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늙은 호박과 노각도 팔았다.
1t 트럭을 몰고, 내 고향 옥계면으로 가면, 창고에 쌓아 놓은 늙은 호박과 노각이 지천이었다.
하나에 천원 정도 주었다. 심지어는 귀찮듯이 돈도 필요 없으니, 그냥 싣고 가라는 분들도 있었다.
트럭 가득 싣고 와도 십만원이 들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밭에 있으니 그냥 따가라는 분도 있어, 밭에 가서 직접 싣고 오는 수도 있었는데, 그것은 너무 힘이 들었다. 하나에 십 키로 정도 되는 것을 열 개만 운반해도 이마에 땀이 흘렀다.
그것을 나는 개당 5000원에 팔았다. 가성비 최고의 엄청난 마진이었다.
그러나, 난 점점 지쳐갔다. 힘이 들어서다.
트럭을 몰고 시골로 돌아다니면서 운반하고 택배를 부치는 과정이 게으른 나로서는 부담이었다. 창고를 가득 채웠던 늙은 호박과 노각을 파는 것이 까마득했다.
돈은 되는데, 힘이 들었다.
반 정도 팔았을까. 드디어 나는 용기를 내서, 창고 문을 열어 놓고, 다음과 같이 써 붙였다.
“창고안의 늙은 호박, 노각을 그냥 가져 가세요”
나는 단번에 그것들이 사라질 줄 알았다. 줄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냥 가지고 가라고까지 말했다.
창고는 다음 해 봄이 되어서야 비워졌다.
오늘 마트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오이 하나가 2000원이 넘었다. 호박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먹는 오이와 호박은 덜 자란 애기들이다.
그것들이 다 자란 것이 늙은 호박과 노각이다.
덜 자란 호박과 오이에는 영양분이 별로 없다.
그러나, 늙은 호박과 노각에는 다양한 성분의 영양분이 풍부하다. 너무 많아서 적기에도 불편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길.
이제 시골에는 늙은 호박과 노각을 찾기 힘들다. 돈도 안될 뿐더러, 그것을 대신할 환금작물이 심어졌다.
돈이 안되면 사라진다. 훌륭한 영양분도 사라진다.
종편에 수입 건강식품들이 넘처난다.
거기에는 그것을 소개하고 영양분을 설명하는 의사 약사 한의사들이 서로 자랑을 한다.
잠시 후 종편이 끝나면 방금 소개했던 그 식품이 광고로 나타난다. 방금 소개했던 의사나 약사도 덩달아 같이 나온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농촌에는 수 많은 건강 식품들이 자라고 있었다.
들기름은 올리브 오일보다 영양분이 풍부하다. 늙은 호박과 노각은 장수식품이다.
방송에서 들기름과 늙은 호박과 노각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을 소개하는 전문가들은 오로지 수입식품을 파는 휘빠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