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저녁에 뜨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불렀다. 개밥바라기란 개의 밥그릇이란 뜻이다. 배가 고파진 개가 저녁밥을 달라고 짖을 무렵에 뜬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이다. 요즘 올해 가장 밝은 개밥바라기별이 저녁 서쪽 하늘에 뜨고 있다. 수시로 구름이 하늘을 덮는 장마철이라 여건은 좋지 않지만 6~9일 중 일몰 후가 최적의 관측 기간이다.
금성은 하늘에서 태양과 달에 이어 세 번째로 밝은 천체다. 보름달의 겉보기 밝기는 -12.5등급, 금성은 최대 -4.9등급이다. 금성 다음으로 밝은 목성의 밝기는 -2.9등급이다. 참고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밝기는 +7.2등급이다. 태양의 반사빛을 내는 행성의 겉보기 밝기는 지구와의 궤도상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지구와 가까울 때 하늘에서 가장 크게 보이고 밝기도 가장 밝다.
지구와 금성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태양을 공전한다. 금성은 내합에 도달하기 72일 전 저녁 하늘에서 동방 최대이각에 도달하고, 내합 72일 후 아침 하늘에서 서방최대이각에 도달한다. 금성이 가장 밝은 때는 최대이각과 내합 사이의 중간 지점이다. 금성이 지금 바로 그 위치에 있다. 7월 중 금성의 겉보기 지름은 33각초(1각초=3600분의 1도)에서 55각초로 커진다. 보름달이 1800각초(0.5도)이니 55각초는 보름달의 3%에 해당하는 크기다.
금성은 이번 주말 겉보기 등급이 -4.7에 도달하면서 정점을 맞는다. 관측 가능한 시간은 일몰 후 약 2시간이다. 금성이 저녁 하늘에 개밥바라기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22년 10월22일 지구-태양-금성이 일직선을 이루는 외합에 도달하고 약 두달이 지난 12월 중순부터다. 이 무렵의 금성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어서 가장 작고 밝기 등급도 가장 낮다. 당시 금성의 밝기는 -3.9등급이었다. 1개 등급의 밝기 차이는 약 2.5배다. 올해 들어 2배 이상 밝아진 셈이다.
금성은 지구 안쪽에서 궤도를 도는 내행성이어서 태양 빛을 반사하는 각도에 따라 달과 마찬가지로 모양이 바뀐다. 처음 서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낼 때는 보름달이다. 이후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동방최대이각에 도달하면 반달 모양이 된다. 최대이각이란 금성이 지구에서 볼 때 태양에서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 때의 각거리를 말한다. 동방최대이각은 태양의 동쪽에 있다는 뜻이다. 금성은 지난 6월4일 동방 최대이각에 도달했다. 금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때는 최대이각 위치를 지나고 약 한 달 후다.
8월 초 이후 사라진 금성은 8월 하순 새벽 동쪽 하늘에 샛별로 다시 나타난다. 지금과 같은 밝기의 금성은 9월19일 새벽하늘에서 볼 수 있다. 이날 금성의 밝기는 -4.8 등급이다. 이후 이렇게 밝은 금성을 보려면 2025년 2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금성의 공전주기는 225일이다. 따라서 금성과 지구가 같은 위치에서 다시 만나기까지는 19개월이 걸린다. 이를 회합주기(synodic period)라고 부른다. 19개월 중 절반은 저녁 서쪽 하늘에서, 나머지 절반은 새벽 동쪽 하늘에서 금성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