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김경성
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바람의 힘을 빌려 바다가 쏘아 올린
섬을
우리는 사막이라 불렀다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반짝이며 휘몰아치고
차도르를 쓴 바람이 사구를 넘어가는 곳
꽃을 문 사막의 나무는 모래 속에 제 몸을 파묻고는
밤이면 이슬을 끌어 모아 숨을 피어올리고
리넨으로 칭칭 감은 미라처럼 햇빛을 뒤집어쓴 물고기 뼈가 나뒹굴었다
말을 잃어버린 늙은 개가 사막여우가 되어 어슬렁거리며
긴 혀를 내밀어서 부드러운 문자를 써 내려갔지만
그 누구도 읽을 수 없게 금세 지워졌다
바다가 제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사막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서걱거리는 바람을 가슴에 품고 사막으로 걸어 들어갔다
애초에 바다였을 사막
순식간에 날아오르는 모래바람이 다시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살이 빠져나간 물고기의 뼈에 한 스푼의 물이 고인다
첫댓글 읽고 또 읽어보는 시입니다.
바다가 품고 있던 사막이라는 시인의 생각을 공유하고픈 마음에...
좋은 시 선생님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