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이 인기다.
겨울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여자대표팀이 선전하면서, 우리에게는 낯설었던 컬링의 매력이 뒤늦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8할은 장비의 힘이다.
맷돌처럼 생긴 스톤의 경우, 14세기 스코틀랜드 농부들이 빙판 위에서 처음 놀이를 시작할 때는 강가의 큰 조약돌 가운데 바닥이 평평한 것을 골라 사용했다.
그러니 기술은 필요 없고 그저 운에 의존했다.
나중에 직조공들이 기계를 고정하는 댓돌을 사용하면서 조금 다듬어졌다.
직조공 아내들은 놋쇠로 만들어진 스톤 손잡이를 윤이 나게 닦아 벽난로 선반에 올려놓곤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스톤이 요즘은 국제대회용의 경우 16개 한 세트에 3600만원 선이라고 한다. 빗자루 모양의 브룸은 초기에 옥수수 가지를 사용했다.
지금은 자루로는 속이 빈 섬유유리나 탄소섬유 재질이 사용되고, 비 부분의 재질로는 직물이나 돼지털, 말총 등이 쓰인다.
경기장은 대개 빙판 아래에 소금물 공급 파이프를 갖춘 인공 아이스링크가 사용된다.
빙판 관리의 핵심은 빙상에 수분을 뿌려 ‘페블’이라 불리는 미세한 얼음 알갱이를 적절히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
이 페블 때문에 스톤에 회전을 줘 휘어져 나가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까다로우니 국내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컬링경기장은 경북 의성컬링장 단 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전통놀이 가운데 연날리기, 자치기, 비석치기 등도 장비를 현대화하고 규칙을 세부적으로 다듬어간다면 어떨까 싶다.
단순한 팽이도 20여년 전 <탑블레이드>라는 만화의 인기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전한 사례가 있다.
나무 대신 플라스틱이나 쇠로 만들어 부딪히는 강도나 공격의 수위가 높아졌고, 줄을 감아 돌리는 대신 간편하게 줄을 끼웠다가 힘껏 당기면 팽이가 돌아다니며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림픽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이들에게 어울려 뛰어놀 수 있는 놀이를 마련해주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