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6 – 10. 12 갤러리이즈 (T.02-736-6669, 인사동)
미적 체험에 의한 사유능력의 조화
강봉자 개인전
글 : 朴明仁(미술평론가·한국미학연구소 대표)
자연으로부터 사상을 파악하여 역동적 프로세스를 표출
강봉자 작가는 풍경, 정물 등 다양한 표현능력을 갖추었으면서 이번 전람회에서는 약간의 산 그림과 자작나무에 주로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것은 시각인식현상에 머물지 않고 오랜 사유를 통해 파악된 자작나무와 인간의 삶과 연계되는 함수관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연물의 형상에서 내면의 미를 찾아내고 자연물과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일구어 낸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것은 자작나무를 자연물로서의 시각적인 형상만을 표현하게 되면 순수예술의 가치가 매몰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면서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며 의미를 찾는데 집중한 것이다. 이것이 강봉자의 절대적인 심미의식이다. 화가가 자연물을 표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대부분 시각적인 현상에 치중하거나 머무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강봉자처럼 자연물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란 쉽지 않다.
“많은 화가들이 자작나무 표피의 디테일 때문에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이 자작나무의 내면의 세계를 알고 싶었어요. 학명은 따로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인간의 생활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화장품이나 의약품,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용도로 사용되고, 미술에서는 캔버스로 제작하기도 해요.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기도 하고, 특히 잘 알려진 자일리톨이 자작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핀란드에서 발견하여 설탕대신 천연감미료로 사용하였고, 우리나라에도 설탕대신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요. 단맛은 있으나 당이 없어서 당뇨환자에게 포도당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또한 충치예방에도 활용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작나무의 생태에 관심이 많았어요. 일례로 생태계에 자생하는 나무지만 산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번식하면서 자생적으로 군집을 이루다가 다른 식물이 들어오면 자리를 양보한다는 거예요. 마치 인간의 덕망과 같지 뭐예요. 그래서 저는 자작나무로부터 교훈을 받았어요. 인간은 베푸는 것이 자신의 인덕을 쌓는 것이라고….”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var, japonica)는 한국의 북부지역 깊은 산이나 북유럽에 분포되어 있는 수명 80년의 활엽수이다. 강봉자의 변에서 거론되었다시피 화장품에서 생활용품, 의약용품, 대중적인 껌 등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생태학적으로 인간과 같이 군집하여 자생하면서도 다른 식물이 들어오면 자리를 양보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강봉자 작가는 자작나무의 내면을 알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자연물에서 감각적인 미질(美質)을 보고 비교고량(比較考量)하면서 자연물의 사상(事象)을 파악하고 감각적이며 기술적인 동시에 지적인 다층적 이해의 역동적 프로세스를 표출하려고 했다. 이것이 강봉자 작가의 미적 체험이며 사상력과 지성이나 사고능력의 조화를 자작나무에 불어넣은 표상이었다. 따라서 사실성보다 사유에 의한 추상성이 나타나고 심미의식에 의한 심상표현이 독특한 회화로 완성되었다. 이러한 미적 체험은 우선 대상의 특징을 발견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서 체험의 주체인 자신의 발견으로도 연관된다. 미적 체험에서 자기의 기호, 성격, 감수성, 사상 등의 자각을 얻어내어 미적 가치의 포괄성을 체험의 결과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그림은 항상 부족한 미완성이지만 만약 누군가 자신에게 부족한 미완성이라고 말하면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나리자는 제작하는데 3년이나 걸렸어도 여전히 다하지 못한 미완성이라고 하면서도 안젤로의 작업을 보고 경탄한 것은 미술에 있어서 주관적 견해와 객관적 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심히 생각해 보면 크나 큰 교훈이 있다. 대부분 자신의 작품만 최고이고 자기 작품과 성향이 다르면 나쁘게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것은 개개인의 개성이다. 우리가 레오나르도로부터 받은 교훈은 첫째 자신감이며, 둘째 겸손이고, 셋째 칭찬할 줄 아는 배려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제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미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어하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루브르에 가면 누구나 사진 한장 찍어 보겠다고 아우성 치고 있는 마담 리자를 레오나르도는 3년이 걸렸어도 미완성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례를 고량해 보면, 강봉자의 회화는 바로 내용과 무내용, 유형과 무형, 자연미와 정신의 미의 총체적인 표상으로써 순수한 자연과 제회(際會)하면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술이란 표현할 수 없는 미도 있고, 표현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레오나르도도 이 과정을 모두 겪었고, 바로 미술작품의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유가 요구되는 것은 미를 심오하게 보면 표현도 심오하게 된다. 결국 추구하는 최상의 걸작으로 남겨진 미는 그 화가의 생명과 함께 세상에 남겨지게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강봉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살펴보며,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