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장재현 극본 연출)가 15일 넷플릭스에 올라와 이제야 봤다. 그 영화를 이제야 봤냐고? 그렇다. 솔직히 이런 영화를 대형 스크린을 찾아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뿐이다.
막상 본 영화는 중반까지 무척 재미있었다. 그런데 일본 귀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그 실체를 드러낸 순간, 이 영화 언제 끝나는 거지? 궁금해졌고 조바심을 쳤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일본 귀신 오니의 말을 들으며 백두대간을 종주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임진왜란이 끝나기도 전에 죽은 일본인, 만명을 죽였다는 그 귀신의 원혼이 강원도 고성의 높은 산 무덤에 봉인돼 있다가 풀렸다는 설정도 흥미로웠고, 관 밑에 첩장, 수직으로 세워둔 관이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어 놓으려 했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박아놓은 쇠막대 자체였다는 해석도 흥미로웠다.
나는 다큐 영화 '건국전쟁'을 만든 감독이 '파묘'를 좌파 영화로 규정한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장 감독이 영리하게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어 관객들을 이 영화로 관람하도록 유인하는, 참으로 멍청한 짓을 했다고 본다.
그보다 영화 비평적인 접근은 왜 전반부에 관객들을 영리하게 붙들어 놓았던 것들을 중반 이후 잃어버렸는가 하는 문제였다. 컴퓨터 그래픽을 쓰지 않고 가급적 실사로 표현하려 했다 해도 크리처 같은 일본 귀신은 조금은 웃기는 모습이었다. 영리하게 최민식의 딸 결혼식으로 마무리를 잘 짓긴 했지만, 일본 귀신을 제대로 처단했는가 하는 문제는 남는다. 물론 속편을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란 스트리밍 채널을 통해 '파묘'를 더욱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조언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영화를 보며 배우들의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기술적 결함을 여러 차례 지적한 일이 있다.
이 영화가 드디어 오는 10월 18일 일본에서 개봉한다고 해서 넷플릭스에 일본어 자막이 달렸는지 확인했다. 일본어는 물론, 영어도, 다른 언어 자막도 달려 있지 않았다. 다만 한글 자막으로 볼 수 있었다. 요즘 공중파 드라마 본방도 한글 자막이 달린다. 정확하게 대사가 들리니 한결 드라마 전개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우리 관객 중에는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은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가도 일본의 젊은 관객들은 그저 '음, 흥미로운 접근이군' 하고 넘어갈 일을 괜히 우리끼리 진지한 것 아닌가 싶다.
'파묘'를 넷플릭스에서 만나기 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지난 11일 8부작 가운데 절반이 한꺼번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샤먼, 귀신전'(허진 기획, 박민혁 이민수 등 연출, 오정요 김영윤 등 작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당이란 쉽지 않은 존재를 백과사전 식으로 소개한 다큐다. JTBC가 2022년과 지난해 2년에 걸쳐 제작, 촬영했다는데 상당히 치밀하고 나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 볼 만하다.
신병이라든가 내림굿, 우리 문화에서 굿이나 무당, 무속이 차지하는 위치를 다양한 사연, 전문가들의 진지한 접근과 해석 등을 통해 살펴본다. 개인적으로 네 편 가운데 4편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 이기쁨 씨의 귀접 사례를 통해 굿이 한국인들의 병과 설움, 한을 치유하는 데 든든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기쁨 씨와 남자친구가 어떻게 치유받는지 5회에서 그려질 예정인데 5~8회는 18일 낮 12시 공개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돋보인 점은 한국의 무속을 오래 연구한 로렌 켄달의 회고, 그리고 귀중한 자료사진들이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백과사전 식으로 친절히 무속 용어들을 풀어 설명해준다. 꺼림칙하고 약간 소름끼쳐 외면하기 쉬운 한국 무속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잘 만든 다큐의 효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