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쌀밥처럼 생긴 꽃 보고 한 해 흉·풍년 점치기도 했대요
이팝나무
▲ 이팝나무는 꽃이 만개했을 때 장관을 이뤄요. 곤충과 질병에 강하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답니다. /김영근 기자
우리나라에는 사계절 내내 꽃의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는 매우 풍성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이팝나무도 있습니다.
물푸레나뭇과(科)의 이팝나무속(屬)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널리 분포합니다. 이 중 유일하게 북쪽인 온대 지역까지 확산한 3종이 각각 북아메리카 동부에 2종,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1종 있어요. 다른 나무와 달리 우리나라 이팝나무는 형제 없이 홀로 자란답니다. 열대 수종인 이팝나무 형제는 대부분 사계절 내내 잎이 푸른 상록수인 반면, 온대 수종 3개는 모두 낙엽성입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동·중·남부, 일본 본섬과 대마도, 대만 등이 원산지입니다.
이팝나무는 꽃이 흰 쌀밥을 연상시킨다고 해 '이팝(이밥·쌀밥)나무'라 불렀다고 해요. 전통적으로 우리 조상은 이팝나무 꽃이 피는 것을 보고 한 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짐작했다고 합니다. 꽃이 풍성하게 피면 풍년, 드문드문 피면 흉년이 든다고 점쳤다고 하네요. 문화재청은 1967년 전북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경북 포항 흥해향교 이팝나무군락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소중히 보호하고 있지요.
이팝나무는 높이가 20여m까지 자라요. 가을이나 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새잎이 나며 잎이 넓은 낙엽 활엽 교목입니다. 나무가 클수록 두껍고 수직으로 잘 갈라진 회갈색 껍질은 겨울철에 더욱 독특하게 보인답니다. 이팝나무의 잎은 길이 3~12㎝, 너비 2~6.5㎝에 잎자루 길이가 0.5~2㎝ 정도입니다. 계란 모양 또는 장타원형이에요. 광택이 나는 가죽질인 잎 앞면은 밝은 녹색이고, 뒷면은 약간의 솜털이 나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잎이 나기 전 먼저 5~6월쯤 원뿔 모양으로 길이 3~12㎝의 흰색 꽃이 핍니다. 열매는 길이 1~1.5㎝, 지름 0.6~1㎝인데 완전히 익으면 청흑색을 띠지요. 복숭아·살구처럼 단단한 씨가 들어 있는 핵과(核果)입니다. 이팝나무는 여름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마을에서는 흔히 정자나무로 이용해 왔답니다.
중국에서 해발 3000m까지 분포하는 이팝나무는 추위에 견디는 능력은 보통이에요. 햇볕에 완전히 노출된 곳에서 잘 자라는데, 반그늘인 곳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지요. 이팝나무는 배수가 잘되는 깊고 촉촉하며 비옥한 산성 토양을 좋아한답니다. 이팝나무는 여러 그루를 모아 심거나 잔디밭 또는 경계 부위에 심으면 잘 어울려요. 또 가지치기를 할 필요가 없어 키우기 아주 쉽답니다. 개울이나 연못 근처에 심어도 잘 어울려요. 꽃이 만개할 때는 꽃이 가득한 풍경이 돼 장관을 이루지요. 이팝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곤충이나 질병 문제가 거의 없답니다. 여름철 그늘을 만들어줘 주변 온도를 낮출 수 있고 도시 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지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