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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록 숲 너에게 나를 맡긴다
모두 고생 많으셨다. 오월의 숲이 우거지기까지. 이제 일상의 전원을 잠시 끄시고, 저 놀랄만큼 아름다운 연초록 숲으로 걸어들어갈 차례다. 사람떼와 자동차더미에 시달리며, 줄창 닳아빠지기만 해온 몸과 마음을 한 이틀쯤 숲속에 던져둬야 할 때다. 맑은 물소리로 찌든 귀 헹구고, 진한 흙내음에 막힌 콧구멍 열며, 푸른 바람으로 흐려진 눈을 씻어내는 일이다. ‘휴양림’ 숲길 거닐며 전국의 산과 들판이 고루고루 푸르러지고 있는 오월이다. 세상에 막 얼굴을 내어민, 연둣빛 여린 새순들이 뭉게뭉게 산을 덮어가고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심산유곡 숲에 푹 파묻혔다 돌아오는 계획을 짜볼 만하다. 숲에는 도시생활에 찌든 심신을 다스려주는 힘이 있다. 그 편안한 휴식을 돕기 위해 공식으로 지정해놓은 숲이 바로 휴양림이다. 주위환경을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자연 속에서 최대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한 시설이다. 1989년 경기도 가평 유명산 자락의 휴양림이 처음 공식으로 문을 연 이래, 자연속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곳곳에서 휴양림 개장이 잇따랐다. 현재 전국의 휴양림은 모두 94개. 산림청에서 30곳, 지역자치단체가 48곳을 운영하고, 16곳은 개인사업자가 운영한다.
휴양림 즐기기도 때를 잘 골라야 한다. 한적하고 깨끗한 숲에서 맑은 공기 마시며 쉬는 행복한 휴식을 맛보려면, 5~6월이 딱 좋다. 휴가철인 7~8월엔, 야영객과 당일 나들이객들이 몰려드는 등 크게 붐비게 된다. 무엇보다 통나무집 등 숙박시설을 원하는 날짜에 맞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하지만 5~6월엔 일부 수도권 주변 휴양림을 제외하곤 대체로 예약이 수월한 편이다. 주말을 피한다면 더욱 한적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신록이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을 거닐며 새소리에 취하고 바람소리에 젖다보면, 울화도 짜증도, 적개심도 이기심도, 오만함도 건방짐도 흐물흐물 녹아 사라진다. 눈 시리게 반짝여대는 밤하늘 별무더기를 가슴에 담고 돌아와 청하는, 원목 냄새 은은한 통나무집에서의 잠은 참으로 감미롭다. 휴양림 이용방법은 두 가지다. 당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쉬다 나오는 것과 숙박을 하며 쉬는 것이다. 예약은 대개 매달 초에 인터넷으로 그달이나 다음달치 예약을 받는다. 전화예약이 가능한 곳도 있다. 휴양림의 숙박시설로는 가족단위로 묵기 알맞은 숲속의 집(통나무집·산막)과 단체 숙박시설인 휴양관(수련관),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 있는 야영데크 등이 있다. 숲속의 집은 휴양림마다 규모·편의시설·숙박비가 다르므로 예약할 때 필히 확인해 봐야 한다. 최근 만든 통나무집들엔 대개 화장실·조리대·샤워장이 갖춰졌으나, 오래된 시설엔 없는 곳도 있다. 산책로·놀이터·체력단련장 등은 기본으로 갖췄고, 미리 신청하면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숲을 둘러볼 수도 있다. 산림청은 주5일근무제 확산 등으로 휴양림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2007년까지 휴양림 수를 140개로 늘리고, 산악자전거·산악스키 등 휴양림 안에서의 즐길거리도 보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치열한 여름 휴가철 숙박예약 경쟁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전망이다.
당일 나들이를 하건 숙박을 하건, 지금 휴양림을 찾는다면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에서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숲을 만나볼 수 있다. 온가족이 함께 소나무숲·낙엽송숲·잣나무숲 그늘에 앉아 숲이 연주하는 화음에 귀 기울이며 신록을 즐겨보자. 휴양림 상세 정보는 산림청 홈페이지(foa.go.kr)에서 얻을 수 있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들리는건 바람소리 내 발걸음소리 홍천 가리산 휴양림
강원도 춘천과 홍천의 경계선에 솟은 해발 1051m의 가리산. 정상은 험한 바위봉우리를 얹었지만, 능선은 길고 완만해 깊고 울창한 숲을 품고 있다. 낙엽송·잣나무 등 침엽수와 참나무류 등 활엽수들이 우거져 산악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산이다. 이 산 남쪽 자락 골짜기에 한적한 휴양림이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과 양양을 잇는 44번 국도변, 홍천군 두촌면 역내리 삼거리 청소년수련원에서 북쪽으로 4㎞ 달리면 휴양림이 나온다.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이들이 단골로 다닐 정도로, 호젓하고 덜 알려졌다는 가리산 휴양림이다. “한번 왔던 사람들이, ‘제발 서울 사람들한테 이곳이 알려지지 않고 이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돌아간다”는 게 관리인 최낙환씨의 말이다. 수도권에서 두 시간이면 닿는 곳인데, 거리가 가까운 데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피서철인 7~8월엔 주민들도 찾아와 꽤 붐비곤 하지만, 5~6월엔 주말에도 빈 방이 생길 정도로 찾는 이들이 적다. 요즘 평일을 택해서 간다면 거의 인적 드문 숲에서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쾌적한 휴식의 시간을 맛볼 수 있다. 아담한 두 골짜기가 만나는 지점, 잣나무·낙엽송 숲이 우거진 양쪽 물길을 따라 통나무집들이 다락논 식으로 배치돼 있다. 오른쪽 골짜기는 물길이 말라 있지만 왼쪽 골짜기론 제법 세찬 물살이 쏟아져 내린다. 휴양림 들머리엔 용소간폭포라는 3단폭포도 있다. 관리소와 주차장 주변엔 철쭉 따위 꽃식물을 심어놓아 인공미가 풍기지만, 통나무집들은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들어앉아 있다. 수도권 2시간 거리 불구 휴양림에서 가리산을 오르는 서너개의 등산코스가 있어 산행도 즐겨볼 만하다. 왕복 3~5시간 코스들이다. 능선에 올라서면 북쪽으로 소양호쪽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원룸식이 대부분인 18개의 통나무집들은 각각 여유 있는 마당과 바비큐시설, 평상 등을 갖추고 있고, 내부엔 샤워시설이 있는 화장실과 조리기구를 갖춘 조리대가 딸려 있다. 왼쪽 골짜기의 집들이 새로 지어진 것으로, 오른쪽 골짜기에 비해 주변환경도 좀더 낫다. 키다리 낙엽송 숲 사이에 들어 있어 운치가 있는 데다, 옆에 계곡이 있어 문을 열면 계곡 물소리 쏟아져 들어와 청량감을 더한다. 7평형(2동), 8평형(12동), 16평형(4동)이 있는데 7, 8평형은 원룸식이다. 거실 창문이 통유리로 돼 있어 전망도 좋다(7평형 제외). 1박 평일 4만~8만원(주말 및 7~8월엔 6만~12만원). 10개의 방갈로(난방 안됨·2만원)와 야영장, 매점, 공동취사장, 캠프파이어시설, 풋살·농구장 등 체육시설, 건강지압로, 물놀이장 등을 갖췄다. 입장료 2000원, 1일 주차료 3000원. 예약은 전화로 받는다. (033)435-6034. 홍천/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빽빽한 소나무 하늘 찌를라 태안 안면도 휴양림
고려때부터 왕실서 특별관리 안면도 휴양림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나무만으로 이뤄진 휴양림이다. 430ha에 이르는 휴양림엔 100년 안팎씩 자란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들머리부터 소나무들의 기백이 느껴지는데,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소나무들 사이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맑은 바람이 불어나온다. 안에 산림전시관이 있어 나무와 산림의 중요성, 목재 생산과정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주변이 모두 소나무숲이어서 휴양림이 아니더라도 소나무숲길을 거닐어볼 수 있는 곳이 많다. 3.5㎞ 가량의 소나무숲길 산책로가 있고, 가까운 곳에 수목원도 있다. 통나무집·한옥을 포함해 모두 18개의 숲속의 집이 있다. 화장실과 조리대·조리기구들을 갖췄다. 조리기구는 본디 없었으나 이번 5월부터 들여놔 한결 편리해졌다. 야영 및 야외취사는 허용하지 않는다. 5~19평, 2만~7만원. (041)674-5019. 예약은 홈페이지(anmyondo.com)에서만 할 수 있다. 매달 1일 오전 9시부터 다음달치 예약을 받는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아래로는 물길, 위로는 숲길
양양은 해마다 물난리와 불난리를 번갈아 겪다시피하고 있어 전국민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고장이다. 천재지변을 잇따라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끊겨 주민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난지역으로 놀러간다는 인식을 버리고, 이재민들을 돕는 심정으로라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할 때다. 물·불난리 피해지역이 광범위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골짜기로 꼽히는 미천골 계곡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홍천에서 양양으로 넘어가는 56번 국도 구룡령 밑, 양양을 22㎞쯤 앞둔 지점이다. 루사·매미 태풍도 이 골짜기를 크게 건드리지 못했다. 10여㎞나 벋은 골짜기 숲을 따라 조성된 휴양림도 그대로다. 들머리에서 7㎞ 정도까지 숲속의 집 등 시설물들이 계곡옆 숲속에 배치돼 있다. 양양 미천골 휴양림 매표소 지나 오르다 물길이 제법 큰 이 골짜기엔 볼거리들도 꽤 짭짤하다. 매표소를 지나 800m쯤 오르면 왼쪽 언덕 위로 세월무상을 실감케 하는 고찰의 유적이 남아 있다. 신라시대때 창건돼 고려때 대홍수로 폐사됐다는 선림원 터다. 여기서 3층석탑과 석등, 홍각선사탑비, 부도 등 보물로 지정된 유물을 4개나 만나볼 수 있다. 골짜기 끝에는 바위를 붉게 물들이며 벼랑에서 흘러나오는 불바라기약수가 있고 골짜기 중간엔 토종꿀을 생산하는 단지들이 있다. 약수터까지 가려면 좀 걸어야 한다. 멍에정(매표소에서 7㎞) 차단기 앞에 차를 대고 4.8㎞를 걸어야 약수터에 닿을 수 있다. 골짜기엔 상직폭포·큰샘실폭포 등 폭포들도 있어 봐줄 만하다. 4~17평짜리 숲속의 집 18개와 산림휴양관(9실)이 있다. 3만~8만원. 4, 5평짜리는 잠만 자는 집(취사·화장실·샤워시설 공동사용)으로 모든 것을 준비해가야 한다. 3만원. 9평 이상은 콘도식으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58개의 야영시설도 있다. 홈페이지(michungol.go.kr)에서 매달 3일 오전 9시에 다음달치 예약을 받는다. (033)673-1806. 양양/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산책로 거닐며 솔내음 흙내음 ‘흠∼‘ 봉화 청옥산 휴양림
이 휴양림은 사실 숙박엔 불편한 점이 많다. 숲속의 집엔 화장실·샤워실이 딸려 있지 않은데다, 조리대도 따로 없어 취사도구들을 준비해 가야 한다. 오래된 휴양림(1990년 개장)이라 시설도 낡은 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편사항들을 미리 염두에 두고 찾아간다면 생각보다 빼어난 숲과 훼손되지 않은 주변 환경에 반하게 되는 곳이 이 휴양림이다. 2km 산책로·물길 사이에 두고 지난 7일 만난, 수원에서 아내·딸과 함께 쉬러 와 이틀째 묵고 있다는 김한성(36)씨는 “시설은 좀 불편하지만, 숲이 워낙 아름답고 조용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에선 불평이 있지만, 중년층 이상에선 숲과 깨끗한 환경에 반해 다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는 게 관리소 쪽의 말이다. 예약(huyang.go.kr)할 때 미리 불편사항을 알려준다. 산책로는 대부분 길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덮고 있어, 솔내음·흙내음 짙은 울창한 숲그늘을 이룬다. 골짜기엔 수심 8m에 이르는 물을 가둔 댐(출입 엄금)이 있고, 그 아래쪽에 물놀이장도 마련돼 있다. 숲속교실·식물관찰원·놀이터 등도 갖췄다. 숲속의 집 1박 3만9000원, 휴양관은 5만5000원. (054)672-1051. 봉화/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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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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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