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락백합(皆落百合)
개락폭우백합화皆落暴雨百合花
세거임우조개락歲去霖雨早皆落
잔화오개함미소殘花五箇含微笑
불원순간무화초不遠瞬間無花草
<和翁>
폭우로 백합꽃이 다 떨어졌네, 그려!
세월도 가고 장맛비로 일찍이도, 다 떨어졌네
남은 꽃 겨우 다섯 송이 아직도 미소 짓고 있으나
그리 멀지 않은 순간에 꽃도 없는 풀이 되겠지.
여여법당 옥상 텃밭에는 봄부터 늦 가을까지 계절 절기 따라 갖가지 꽃이 피고 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 찰나 순간순간 피고 진다. 천지조화옹의 조화다. 나무랄데 없는 훌륭한 솜씨다. 그렇다고 자랑도 하지 않는다. 나서지도 않는다. 잘난 체도 하지 않는다. 겸손이 몸에 배어있다. 그렇게 하기를 천지 미생 전부터 해 왔다. 겁전 소식도 훤히 다 알면서도 침묵이다. 소인배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그래서 화옹이 좋아한다. 어제밤에도 잠든 사이에 천둥 바람과 함께 폭우를 쏟아붓는다. 아는 자는 알고 모른 자는 손안에 쥐어줘도 모른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 매 찰나 한치의 앞 문밖의 일도 모르는 것이 중생의 우치다. 백합꽃은 올해도 무진 설법을 설하고 있는데, 누가 그 법문을 들었을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아니라. 폭우무삼일홍(暴雨花無三日紅)이라고, 떨어진 꽃도 미소를 짓고 말한다. 올해는 칠일은 일찍 간다고, 안녕! 이다. 그래! 내년에 보자. 잘 가거라! 또 보자. 백합꽃 앞에서 단상입니다. 얼 벗님들! 날씨가 무척이나 덥습니다. 혹서에 건강들 하십시오,
여여법당 화옹 합장._()_