색의 각질피부를 빼고, 그리고 뱀의 조각난 몸이 가득 들어찬 머리카락을 제외한 상반신만을 보면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은듯한 아름다운 여성의 조각처럼 보였으나, 일단 보통 사람 정도의 미적감각을 가진 제이데커에게는 보면 볼수록 흉악했다. 그 흉악함은 상반신이 빠져나오며, 하반신에 이어진 길고 흉측한 뱀의 몸통과 꼬리를 보았을때 극대화 되었다.
<후후후....잘 피했다. 제법이구나.>
조각같은 얼굴의 입이 열리며 들려온 목소리는 고혹했으나, 동시에 들어온 동공없이 얇게 찢어진 두 검은 눈과,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검은빛의 두가닥의 혀는 그 고혹함을 심각하게 깎아먹고 있었다. 그나마, 우주인에서 거대곤충까지 골고루 봐온 슈페리어 제이데커였기에, 그는 빨리 제정신을 차리고 그것에게 소리쳤다.
[왠 놈이냐!]
<흐응. 멋진 모습에 비해 입은 험한 편 이구나. 너.>
그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에서 풍기는 기묘한 느낌에, 제이데커는 전 감각이 쭈뼛거리는 것을 느꼈다. 분명 몸을 전부 펼치면 200m는 족히될것 같은 그 긴 뱀의 몸을 가진, 그리고 상체만으로도 그를 간단하게 넘는, 처음보는 그것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거운 느낌의 그것은, 비단 그것의 거대한 몸집에서 풍겨나오는 위압감이라던가 살기라던가 따위의 것은 아니었다. 무언가 친숙한 무거움이 그 것에 있었다.
<이름을 알려줄 필요는 없지만, 편의상 가르쳐 주지. 내 이름은 가란디아라고 한단다. 절망왕 폐하의 기사중 하나. 아, 그리고 이 아이들은 우리 군의 주력 '볼크슈겔', 너희의 말로 바꾸면 '무정형생물병기'쯤 되고. 뭐 이정도만 알면 돼.>
[가란디아.....? 절망왕?]
갑자기 퍼지기 시작하는 수다에 가까운 빠른말을 들은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맥스 버스터의 총구를 약간 늘어뜨릴 정도로 황당해하며 중얼거릴때, 그 수다에 가까운 빠른 말을 멀리서 들은 시온의 뇌리에는 그 단어를 방아쇠로 뭔가가 떠올랐다. 하지만, 안개낀 듯 뿌옅고 부정확한 그것은 그의 고개를 갸웃하게 할 뿐이었다. 가란디아는, 장난기 넘치는, 수다에 가까운 빠른 말을 계속 말을 이어갔다.
<슈페리어 제이데커 '군'. 폐하의 절대적인 명령을 받들어, 너와 너의 지휘관의 존재를 말살해야 될것 같구나. 이해하고...저항할수 있을때 까지 저항해 보렴.>
한가로운 말에 살기어린 내용, 덤으로 '군'이라는 말까지 들었지만, 슈페리어 제이데커는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무슨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며 넘길 수는 없군. 체포한다!]
<호호호. 상상대로 기운이 넘치는구나. 얘들아, 다간을 공격해라!! 마음 놓지 말고 3조로 공격해!>
크워어어어!
캬아아악!!!!
명령을 따른다는 듯 괴성을 지른 볼크슈겔의 수는 그때 약 9체정도로, 처음부터 그 정도의 숫자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불어나 있었다. 이제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아니라 다간에게로 몸을 돌린 볼크슈겔들이 괴성과 함께, 발을 크게 구르며 그에게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손에 가득 들고 있었기 때문에, 다간은 다간 매그넘을 빼들 수도 없었다.
[이런!! 다간, 피해!!]
콰앙!!!
가란디아에게서 급히 몸을 돌려 다간을 지원하려던 슈페리어 제이데커였지만, 그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폭음과 함께 무언가가 자신의 앞을 가로지르는 것에 놀라 급히 몸을 뒤집을수 밖에 없었다. 폭음을 울리며 그의 앞을 가로지른 것은, 가란디아의 상반신이었다.
그녀의 몸뚱아리는 길게 늘어나, 자신의 주변을 원형으로 넓게 감싸며 공중을 휘감고 있었다. 상체는, 그의 머리 위에서 그를 내려다 보는 위치 - 어느새 전개되어 버린, 그를 가두는 원통의 그물처럼 휘감고 있는 몸뚱아리의 중심이자 바로 위 - 에 있었다.
<난 곧은 정신을 가진 아이가 좋아....부숴먹는 재미가 있거든.>
난감하다는 기색을 띄우며, 슈페리어 제이데커는 맥스 버스터를 방아쇠를 당겼다.
[! 윽!?]
[왜 그러나, 제이데커!!]
[.....별것 아니다. 빨리 다른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가란디아의 몸통이 꼰 꽈리 안에 갇힌 슈페리어 제이데커에게서는 침착한 통신이 들려왔으나, 다간은 그 침착한 음성에서 오히려 더 불안감을 느꼈다. 자신의 상황이 너무 안 좋지만 않았어도 제이데커를 지원했겠지만, 볼크슈겔들에게 집중 공격을 받아 이리저리 피하는 그로써는 뭘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자신의 손가락에 매달려있는 사람들이 그가 한번 움직일때마다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토의 외침에 그렇게 대답한 다간은, 두 손을 여전히 가슴께에 모은채로 다리를 굽혀 한 볼크슈겔의 공격을 피하고, 다리를 덮쳐오는 촉수를 살짝 뛰어 비껴낸후, 간신히 그것과 거리를 떼어낼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열개체의 볼크슈겔이 그를 노리고 포위해 있었다.
".....아. 방금 하나 늘어난건가?"
"돌겠군...."
유우타와 카온의 말에 질린다는 표정을 짓던 다간이었지만, 그 표정은 곧 경악과 긴장에 굳어지고 말았다. 넓게 포진한 볼크슈겔의 틈새는 보기에는 상당히 느슨했지만, 공격범위와 모든것을 생각해 보면 뚫고 나가기는 절대로 불가능 한 포진이었다. 적어도, 손에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있는 그로서는.
[........섣부르게 움직일수가 없다. 어쨌건, 그나마 이렇게 대치상태를 만들었으니까......세이지와 유우타는 내 안으로 타는게......]
"알았어.....앗!"
손에 앉아 앞만을 보다가 다간을 뒤돌아 올려다본 세이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것에 다간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그는 갑자기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다, 다간! 뒤에!!!"
"움직여!!"
모두가 시끄럽게 소리치는 방향, 다간의 등 뒤에는, 어느새 나타났는지 하나의 볼크슈겔이 팔을 뻗어 촉수로 다간의 온몸을 죄고 있었다.
[제, 제길! 언제 나타난거냐!!!]
"세이지, 유우타를! 현무, 뛰어내려!!"
카온이 날카롭게 외친 그 순간, 상의 한마디 하지 않은 그들이 그 한마디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현무가 마이토의 팔을 잡아 끌며, 그리고 카온이 비영과 시온을 한꺼번에 잡아끌며 다간의 손에서 뛰어내린 것과, 세이지가 유우타를 잡고 열려진 다간의 마크 안으로 들어간것은 거의 동시였다.
[하압!!]
탕탕탕탕탕!!!
그리고, 다간의 기합성과 함께 등뒤에서 그를 옭아매던 볼크슈겔의 등이 뚫려나가기 시작했다. 다간이 다간 매그넘을 뽑아들고 팔 사이로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큭..!!]
10미터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흘끗 채 보기도 전에, 다간은 매그넘을 쏘며 앞으로 날아오를수 밖에 없었다. 뒤에서 볼크슈겔이 내쏜 촉수가, 그가 서있던 자리에 내리쳐 졌다.
"모두 무사한가!"
현무의 외침은, 표정을 전혀 바꾸지 않은 시온을 잡고 있던 비영과, 다간에게로 접근하기 시작하는 볼크슈겔들을 묵묵히 바라보던 마이토, 그리고 핸드건을 뽑아 든 카온, 어느 누구에게서도 답해지지 않았다. 어쨌건, 그들의 상황은 더욱 더 나빠졌다.
그의 질문에 돌아온 비영의 대답에 잠시 침묵하던 마이토가, 현무와 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비영, 현무. 나와 같이 마이트 윙까지 가자. 일단 마이트 윙으로 공중에서 본다면 너희들의 서포트 메카가 보일지도 몰라."
"......알았다."
"어이, 난?"
잠시 카온을 보던 마이토는, 약간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뭔가 생각난듯 말했다.
"어딘가 쳐박혀 있는게 어때? 뭔가 쓸모 없어진 주역."
"....임마!"
"농담이고......아. 그래, 아마미 군을 구해야 해, 먼저."
".....엥? 누구야?"
"모르는 거냐? 존다를 정해시킬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년이잖아."
"아니. 만난적은 없어서..."
"이게 존다메탈의 현상이라면, 어쨌던 아마미군을 보호해야 하는게 제일 급선무야. 확실히 오늘 도쿄에 들어와 있을텐데. 오늘 그의 스케쥴은......"
"...........아마미 마모루군은 도쿄타워를 견학중입니다."
비영의 뜻밖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이상하다는 그 시선 사이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말했다.
"유나씨가, 귀여운 소년의 스케쥴을 체크하는 것은 나쁜일이 아니라고 해서요."
".........같은편을 스토커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는거냐, 그 여우....."
".........어, 어쨌건 그렇게 되었으니까 카온은 일단 도쿄타워로..."
"알겠어. 그럼 시온은..."
"아..."
'우리하고 같이 가는게..'라고 말하려고 했던 비영은, 바로 그때 시온의 어깨를 붙들고 있던 손이 허공을 가른것을 느꼈다. 물론, 비영을 보고 있던 사람들 전부, 비영의 앞에 서 있던 시온이 사라진것을 알아 챘다.
"같이 간다."
"!..."
시온은 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전부 보통 사람보다는 예리한 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온은 공기처럼 아무 기척도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이다.
볼크슈겔이 괴성을 지르고 다간이 계속 다간 매그넘을 쏘아대는 폭음이 계속되는 그 곳에서, 기이할 정도의 침묵이 잠시 감돌았다. 그 침묵안을 가르는 모두의 시선을, 시온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마주보고 있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카온이었다.
"좋아. 같이 가자."
"카온씨!?"
"괜찮아. 발목을 잡지는 않을것 같으니까. 잘 따라올수 있겠지? 나, 빠르다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시온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카온은, 막 입을 벌리던 현무의 말을 듣기도 전에 앞으로 달려나가 버리고 말았다.
"....웃.."
인간의 100미터 기록은 아주 가볍게 제쳐버릴 듯한 스피드로, 훤히 보이는 동경타워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카온은 곧,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비영이 시온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는 이미 시온도 사라져 있었다.
"............괜찮을까요?"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어쨌건, 빨리 달려! 다간이 위험하...우악!?"
마이토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현무는 마이토의 허리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비영도 뒤를 따르고, 카온과 맞먹을 듯한 속력으로 달린 둘은, 곧 그 장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 콘트라 폴 외곽지역.
약간 한심한 기운은 있었지만 전투가 벌어지고 있던 도쿄시 내부에 비해, 보라색의 돔 바깥의 풍경은 한가롭기 그지없었다. 일부분은 탱크가 불타고 전투기의 잔해가 길에 흩어져 있기야 했지만서도, 주민들의 소거가 완료된 그 곳은 고요하기 그지 없었다.
[우오오오오오---와아아악!!!!!]
콰아아앙!!!!!!!!!!!!!!!
그 고요한 풍경이, 공중을 가르고 날아들은 무언가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인간형의 그것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어, 땅에 내동댕이 쳐진듯 계속 구르다가 간신히 무릎을 꿇고 정지했다.
[....크으.....오늘만은 제대로 될줄 알았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착지시의 균형감각이 형편없기로 소문나, 출동시 파괴하지 않아도 될 건물을 부수는것으로 예산을 축내, 도쿄시청은 물론 일본정부에게까지 제대로 빈축을 사고 있는, GGG로봇군단의 붉은 불꽃의 용자, 엔류였다.
[엔류, 적당히 해라!]
비척비척 일어나는 엔류에게 호통을 친 것은, 엔류의 쌍둥이 형, 푸른 냉류의 용자, 효류였다.
[우우...젠장. 이런 장면을 여기까지 와서 또 재현할줄은...]
[그 바보같이 뜨거운 열 발생기관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또 저지를 거다.]
[에잇, 시끄러워! 이 G 리퀴드 대신 드라이아이스 용해액이 흐를..!!]
[그만 두십시오, 두분.]
그렇게 말하며 두 용자의 사이에 끼어든것은, 팔짱을 낀채 건물의 위에 선 보랏빛의 용자, 볼포그였다.
[확인되었던 EI-26과 EI-27의 소재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만, 방심해선 안됩니다.]
[당연한 말이다!]
[아직, 용자특급대와 브레이브 폴리스는 도착하지 못한건가....]
[약 120초정도 걸릴듯 합니다만.]
[원래는 착지 직후에 합류했어야 했잖아!]
[발사가 브리핑때보다 240.235초나 빨랐다. 덕분에, 골디탱크나 기동대장조차 아직 도착하지 못했어. 이런 타이밍 미스가....]
제일 먼저 도쿄의 이변을 알아차린 GGG는, 도쿄를 감싸는 벽을 '콘트라 폴'이라 잠정적으로 정하고 분석에 들어가, 그것이 그들이 상대했던 존다와의 전투에서 접한것을 알아내었다. 1층은 입자가속기 이졸데의 초전자 배리어, 2층은 초고압축의 압축공기의 배리어, 3층은 디멘션 플라이어가 처음으로 사용되었던 초차원 포트, 4층이 마이크로 존다로 이루어진 인공태양 그랜드 노바인것을 알아낸 GGG는, 1층을 초류진의 이레이져 헤드, 2층을 디바이딩 드라이버, 3층을 디멘션 플라이어, 4층을 골디언 햄머로 돌파 한다는 작전을 입안하고, 그 실행을 위해 기동부대를 발진 시킨 것이다.
엔류가 일으킨 먼지구름만 제외하고는, 주위는 고요했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없는 고요한 풍경에서 번져오는 긴장감을 셋은 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쳇...너무 조용해!]
[....아무래도, 이유는 저것 때문인 것 같군요.]
그런 볼포그의 말에 시선을 그가 향하고 있던 쪽으로 돌린 효류, 엔류는, 적잖게 놀란 표정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아닛!?]
[언제 저기에...?]
방벽의 바로 밑에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의 스코프로도 아주 흐릿하게 보일정도의 먼 거리에 있던 그것은, 흐릿하긴 해도, 아무리 봐도 거대한 로봇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언제 나타났던 것일까. 그들의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바보같은! 저런것, 레이더에 나타나고 있지 않다!!!]
[패턴분석목표를 생물체로 맞추십시오. 저것에서 기계물질은 미약하게 감지될 뿐입니다. 그래서 주위의 건물과 착각한 것이겠지만...]
[..........잡담을 나눌 여유는 원래부터 없었던 것이다....엔류, 신메트리컬 도킹이다. 대장이 도착하기 전에, 작전의 방해요소를 배제한다!]
[좋아! 화끈하게 가보자고!!!]
[[신메트리컬 도킹!]]
하나의 목소리로 외치며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효류와 엔류. 둘의 팔이 회전하며 직각으로 고정되고, 그들의 머리쪽으로 가슴의 장갑이 올라갔다. 등에 붙어있던 호류의 크레인과 엔류의 사다리가 분리, 등쪽 장갑이 머리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고정되었던 팔이 위로 이동해 장갑과 합체, 고정되었다.
다리가 대퇴부를 중심으로 뒤로 꺾이고, 그대로 합체되어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만드는 둘. 다리에서 그 형체의 팔이 튀어나와 합체되고, 그들의 사다리와 크레인이 허리에 합체되었다. 그리고, 호류의 크레인 뒤쪽에 있던 머리, 엔류의 사다리 밑에 있던 가슴판이 합체함과 동시에, 용자, 초류진이 완성되었다.
[초-류-진!!!!!!!!!]
[삼신일체!]
낮게 외치며 솟아오른 볼포그와 두대의 건 머신. 빅클모드로 변형한 볼포그가 변형하며, 트렁크이 열려 다리로 펴지는 것에 맞춰, 늘어난 상체의 본넷 부분이 접혀 등쪽으로 옮겨가는 것에 맞추어, 각각 빅클모드에서 팔로 변형한 건 머신들이 양쪽으로 합체해, 그들은 동체에서 나온 헤드와 함께 하나의 거대한 인간, 거대한 로봇을 형상했다. 용자, 빅 볼포그가 완성된 것이다.
[빅! 볼포그!]
[빅 볼포그, 목표의 포착을!]
더블 톤파를 팔에 꼬아쥐며 땅에 내려서는 초류진의 외침에, 근처의 건물 위에 선 빅 볼포그는 잠시후 낭패의 외침으로 답하고 말았다.
[포착되지 않습니다!]
[뭣이!?]
급히 스코프를 최대범위까지 늘린 초류진. 하지만, 분명 그들의 전방, 방벽의 바로 밑에 있던 그 인영은 그들의 레이더 색적범위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마침내 상대해줄만 해졌군!>
[!!!!]
음성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등 뒤로 시선을 던지자 확실하게 그 음성의 주인이 들어왔다. 그들의 센서로는 감지되지 않으나, 그들의 스코프 카메라에는 들어오는 무언가.
잿빛의 갑옷으로 온몸을 감싼, 우락부락한 전사의 인영이 그들 뒤에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어휘가, 그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던 단 시간에 표현할수 있던 최대한의 것이었다.
더 표현하기 전에, 그들은 그 갑옷이 아래에서 위로 휘두른 무시무시한 크기의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 맞고 말았다.
퍼어억!!!!!!!!!!!!
[크억!!!!!!?]
[으윽!!!]
바로 앞에 서 있던 초류진은 물론, 건물에 서 있던 빅 볼포그까지 얻어맞아 초류진의 옆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초류진과 비슷한 크기를 가진 그 갑옷이, 그 갑옷보다 훨씬 긴 거대한 검을 빠르게 휘두를수 있기 때문이었다. 톱과 비슷한 모양의 날이 촘촘히, 그리고 날카롭게 서 있는, 그런 거대한 것이 양손에 하나씩 들려 있었다.
[마, 말도 안되는.....사이즈 추정, 94m입니다..!]
[크, 크윽..! 저 갑옷....사이즈는....나 정도인가! 하지만 저런 검을 저런 속도로 휘두르다니, 그것도 두 자루나....!]
초류진과 빅 볼포그를 경악하게 만든 그 갑옷을, 그들은 그제서야 간신히 자세하게 볼수 있었다. 근육이 우락부락하게 튀어나온것이 그대로 잿빛으로 굳어진 듯한 갑옷이 전신에 휩싸여 있는 그 모습은, 로봇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가까워 있었다. 갑옷 자체는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는 듯했지만, 얼굴까지 완전히 가리는 원통형의 투구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듯한 근육은 그 정교함을 완벽하게 부숴버리고 있었다.
<네놈들이 GGG의 초류진과 빅 볼포그란 것은 알고 있다. 소문보다 형편없는 녀석들이군.>
중후한 갑옷에 비해,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경박하기 짝이 없었다.
[네놈....뭐하는 녀석이냐!]
<후후후, 재촉하지 마라. 순서대로 자기소개는 확실하게 할테니까! 이몸은 절망왕 폐하의 기사, 거스트론(Gust-Ron)! 명을 받고 너희들을 해치우러 왔다!>
[거스트론....?]
거스트론이라고 자신을 칭한 그 기사'인지 뭔지'에 대한 둘의 평은 지극히 간단했다.
[안이한 작명센스다....]
<...뭣!?>
[생각없이 지은 티가 나는군요. 4000매그넘!]
거스트론이 발끈한사이, 빅 볼포그의 탄환이 거스트론의 갑옷에 무수하게 쏟아졌다. 두꺼운 갑옷인지 근육인지가 그 총알을 튕겨낸 순간, 초류진과 빅 볼포그는 이미 거스트론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뛰어 돌아가고 있었다.
<헹, 웃기는구만! 그 정도 속도로 이 몸에게서 달아날수 있을것 같냐!!! 이 몸의 검은 세다고!>
거스트론이 한쌍의 검을 들고 있는 힘껏 내려쳤다. 엔진을 풀로 돌리며 뛰어 나가고 있던 둘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그것은 둘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콰앙!!!
<윽!?>
멀리서 날아온, 거리를 꿰뚫고 날아온 하나의 빛줄기가, 둘을 쫓던 그의 등에 내리꽃힌것은 그때였다. 방벽을 바라보는 방향, 초류진들이 왔던 그 방향이었다.
[우리보다...너보다 빠른 녀석의 소문을 못들었나 보군....!!]
[더 강한 검을 가진 자도 말입니다...!]
빠아앙-!
주민들이 모두 소거되어 움직임이 없던 거리에 기차의 기적소리가 울려퍼졌다. 거스트론의 등을 찌른 빛 줄기가 지나온 자리에 새로운 섬광이 뛰쳐 들어왔다.
섬광의 정체는 바로, 보기에는 빛줄기에 전혀 안 어울리는 군청색의 증기기관차였다.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 기관차의 뒤에 매달린 웨폰 캐리어 및 무언가가 떨어져 나옴과 동시에, 증기기관차는 먼지를 흩날리며 날쌔게 뛰어올랐다. 먼지에서 탈출하며, 역시 하늘로 솟구치는 두개의 차량도 있었다. 소방차와 구급차였다.
<마이트 어드벤져!? 듀크 블레이즈도 있는 거냐!?>
[긴급용 합체, 프로그램 스타트! 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공중으로 뛰어오른 듀크. 그 뒤로는 서포트 메카 블레이즈 로더가 날아오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구급차 형태로 변형한 듀크가 반으로 갈라지고, 뒷부분이 변형되어 팔로 변형했다. 거대한 동체로 변한 블레이즈 로더의 양쪽에 결합한 듀크. 가슴장식이 결합되고, 동체에서 머리가 튀어나왔다. 비어있는 페이스 가드에 듀크의 머리가 결합됨과 동시에, 듀크 블레이즈의 합체가 종료되었다.
[듀크 블레이즈!!]
[체인지!]
부스터를 작동시키며 공중으로 솟아오른 기차형의 동체 윗부분에서, 두개의 팔이 밀려나와 앞부분으로 이동하고, 후부의 부스터부분이 180도로 돌아가며 다리와 허리를 만들었다. 기차앞의, [MG]터빈이 붙어있는 장식을 중추로 하체부분이 밑으로 이동, 하체를 만들었다. MG터빈의 장식옆으로 팔이 이동하고, 헤드가 동체에서 튀어나옴과 동시에, 기차에서 변형되어진 '용자'는, 하늘로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절망의 어둠을 뚫고 달리는 희망의 섬광! 섬광특급 마이트 어드벤져, 음속으로 달려와 지금 도착!!!]
[SPA 풀웨폰 사출!]
<윽!>
웨폰 캐리어에서 쏜살같이 사출된 미사일 컨테이너 두대와 라이플 두 정이 마이트 어드벤져에게 부착되고, 거스트론이 두 검을 쳐들며 마이트 어드벤져에게 달려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마이트 어드벤져의 앞으로 뛰어 들어오는 거스트론의 앞을, 듀크 블레이즈가 검을 빼들며 막아섰다.
[차앗!!]
무서운 속도로 그에게 내려쳐진 검을 막고, 두번째의 검이 간발의 차로 내려치기 전에 검날을 뒤집어 처음의 검을 흘려내는 것과 동시에 몸을 돌려 두번째의 검을 피해냈다. 두개의 검이 떨어진 거스트론의 눈에 들어온것은, 듀크 블레이즈의 뒤에서 라이플을 겨누는 마이트 어드벤져의 모습이었다.
<!!?>
메마른 소리가 가시화 되어, 마이트 어드벤져의 라이플의 총구에서 뛰쳐나와, 몸을 뒤집는 듀크 블레이즈의 헤드의 양 옆을 스쳐가며 거스트론의 목에 박힌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뒤집던 듀크 블레이즈가 역회전하며 검을 내리쳤다.
[블레이즈 소드!]
촤악!!
불타는 검에서 전달해 와야할, 베어낸 감촉이 느껴지지 않았다. 거스트론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그 검의 궤적을 먼저 읽고 뒤로 뛴 것이었다. 하지만 제법 멀리 뒤로 물러난것을 보니, 듀크 블레이즈의 공격이 위협적이긴 위협적이었나 보다. 거스트론이 말도 안된다는 듯 소리쳤다.
<동료의 뒤에서 주저없이 쏘다니!? 그 정도로 신뢰하고 있는거냐!?>
[......신뢰는 방금 깨졌소. 마이트 어드벤져! 스쳤다!!!!]
[아. 미안.]
[아, 미안이 아니다! 내가 맞았으면 어쩔뻔 했나!?]
[음....똑같은 말을 했을걸.]
한가롭게 말하는 마이트 어드벤져와 대조적으로 열을 내는 듀크 블레이즈를 황당하게 바라보다가, 초류진이 퍼뜩 정신을 찾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느, 늦었다. 마이트 어드벤져.]
[응? 아. 그래. 조금 늦었다. 브레이브 폴리스가 좀 시간을 끌어서 말이야...]
[대장이 없어서, 합체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했다.]
[그것만이 아니었잖아. 합체명령없이 해야하는 합체에 필요한 서류더미가 200장. 프로그램 재구성하는 것 보다는 사인하는데 더 시간이 걸렸을걸.]
[하지만, 직접 사인 하지는 않았을것 아닙니까.]
[무슨소리야. 브레이브 폴리스 특제펜이 있었다고. 덕분에 나와 마이트 아머도 같이 싸인을...]
못살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 마이트 어드벤져와 역시 힘들었다는 듯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쉬는 듀크 블레이즈를 보며, 초류진과 빅 볼포그는 뭔가 말단직원과 말단 공무원이 비애 같은게 느꼈다. 그것은, 저 앞에서 강력한 위협을 줬던 거스트론을 잠시 잊을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어, 어쨌던. 우리는 기동대장이 도착하는 대로 방벽을 뚫어야 되니까....저 녀석을 마크해줘.]
[OK. 듀크, 저녀석, 혼자 막을수 있겠나?]
[.......무리군. 기술로는 모르겠지만 힘으로는 이쪽이 현저하게 밀린다.]
[별수없군. 이쪽에서 백업을....뭣!?]
마이트 어드벤져가 갑자기 소리를 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가 놀란 외침을 던진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거스트론의 주위에서 떠도는 세마리의 거대한 새였다. 크기는 대충 대형폭격기 만하고, 네장의 날개를 가진 잿빛의 색을 가진 괴조가, 희뿌옇게 주위를 메우며 그들을 보고 있던 것이다.
<이녀석들이 '나랴자트'. 우리 군의 주력이다. 시간이 없으니 이녀석들하고 놀아라!!>
삐이이이익--!
날카로운 괴성을 내지르며, 새라기 보다는 날개달린 괴물에 가까워 보이는 그것들이 용자들을 향해 날아오르기 위해 날개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을 날카롭게 보며, 마이트 어드벤져가 낮게 말했다.
[초류진, 빅 볼포그, 뒤로 물러나라. 곧 가이가가 도착할거니까, 파이널 퓨전을 방해받지 못하게 호위해!]
[마이트 어드벤져, 저 새들을 해치워 다오. 내가 녀석을 상대하겠다!]
네장의 날개를 퍼덕이며 솟아오르는 나랴자트의 몸통에 마이트 어드벤져의 라이플에서 쏘아진 빔이 꽃히고, 거의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온 거스트론의 앞을 듀크 블레이즈가 막아섰다.
<방해다!>
거스트론의 검이 듀크 블레이즈에게 떨어지고, 그가 몸을 뒤집으며 검을 늘어뜨린 그 순간, 거스트론이 왼손의 검을 폭풍같이 떨쳐내었다. 그의 손에서 떠나 던져진 거대한 검은, 폭풍을 일으키며, 그들을 머뭇거리고 지켜보고 있던 초류진에게로 날아갔다.
[앗!!]
[차앗!!]
챙!!!
한순간의 일이었다. 위협을 느끼고 뒤로 몸을 젖혔으나 시간에 맞추지 못한 초류진의 눈 앞에 대검이 날아온 그 순간, 빅 볼포그가 휘두른 무라사메 소드가 검을 쳐냈다. 그리고 그것에 진로를 약간 바꾼 그것은, 초류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 뒤의 땅에 꽃혔다.
[초류진을 노리고 있습니다!]
[큭....어째서! 공격력이라면 마이트 어드벤져쪽이 더....]
잠깐동안의 경악이 그들의 시선을 잠깐 흔들리게 했고, 그 찰나의 순간 그들에게 날아들은 나랴자트들이 그들의 몸에 부딛쳤다. 그 순간, 나랴자트에서 뻗어나온 푸른 빛의 불꽃이 폭음과 함께 그들을 덮쳤다.
[윽!?]
[큭, 뭐냐!!]
[앗, 안돼!]
빅 볼포그와 초류진의 비명에 이어 마이트 어드벤져의 외침이 뒤를 따랐다. 앞에서 계속 날아들던 나랴자트를 저격하던, 그는, '분명 저격해 폭발해버렸던' 새들의 폭발에서 두 세마리가 더 튀어나오는 것에 뒤를 쫓다가, 초류진과 빅 볼포그의 앞에서 폭발한 나랴자트에서 두 세마리가 더 튀어나와 하늘로 올라가는 것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의 눈에 언뜻 보였던 것이다. 하늘 저편에서 날아오는 가이가와 마이크 13세의 모습이.
[가이가, 피해!!!!]
콰앙--!!!!!
[.....?]
스텔스 가오와 합체해 전투 공역에 오던 가이가는,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일어났는지 알수가 없어서 한순간 멍해졌다.
[우에에에---OH---NO---!!!!!]
약간 떨어져서 날아오던 마이크 사운더즈 13세 - 코스모 로보 모드가 폭염과 함께 추락해 바다로 떨어지는게 언뜻 보였다.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상황을 깨달았다. 무언가에 맞아, 스텔스 가오에서 분리된채로 떨어지고 있었다는 걸.
[!!! 이런!!!!]
부스터를 사용해 간신히 공중에서 바로 자세를 잡은 가이가의 눈에, 지상에서의 전투가 보였다. 대로의 한 가운데에서 검을 맞대고 서 있는 듀크 블레이즈와 이상한 로봇, 총을 쏴대는 마이트 어드벤져와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기묘하고 큰 새들, 그런 그 새들에게 공격받는 초류진과 빅 볼포그. 혼잡 그 자체였다. 물론, 멀리에서 들려오던 폭음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럴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어떻게 된거지? 저 로봇과 저것들.....레이더에 잡히지 않는다?]
어이없게 공격을 받은 것도 레이더며 센서에 적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서 였다...고 가이가는 일단 단정을 내렸다. 더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그에게로 날아오는 그 '새'들이 너무 많았다. 몸을 움추리며 공격을 피한 그가, 몸을 퉁기며 하늘로 솟아 올랐다.
[베이타워 기지, 응답하라! 여기는 가이가!! 응답하라!!!!!]
그의 외침은 지지직 거리는 잡음으로 답해졌다.
[큭...! 미코토! 장관!! .....들리지 않는건가!]
그를 보고 지상의 빅 볼포그나 초류진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으나, 들리는 건 희미한 육성..즉, 외부 스피커에 잡히는 목소리 뿐이었다. 단파통신이나 유선, 무선등이 전부 방해전파에 막힌듯 했다.
[이렇게 되면 파이널 퓨전이....!!]
삑-!
[....에?]
공중을 날던, 센서가 모조리 막힌 가이가에게 갑자기 들린 신호음은 아주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지만, 무엇인지는 짐작은 할수 있었다. 그것과 동시에, 가이가에게로 파이널 퓨전 프로그램이 갑자기 드라이브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이널 퓨전....승인인가....?]
통신은 되지 않는데 프로그램이 드라이브 되었다. 거기에 덧붙여, 말도 안되는 일이 또 벌어졌다.
[드릴 가오!? 라이너 가오까지!?!]
그의 눈에, 부르지도 않은 드릴가오가 땅을 뚫고 그에게 오는 것이 보였다. 물론 라이너 가오도 철로를 달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스텔스 가오는 숫제 그의 주위를 빠르게 선회하며 맴돌고 있었다.
[기동대장!!! 가오 머신에 퓨전 프로그램이 드라이브 되었습니다!!!]
빅 볼포그의 외침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 역시 경악에 차 있긴 마찬가지였다. 드릴 가오는 모르겠지만 라이너 가오가 '가이가의 명령없이' 전투공역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 인지는 빅 볼포그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파이널 퓨전 전에 라이너 가오가 공격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 아니. 사실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파이널 퓨전 승인'도, '프로그램 드라이브'의 신호도 불명확할때, 승인이 내려졌고 프로그램 드라이브가 진행되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 신경쓰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큭.....별수 없지! 초류진, 빅 볼포그, 내 목소리가 들리나!!! 호위를 부탁한다!!!!]
그 즉시, 그의 주위로 더블 라이플이 뿜어내는 빔이 쏟아졌다. 그것에, 그의 주위를 선회하며 공격 기회를 노리던 괴조 - 나랴자트들이 꿰뚫리며 폭발해 버렸다.
그 폭염을 꿰뚫고, 가이가가 솟아올랐다. 초록색의 빛을 뿜어내면서.
[파이널!!! 퓨젼--!!]
가이가의 양 부스터에서 쏟아지기 시작한 전자의 더미. 가이가가 회전함에 따라 그것은 몰아치는 전자폭풍이 되었다. 그것의 한 가운데에 떠있던 가이가의 사자머리에서 눈부신 빛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자폭풍의 안으로 진입한 스텔스 가오, 라이너 가오, 그리고 드릴가오.
드릴가오의 드릴이 앞으로 이동하며, 가이가의 다리가 드릴이 밀려나간 빈 공간에 들어가며 고정되었다. 가이가의 팔이 뒤로 접혀지며 고정되고, 팔의 관절이 빠져나간 빈 공간에 라이너 가오가 동체를 가로지르듯 들어가 합체했다. 스텔스 가오는 접혀진 팔을 고정하며 등에 합체하고, 라이너 가오와 스텔스 가오의 고정 샤프트가 서로 연결되었다.
갈레온의 머리에 갈기가 붙여지고, 라이너 가오의 안에서 나온 파츠와 스텔스 가오의 엔진이 서로 연결되어 팔이 되고, 엔진에서 주먹이 밀려나왔다.
가이가의 머리에 스텔스 가오에서 나온 헤드 가드가 씌여지고, 페이스 가드가 얼굴을 가림과 동시에, 가이가의 머리의 G스톤이 빛나며 헤드 가드에 밀려나와 선명한 G자를 새겼다.
그리고, 마침내 해방된 힘을 크게 떨쳐내며, 폭풍을 찢으며 용자왕이 포효했다.
[가오-! 가이--!! 가----!!!!!]
[차아아앗--!!!!]
전자폭풍에 튕겨졌던 나랴자트의 일단이 가오가이가에 부딛쳤으나, 억지로 폭발을 뿌리친 가오가이가는 땅에 내려서자 마자, 급히 초류진과 빅 볼포그에 달려가며 외쳤다.
[빅 볼포그! 반경 2000m에 스캔개시다! 삼단갑판기동공모에서 디바이딩 드라이버가 사출되었는지 확인 해! 초류진은 플라이어즈와 골디탱크에 콘택트를!]
그런 그들 셋의 앞에서, 앞으로 날아오는 나랴자트를 계속 쏴 떨어트리던 마이트 어드벤져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가오가이가, 상황이 이상하다! 아직 디바이딩 드라이버는 부르지 마!]
[부를수도 없어! 베이타워 기지에서는 파이널퓨전이 된것도 모를거야!]
[젠장, 무슨소리야, 그게!!!]
마침내 분통을 터트리며, 마이트 어드벤져가 들고 있던 라이플을 던지며 뒤로 몸을 던졌다. 총신이 열화된 라이플이 건물에 부딛쳐 녹기 시작하고, 뒤로 물러난 마이트 어드벤져를 지나쳐 나랴자트의 일단이 GGG 기동부대를 향해 날아 올랐다.
[브로큰 매그넘!!!!]
날아들던 일단의 나랴자트 사이로, 무서운 기세로 떨쳐진 철권 - 브로큰 매그넘이 꿰뚫어 수십여 개체의 나랴자트를 소멸시켰으나, 폭발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연기를 꿰뚫고 새로운 나랴자트가 날아올랐다. 처음에 세 마리 정도 였던게 이미 삼십마리 이상으로 불어나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크윽!!!]
크게 휘둘러진 거스트론의 대검을 간신히 막았으나 뒤로 튕겨져 나간 듀크 블레이즈가 그들 곁으로 내동댕이 쳤을때,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나랴자트가 빠른 속도로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용자 다섯은 그 원의 중심에 포위되고 말았다.
[포위당했군...]
그들의 머리 위까지 에워싸 버린 나랴자트의 무리를 올려다 보며 중얼거리던 듀크 블레이즈는, 반투명해진 잿빛의 새들 사이로, 그를 검으로 던지고 지금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거스트론을 노려보았다. 투구사이로 비쳐나오는 잿빛의 두 눈빛은, 그들에게 비웃음과 승리감을 던지고 있었다. 그 눈빛을 정면으로 보며, 듀크 블레이즈는 낮게 뇌까렸다.
[........완벽하게 간파된것 같군.]
그 말에, 가오가이가가 말도 안된다는 투로 반문했다.
[그럴리가...]
[....아까부터 나랴자트의 공격이 초류진과 가오가이가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 말은....저 녀석, 너희들이 디바이딩 드라이버와 이레이져 헤드를 쓸 것을 알고 있었던 거다. 작전이 간파된거다.]
[뭐라고!?]
초류진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이고, 가오가이가와 빅 볼포그도 눈에 띄게 당황해 했다. 그들의 당황에 재일격을 가한것은, 어느샌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마이트 어드벤져의 망연한 음성이었다.
[망했다.....]
그들이 채 하늘을 올려다 보기 전에, 나랴자트의 포위망을 뚫고 하늘에서 날아와 그들의 발 밑에 던져진게, 아니, 던져진 것들이 있었다.
[...!]
반동강난 디바이딩 드라이버와 세로로 갈려진 이레이져 헤드의 조각들. 솜씨좋게, 부러트려 부수지도 않고 깨끗하게 잘려진 단면에 그들의 눈이 한순간 경악에 찬 그때, 거스트론의 목소리와는 다른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던지지 않은 물건도 있다. 여기에.>
침착한 음성이 들려온 곳은 그들의 정면에 서있던 빌딩의 위. 그곳에서 용자들이 본것은, 축 늘어진 채 공중에서 축 늘어진 채 흔들리는 플라이어즈, 그리고 그 플라이어즈의 온몸을 꿰뚫는, 햇볓에 빛나는 가는 실이었다. 그것을 잡고 있던 것은, 역시 비슷한 잿빛의 갑옷을 두르고 있는, 거스트론보다는 훨씬 가는 있는 실루엣을 가진 로봇 - 거인? - 이었다.
[바보같은......기지에서 툴의 사출 명령을 내렸단 말입니까...?]
[플라이어즈!]
[.........이런.....저 녀석이 툴즈를 전부 부쉈단 말인가? 궤도를 예측하고?]
<바보냐? 당연하지! 이 방벽은 층마다 너희들이 한번씩 분쇄한거라고 들었으니, 그녀가 과거의 데이타를 참조해 몇백번 정도 계산한것 뿐이지. 너희들이 이것들을 부를거라고는 알고 있었으니까!>
가오가이가와 듀크 블레이즈의 말에, 묵묵히 서 있는 그녀를 대신해 건방지게 말한 거스트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녀 - 라고 일단은 말해야 겠다 - 는, 한손으로 잡고있던 실을 옥상의 기둥 하나에 묶고는, 플라이어즈를 그대로 둔 채 땅으로 몸을 날려, 거스트론의 옆에 내려앉았다.
'도발은 승리의 지름길'이란 프로그램을 일차로 따르며 한마디 던진 마이트 어드벤져 였지만, 아까는 뭔가 쉽게 넘어간 경망스러운 거스트론이 이번에는 침착하게 한마디를 던졌다.
<아내다.>
..........순간, 용자들은 주위의 모든것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참고로 말하지만, 애가 셋이다.>
[거짓말 마 임마-----!!!!!!!!!!!!!!]
주위로는 닿으면 대폭발을 일으키는 괴조가 빽빽하게 둘러싸며 날아다녀 포위망을 만들고, 정체를 모르는 두대의 거대로봇 - 인지 뭔지, 갑자기 혼란스러워 졌다 - 이 뻔뻔하게 서 있는 데다가, 방벽 - 콘트라 폴의 돌파작전까지 완벽하게 간파, 봉쇄당한 아주 불리한 상황임에도, 마이트 어드벤져는 그 모든 것을 전부 잊고는 있는 힘껏 소리질렀다. 호통치고 싶었으나 타이밍을 놓친 것 뿐인것은 모두 마찬가지여서, 뭔가 심하게 한대 맞은 표정으로 앞의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아무튼 어떻게 할거냐? 네놈들의 작전은 봉인되었다고!!>
[.....으음...잠시 생각할 시간을...보다는 일단 긴장을 가다듬을 시간을....]
[.....멋진 전술입니다....말 한마디로 이렇게 까지 우리의 기를 꺾다니....]
<진짜라고. 어이.>
[시끄러워! 그쪽은 입다물고 있어!!!]
거스트론의 말에, 목소리에 핏줄을 그리며 크게 소리친 초류진의 고함을 시작으로, 갑자기 다섯의 용자들이 서로를 보며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보인 그 변화에 브리즈 트레드는 고개를 갸웃하고, 거스트론은 득의 양양한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어이! 즉석에서 작전이라도 짜는 거냐! 몇분 기다리고 공격할까!?>
[10초후다.]
그 목소리가 나랴자트의 방어막에 갖힌 용자들에게서 듣지 못한 목소리여서, 둘이 흠칫하며 재빨리 뒤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 그들의 눈앞에서 기다리고 있던건, 뭔가 거대한 총구같은게 다발로 묶여 있는 것이었다.
개틀링 건이었다.
[그 전에 죽겠지만.]
투다다다다다다다다----!!!!!!!!!!!!!!!!!!
주위의 공기를 무시무시한 기세로,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일초에 오백번씩 연달아, 총성이 찢기 시작했다. 시선만 뒤로 돌렸을 뿐 미처 몸을 돌리지 못한 둘이 그 총알의 폭풍에 휘감겨 앞으로 날아가고, 갈기갈기 찢지 못한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그 총알의 소나기가 폭풍이 되어...
용자들이 있는, 나랴자트들이 고속이동에 자신들의 몸으로 만들고 있던 포위망에 떨어졌다.
[앗! 그만둬, 바보!!!!! 와아아아악---!!!!!!!]
콰과과과과광!!!!!!!!!!!!!!!
단 1볼트의 전류, 1칼로리의 에너지만 가해져도 폭발해 버릴듯 한 나랴자트의 무리가 총알이 불러온 열기와 에너지에 닿아 연쇄 대 폭발을 일으켜버리고 말았다. 안에 있던 용자 다섯을 완전하게 삼켜버린 그 폭발은 붉은 불꽃기둥을 만들며 하늘로 솟았다.
그리고, 엄청난 짓을 저지른, 기차가 변형해 만들어진 그 거대한 용자, 마이트 아머는, 잠시 멍하니 그 불길을 보다가 뒤로 돌아서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마이트 아머의 뒤에 나타난 마이트 어드벤져가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기 시작한것과 거의 동시에, 마이트 아머, 어드벤져의 뒤의 지면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서 무언가가 솟아 올랐다. 물론 그것은, 불길에 약간은 그을렸으나 멀쩡한 가오가이가, 초류진과 빅 볼포그, 듀크 블레이즈 였다.
마지막에 구멍에서 기어 올라온 것은, 그들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맥클레인, 덤프슨, 파워죠와 드릴보이 였다. 마이트 아머가 탄환을 날려 대 폭발을 일으키기 바로 직전에, 이 넷이 지하의 하수도를 타, 나쟈라트에게 포위되었던 용자들의 발밑에 구멍을 뚫어, 갇힌 용자들을 하수도로 내려 보낸 것이었다.
[...아슬아슬 했어.....]
[죽을 뻔 했다.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이.]
파워죠와 맥클레인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모두의 치를 떨게 하는 것이었다.
[마이트 아머...! 폭발쪽이 예정보다 약간 빨랐다...!]
[땅 파느라 죽을뻔 했잖아!!]
덤프슨과 드릴 보이의 항의에, 마이트 아머는 고개를 약간 돌리며 쌀쌀맞게 얘기할 뿐이었다.
마이트 어드벤져의 말을 무시한 마이트 아머가 시선을 그의 뒤로 다시 던졌다. 아까 그가 무수한 탄환을 쏟아부었던 거스트론과 브리즈 트레드가 몸을 툭툭 털며 일어나고 있던 것이었다.
[...........끄떡 없는 건가. 아까 탄환은 보통 탄환에 비해 관통력을 두배 이상이나 늘렸던 건데.]
[...........블레이즈 소드를 몇번이나 맞고도 끄떡없던 갑옷이다. 단단할게 분명해.]
[단단한가, 하지않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타격뿐만이 아니라 관통력까지 전부 흡수한단 말인가. 까다롭군.]
마이트 아머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개틀링 건을 세우고, 마이트 어드벤져도 웨폰 캐리어에서 사출된 새로운 라이플을 받아들고 그의 옆에 섰다. 가오가이가도 거스트론을 향해 나아가려고 했으나, 그런 그를 맥클레인의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가오가이가. 브레이브 베이스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합류해서 일단 작전을 짜는게 좋다....작전의 속행은?]
[틀렸어...디바이딩 드라이버와 플라이어즈가 파괴당하고, 이레이져 헤드의 사출진로가 간파당한것 같다. 시도하기 전에 봉쇄당하고 말았어.]
[...........이젠 시도 자체를 못하겠다.]
하늘을 올려다 보며 그렇게 말한것은 맥클레인이 아닌 파워죠였다. 처음부터 하늘을 보고 있던 그가 맨 먼저 본것이었다. 그가 본것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EI-26, 기계사천왕 핏쳐였던 것이다.
{가오가이가!!! 존다 메탈 플랜트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으아. 나타났다.]
[무셔라~!]
[가오가이가! 이곳은 우리에게 맡겨! 너는 일단 브레이브 베이스로!!]
[...알았다!]
[좋아, 빌드팀, 합체다!]
[긴급 프로그램 스타트!! 간다!]
[[[차아앗!!]]]
맥클레인의 외침과 함께 공중으로 원을 그리며 뛰어오른 세명의 용자, 맥클레인, 덤프슨, 파워죠. 덤프슨이 덤프트럭 모드로 변형해, 다리로 변신하고, 파워죠의 파워서벨이 분리하며 팔로 변형했다. 맥클레인의 크레인 카 모드가 몸체로 변형하고, 세대의 메카가 하나로 합체하며 빌드 타이거를 이룸과 동시에, 드릴보이의 빅클 모드에서 드릴과 몸체가 분리되며, 몸체가 변형되어 빌드타이거의 다리장갑으로, 드릴이 열리며 서벨타이거의 머리가 그곳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다리장갑과 서벨타이거가 각각 빌드타이거의 다리와 가슴에 장착됨과 동시에, 힘의 격발을 자랑하듯 크게 포즈를 떨치며, 슈퍼 빌드 타이거는 고함을 뿜어 냈다.
[슈퍼!!!!! 빌드!!!! 타이거!!!!!!!!]
{떨거지는 비켜라!!!!}
HTB라고 불리우는 뭔가 상당히 속도를 내는 제트기와 결합한 기계사천왕 핏쳐가, 앞으로 날아드는 슈퍼 빌드 타이거가 가소롭다는 듯 빔을 뿜어냈지만, 방사형의 빔을 전부 피해낸 슈퍼 빌드 타이거는 그 답지 않은 재빠른 빠르기로 핏쳐의 위로 올라가, 고속으로 날으는 핏쳐의 등을 밟고, 하늘로 도약했다.
[떨거지를 무시하는 녀석이 제일 먼저 죽는다!!!]
{!? 뭐라고!}
[건방진 녀석에겐 미래가 없다는 뜻이다!!! 가오가이가에게는 절대 접근할수 없다!!!!]
{건방진 녀석!!!! 그 말, 그대로 돌려주마!!!}
[더블 건!!! 더블 라이플!!!!]
초류진의 더블건과 더블 라이플의 난사가 핏쳐를 덮치자, 핏쳐는 별수없이 하늘로 다시 솟아 오르는 수 밖에 없었다. 그 사이, 가오가이가는 주위를 돌아봐, 마침내 뒤에서 모습을 나타낸 브레이브 폴리스의 공중모함, 브레이브 베이스를 발견하고, 그것에게로 날아갔다. 그 늘씬한 배같은 모습의 브레이브 베이스의 갑판에는, 골디 마그가 걸터앉아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말한것은, 역시 갑판위에 놓여져 있던 로코모 라이져, 그리고 그 위에 걸터앉아 있었던, 용자특급대의 가인이었다.
[가인!?]
[여어. 호되게 당하는 중인가 보군?]
[너 답지 않게 굉장히 늦었군...]
[아아. 열심히 달려가는데 이녀석이 실에 감겨서, 열이 받는지 주위에 마구 포격을 해대는게 보여서. 구해주느라 조금 늦었다. 어스 제트도 주워왔고. 그러다가 브레이브 베이스와 만나서, 얻어 탄거다.]
그렇게 말하는 가인의 뒤로는, 로코모 라이져에 연결된 어스 제트 - 다간 X의 서포트 머신, 어스 라이너와 어스 파이터가 합체한 머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뭐.....일단, 갑판에 손을 대라.]
[손?]
[레지나에게 작전이 있다. 무선은 완전히 불가능 하니까 접촉회선으로.]
[아...알았다.]
무릎을 꿇고 갑판에 손을 댄 가오가이가의 접촉회선을 타고, 급박한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상없이 들리는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브레이브 폴리스의 기술주임, 레지나 아르민이었다.
{아, 간신히 연결되었네요!}
[미스 아르민!]
{시간이 없어요, 가오가이가! 바로 설명에 들어가겠습니다!}
[방법이 있는 건가!? 하지만 저 콘트라 폴은...!]
{예. 이미 전부 파악했습니다. 첫번째 층이 초전자 배리어, 2층이 압축공기 배리어, 3층이 초차원 포트, 4층이 마이크로 존다로 이루어진 그랜드 노바, 맞죠?}
[맞긴 하지만....]
{그렇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슈퍼 빌드 타이거가 공중에서 핏쳐와 교전을 벌이고 있을때, 지상에서도 격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위를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괴조의 사이에서 무서운 기세로 탄환을 쏟아붓는 마이트 아머와, 양손은 물론 양 어깨와 양 다리에 까지 빔 라이플을 붙인 마이트 어드벤져가 라이플을 난사하며 거스트론에게 돌격해 들어가고, 거스트론의 대검을 봉쇄하며 공격하는 듀크 블레이즈, 그리고 핏쳐와 나랴자트를 동시에 견제하며 더블 건과 더블 라이플을 난사하는 초류진의 모습으로, 지상은 열풍과 폭음으로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브리즈 트레드와 빅 볼포그가 뒤로 물러나 거스트론 대 네 용자라는 구도로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던 전장이, 땅을 뚫고 갑자기 초류진의 발 밑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한 빛줄기에 깨지고 말았다.
[!? 땅에서 포격이!!!!?]
[뭐야!?]
땅에서 빔이 솟아오른다는 초유의 상황에 경악해버린 그들의 공격이 잠시 둔해졌을때, 그들의 몸으로 나랴자트가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마이트 아머와 마이트 어드벤져의 주위로 폭광이 넘실대고, 듀크 블레이즈가 균형을 잃고, 바로 날아든 거스트론의 검에 밀려 저 멀리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브리즈 트레드가 물러나자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잠시 물러났던 빅 볼포그가 소리쳤다.
[EI-27입니다!!]
[그건 또 뭐야!?]
[자위대 호위함, 하루나와 융합한 기계사천왕입니다! 지하로 숨어들다니....!]
[.......이 새들은 나 혼자 견제할수 있다. 빅 볼포그, 녀석을 막아.]
[하지만...!]
[브리즈 트레드는 마이트 어드벤져가 죽기로 막을테니까.]
마이트 아머의 냉정한 말에 빅 볼포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자리까지 뒷걸음질 쳐 물러나온 마이트 어드벤져에게 외쳤다.
그렇게 대답하는 가인은 빅클모드인 신간선으로 변형한 채 로코모 라이져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앞에 연결되어 있는 것은, 다간 X의 서포트 메카의 합체형인 어스 제트. 기차와 전투기가 조합된 기묘한 것의 뒤에 로코모라이져가 매달려 있던 것이다.
[어스 제트의 시스템에 간섭해 컨트롤을 이쪽으로 돌릴수 있었다. 계산으로는 로코모라이져와 어스 제트의 순간 가속으로, 저 두꺼운 벽을 4초안에 돌파할수는 있을거다.]
[.....나보고 이걸 타라는 거냐...?]
[어이어이. 나도 붙어있다고. '이거'라고 말하는게 아니야!]
레지나의 방법이란 간단한 것이었다. 콘트라 폴의 전체층이 각각 다른 물질로 만들어져 있더라도, 그것이 원자가 특수한 에너지로 일정하게 연결되어 있는 물리적인 것이란 것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모든 물질을 광자단위까지 분쇄하는 골디언 해머라면 돌파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조금 손질해, 타격할때 중력활단파가 솟아나오는 것이 아닌, 조절해서 중력활단파의 막을 만든다면, 타격력에 각 방벽이 작동하지 않고도 먼저 분쇄시킬수 있다.
{물론 단번에 돌파해야 되기 때문에, 가오가이가 혼자서 벽을 뚫기 위해서는 엄청난 파워가 필요하죠. 방사형의 막을 구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통상 골디언 해머의 약 3배. 추진력까지 더하면 출력이 버텨내지 못할거에요. 그래서 가인에게 부탁한거에요.}
[택배라고 생각하고 단번에 배달 해주지.]
[......짐짝 취급은 받고싶지 않아....라고 해도.......지금 상황엔 별수 없지....]
[그럼 망설일 필요가 없잖아! 빨리 해치워 버리자고!!!]
[좋았어! 가자, 가오가이가!!!]
골디마그가 목소리를 높이며 기합을 넣고, 가인도 따라 넣었으나, 정작 가오가이가 자신은 약간 뜨악한 눈을 하고 둘을 바라보다가,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골디언 해머는 사용불가다.]
[뭣!?]
[아니, 왜!?!!]
[......메인 오더룸과 통신불능이다. 장관의 승인 받지 않고서야, 세이프티 디바이스를 풀수 없잖아?]
[......하지만......그럼, 파이널 퓨전은 어떻게 한거야?]
[나도 모르겠어. 채널에 승인신호와 프로그램이 흘러들어왔다. 운좋게, 한순간 열렸던 것일까...]
[그럼, 이렇게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
골디마그의 우악스러운 외침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던 가오가이가가, 문득 고개를 돌려, 그의 등 뒤로 있는 브레이브 베이스의 브릿지 너머를 보았다. 센서는 물론이거니와 레이더도 작동이 잘 되지않는 상황에서 무엇을 느낀건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가오가이가는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운이 좋다고 해야할지...!]
[뭐야?]
[세이버 엘 카이져! 엘 블레이드!! 이쪽으로 와!!!!]
뒤를 돌아본 골디마그의 눈에도 들어오는 그것은 분명, 스파클 브레이브즈 - 세이버 엘 카이져, 엘 블레이드, 엘 썬더리온과 주작, 백호, 청룡의 모습이었다.
[심하잖아...난장판이야.]
인간형으로 변신해 날고있던 주작의 목소리에 세이버 엘 카이져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블루 베이스와 간신히 접촉해 GGG의 전투 포인트를 알아내고, 합체를 해 이쪽으로 달려온 그들이었지만, 이쪽은 복잡함에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괴상한 새같은 투명한것이 거리를 휘젓고, 마이트 아머와 마이트 어드벤져, 듀크 블레이즈는 그 새들을 견제하면서 잿빛인지 회색의 이상한 큰 녀석을 상대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밀리는 것 같았다. 공중 역시,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무언가에 슈퍼 빌드 타이거가 심하게 밀리고 있었다.
[정작 가오가이가는 후방에 위치해 있고...무슨일인지.]
[가보면 알겠지, 뭐.]
[좋아, 엘 썬더리온은 주작과 함께 슈퍼 빌드 타이거를. 청룡과 백호는 저 커다란 놈을 상대해! 나와 엘 블레이드는 가오가이가에게로 간다!]
[좋아! 맞겨줘!!!]
인간으로 변형해 있던 백호가 소리지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역시 인간형으로 변형해 백호를 운반하고 있던 청룡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놓아 버렸지만, 백호는 아주 여유롭게 땅에 착지해, 검을 빼들고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또 당할 거 같냐, 도마뱀!!]
[......칫. 녀석에게도 학습 능력이란게 있었군....]
혀를 차며, 역시 창을 빼들고 낙하하는 청룡. 주작과 엘 썬더리온 역시 하늘을 날아, 무서운 속력으로 날고 있는 적 - 핏쳐에게로 날아갔다.
{지원이냐! 젠장!!!}
혀를 차며, 한방에 끝내겠다는 기세로 슈퍼 빌드 타이거의 정면으로 날아든 핏쳐를 향해 타이거 캐논을 쏜 그였으나, 그것이 채 발사되기 전에 도약한 핏쳐는 슈퍼 빌드 타이거의 뒤로 날아들어 그의 손 - 이라고나 할까, 발이라고 하는게 나을까 - 으로 그를 힘껏 내리찍었다.
[크악!!!]
일격에 나가 떨어지는 슈퍼 빌드 타이거를 재차 공격하려던 핏쳐는, 그러나 그의 눈앞에 스쳐 지나간 빛줄기에 흠칫하며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말았다. 멀리서 쏜, 주작의 빛의 화살이 그를 노렸던 것이다.
[으랏차!!]
그리고, 속절없이 떨어지는 슈퍼 빌드 타이거는, 엘 썬더리온이 공중에서 떠받쳐 올렸다.
[미, 미안하다, 엘 썬더리온.....]
[경찰이라면, 쥐꼬리만한 봉급값은 해!]
[......큭..하지만, 역시 존더리안이다. 강해!]
[중얼거려 봤자 소용이 없어! 내가 앞에서 상대할테니, 주작과 같이 지원해!]
[오우!]
슈퍼 빌드 타이거가 공중으로 다시 날아오르고, 엘 썬더리온은 검을 전개하며 하늘로 솟아 올랐다. 주작의 견제화살을 피해내며, 핏쳐가 그들에게로 날아 들었다.
[중력 활단파의 막이라고?]
이야기를 전해들은 세이버 엘 카이져는 과연, 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엘 블레이드는 뜨악하다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이없을 정도로 무식하잖아...]
{......이것보다 좋은 작전 있으면 한번 내보세요!}
[....으으윽. 천재의 자신감에는 한번쯤은 한방 먹이고 싶은데 말이지...]
[....참아. 압도적인 역습에 엉망진창으로 당한다. 완벽한 바보라면야 비논리로 받아칠수 있겠지만....]
세이버 엘 카이져의 말에 고개를 푹 수그린 엘 블레이드는, 일단은 고개를 다시 들고 말했다.
[하지만, 너야말로 괜찮겠냐? 그레이트 엘 카이져도 아닌데, 이 정도 출력이라면 오버히트가.....]
[음....뭐, 여러가지 위험요소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라면, 끼워 맞추는 수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뭔가 자신이 없잖아, 너!]
[뭐...자신이 없게 들려도 걱정하지마라, 가오가이가. 파괴되더라도 엘 블레이드가 먼저 파괴될테니까..]
[물은게 그 엘 블레이드다. 나!! 외면하지마!]
'....그렇게 불안하냐?....아니면 일부러 만담하는거냐!?'
가인과 가오가이가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한 것을 알지는 못하고, 둘은 적당한 선(??)에서 만담(?)을 끝내고는, 보랏빛의 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투덜대며 어스 제트의 위에 올라 앉은 가오가이가와 골디마그. 어스 제트의 상승과 함께 가인 - 로코모라이져도 배면과 후면의 부스터를 모조리 작동시키며, 브레이브 베이스의 갑판에서 떠올라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세이버 엘 카이져와 엘 블레이드가 날아올랐다.
[엘 블레이드! 그랜드 블레이드(Grand Blade)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와!]
[크오오오--!!]
[신메트리컬 아웃!!!]
엘 블레이드의 고함소리와 함께, 네갈래로 흩어지는 네개의 붉은 빛. 그것은 라이 블레이드와 좌검무장, 우검무장의 수호검장단, 그리고 블레이드였다.
[[[시스템 체인지!!!]]]
한목소리로 소리치며 하늘로 날아오른 수호검장단.
가운데의 라이 블레이드의 팔이 어깨 장갑으로 모이고, 다리가 한데로 합체하여 그 끝에서 프레임이 튀어나왔다. 뒤에 죽 뻗어있던 스테이 빌라이져가 머리위로 올라가, 머리를 감싸는 형식으로 모여져 합체되었다. 그렇게, 거대한 역십자가 형태로 변형한 라이 블레이드.
좌검무장의 헤드 - 가슴장갑 - 등의 검자루, 우검무장의 헤드 - 가슴장갑 - 등의 검날이 동시에 분리되어 날아오르고, 남아있는 동체의 가슴에서 메탈핸드가 튀어나왔다. 팔이 일자형으로 합체하며 동체에 고정되고, 다리는 ㄷ자로 뒤로 돌아가며, 각각 자주포와 미사일 포트를 가운데 두고 등쪽에 고정되는 것으로, 좌검무장의 동체는 '레프트 맥핸드'로, 우검무장의 동체는 '라이트 맥핸드'로 변형되었다.
역십자가 형태의 라이블레이드에, 우검무장의 검날이 위쪽에 합체, 그리고 가슴장갑에 싸여 드러나지 않는 우검무장의 헤드가 라이블레이드의 가슴쪽에 합체했다. 좌검무장의 칼자루는 아래쪽에서 날아와 라이블레이드의 머리쪽을 뺀 팔과 다리, 그리고 몸체를 옆쪽에서 감싸는 식으로 합체하고, 가슴장갑에 싸인 좌검무장의 헤드는 라이블레이드의 등쪽에 합체했다. 그것이 이루는 것, 그것은 전장 70m라는 거대한 길이를 자랑하는 검, G 블레이드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붉은 빛에 휩싸인 블레이드가, 라이블레이드의 앞으로 날아올랐다.
"블레이드 폼-업!!! 차아앗!!!!"
붉은 빛에 휩싸인 블레이드가 점프해 G 블레이드를 향해 솟아오르고, 한순간에 블레이드가 붉은 빛의 번쩍이는 스파클로 변신하며 검의 자루에 '융합'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융합한 것으로, 개천검 때 처럼 모양이 변하지는 않는 것 이었다. 이것이 엘 카디온의 개천검, 엘 카이져의 개천참암도의 본래 모습, 초중력활단파 발생장치인 그랜드 블레이드 인 것이다.
[간다! 블레이드 커넥트!!]
세이버 엘 카이져의 양쪽으로 날아든 레프트 맥핸드와 라이트 맥핸드가, 왼팔과 오른팔이 떨어진 세이버 엘 카이져의 상완부와 커넥트 되고, 그것의 손가락을 힘껏 떨쳐 낸 세이버 엘 카이져가 두손으로 그 자루를 잡고, 하늘로 힘차게 들어 올렸다.
[그랜드 블레이드, 발검!(發劍)]
우우우웅.....
진동음이 들리며, 거대한 그랜드 블레이드의 검신에서 아련한 색채의 황금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중력파의 진동이 뻗어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것을, 세이버 엘 카이져는 엘 카디온보다 훨씬 능숙하게 휘둘러 늘어뜨리고, 한참 하늘을 날고 있던 어스 제트 - 로코모라이져를 향해 날아갔다.
<!! 저녀석, 뭘 하려는 거냐!?>
땅에서는 거스트론이 그것을 보고는 뛰어 오르려고 했지만, 그것은 그 빈틈에 치고 들어온 듀크 블레이즈의 돌격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Charge!!!!]
카앙!!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을 휘두르지 않고 늘어뜨린 채로 돌격한 듀크 블레이드가, 어깨로 거스트론의 가슴을 거세게 들이 받았다.
<크...!!>
[버닝!!!! 블레이즈 소드!!]
신음성을 울리며 뒤로 몸을 날린 거스트론의 가슴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불길로 검신을 달군 블레이즈 소드가, 아래에서 위로 베어 올려지며 날아들었다. 거스트론이 뒤로 몸을 날린채로 대검을 뒤로 당긴것과, 듀크 블레이즈가 올려친 블레이즈 소드에서 붉은 빛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블레이즈 소드! 롤링 썬더--!!!]
<까불지 마라!!!>
퍽!!!!! 퍽!!!!!!!
폭음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둔탁한 타격음에, 정신없이 총을 쏘며 나랴자트의 돌진을 막던 마이트 어드벤져가 뒤를 돌아봤을때, 그곳에는 거짓말 같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블레이즈 소드 롤링썬더, 전류를 방전시키며 던져진 블레이즈 소드는 확실하게 거스트론의 목을 뚫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명중된 블레이즈 소드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는지, 거스트론의 대검은 앞으로 뻗어져 듀크 블레이즈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듀크 블레이즈!!!!!!!!!!]
대답하지 못하고 스르륵 무릎을 꿇는 듀크 블레이즈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졌다. 그때만큼은, 마이트 어드벤져에게는 주위의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듀크 블레이즈의 가슴에 꽃인 대검이 뒤로 당겨지며 빠졌을때야, 마이트 어드벤져는 그의 시간으로 튕겨 나왔다.
<헷, 쓸모없군.>
목을 블레이즈 소드로 관통당한채로 그렇게 말한 거스트론이, 듀크 블레이즈의 가슴에서 빼낸 대검을 등 뒤로 당겨, 힘차게 던졌다.
[!]
순간의 일이었다. 반원을 그리며 날아가버린 대검의 움직임을 미처 쫓기에는, 마이트 어드벤져의 신경은 이제 땅에 엎어져 버린 듀크 블레이즈에 너무 몰려 있었다. 아차, 하는 순간, 그의 왼쪽 목덜미를 날아온 대검이 깊게 베어버리고 말았다. 그것에 신음을 흘리기도 전에, 아주 날카로운 반원을 다시 그린 대검은 이번엔 오른쪽 허리를 깊게 베고 하늘로 솟아올라, 금속음과 함께 마이트 어드벤져 바로 앞에 떨어졌다. 물론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 두번의 공격은 마이트 어드벤져의 힘과 의지 양쪽을 한순간에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크...윽..!?]
쿠궁!!
무릎을 꿇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린 마이트 어드벤져. 하나 둘씩 끊겨가는 카메라 회로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그리고 마이트 아머가 본 거스트론의 모습은, 머리끝부터 천천히 '녹아 흘러내리는', 마치 천천히 녹는 빙산같은 모습이었다.
<이런이런.>
목에 꽃혀있던 블레이즈 소드가 천천히 흘러내려 거스트론의 손에 들어갔다. 머리와 단단한 갑옷이 전부 녹아 회색의 액체가 되어 뚝뚝 땅에 떨어지는 그 모습에서, 마이트 아머는 무언가 기묘한 것이 그의 데이타와 AI를 휘젓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데이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그 기묘한 느낌을 '공포'라고 부른다고 깨달은 것은 훗날의 일이었다.
<역시 대검은 쓸모가 없어. 크기만 하고.>
녹아버린 머리 밑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새로운 머리, 아니 얼굴. 그리고 그 얼굴에서 번쩍이기 시작하는 두개의 눈. 그 광경을 이해할수 없었던 마이트 아머는, 거스트론의 손짓을 보지 못했다.
'빙산'이 갑자기 허물어졌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
그 '얼굴'이 사라진 것을 알아챈 마이트 아머였지만, 어떤 행동을 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리고 말았다. 이미, 거스트론의 손에 들려져 있던 블레이즈 소드는 등뒤에서 부터 그를 뚫고, 가슴으로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
<버닝 블레이즈 소드..라고 했지?>
화아아아악!!!!!!!!!!!!
마이트 아머의 AI가 과도한 열에 쇼트되어 버리고, 그는 몸 전체에 화염이 넘쳐 흐르는 것만을 확인하며 작동을 멈추고 말았다.
<이걸로 끝인가?>
듀크 블레이즈는 가슴의 제네레이터를 직격당한채 쓰러져 있었고, 마이트 어드벤져는 목의 신경회로와 허리의 운동케이블이 잘린채 동작정지. 마이트 아머는 관절과 장갑이 녹은채 회로를 쇼트당해 쓰러져 있었다. 그런 마이트 아머를 내려다 보며, 블레이즈 소드의 검신을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인영은, 확실히 거스트론이었다. 단지, 인간의 것과 흡사한 얼굴이 옅은 웃음을 띄고 있고, 또, 색은 같았으나 갑옷이나 몸이 이제 훨씬 심플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빼고는. 이제는 로봇이라기 보다는 갑옷을 입은 인간에 훨씬 더 가까워 져 있었다.
<좋은 검이군. 약간 조잡하지만 이렇게 가벼운게 마음에 들어...>
[네 놈!!!]
멀리에서 핏쳐를 향해 포화를 퍼붓던 초류진이 거스트론을 향해 총구를 돌렸으나, 빠르게 쏘아진 더블 라이플은 거스트론의 몸에 닿기도 전에, 끼어든 나랴자트의 무리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거스트론에게 접근하려던 백호와 청룡도, 그들의 궤도에 계속 끼어드는 나랴자트의 무리에 제대로 공격도 못하다가, 자폭의 폭염에 휩싸이기 일쑤였다.
[이상해 이거! 그냥 괴상한 새가 아니잖아!]
[...반투명한 새.....물론 엄청 흔한건 아니지만?]
[그, 그런 뜻은 아니지만, 큭!]
[...큭..그래도 이 움직임은 범상치 않군..! 우리의 움직임을 사전에 읽는 것 같다...!]
그런 그들을 흘끗 보며, 블레이즈 소드를 왼손에 쥔 거스트론은, 마이트 아머의 완전히 녹아버린 개틀링 캐논의 포신을 밟고, 공중으로 점프했다. 하늘 높은 곳 까지 날아오른, 세이버 엘 카이져와 가오가이가들이 탄 요상한 서포트메카를 향해.
로코모라이져 위에 무릎꿇고 앉아있던 가오가이가의 외침에, 어스 제트의 앞에 앉아, 검을 세우고 있던 세이버 엘 카이져는 대답이 없었고, 그 어스제트의 뒤에 달린 로코모라이져의 위에 부착되어있던 가인은 낮게 대답했다. 지금 그들은, 계속 고도를 상승시키는 중이었다. 이미 지상의 쓰러진 동료들도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로코모라이져의 부스터 압력을 최대치로 조절해야 했고, 또 한번에 응축했다가 단번에 발출해야 했기 때문에, 한번 부스터를 끈 상태에서 활강을 하다가 부스터를 점화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인은 죽을 힘을 다해, 폭발할 것 같은 자신을 누르고, 계산을 반복하며, 가인이 가오가이가에게 물었다.
[가오가이가. 핏쳐는?]
[엘 썬더리온, 주작, 슈퍼 빌드 타이거와 함께 교전중...]
[크으....골디마그. 브리즈 트레드는?]
[아직도...잠깐! 거스트론 녀석이 점프....!!!!]
골디마그가 기겁하며 소리치는 순간, 가오가이가는 무언가 서늘한 것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는것을 느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그 서늘한 것은 검이 되어 그의 목을 향해 내밀어져 있었고, 그 검을 들이민 것은 무릎을 꿇고 그를 올려보면서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스트론...인가..!]
<아무래도 너희의 동료는 날 막지 못했던것 같군. 브리즈트레드도 말이야...>
그 말에 골디마그가 황급하게 앞을 보았을때, 검을 세우고 앉아있던 세이버 엘 카이져의 뒤에 브리즈 트레드가 서 있었다.
[이--!!]
<그만둬. 동료가 무사하지 못할거다.>
브리즈트레드의 낮은 음성에 멈칫한 골디마그는, 꼼짝도 않고 있는 세이버 엘 카이져의 온 몸이 아주 가는, 아까 자신의 바퀴를 죄었던 그 실에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주 확연하게, 세이버 엘 카이져의 장갑에 실이 파고든 자국이 나고 있던 것 이었다.
<토막나는 꼴을 보여줄까.>
[세, 세이버 엘 카이져!!]
[...........]
침묵으로 일관하는 세이버 엘 카이져에게서 등을 돌린채, 브리즈 트레드는 실을 잡고있는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핏쳐를 상대하고 있는 슈퍼 빌드 타이거와 엘 썬더리온에게는 우리를 강제할 여력이 없을터. 세이버 엘 카이져와 가오가이가를 쓰러트리면.....우리들의 승리다.>
[이...이놈이 건방지...!!]
거스트론의 말에 분노의 고함을 지르려던 골디마그였지만, 그 외침은 갑자기 흘러나온 세이버 엘 카이져의 작은 중얼거림에 끊기고 말았다.
[언제까지 입 놀리게 할꺼냐, 섀도우 마루.]
[지금까지.]
채앵!!!!
브리즈트레드의 손은 번개처럼 움직였지만 그것보다는 간발의 차로 쇳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리고, 세이버 엘 카이져의 장갑을 파고들던 실이 그 힘을 잃고 주위로 흩어졌다.
<....>
손을 털며 천천히 뒤를 돌아본 그녀는, 아직도 등을 돌리고 있는 세이버 엘 카이져의 어깨 위에 누군가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손을 당겼으나, 그의 행동보다는 늦고 말았다. 그것은 들고있던 표창을 아주 빠르게 쏘아낸 것이었다.
채챙!!
그녀의 투구의 갈라진 부분에 표창이 몇개나 날아가 박히면서도 동요하지 않은 그녀는 뒤로 크게 뛰어 이어질 공격에 대비 했으나, 갑자기 공중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그녀를 떠미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공중에 내팽겨쳐지고 말았다. 전투기 모양의 그 무언가는 브리즈 트레드를 밀고,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브레이브 폴리스 별동대, 섀도우 마루! 돌격한닷!!!]
세이버 엘 카이져의 어깨에서 뛰어오른 섀도우 마루가, 낙하를 시작한 브리즈트레드의 복부에, 거의 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킥을 먹이고, 그 낙하에 못 이긴 브리즈 트레드는 빠르게 지상으로 떨어져 갔다.
<브리즈!>
[...타앗!]
예상치 못한 상황에 거스트론의 검 끝이 잠시 흐트러 졌을때, 가오가이가가 블레이즈 소드를 밀쳐내고 그의 배를 걷어찼다. 신음없이 뒤로 주춤하며 물러난 거스트론이었으나, 그는 갑자기 그의 앞으로 날아들며 정면으로 검을 때려버린 누군가의 공격에 공중으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그 공격을 때려버린 무언가 날개달린 짐승같은 것은 어느새 제트기로 변해 그를 쫓아 하늘을 날고, 눈 깜짝하기에도 불충분할듯한 순간에 인간형으로 변신해, 거스트론의 위에서 검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으...윽!?>
[넌 나하고 겨루는게 어떻겠나.]
묵묵하게 그렇게 말한 세븐체인져가 힘껏 검을 내려쳐 거스트론의 블레이즈 소드 위를 때리고, 거스트론은 비명을 삼키며 다시 땅으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세이버 엘 카이져가 소리친것은 그때였다.
[가인! 전속전진!]
[기다렸다!!!]
어스 제트와 로코모라이져의 배면 부스터가 그때, 동시에 동작을 멈췄다. 가오가이가와 골디마그가 헛숨을 삼키며 아무데나 붙잡을 곳을 잡았을때는 이미, 그들은 중력에 이끌려 맹렬한 자유낙하를 개시하고 있었다.
[세이버 엘 카이져!!!]
[그랜드 블레이드, 풀파워--!!!!]
번쩍!!!!
그랜드 블레이드의 거대한 검신이 한순간, 타오르는 듯한 금빛의 검영(劍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로코모라이져의 후면 부스터가 폭발하듯 작동한것은 그때였다.
콰앙!
떨어지는 것이 멈추자 이번엔 쓸려나갈듯한 바람에 몸을 가눌수도 없었다. 로코모라이져에 엎드리듯 달라붙은채 간신히 고개를 든 가오가이가는, 그들에게로 거대한 파도처럼 덮쳐오는 콘트라 폴의 보랏빛 벽과, 그 거대한 빛에 검을 내리치려는 세이버 엘 카이져를 보았다.
[갈라져랏!!!!]
황금빛의 광자가 하늘 멀리 솟은 벽의 한부분에서 솟아오르는 것에, 거스트론은 혀를 찼고 브리즈 트레드는 고개를 잠시 떨구었다가, 그녀의 앞에 내려앉은 보랏빛의, 아까 자신을 찬 작은 것과 똑같은 색에 똑같은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하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당신들이 진것 같군...?]
공중에서 섀도우 마루의 서포트 메카와 합체하며 브리즈 트레드의 앞에 선 자이언트 섀도우는 무심하게 말했지만, 브리즈 트레드는 자신의 투구에 꽃힌 섀도우 마루의 표창을 톡톡 건드리다가, 투구에 손을 대며 말했다.
<아니. 나의 목적은 처음부터 너희들이었다.>
얼굴을 가리던 투구를 벗자, 그곳에서 잿빛이지만 아름다운 미녀의 얼굴이 짧은 머리카락같은 실뭉치와 함께 나타나, 자이언트 섀도우는 흠칫했다.
[.........꽤나 미인이었잖나? 얼굴을 노린것은 실례였군.]
<그렇게 말은 해도, 필요하다면 내 눈에라도 칼을 꽃아넣을 만큼 냉정하지 않은가? 넌.>
좋게 말하면 차분하게, 나쁘게 말하면 차갑게 말한 브리즈 트레드는, 거스트론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세븐체인져를 흘끗 보며 말을 이었다.
<잔혹과 냉정은 다르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해 필요한 일을 한다,라는 그 능력이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귀찮아. 저돌적인 녀석들의 뒤를 봐주는 너희같은 것 들이 있으면 전투가 길어지니까...>
<브리즈, 난 안으로 가겠어. 녀석들을 부탁해.>
<조심해요.>
세븐체인져가 흠칫하며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거스트론은 공중으로 훌쩍 뛰어올라, 마치 공기에 녹아들어가듯 사라지고 말았다. 초류진, 백호와 청룡의 주위를 떠돌던 나랴자트의 군단도 그 순간, 공기에 녹아들어가듯 사라져 버렸다.
[...놓친건가...]
[...어쩔수 없다. 세븐체인져. 이녀석을 먼저 쓰러트릴 수 밖에...!]
<...말했지? 내가 노리는 것은 너희들이라고...>
촤악!!!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옆으로 뛴 섀도우마루와 세븐체인져 였지만, 그들이 서있던곳은 물론 그들이 몸을 날리는 곳, 그곳의 옆까지도 전부 브리즈 트레드의 실의 궤적에 있었다. 그들의 발밑이 갈려나가 꺼지기 시작했다.
[윽!?]
[큭..!!]
날아 오르려는 시도는 한 둘이었으나, 그들의 머리 위에 실이 궤적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본 그들은 단념하고, 땅이 꺼져 그 모습을 드러낸 지하로 몸을 날렸다. 브리즈 트레드가 그들을 따라 몸을 날려, 더러운 지하 수도의 밑의 어둠에 몸을 숨긴 그들의 앞에 서고, 순식간에, 그들의 머리위로 브리즈 트레드의 실이 그물, 아니 벽처럼 촘촘하게 메워졌다.
순식간에, 어둠이 그들의 사이로 들어찼다.
<내 목표는 섀도우마루, 세븐체인져, 그리고...빅 볼포그.>
[...아. 이런.]
자이언트 섀도우는 브리즈 트레드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고, 어둠의 멀리에서 이쪽을 돌아보는 빅 볼포그와, 외눈을 빛내는 무언가 '팔이 달린 전함'같은 것을 보았다. 분명 기계사천왕중 한명이리라, 그는 정확하게 판단했다.
[.....이런. 처음부터 손안에 놀고 있었던 것이란 말인가?]
<.....62억번의 시뮬레이션에 의해 너희의 행동은 예측되어 있었다. 지금까지의 오차는 0.9%....>
세븐체인져의 중얼거림에 그렇게 대답한 브리즈 트레드. 자이언트 섀도우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그의 칼을 빼들며 다시 말했다.
[역시 너였나? 파이널 퓨전 프로그램을 송출한 것은...]
<너희의 채널이 그렇게까지 방해전파에 무방비할줄 몰랐다. 그리고 가이가의 상태였으면...무모한 짓은 안해서 상대하기 껄끄러웠을 테니.>
[이것저것 배려해 주는군....그래서,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뭐지?]
세븐체인져의 말에, 브리즈 트레드는 그들이 있는 방향을 정확하게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60%의 확률로 나의 승리. 40%의 확률로 너희 셋이 나와 맞찌르고 무승부다. 그리고....100%로 우리가 이긴다.>
모든 것은, 그들이 전투를 시작한지 채 15분이 되지않는 시간안에 이루어 진 일...
"..."
꽃이 봉오리를 피우듯 만들어지고 있는 존더 메탈, 그리고 그 존더 메탈이 붙어 성장하는 존더 플랜트의 위에 멍하니 서 있던 시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보랏빛의 벽이 사라진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 벽을 황금빛의 광자와 함께 비집고 들어온 강대한 빛의 무리를 느낄수 있었다.
"..."
그런 시온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카온이었으나, 그는 그의 마음에서 싹이 트려는 의심의 씨앗을 일단 밟아 버렸다. 안드로이드인 자신의 질주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쫓아온 듯한 - 아니, 사실 뛰어왔다고도 말하기 힘든 - 그 모습은 분명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일단은 자신의 눈앞에 우뚝 선, 존더 메탈 플랜트에 휘감긴 도쿄 타워의 안으로 진입하는게 더 큰 일 이었던 것이다.
"시온. 서두르자."
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카온은 몸을 돌려 도쿄 타워를 향해 달려갔다.
첫댓글 어여 방학 전에 가오가이가 파이널도 끝났고... 2부 시작하시길...(음흉한 웃음과 함께..)
사고치셨군요...... 이런 대형 사고를 치시고도 그냥 넘어가리라는 생각은 안하셨곘지요?(씨익) 이것을 올린 지금. 갓 선생님도 세계의 적인 것입니다.(펑!) 자세한 감상은.. 간만에 창작 & 연재 감상란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지요..+_+
읽을 시간이 안되어 메일로 전송..(....) 캐나다가서 읽어야...(푸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