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받을 e메일이 말리로?… 비슷한 도메인 때문이에요
복잡한 IP 대신 쓰는 ‘도메인’
우리나라는 ‘korea’를 줄인 ‘.kr’
국가-기관 등 용도별로 달라… 기본 정보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미군 ‘.mil’, 말리 ‘.ml’로 비슷… 오타 때문에 수백만 통 오전송돼
최근 미군이 사용하는 도메인 ‘.mil’과 러시아 동맹국 말리의 국가 도메인 ‘.ml’이 헷갈려 매년 많은 e메일이 말리로 잘못 보내진 것이 드러났습니다. 미국 CNN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미국 국방부 직원들이 받았어야 할 수백만 통의 e메일이 도메인을 잘못 입력해 엉뚱한 말리의 e메일 계정으로 전송되었다고 합니다. e메일에는 미군 시설의 지도나 고위 장성의 출장 계획 등 민감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도메인 이름 한 글자 오타로 인한 파장이 꽤 크겠네요.
몇 달 전에는 ‘AI.com’ 도메인이 약 143억 원에 거래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공식적으로 구매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웹브라우저에 도메인을 입력해 어떤 사이트로 이동하는지 볼까요? 대문자, 소문자 구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요. 현재 ‘AI.com’은 오픈AI의 챗GPT 사이트와 연결되어 있네요.
이처럼 종종 도메인과 관련한 이슈가 등장하는데요. 지난 지면에서 다룬 IP 주소에 이어 또 다른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 쉽게 쓴 인터넷 주소, 도메인
‘도메인’은 우리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주소다. ‘IP 주소’도 있지만 이는 여러 자리의 숫자로 이뤄져 매번 입력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좀 더 쉬운 도메인 주소를 쓴다. 도메인 주소에 쓰이는 ‘.com’은 ‘기업 등 상업적 사이트’, ‘.kr’은 ‘한국’, ‘.net’은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 등을 나타낸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주소로,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는 IP 주소가 있는데 왜 도메인을 사용할까요?
IP 주소와 달리 도메인 이름이 있어야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도 그렇고, 여러분이 사용하는 컴퓨터에도 IP 주소는 할당되어 있지만, 도메인이 부여되어 있진 않을 거예요. 그래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요. 숫자로 이루어진 IP 주소는 컴퓨터가 기억하고 사용하는 데 적합하지만 사람이 기억하고 사용하기에는 복잡하고 번거로워, IP 주소에 사람이 기억하기 쉽도록 이름을 부여한 것이 도메인입니다. 우리가 휴대전화 번호를 일일이 기억하기보다 번호와 이름을 함께 저장해 사용하는 것과 같아요.
여러분이 자주 방문하는 웹사이트처럼 인터넷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사람들이 쉽게 해당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IP 주소보다 기억하기 쉬운 주소인 도메인 이름을 사용합니다.
모든 도메인 이름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와 그 하위 기관들에 의해 관리되며, 도메인 이름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체계를 따릅니다.
도메인은 계층적인 구조를 갖는데요. 도메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루트 바로 아래를 1단계 도메인 또는 최상위 도메인(TLD·Top Level Domain)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은 2단계 도메인 또는 차상위 도메인(SLD·Second Level Domai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최상위 도메인은 국가 도메인(ccTLD·country code Top Level Domain)과 일반 도메인(gTLD·general Top Level Domain)으로 구분하여 사용됩니다.
gTLD는 조직, 목적, 분류 등의 명칭을 영문 약자로 표현한 것으로, 다음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사용된 gTLD입니다. 초기에는 지정된 사용 목적 외에는 도메인을 등록할 수 없었으나, 일부는 제한이 풀려서 누구나 사용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최상위 도메인 예시 |
.com: 상업적인 용도 .org: 비영리 조직 및 기관 .net: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 .edu: 교육 기관 .gov: 미국 정부 기관 .mil: 미국 군사 기관 |
● 인공지능 열풍에 ‘.ai’ 선점 경쟁도
이 외에도 ‘.biz’ ‘.info’ 등 최상위 도메인이 계속 추가되었는데요. ICANN의 하위 기관인 IANA(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최상위 도메인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cTLD는 국가를 나타내는 도메인으로 일반적으로 각 나라의 영어식 이름을 줄여서 사용하며, 우리나라의 국가 도메인은 ‘.kr’입니다.
최근 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관련 기업이 급증해 ‘.ai’ 도메인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과거 인터넷 초창기 시절 닷컴(‘.com’) 도메인 열풍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ai’는 서인도제도의 영국령 앵귈라의 ccTLD입니다.
두 번째 수준인 차상위 도메인은 국가 도메인을 사용하는 경우, 도메인을 등록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합니다.
차상위 도메인 예시 |
.co: 상업적 용도 .go: 정부 기관 .ac: 교육 기관 .or: 비영리 기관 |
2단계 도메인은 일반 최상위 도메인과 함께 사용하지 않는데요. 의미가 중첩되기 때문입니다. ‘co.com’과 같이 쓸 필요가 없겠죠?
좀 복잡해 보일 거 같은데, 정리를 해볼까요?
최상위 도메인(TLD)은 도메인 이름에서 가장 오른쪽 부분, 마지막에 위치합니다. 동아일보의 도메인 ‘donga.com’에서 최상위 도메인은 ‘.com’으로 일반 최상위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공공데이터포털의 도메인 ‘data.go.kr’에서 최상위 도메인은 무엇일까요? ‘.kr’이고, 국가 최상위 도메인이라고 잘 맞히셨죠? ‘.go’는 차상위 도메인이라는 것과 더불어 공공데이터 포털이 우리나라의 정부 기관이라는 정보도 얻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도메인의 체계에 대해서 알아보고 나니, 이 글의 서두에 등장한 내용 중 ‘.mil’은 미국 군사 기관에서 사용하는 최상위 도메인이고, ‘.ml’은 말리에서 사용하는 국가 최상위 도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김학인 한성과학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