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먹는 맛, 이 맛에 사는 거야!
2023년 3월 16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스무닷샛날
다른 고장 사람들은
새봄이 왔다고, 봄꽃이 핀다고
너도나도 봄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이 산골은 아직도 겨울이 머무르고 있으니
기다리는 새봄은 언제쯤이나 다가오려나?
질기디 질긴 산골의 겨울일지라도
언젠가는 따스한 봄기운에 등떠밀려
물러가겠지 하며 일상에 충실하고 있다.
연일 나무하고 노는 그날이 그날인 일상,
그래도 지루하다거나 게으름을 피울 틈이 없다.
며칠동안 모닝가든에서 꺼내놓은 나무가
장난 아니게 잔뜩 쌓여있어 자르기로 했다.
멀리서 던져놓아 정리됨이 없이 중구난방이다.
굵고 가늘고, 길고 짧고, 나무종류도 가지가지...
나무하러 멀리갈 필요없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위험한 엔진톱을 들고 부릉부릉 거리며
자르고, 자르고, 또 자르기를 하루종일...
쌓여가는 나무토막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꺼내놓은 나무는 줄어드는 느낌이 별로 없다.
대신 뿌듯함과 흐뭇함은 촌부 마음에 가득이다.
지난해 8월말 산골에 컴백한 목공예가 이서방은
이런저런 일들이 너무 많아 공방정리를 못했다.
이제 조금 틈이 나서 혼자 정리하느라 여념없다.
온갖 공구정리를 위하여 진열장을 만들고 있다.
뚝딱뚝딱 이내 그럴듯한 진열장이 완성되었다.
아내가 늘 걱정을 하며 하는 말,
"뭘 했먹지? 뭐 먹고싶은 것 있나?"
촌부의 대답은 항상 똑같은 말이다.
"아무끼나 묵자! 뭘 고민을 하노?"
그 대답에 아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아침에는
"오늘은 빵이나 먹읍시다. 반찬도 없는데..."
"그러세나! 나는 상관없는데 당신이 문제지?"
매주 한끼는 밥대신 빵으로 먹기로 했었다.
베이글빵, 계란후라이, 베이컨, 버터, 딸기잼에
채소 샐러드로 모처럼 서양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점심에는
전날 먹다남은 장국에 밥을 훌훌 말아
무짠지 무침, 파김치를 얹어 맛있게 먹고
아침에 먹고 남긴 채소 샐러드로 입가심을 했다.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하는지라 재고정리를 겸했다.
저녁에는
제대로 끓인 산골아낙표 김치전골이 나왔다.
묵은지에 각종 버섯, 두부, 떡국떡, 만두까지 넣고
보글보글 끓였는데 밥반찬이 아니라 술안주였다.
처제가 미나리, 자색양파를 잔뜩 넣고 꼬막무침을
가져왔다. 이또한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라 술한잔
안할 수가 없어 소주 한병을 꺼내 술판을 만들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고 했던가?
식충이처럼 먹는 것에 목숨을 거는 촌부이다.
먹기위해 산다면 우습겠지만 정말 그렇게 산다.
늘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아내가 너무 고맙다.
오히려 그런 촌부더러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단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먹는 맛,
이 맛에 사는 거야!"라고 하며...
첫댓글 시골밥상이 정말로 정갈하네요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고 오늘도 의문의 1패를 안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감사드립니다.
아이구~
무슨 말씀을...
마트가 멀어 늘 냉장고 재고정리를 하는 밥사인걸요. 이런걸 냉파라고 하던가요?ㅎㅎ 오늘도 홧팅입니다.^^
촌부님
장작 부자 되셨네요
오늘도 건강 잘 채기시며 파이팅 하세요
근정님!
맞습니다.
장작 부자...
오늘도 홧팅하시고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기다림이 설레이듯
봄을 기다리며
달래,냉이,씀바귀
가불해 드셔 보심도
좋을듯 하군요.
희연님!
여긴 아직 겨울 끝자락이라
봄나물은 좀 더 있어야만 합니다.
지난주 냉이를 좀 캐긴 했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르더군요.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뽀식이 시내 데이트 나가실때
마~트 구입이요..
아니면 지인들 오실때..
@희연 머잖아 지천에 나물이라서
조금만 참으면 된답니다.
감사합니다.^^
@뽀식이 ㅎㅎ~
아직도 겨울을 ..
지루해 하시는듯해서
생각이 거기에 미쳤네요.
감사합니다.^^
@희연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